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바마 독트린’, 시리아도 겨눈다
  • 한면택│워싱턴 통신원 ()
  • 승인 2011.08.30 22: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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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비아에서 ‘최소 개입’ 정책으로 목표 달성 성과 올려…시리아 정권 교체 시나리오도 마련

▲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 바샤르 알-아사드 시리아 대통령(오른쪽). ⓒAP연합

리비아 카다피 정권의 42년 철권 통치가 최후 순간에 도달하면서 최소한의 군사 개입으로 독재 정권을 무너뜨릴 수 있다는 ‘오바마 독트린’이 주목받고 있다.

 ‘오바마 독트린’은, 미국은 독보적 화력으로 군사 개입을 시작하되 곧바로 지원 역할로 전환하는 대신 동맹국들이 주도하게 함으로써 최소한의 개입으로 목표를 달성한다는 새 전략이다.

이 ‘오바마 독트린’은 미국의 리비아 군사 개입에 적용되었다. 미국은 지난 3월19일 리비아 카다피 정권의 자국민 학살을 막겠다며 군사 작전에 착수했다. 미국은 ‘오디세이 새벽 작전’으로 이름 붙인 리비아에 대한 군사 공격에서 초반 작전에서는 독보적이고 막강한 화력을 동원해 카다피 정권에 대한 폭격을 주도했다.

하지만 미국은 곧바로 ‘오바마 독트린’으로 불린 새로운 군사 개입 전략을 보여주었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리비아에 대한 군사 개입을 결정하면서 유엔 안보리의 승인은 물론 아랍 리그의 지지가 있어야 하고, 미국의 독자적 행동이 아닌 다국적군의 연합 군사 작전으로 전개해야 한다는 조건을 내세웠다.

특히 미국은 지상군은 파병하지 않으며 해·공군력을 동원해 독보적인 분야에서 제한적 역할만 맡고 동맹국이 전체 작전을 주도해야 한다는 원칙을 처음부터 고수했다.

실제로 미국은 공격 개시 수일 만에 전쟁 지휘권을 나토에 넘기고 뒷자리로 물러앉았다. 미국은 나토에 군사 작전 지휘권을 넘긴 후에도 수일 동안은 AC-130, A-10기 등 저공비행 폭격기들을 동원해 카다피군의 지상군을 공격하는 작전을 벌였다.

그러나 4월 들어서는 카다피 군에 대한 공중 공격을 전면 중단하는 파격적인 행보를 보였다. 그 후부터 4개월여 동안은 첩보기, 무인 공격기만 동원해왔고 나토 군용기에 대한 급유 등 군수 지원만 하는 역할을 해왔다.

전쟁 비용 10억 달러도 채 안 들어

리비아의 반정부 시위가 발발한 지 6개월, 군사 개입이 시작된 지 5개월 만에 카다피 정권의 붕괴가 기정사실화되었는데 미국은 어느 군사 작전보다 최소한의 개입으로 미군의 희생 없이 전비도 매우 적게 쓰는 기록을 세웠다. 미국은 지난 4월 이후 이루어진 나토의 리비아 군사 작전 가운데 27%를 수행한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 국방부는 4월 이후 현재까지 리비아를 상대로 단행된 총 1만9천8백77차례의 나토군 출격 가운데 27%에 해당하는 5천3백16회를 미군기들이 수행했다고 밝혔다. 그리고 이 가운데 1천2백10회가 공습이었다고 설명했다.

미군의 리비아 공중 공격에서는 초반에 폭격기와 전투기들이 주로 동원되었다가 지원 역할로 전환한 다음에는 무인 항공기 ‘프레데터’가 1백1회 출격한 것을 비롯해 헬리콥터 ‘파이어스카우트’, 대형 정찰기인 ‘글로벌호크’ 등이 주로 출동했다.

미국 국방부는 미국이 리비아 군사 작전에서 사용한 전비가 7월31일 현재 8억9천6백만 달러에 이른다고 밝혔다. 미국은 폭격을 주도했던 첫 주간에는 하루 1억 달러 가까이 전비를 투입했으나 곧바로 지원 역할로 전환했기 때문에 10억 달러도 채 쓰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이 이라크 전쟁에서 하루 2억5천만 달러를 쏟아부은 것에 비하면 전비를 거의 들이지 않은 것이다. 미국은 더욱이 지원 역할을 맡으면서 나토 동맹군에게 탄약과 항공유 등을 2억2천2백만 달러어치를 판매해 실제 전비는 7억 달러 정도에 그친 것으로 계산되고 있다.

미국 내에서는 이에 대해 상반된 평가와 비판이 나와 또 다른 논란을 빚고 있다. 우선 오바마의 리비아 작전은 비록 시간은 걸렸으나 미군의 개입과 희생, 전비를 최소화하면서도 동맹국들의 동참으로 카다피 정권을 붕괴시키는 목표를 달성했다는 점에서 평가를 받을 만하다는 해석이 나온다.

반면 공화당과 보수 진영은 즉각 반론을 폈다. 공화당의 존 매케인·린지 그래험 상원의원은 “오바마 대통령이 좀 더 결단력 있는 지도력을 보이면서 미국의 막강한 파워를 행사했다면 리비아 사태는 훨씬 빨리 끝냈을 수 있었다”라고 비판했다.

미국이 대해야 할 다음 타깃으로는 시리아의 독재 정권이 꼽히고 있다. 오바마 대통령은 “이제는 적법성을 상실한 알-아사드 대통령이 물러나야 할 때가 왔다”라고 선언했다. 미국의 정책 목표가 시리아의 정권 교체로 결정되었음을 천명한 것이다.

오바마, 알-아사드 대통령에게 ‘최후통첩’

예전처럼 무력을 동원해 정권을 타도하겠다는 뜻은 아니지만 해당국 정권과는 단절하고 반정부 세력을 지원하며 사태가 악화되면 리비아 사태처럼 군사 개입하고 나설 수도 있다는 최후통첩으로 간주되고 있다.

미국은 실제로 오바마 대통령이 알-아사드 시리아 대통령에게 퇴진을 공개 요구하기 전까지 수개월 동안 시리아의 정권 교체를 불러올 수 있는 각종 시나리오를 마련하고 정지 작업을 벌여왔다고 미국 언론들은 전하고 있다.

오바마 행정부가 모색하고 있는 시리아의 정권 교체를 위한 옵션으로는 크게 두세 가지 방안이 있다고 ‘워싱턴 근동정책 연구소’ 등 미국의 싱크탱크들은 관측하고 있다.

첫째, 알-아사드 시리아 대통령과 친분을 맺고 있거나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주변국들이 일제히 그를 버리도록 유도하는 전략이다. 지난 8월8일 시리아와 같은 수니파 이슬람 국가들인 사우디아라비아, 바레인, 쿠웨이트가 자국민들에게 발포를 멈추지 않는 알-아사드 대통령을 비난하며 자국 대사들을 일제히 소환해 사실상 그와 단절을 선언하면서 정권 교체를 지지하고 나섰다.

둘째, 에너지 분야에 대한 강력한 경제 제재로 알-아사드 정권의 돈줄을 틀어막는다는 방안이다.

알-아사드 정권은 전체 수입의 30%를 석유 수출에 의존하고 있고 석유 수출로 하루에 7백만~8백만 달러의 자금을 쓰고 있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미국은 시리아 석유의 대부분을 수입하고 있는 유럽연합과 함께 수입 및 투자를 전면 중단하는 제재 조치를 취하면 알-아사드의 돈줄을 완전히 끊어놓을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셋째, 주로 시리아에게 투자하고 있는 사우디아라비아 등 걸프 국가들과 카타르 등이 발을 빼고 거래를 끊게 되면 알-아사드 정권의 수명을 재촉하게 될 것으로 미국은 보고 있다. 이들 국가들이 알-아사드 정권과 거리 두기를 시작하기만 해도 정권 유지의 한 축을 맡아온 시리아 내 비즈니스 엘리트들이 알-아사드 버리기에 나설 것으로 미국측은 판단하고 있다.

하지만 미국과 동맹국들에게 시리아의 상황은 리비아와 달리 알-아사드 정권을 교체하기 위해 군사적으로 개입에 나서기가 매우 어렵다고 미국 언론들은 관측하고 있다.

그 이유는 첫째, 시리아에는 현재 이집트나 리비아와는 달리 막강한 반정부 세력이 없는 반면 군부는 여전히 알-아사드 대통령에게 충성하고 있다는 취약점이 있다. 둘째, 주변 국가들이 아직 일치단결해 알-아사드 정권의 교체를 요구하지 않으며 국제 사회에 군사 개입을 요청하지도 않고 있다. 셋째, 만약 알-아사드 정권이 붕괴되면 사태가 더 악화될 수 있다고 언론들은 해석하고 있다. 알-아사드 정권이 무너진다면 레바논에 근거를 두고 있는 헤즈볼라 세력이 강화되어 40년간이나 조용했던 시리아-이스라엘 간의 국경 분쟁이 다시 터질 수 있다고 이스라엘은 우려하고 있다. 또한 알-아사드 정권이 없어지면 미국이 최대의 골칫거리로 꼽고 있는 이란이 영향력을 행사하거나 개입하고 나서 중동 지역 상황을 송두리째 흔들 가능성을 미국은 걱정하고 있는 것이다.

알-아사드 시리아 대통령이 반인륜적 행동을 멈추지 않는다면 미국 등 국제 사회가 다시 군사적으로 개입할 가능성은 남아 있는 것이 분명하다. 그러나 몇 가지 난제들 때문에 결단을 내리는 데 시간이 걸리고 성공을 장담하기 힘든 개입이 될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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