복지와 관련해 궁금한 7가지 물음에 답하다
  • 조철 (2001jch@sisapress.com)
  • 승인 2011.08.30 22: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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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 총선·대선에서 화두로 뜰 ‘복지 국가 논쟁’ 미리 보기

▲ 대한민국 복지 - 7가지 거짓과 진실 김연명·신광영 등 지음두리미디어 펴냄224쪽 │1만2천원

정치판의 대결로 치달아 정치적 승패로 막을 내린 무상급식 주민투표를 반추하자니 씁쓸하다. 무엇 하나 개운한 구석이 없다. 어느 쪽이 이겼는지도 불분명해 보이고, 앞으로 이런 식이면 복지 문제에 관한 한 가야 할 길이 너무 험난해 보이기 때문이다. 주민투표의 결과에 따라 정치인들이 ‘복지’에 대한 새로운 고민에 빠지는 모습은 볼 수가 없다. 현 시장이 물러나면 다음 시장 후보는 누가 적격한지 계산기 두드리기에 바쁜 모습들이다. 이렇게 하면 복지는 누가 챙길 것인지 참 안타깝다.

다행히 여러 학자가 이런저런 복지 관련 쟁점들에 대해 치열하게 토론하고 고뇌한 내용들을 정리한 책이 때맞춰 출간되어 한결 마음이 놓인다. <대한민국 복지 - 7가지 거짓과 진실>에는 이정우 경북대 교수, 신광영·김연명 중앙대 교수, 양재진 연세대 교수, 윤홍식 인하대 교수 등 복지 관련 분야 대표적인 학계 인사들이 저자로 참여했다. 이 책은 대한민국은 복지 국가인가, 복지 국가는 좌파의 정책인가, 복지 국가는 쇠퇴하고 있는가, 복지 국가는 비효율을 초래하는가, 복지와 성장의 선순환은 가능한가, 복지 국가가 도덕적 해이를 불러일으킬까, 보편적 복지는 퍼주기인가 등 7가지 물음에 답하는 형식으로 엮었다.

이 책에서도 당연히 무상급식 논란에 눈길이 먼저 간다. 저자들은 무상급식의 핵심인 보편적 복지와 선택적(선별주의) 복지 논란과 관련해 국내에서 논의되는 선택적 복지는 사실 잔여적 복지로 보아야 하는 것이 맞다고 지적했다. 잔여적 복지는 결국 복지가 후순위로 밀린다는 것을 말하는데, 지난 50여 년간 우리 사회에서 널리 통용되던 ‘선성장, 후분배’의 또 다른 버전에 다름이 아니라는 설명이다.

이번 주민투표 과정에서 오해했을 부분에 대해서도 명쾌하게 설명했다. 이를테면 ‘복지는 진보 혹은 좌파의 것’이라는 통념에 대해 잘못된 상식이라고 지목했다. 복지의 발전은 역사적으로 주로 서구의 우파 정치인들이 주도했다는 것이다. 복지는 경제 성장과는 상극이라는 상식 역시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국가별 비교를 통해 왜곡과 오류에 근거한 내용임을 확인해준다. 복지 제도는 빈곤을 줄이고 계층을 통합하는 역할을 해야 하지만, 어떤 경우에는 계층을 더 심하게 나누기도 한다. 이것을 계층화 효과라고 한다. 공공 부조에 의존해 살아가는 사람들은 이등 시민으로 낙인찍힘으로써 복지 제도가 일등 시민과 이등 시민을 구분하는 기준으로 작용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실천의 문제에서 이 책은 현재 대선 주자들로 불리는 정치인들의 행적과 발언, 정책안 등을 분석해 각 인사들의 복지 정책 지표를 정리했다. 복지는 곧 정치의 결과물이므로 복지와 관련된 최근 정치권의 논쟁들도 꼼꼼히 정리했다. 저자들은 그동안의 복지 논의가 바람직한 정책 대결의 장으로 바뀌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복지 논쟁을 정치적인 ‘꼼수’로 활용하는 일이 없기를 바라는 것이다. ‘포퓰리즘’ 논쟁에 빠져 있지 말고, 방향에 대해 합의하고, 예산을 따져 범위를 정하고, 바람직한 절차와 최적의 시스템을 갖추는 방법을 ‘국민적으로’ 고민하기를 바라는 것이다. 저자들은 복지 국가는 그 진행 과정과 방법의 차이가 있을 뿐 본격적인 선진국 진입을 위해서라도 반드시 필요한 선행 과제이므로 실사구시적이면서 창의적인 논의들을 해나가기를 바랐다.

25.7%의 투표율은, 25% 이상의 보수가 집결했다는 것을 의미하는가. 아니면 74.3%의 한국인이 ‘풍전등화’ 같은 삶을 산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인가. 이제 이런 ‘해몽’에서 벗어나 복지의 ‘개념 이해’부터 다시 해보는 것이 어떨까. 


ⓒ조용철 제공
시인은 나이를 먹지 않는가 보다. 예순을 넘은 정호승 시인의 글은 예나 지금이나 변함이 없다. 최근 ‘정호승의 인생 동화’라는 부제를 달고 출간된 <울지 말고 꽃을 보라>(해냄 펴냄)를 보면 그런 생각이 든다. 이 책은 10여 년 전부터 최근까지 정시인이 발표했던 이야기들 중에서 희망을 잃고 지쳐 있는 지금 이 시대의 사람들에게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 1백2편을 선별해 새롭게 엮은 것이다.

‘아가야, 이제 너도 알 거다. 우리가 왜 겨울바람을 참고 견뎌야 했는지를. 우리 매화나무들은 살을 에는 겨울바람을 이겨내야만 향기로운 꽃을 피울 수 있단다. 네가 만일 겨울을 견디지 못했다면 넌 향기 없는 꽃이 되고 말았을 거야. 꽃에 향기가 없다는 것은 곧 죽음과 마찬가지야.’

슬픔, 상처, 고통을 이야기하는데도 글을 읽는 이의 마음은 온기와 희망으로 차오르게 하는 시인 정호승. 시인은 혹독한 겨울의 눈보라를 견딘 다음에야 열매를 맺는 가을보리에서 고통의 의미를 일깨우는가 하면, 서로 다른 견해로 싸움을 멈추지 못하는 해와 달의 모습에서 상대방을 인정하지 않을 때 아집에 빠지고 마는 우리의 어리석음을 되비춘다. 바위라고 우기는 모래를 비웃다 모래가 된 뒤에야 뉘우치는 바위의 이야기에서, 누구의 인생에서건 주어진 고통과 인내만큼은 그 크기가 결코 다르지 않다는 엄연한 진실을 일깨운다.

정시인은 단순히 삶에 대한 성찰을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라 결국에는 각각의 삶에서 부족함을 채우는 것은 ‘사랑’이라고,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일은 누군가를 사랑하고, 사랑받는 것이라고 이야기한다. 사는 일이 힘들어 울고 있다면, 울지 말고 우리를 사랑해서 피어나는 꽃을 보라고 말한다. 인생을 더 단단하고 성숙하게 키우기를 바란다.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사람은 지금 누군가를 사랑하고 있는 사람입니다. 당신은 지금 누구를 사랑하고 계신지요. 혹시 지금 사랑의 문제 때문에 울고 계신다면 울지 말고 꽃을 보십시오. 꽃이 피어나는 것도 우리를 사랑하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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