끼었던 ‘거품’ 빠지자 순위도 ‘출렁’
  • 신하영│한국대학신문 기자 ()
  • 승인 2011.08.31 0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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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 취업률, 직장 건강보험 DB 연계한 통계에서 실상 드러나

▲ 지난 3월8일 건국대에서 열린 LG전자 채용설명회에 참여한 대학생들이 회사 관계자의 설명을 유심히 듣고 있다. ⓒ뉴시스

청년 실업난이 지속되면서 대학 취업률 발표는 해마다 이슈가 된다. 교육과학기술부는 지난 2007년 ‘교육정보공개법(교육관련 기관의 정보공개에 관한 특례법)’이 제정된 뒤 2008년부터 해마다 대학 취업률 통계를 발표해오고 있다. 그럼에도 몇 해 전까지만 해도 대학들이 내세우는 취업률은 피부에 와 닿지 않았다. 대학이 내세우는 취업률은 높은데 정작 졸업생과 재학생은 체감하지 못한 것이다.

그 이유는 지난해에 드러났다. 교과부가 직장 건강보험 DB(데이터 베이스)를 토대로 취업률 통계를 산출하자, 4년제 대학의 취업률은 55%로 곤두박질쳤다. 지난 2009년 취업률 64%에 비해 10%포인트 가까이 하락한 것이다. ‘취업에 강한 대학’을 내세웠던 전문대학도 55.6%를 기록했다. 4년제 대학보다 고작 3.7%포인트 앞서 머쓱해할 정도였다.

이는 기존의 대학 취업률에 상당 부분 거품이 끼어 있었다는 증거이다. 교과부와 한국교육개발원은 이전까지 ‘주당 18시간 이상 근무하며 일정 소득을 얻는 자’를 취업자로 정해 관련 통계를 산출해왔다.

그런데 대학이 자체적으로 조사한 자료를 토대로 취업률을 집계하는 과정에서 거품이 생긴 것이다. 대학들이 단기 계약직이나 일용직으로 일하는 졸업생까지 무리하게 취업자에 포함시키며 부풀리기가 이루어졌기 때문이다. 일부 대학의 경우 취업률 집계 시점에 맞추어 한시적으로 교내에 취업을 시키는 일도 많았다.

그렇다 보니 직장 건강보험(건보) DB와 연계된 취업률 통계의 파장은 컸다. 대학 간 취업률 순위에서도 일대 지각 변동이 일어났다. 취업률 거품이 빠지면서 순위가 떨어진 대학이 있는가 하면, 정규직 취업률을 높이는 데 신경을 써온 대학이 1위를 꿰차기도 했다.

서울과기대·한밭대 등이 그룹별 1위

졸업생 3천명 이상 그룹(‘가’ 그룹)에서 2009년 4위를 차지했던 원광대가 2010년 건보 DB 연계 취업률이 발표되며 24위로 곤두박질친 것이 대표적이다. 당시 원광대 취업률은 72.2%였으나, 건강보험 연계 취업률을 적용한 지난해 취업률은 44.8%였다. 원광대는 올해 취업률 통계에서도 29위(취업률 45.2%)를 기록했다. 지난해 급전직하했던 순위를 아직까지 만회하지 못하고 있는 셈이다.

‘나’ 그룹(졸업자 2천명~3천명 미만)에서도 변화는 일어났다. 20위권 밖에 있던 충주대가 지난해 2위로 올라선 것이 눈에 띄었다. 충주대는 올해 취업률 통계에서도 62.7%로 ‘나’ 그룹 3위를 차지했다. ‘다’ 그룹(졸업자 1천명~2천명 미만)에서는 1위였던 건양대가 2위로 내려앉았고, 한국산업기술대가 새로운 강자로 부상했다. 특히 2009년 19위를 차지했던 한국해양대가 3위로 진입했고, 역시 20위권 밖에 있던 한경대가 4위로 올라섰다. 이같은 현상은 올해에도 이어져 산업기술대가 1위, 한국해양대가 5위, 한경대가 7위로 여전히 강세를 보이고 있다.

대학 및 산업대학 취업률 상위 10위          자료: 교육부

 

 

 

 

 

 

 

‘가’ 그룹(졸업자 3,000명 이상)

 

‘나’ 그룹(2,000명 이상~3,000명 미만)

순위

학교명

취업률(%)

 

순위

학교명

취업률(%)

1

서울과학기술대학교

73.5

 

1

한밭대학교

71.4

2

성균관대학교

68.7

 

2

아주대학교

68.4

3

연세대학교

65.5

 

3

충주대학교

62.7

4

고려대학교

64.9

 

4

동서대학교

61.9

5

인하대학교

64.6

 

5

중앙대학교

61.6

6

한양대학교

64.4

 

5

홍익대학교

61.6

7

건국대학교

60.7

 

7

숭실대학교

61.1

8

서울대학교

59.8

 

8

인제대학교

60.3

9

경북대학교

57.8

 

9

대구가톨릭대학교

59.7

10

부경대학교

57.4

 

10

울산대학교

56.8

 

 

 

 

 

 

 

‘다’ 그룹(1,000명 이상~2,000명 미만)

 

‘라’ 그룹(1,000명 미만)

순위

학교명

취업률(%)

 

순위

학교명

취업률(%)

1

한국산업기술대학교

74.9

 

1

목포가톨릭대학교

85

2

을지대학교

74.7

 

2

한국기술교육대학교

79.6

3

한국항공대학교

74

 

3

한려대학교

77.7

4

건양대학교

73.9

 

4

목포해양대학교

77.1

5

한국해양대학교

71.7

 

5

한중대학교

73.3

6

서강대학교

70.2

 

6

예수대학교

70.8

7

한경대학교

68.2

 

7

차의과학대학교

68.1

8

금오공과대학교

67.9

 

8

꽃동네현도사회복지대학교

65.2

9

경남과학기술대학교

67.4

 

9

서남대학교

64

10

동신대학교

65.7

 

10

한북대학교

63.9


산학 협력 주력한 대학들 두각 나타내

동시에 그동안 산학 협력에 주력해온 대학들이 자연스럽게 두각을 나타냈다. 서울과학기술대(옛 서울산업대), 한밭대, 한국산업기술대, 한국기술교육대가 그런 대학들이다. 이 가운데 서울과학기술대는 졸업생 3천명 이상 그룹(‘가’ 그룹)에서 4년간 취업률 1위를 이어가고 있다. 나머지 대학들도 지난해에 이어 각 그룹별 1위를 고수했다. 한국기술교육대만 올해 ‘라’ 그룹 2위로 잠시 주춤했을 뿐이다. 서울과학기술대가 동일 그룹 내 성균관대, 고려대 등 쟁쟁한 대학들보다 취업률에서 앞설 수 있었던 이유는 산학 협력에서 찾을 수 있다. 현장 실습과 인턴십이 강화되면서 학생들의 눈높이가 현실화된 점도 배경으로 꼽힌다.

서울과학기술대가 건보 DB 연계 취업률에서도 1위를 차지하자 이 대학 지성표 교수(산업정보시스템공학과)는 “아무래도 연세대나 고려대 등 명문 사립대의 경우 학생들의 눈높이가 높아 대기업에 취업하는 것만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우리 대학의 경우 현장 실습이나 인턴십이 활발하게 진행되다 보니 중견 기업이나 중소기업에서도 발전 가능성을 확인하는 학생들이 많아졌다”라고 말했다. 지교수는 또 “산업계 인사가 겸임교수로 학생들을 가르치면서, 현장과 밀접한 교육을 폈던 것도 취업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다”라고 덧붙였다.

‘나’ 그룹(졸업자 2천명~3천명 미만)에서 3위로 올라선 충주대도 산업계 맞춤형 교육에 주력했다는 점을 이유로 꼽았다. 이 대학 이호식 환경공학부 교수는 “산업계와 대학 교육의 ‘고용 미스매치’를 최소화하려고 노력했다. 산업계가 원하는 맞춤형 교육을 위해 기업 정보를 수집하고, 이를 해당 학과에 제공해 교육 과정에 반영하도록 한 것이 주효했다”라고 분석했다.

재작년과 지난해에 이어 3년째 ‘나’ 그룹 1위 자리를 고수하고 있는 한밭대도 마찬가지다. ‘산업 협력 중심 대학’을 지향해온 점이 취업률 상승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최병욱 기획처장은 “산학 협력 중심 대학을 지향해오면서 1천2백여 개의 가족 회사(대학과 협력 관계를 맺고 학생들에게 현장 실습 기회를 제공하거나, 기술 지도 등을 하는 기업)를 보유하게 되었다. 여기에 더해 산업체 현장 실습과 공동 연구 과제 수행에 주력해온 것이 취업률이 높은 비결이다”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건보 DB 연계 취업률에도 맹점은 있다. 신학대·예술대 졸업자들은 그 특성상 종교계 취업자나 프리랜서 근무가 적지 않다. 이들의 경우 직장 건강보험에 가입되어 있지 않은 경우가 많다. 건보 DB를 활용한 조사에서는 ‘취업자’로 간주되지 않는 것이다.

교육 당국도 이런 문제점을 감안해 올해부터 종교 지도자 양성을 목적으로 하는 신학과 졸업생은 통계에서 제외시켰다. 또 전공의 특수성을 감안한 취업률 통계가 필요하다는 요구에 따라 올해는 소계열(학과·전공) 취업률 통계도 따로 산출했다.

그럼에도 논란은 여전하다. 모든 대학을 취업률 통계로 서열화하는 것이 과연 타당하느냐 하는 것이다. 교사를 양성하는 교육대와 예술가를 배출하는 예술대의 취업률을 종합대와 같은 기준으로 산출한다는 것에 일부 대학이 불만을 제기하는 것이다. 

전문대학 취업률 상위 10위       자료: 교육부

‘가’ 그룹(졸업자 2,000명 이상)

 

‘나’ 그룹(1,000명 이상~2,000명 미만)

 

‘다’ 그룹(1,000명 미만)

순위

학교명

취업률(%)

 

순위

학교명

취업률(%)

 

순위

학교명

취업률(%)

1

영진전문대학

78.2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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