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암물질과 값싼 치료비의 진실
  • 노진섭 (no@sisapress.com)
  • 승인 2011.08.31 00: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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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치과 단체가 임플란트 자재인 베릴륨 합금 사용과 관련해 법정 투쟁 벌이는 내막 추적

▲ 서울 강남구 역삼동에 있는 유디치과. ⓒ시사저널 윤성호

환자의 치아를 치료하는 두 치과 단체가 이를 갈며 싸우고 있다. 대한치과의사협회(이하 치협)는 유디(UD)치과를 불법 의료기관으로 규정했고, 유디치과는 치협을 대국민 사기 집단으로 몰아붙였다. 서로가 국민에게 진실을 밝히라며 소송까지 제기했다. 이 싸움에는 베릴륨이 불씨로 작용했다. 베릴륨은 국제암연구소가 규정한 1급 발암물질이다. 유디치과가 베릴륨 합금을 치과 재료로 사용한 것으로 드러나자 안전성 논란이 불거졌다. 이 합금으로 만든 임플란트 등의 인공 치아 시술을 받은 환자는 안전할까?

베릴륨 합금 안정성 논란, 왜 계속되나

김광만 세브란스병원 치과생체재료공학 교수는 “인공 치아 내부에 사용한 합금은 고체 상태이므로 환자에게 암을 일으킬 가능성은 없다. 다만 이 합금을 가공하는 치과 기공사에게는 문제가 된다. 이 물질에 열을 가하거나 가공할 때 나오는 기체나 분말을 코로 흡입하면 폐암에 걸릴 위험성이 있다”라고 설명했다. 식품의약품안전청도 2009년 환자에게 장착된 고체 형태에서는 해가 없다는 결론을 내린 바 있다.

치과 의사가 의뢰하면 치과 기공사가 인공 치아를 만들어 납품한다. 그런데 환자에게 잘 맞지 않으면 의사가 진료실에서 정밀하게 가공하는 만큼 기공사는 물론 의사와 환자에게도 위험성은 여전히 존재한다. 이 때문에 세계 각국은 이 물질의 사용을 자제하고 있다. 유럽 선진국은 함량 기준치를 0.02%로 정했다.

한국도 2008년 8월부터 이 기준을 따르고 있으며, 식약청은 2009년 6월 베릴륨 함량 기준을 초과한 치과용 자재에 대해 제조·수입을 금지했다. 그럼에도 유디치과가 2%의 베릴륨이 함유된 합금을 사용한 것으로 드러나자 치협이 이를 문제 삼은 것이다. 김철신 치협 정책이사는 “유디치과의 발암물질 사용은 국민의 건강권을 위협하는 보건 범죄이다. 대다수 치과는 식약청의 금지 규정을 따라 2009년부터 베릴륨 합금을 다른 합금으로 대체해 사용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반면, 유디치과측은 베릴륨 합금이 환자 건강과는 아무 관련이 없으며 다른 치과도 사용하는 재료라고 반박한다. 김종훈 유디치과 대표원장은 “이미 환자에게 무해하다는 것이 밝혀졌다. 그럼에도 치협이 국민에게 불필요한 불안감을 조장하고 있다. 또 대다수의 치과도 베릴륨 합금을 사용하고 있다. 식약청에 따르면 지난해 베릴륨 합금이 16t 수입되었다. 그중에서 유디치과가 사용한 물량은 3백kg이다. 나머지는 어디로 갔는지 상식적으로 판단할 수 있다. 또 유디치과는 수입상이 정식으로 수입한 합금을 사용했을 뿐이지 그 재료에 발암물질이 들어 있는지는 모른다”라고 맞섰다. 

기공사는 이 물질의 유해성을 몰랐을까? 익명을 요구한 한 기공사는 “2009년 식약청으로부터 사용 금지 통보를 받았다. 그러나 베릴륨 합금은 작업성이 좋다. 비(非)베릴륨 합금으로 인공 치아 한 개를 만들 시간에 베릴륨 합금으로는 두 개를 만들 수 있다. 이 때문에 기공사로서는 베릴륨 합금의 유혹을 뿌리칠 수 없다. 앞으로는 그 합금을 사용하지 않겠다”라고 말했다. 대한치과기공사협회는 기공사의 건강을 위해 어떤 노력을 했을까? 협회 관계자는 “수입상이 수입한 합금은 판매상을 통해 기공사의 손에 들어간다. 그 합금에 베릴륨이 들어 있는지는 모른다”라고 말했다.

식약청은 베릴륨 합금을 전량 회수하고, 수입업체(한진덴탈)를 검찰에 고발하는 한편 수입 업무 중지 6개월 행정 처분을 내렸다. 이 업체는 지난 2월에도 수입이 금지된 제품을 수입해 판매한 사실이 드러나 고발된 바 있다. 한편, 베릴륨 합금을 사용한 유디치과 소속 기공소를 압수수색한 서울 구로경찰서는 무자격 치과 기공사를 적발했다. 구로경찰서는 “20여 명의 치과 기공사 중 세 명이 무자격 기공사임을 적발했다”라고 밝혔다. 이렇게 발암물질 논란은 일단락되는 듯이 보였다.

▲ 유디치과가 임플란트 치아 발암물질 논란과 관련해 낸 신문 광고.

일반 치과 의사들은 유디치과가 베릴륨을 사용한 배경을 문제 삼고 있다. 진료비를 싸게 해서 환자를 유인할 목적으로 위험한 물질을 사용했다는 것이다. 실제로 유디치과에서는 임플란트 비용이 일반 치과보다 30~50% 싼 80만~1백20만원이다. 최저가는 57만원이다. 김용석 유디치과 홍보실장은 “1백19개 치과가 재료를 공동 구매한다. 인건비를 적정 수준으로 낮추고 자체 기공소도 운영한다. 광고나 홍보를 하지 않아 진료비를 낮출 수 있다”라고 설명했다.

임플란트 가격은 보험 적용을 받지 않아 치과마다 비용이 다를 수밖에 없다. 한 치과의사는 “소비자에게 싼 진료비를 받는 것이 무엇이 문제이겠는가. 문제는 품질이다. 임플란트 품질은 시술 후 6개월에서 1년이 지나야 나타난다. 그 후에 환자가 치과로 찾아가면 치과는 환자의 탓으로 돌린다. 따라서 처음부터 꼼꼼히 시술하는 치과를 찾아야 한다. 동네에서 오랜 기간 영업한 치과는 믿을 만하다. 부정한 치과라면 오래 버티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유디치과는 하루에 50명에게 임플란트 시술을 한다. 일반 치과보다 두 배 이상 많다. 정해진 시간에 많은 양의 인공 치아를 만들려면 베릴륨 합금을 사용할 수밖에 없다. 또 본봉이 작아서 매출의 20%를 인센티브로 받는 유디치과의 월급쟁이 의사가 환자를 제대로 치료하겠는가”라고 지적했다.

환자 유인과 과잉 진료 문제도 도마에 올랐다. 환자 유인과 과잉 진료는 의료법 위반이다. 한 치과 의사는 “유디치과는 스케일링 비용을 받지 않는다. 그러나 무료로 스케일링을 받으러 온 환자에게 이런저런 치료를 권한다. 스케일링은 환자를 유인하는 미끼인 셈이다. 김종훈 대표원장은 유디그룹이라는 개인 컨설팅회사도 차렸다. 그 내부에 환자를 유치하는 영업 조직이 있다. 영업 직원은 환자를 유치하는 숫자에 따라 인센티브를 받는다. 심지어 할당량을 못 채우면 마이너스 인센티브를 적용한다. 반면, 유디치과의 연 매출이 4천억원인데, 그중에서 2백억원이 대표원장 주머니로 들어간다”라고 밝혔다.

치협 “과잉 진료”… 유디치과 “명예훼손”

▲ 서울 성동구 송정동에 있는 치과의사협회 건물. ⓒ시사저널 박은숙

또 다른 치과 의사는 “유디치과에서 치료받은 환자가 의심스럽다며 우리 치과로 왔다. 이 환자는 임플란트를 두 개 해 넣었는데, 유디치과로부터 앞으로 10개를 더 해야 한다는 말을 들었다고 했다. 내가 눈을 씻고 찾아보아도 더 치료할 치아는 보이지 않았다. 물론 예방 목적으로 진료 범위를 넓게 잡는 의사도 있지만 이 정도라면 도를 넘어선 과잉 진료이다”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고광욱 유디치과 여의도노총점 원장은 “치료 목적의 스케일링은 돈을 받지만, 일반적인 스케일링은 돈을 받지 않는다. 무엇이 문제인가. 또 임플란트 시술 판단은 의사마다 다를 수밖에 없다”라고 반박했다.

치협은 유디치과의 영업 방식도 불법이라고 규정했다. 일반적인 네트워크 치과는 개별 치과 여럿이 모여 같은 간판을 걸고 영업을 한다. 브랜드를 알리고 자재를 공동 구매하므로 원가를 낮출 수 있는 장점이 있다. 그러나 유디치과의 운영 방식은 다소 다르다. 유디치과가 지점을 내고 월급제 의사를 고용하는 방식이다. 김용석 유디치과 홍보실장은 “개인이 치과를 개업하려면 5억원 정도가 필요하다. 치과 의사로서는 부담이다. 그런 의사에게 치과를 제공하고 의사는 진료만 하면 된다. 의료법에 1인 1개소 규정이 있는데, 이는 비(非)의료인이 진료하는 행위를 막기 위한 것이지 그 치과에 누가 투자하는지는 문제가 되지 않는다”라고 설명했다. 치협은 과거 1인 1개소 규정 위반을 문제 삼아 여러 차례 고소했지만, 법원은 무혐의·기각 판결을 내린 바 있다.

치협은 금융실명제법 위반 의혹까지 제기했다. 유디치과측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치협을 명예훼손으로 고소했다.

두 조직의 싸움을 지켜보는 국민은 혼란스럽다. 직장인 고낙경씨(43)는 “서로 강하게 부딪치면 정부가 나서서 중재해야 한다. 복지부와 식약청은 팔짱만 낀 채 구경하는 모양새이다. 임플란트 가격도 그렇다. 보험 적용이 안 되므로 치과마다 가격이 천차만별이다. 싸다고 좋은 것도 아니고 비싸면 환자에게 부담이다. 정부가 상한선을 정하든지 어떤 대책을 내놓아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치과에 대한 국민의 불신은 쉽게 사라지지 않을 것 같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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