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격 키운 한국 육상 ‘28년 노메달 굴욕’ 뛰어넘을까
  • 성봉주│국민체육진흥공단 체육과학연구원 ()
  • 승인 2011.08.30 22: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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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 대구 세계육상선수권대회 출전 한국 선수들, 현실적인 목표는 10종목 내외 결승전 진출

▲  (좌) 김덕현  (우) 김건우 ⓒ연합뉴스
세계인들의 육상 축제인 2011 대구 세계육상선수권대회의 막이 올랐다. 1983년 핀란드에서 열린 1회 대회를 시작으로 이번이 13회째이다.  

이번 대구 대회와 관련해 가장 걱정스러운 부분은 관중 수와 한국 육상의 경기력 수준이 세계 수준과 너무 차이가 커 ‘남의 잔치’로 끝날 수 있다는 불안감이다. 이번 대회에서 한국 선수의 현실적인 목표는 금메달보다는 10종목 정도의 결승전 진출이다. 결승 진출 가능 종목은 마라톤, 경보, 도약을 포함한 세단뛰기, 투창, 허들, 장대높이뛰기, 4백m 릴레이 등으로 우리 대표팀은 이 부분에 초점을 맞추어 준비해왔다.

한국, 역대 세계육상선수권대회에서 메달 획득 ‘전무’

세계육상선수권대회에서 메달을 하나라도 딴 나라는 89개국인데 아쉽게도 한국은 없다. 우리나라 선수들은 메달 획득이 불가능한 것일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우리도 가능하다! 우리나라보다 체격적으로 열악하다고 여겨지는 일본이 메달을 20개나 따냈고 중국은 27개, 북한도 1개를 따낸 기록이 있다. 

때문에 가능성은 충분하다. 우선 한국 선수의 체격 조건이 서구화되었고 커졌다. 체격 조건에서만 보면 한국 선수는 트랙 종목에서 이미 세계적인 수준에 도달했다. 투척 등 일부 종목에서만 약간 뒤질 뿐이다. 투척 종목은 체격·체력·기술의 조합이므로 한국 선수가 이 분야에서 메달을 따낼 가능성은 크다.

한국 남자 투창 박재명 선수는 도하 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을 따냈다. 그는 전성기 기량이 83.99m(세계 기록의 90.5%)이다. 평소의 컨디션만 발휘하면 결승전에 무난히 진출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대표팀을 지원하는 체육과학연구원에서도 체력을 효과적으로 기술에 연결시키는 과학적인 노력과 시도를 계속해왔다. 아쉬운 점이 있다면 체격에서 박재명 선수보다 우위를 점하고 있는 정상진 선수가 부상을 입고 있다는 것이다.

도약 분야의 김덕현 선수는 이번 대회에서 세단뛰기와 멀리뛰기에 출전한다. 지난해 광저우 대회 멀리뛰기에서 우승한 그는 지난 5월 대구 국제육상대회의 세단뛰기에서 우승하는 등 컨디션이 좋다. 그의 남자 세단뛰기 기록은 17.10m(세계 기록의 93.5%)이고, 시즌 평균 기록도 상승하고 있어 결승전에 오르는 것이 불가능한 일이 아니다.

 단거리 트랙 종목은 세계 수준과 기량 차이가 크다. 하지만 중·장거리는 노려볼 만하다. 경보의 김현섭(97.2%)과 박칠성(93.5%) 선수는 기록 향상이 가장 두드러지고 있다. 컨디션도 상당히 올라와 있는 상태라 기대를 모으고 있다.

창던지기·릴레이·허들 등에서 기대 이상의 성과 거둘 수도

마라톤에서는 기대했던 지영준 선수가 컨디션 난조로 불참해 아쉬움을 남기고 있다. 하지만 최근 일취월장하고 있는 정진혁 선수(건국대)의 활약을 기대해볼 만하다. 한국팀은 2007년 오사카 대회에서 마라톤 단체전 은메달(공식 메달 집계에서 제외)을 따내기도 했다.

투척에서는 세계 수준과 기량 차이가 많이 나는 원반이나 해머보다는 창던지기 종목이 주목된다. 세계 기록에 많이 접근해있다. 창던지기에서 80m를 넘기는 것이 쉽지 않은 기록인데, 박재명·정상진 선수가 꾸준히 80m를 넘기고 있다. 세계 정상권은 85m 이상이다. 하지만 당일 컨디션에 좌우되는 경향이 큰 종목인 만큼 기대 이상의 성과가 나올 수도 있다.

육상의 꽃이라 할 수 있는 100m는 우리 선수의 경기력이 세계 수준의 93.2%이다. 이를 거리로 환산하면 결승선을 기점으로 6m가량 뒤져 있다고 보면 된다. 때문에 우리 선수가 이 분야에서 당장 어깨를 견주기는 힘들다. 하지만 릴레이 경기는 다르다. 우리 대표팀은 네 명이 출전하는 4백m 릴레이(95.4%)에 집중하고 있다. 한국 기록이 39.01이고 세계 기록은 37.31(2009년 세계선수권대회 자메이카 팀)이다.

남자 110m 허들에서는 박태경 선수의 분전이 기대된다. 박선수는 모범적인 선수 생활을 통해 체력을 꾸준히 관리해와 좋은 활약이 기대된다. 그는 지난해 광저우 아시안게임에서 3등을 했고, 최근에도 기복 없는 기량을 보이고 있으며 훈련도 성실히 받아와 안방 무대에서 어떤 활약을 펼쳐보일지 기대된다.

최근 기량이 급격히 좋아진 선수로는 남자 10종 경기의 김건우 선수(31)를 꼽을 수 있다. 그는 컨디션도 호조를 보이고 있다. 김선수는 투척 종목에서 점수를 많이 깎아먹었는데 최근 투척 훈련에 공을 들이면서 상승세를 타고 있다. 김건우 선수의 최고 점수는 7천8백24점. 세계 정상급은 8천점대 후반이다. 8천점대를 넘으면 경쟁력이 있다.

대회 마지막 날 열리는 릴레이 분야는 육상에서 유일한 공식적인 단체 종목이다. 우리와 신체적인 조건이 비슷한 일본도 이 부분에서 동메달을 따낸 적이 있다. 릴레이 강국인 미국도 배턴 미스터치로 메달을 못 따내는 불운에 울 정도로, 체력 외적인 조건이 중요하다. 우리 대표팀은 임희남·김국영·여호수와·조대원 4인방의 역주에 기대를 걸고 있다.

여자 분야에서는 장대높이뛰기의 최윤희 선수를 주목할 만하다. 한국 신기록을 갖고 있는 최선수는 대표팀에서 집중적으로 관리하는 대상이다. 전문가들은 이번 대회 장대높이뛰기의 우승권을 4백80~4백90cm 정도로 보고 있다. 최선수의 기록은 4백40cm 정도이다. 그의 최근 기록이 상승세라 4백60cm만 넘으면 결승 진출도 바라볼 수 있다.

100m 허들은 아시아 최강이지만 세계 정상과는 아직 거리가 있다. 그러나 국내 선수 간의 경쟁이 관심을 끈다. 이 분야에서 간판은 광저우 대회에서 금메달을 따낸 이연경 선수였다. 하지만 지난 5월 대구 국제육상대회에서 2인자였던 정혜림 선수가 언니를 물리치고 우승하는 등 상승세를 타고 있어서 둘의 자존심 대결이 볼만하다.

우리 육상 대표팀은 이번 대회에서 결승에 진출하는 것만으로도 상당한 의미가 있다고 평가될 만큼 전반적으로 세계 수준과 차이가 난다. 그만큼 저변이나 환경 자체가 열악하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언제까지 환경이나 선수들의 체격 탓만 할 수는 없다. 우리 선수에게 맞는 종목을 선택해 가능성 있는 선수를 선발하고 체계적이고 과학적으로 훈련을 하면서 선수들이 마음 놓고 활동할 수 있는 국가적인 지원이 보태진다면 한국의 육상도 제2의 도약기를 맞이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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