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짜증 없는 삶이 무병장수의 기본”
  • 노진섭 (no@sisapress.com)
  • 승인 2011.08.30 22: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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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사들의 공통적인 건강 유지법 ‘감정 다스리기’ 따라 하기

ⓒ시사저널 전영기

건강하지 않은 사람을 만나는 직업이 의사이다. 이들은 건강의 중요성을 누구보다 잘 안다. 따라서 각자 나름의 건강 비법을 가지고 있다. 그중에 공통적인 건강 유지법이 ‘감정 다스리기’이다. 음식이나 운동보다 감정을 평온하게 유지하는 것을 첫손가락에 꼽는다. 그 이유는 복잡한 현대 사회에서의 삶과 관련이 깊다.

매스컴과 인터넷 등이 없던 과거에는 신경 쓸 일이 별로 없었다. 한마디로 머리와 마음은 편안했다. 다만 먹을 것이 부족한 탓에, 음식이 건강 유지에 절대적인 부분을 차지했다. 배불리 먹어야 기력을 차릴 수 있었던 시대였다. 지금은 먹을 것이 풍부한 시대이다. 오히려 너무 많이 먹거나 가려 먹어서 문제가 될 정도이다. 더 큰 변화는 넘치는 정보, 혼란한 사회 구조, 복잡한 인간관계로 신경 쓸 일이 많아졌다는 점이다. 감정이 시시각각 변하는 시대에 살고 있는 셈이다.

감정의 기복이 심하면 정신 건강은 물론 육체 건강도 해를 입는다. 영양 섭취와 운동은 의지에 따라 실천하지만, 감정 다스리기를 게을리하는 사람이 많다. 감정은 타고난 것이라고 여기기 때문이다. 김윤기 서울시북부병원 정신과장은 “정신 건강은 육체 건강과 분리된 것이 아니다. 오히려 정신, 즉 마음이 편해야 육체적으로 건강을 유지할 수 있다. 이것은 무병장수의 기본이기도 하다. 이를 위해서는 감정을 잘 다스려야 한다. 감정은 성격 탓이라고 여기지만, 사실 노력하면 고칠 수 있다. 운동도 처음에는 힘들지만 몸에 배면 쉬워지는 것과 같은 이치이다”라며 감정 다스리기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일하는 시간 10%는 감정 다스리기에 투자

2009년 현재 한국인의 평균 기대 수명은 80세를 넘었다. 누구나 100세 장수를 꿈꾸는 시대에 이른바 ‘9988234’라는 말이 유행이다. 99세까지 팔팔하게 살다가 2~3일 앓고 죽는 삶을 목표로 세우라는 의미이다. 실제로 이 목표를 위해 건강 관리에 신경을 쓰는 사람이 많다. 하루 세 끼를 챙겨 먹고 적절하게 운동하는 것은 기본 중의 기본이다. 문제는 기본을 충실히 실천해 육체적으로는 건강하지만 항상 골골거리는 사람이다. 잘 챙겨 먹고 규칙적으로 운동해도 늘 머리는 무겁고, 정신도 불안하다. 건강을 유지하려는 강박 관념에도 시달린다. 이렇게 정신이 약해진 상태로 내버려두면 육체적인 건강도 쇠약해진다.

실제로 정신이 약한 사람은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암에 걸릴 가능성이 2.4배 높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호텔에 근무하는 한 36세 여성의 사례가 그렇다. 그는 업무 능력이 뛰어나서 동료보다 빨리 승진했다. 직장에서나 가정에서나 그는 일만 생각했다. 그러던 어느 날 기억력이 현저히 떨어지고 몸이 지치는 상태를 느꼈다. 작은 일에도 짜증이 나고 혼잣말을 하거나 동료에게 욕설까지 내뱉는 일이 잦아졌다. 병원 진단 결과 갑상선암 진단을 받았다.

이 여성처럼 하루 24시간이 부족하다며 바쁘게 사는 현대인이 많다. 감정, 즉 정신은 항상 메마를 수밖에 없다. 이에 대해 박민선 서울대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일하는 시간에서 10%만 줄여 자신에게 투자하라. 감정을 평온하게 유지하는 데에 시간을 쓰라는 말이다”라고 조언했다. 그 시간에 명상, 독서, 음악 감상, 운동 등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하라는 주문이다. 이런 과정을 반복하면 불안정한 감정을 평온하게 유지할 수 있다는 것이다.

높은 기대치와 도덕심도 건강을 해친다. 완벽해야만 만족하는 사람은 매사에 본인과 주변 환경, 사회에 불만이 쌓이게 마련이다. 누적된 불만은 스트레스를 증폭시켜 소화기관과 심혈관계 질병 발생률을 높인다. 박교수는 “체력은 100인데, 삶의 목표는 1백20인 사람이 많다. 이를 거꾸로 만들어야 한다. 체력이 100이라면 삶의 목표를 80으로 낮추면 된다. 이렇게 하면 체력을 챙기면서도 삶의 목표를 더 높일 수 있다”라고 말했다. 

뇌에 미치는 부담을 줄이는 것도 감정 다스리기에 좋은 연습이 된다. 박교수는 “머리로 스케줄이나 일을 생각하지 말고, 모든 것을 글로 쓰는 연습을 해보라. 일 자체를 기억하려고 노력하지 말고 시간 나는 대로 글로 쓴 것을 자주 확인하면서 뇌의 부담을 줄이면 몸이 건강해진다”라고 강조했다.

또 ‘긍정적인 생각 하기’를 빼놓을 수 없다. 평생 몸에 밴 사고방식을 바꾸기가 쉽지 않지만 불가능한 것도 아니다. 긍정적인 생각 하기를 습관으로 만들기 위해서는 ‘나와 남은 다르다’는 점을 인정하는 훈련이 필요하다. 젊은 사람과 노인, 남성과 여성, 부모와 자식 사이의 다른 점을 받아들이라는 것이다. 또 사랑하는 사람과 사별하는 상황을 맞이하기도 한다. 이때 과도하게 애통해하기보다는 ‘먼저 하늘나라에서 잘 살 것’이라는 식으로 생각하면 좋다. 남을 칭찬하는 것도 긍정적인 감정을 유지하는 좋은 방법이다.

박교수는 “긍정의 힘을 키우는 방법은 남을 칭찬하는 것이다. 누군가 자신을 칭찬해주면 없던 힘도 생기지 않는가. 칭찬 거리를 찾으려고 하면 상대방의 긍정적인 면만 보게 된다. 이런 노력이 습관으로 몸에 배면 어느새 건강한 자신을 발견할 것이다”라고 말했다.

수면과 수다로 스트레스를 푼다

▲ 서울시 서초구 선무도 방배지원 도장에서 수련생들이 명상을 하고 있다. ⓒ시사저널 우태윤

직장인, 학생, 주부 등은 각자 나름의 스트레스를 호소한다. 스트레스를 받으면 우리 몸에서는 코티졸이라는 호르몬이 분비된다. 이것이 임파구 수를 감소시켜 면역력을 약하게 만든다. 결국 각종 질병에 걸리기 쉬운 몸 상태가 되는 셈이다. 스트레스를 쌓아두거나 반대로 폭발해도 해롭다.

의사들은 수면과 수다로 스트레스를 해결한다. 유범희 삼성서울병원 정신과 교수는 “잘 자야 한다. 잠은 감정과 신체의 회복 과정이다. 스트레스에 대한 몸의 저항력을 높이는 수단이다. 잠이 충분하지 않으면 스트레스가 해소되지 않는다”라고 말했다. 윤세창 삼성서울병원 정신과 교수는 “수다를 떨면서 감정을 표출하는 것이 좋다. 감정을 쌓아두면 갈등이 해소되지 않는다. 정신과 의사, 부모, 친구, 친척, 이웃, 성직자 등 누구라도 자신에게 편한 사람에게 불편한 감정을 털어놓고 도움을 구하라. 또 하루 생활 패턴을 규칙적으로 하라. 낮에는 햇볕을 쬐면서 운동을 하라. 먹기 싫어도 식사는 제때 하라”라고 주문했다.

‘행복한 노후를 보내려면 여섯 명 이상의 친구를 가져라’. 이것은 영국의 사회사업가 힐러리 코탐이 영국 노인들을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 내놓은 결과이다. 실제 장수인 주변에는 사람이 많다. 주변 사람의 희로애락을 공감하며 나누는 기쁨을 함께하는 성품 덕분이다. 국내 100세인들의 방 한편에는 늘 사탕과 과자가 쌓여 있다. 찾아오는 손님에게 나누어주기 위해서다. 감정을 교류하는 과정에서 건강의 보약인 엔도르핀이 증가한다는 사실은 의학적으로도 밝혀진 바 있다.

의사들은 사람의 수명을 자동차에 비유한다. 좋은 기름을 넣어야 자동차 수명이 오래가는 것처럼 사람도 하루 세 끼를 잘 챙겨 먹어야 한다. 또 항상 작동해야 기계가 녹슬지 않는 것처럼 사람도 운동해야 건강을 유지할 수 있다. 자동차와 달리 사람에게는 감정이라는 것이 있다. 감정을 다스리지 않고는 무병장수를 꿈꿀 수 없다고 의사들은 강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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