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성에 ‘첨단 과학’ 입힌 선물 포장의 비밀
  • 김형자│과학 칼럼니스트 ()
  • 승인 2011.09.03 16: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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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있고 멋있게 보이게 하는 차원 넘어, 선도 유지 등 품질 보존 효과…받는 사람에게 감동 두 배 선사

▲ 서울의 한 대형 할인점에서 한우를 이중 산소 진공 포장으로 싸 선도 유지와 배송의 편리함을 동시에 구현하고 있다. ⓒ시사저널 이종현

모든 것이 풍성한 한가위이다. 사람들은 양손에 멋지게 포장된 선물을 들고 고향을 찾는다. 소박한 선물이지만 정성과 마음을 담아 준비한 선물이라 더욱 값지다. 그런데 이러한 선물을 포장하는 데도 맛과 신선도를 유지하기 위한 최첨단 과학이 동원된다. 그저 멋지고 근사하게 보이기 위한 포장 기술인 줄 알았는데, 포장에도 과학을 접목시키다니 놀랍지 않은가. 선물 포장에 적용된 과학적 원리를 들여다보자.

과일의 당과 신선도를 높여 주는 포장 기술

누가 뭐래도 추석 선물로 빼놓을 수 없는 것이 과일이다. 과일은 늘 추석 대목 시장을 주름잡아 왔던 선물계의 황제이다. 그런데 올여름의 이상 고온 현상으로 시장에서는 제대로 된 과일을 구경하기가 쉽지 않다. 유통업계는 유난히 잦은 집중 호우, 고온 현상으로 인해 품질이 떨어진 과일의 당도를 높이고 신선도와 맛을 오래도록 유지할 수 있는 방법을 찾기 위해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그 방법 중 하나가 과일에 스티커를 붙이는 일이다.

고려대 식품공학과 박현진 교수는 2009년 과일의 노화를 막아주는 특별한 스티커를 개발했다. 백화점들은 과일의 신선도를 유지하기 위해 이 ‘신선 스티커’를 활용 중이다. 보통 과일은 공기 중에서 호흡하는 과정에서 에틸렌 가스가 생긴다. 에틸렌 가스는 과일의 숙성과 식물 조직의 노화를 촉진시켜 부패를 일으키거나 병원균의 침투를 빠르게 하는 역할을 한다. 그런데 신선 스티커에는 에틸렌 가스를 흡수하는 흡수제가 들어 있어 과일의 꼭지에 붙여놓으면 신선도를 유지시켜준다. 과일의 호흡은 90% 이상 꼭지 부분에서 이루어지기 때문이다. 추석 선물로 받은 과일 상자를 열었을 때 과일 꼭지에 스티커가 붙어 있는 이유이다.

스티커가 붙은 각각의 과일들을 박스에서 꺼내 일반 냉장고에 넣어두어도 한 달간 과일의 신선도와 당도 등 품질 지표가 급격하게 변하는 것을 막아준다. 모두 에틸렌 가스를 흡수해버리는 신선 스티커 덕분이다.

또한 이번 추석 과일 선물 세트 포장에 신선도 유지제인 ‘후레쉬업(Fresh Up)’을 사용하는 업체도 많다. 정사각형 모양의 작은 팩을 농산물과 함께 넣고 보관하는 신선도 유지제는  과망간산칼륨 수용액을 규조토에 넣어 굳힌 물질이다. 후레쉬업도 농산물에서 발생하는 에틸렌 가스를 빨아들여 소비자가 섭취할 때까지 유통 기간의 신선도를 유지시켜주는 역할을 한다.

육류를 포장하는 방식도 진화하고 있다. 단순히 포장 디자인만 멋있게 하는 것이 아니라 제품의 맛과 향을 더하고 신선도도 높여주는 첨단 과학이다. 냉장 한우 선물 세트의 최신 과학적 포장 방법은 가스치환포장(MAP)이다. 가스치환포장은 고기를 포장할 때 포장 내의 공기를 모두 없앤 다음 산소와 이산화탄소를 적정 비율로 섞은 혼합 가스를 주입해 포장하는 방법이다. 이 포장법은 미생물 성장을 억제할 수 있어 반(半)진공 포장 제품보다 신선도를 사흘가량 더 오래 유지시켜준다. 따라서 7일 정도 부패를 방지할 수 있다. 효소에 의한 오염도 지연시켜주는 효과가 있다.

육류와 생선류를 싱싱하게 유지하는 특별한 장치들

냉장이나 냉동 정육 세트의 포장재도 내부 단열이 뛰어난 EPP(Expanded Polypropylene : 발포폴리프로필렌)로 바뀌고 있다. EPP는 기존의 포장 소재인 스티로폼보다 가격은 네 배 정도 비싸지만, 화학 첨가를 하지 않고 만들기 때문에 불에 강하고 연소 때 이산화탄소 같은 공해 물질이 적게 나와 친환경적이다. 또한 탄성이 뛰어나기 때문에 그동안 잘 부서져 상품을 훼손시켜왔던 스티로폼 포장의 단점을 예방할 수 있다. EPP는 자동차 범퍼용 소재이므로 충격 완충용 포장 상자로 적합하다.

또 냉동 한우 선물 세트를 배송할 때에는 신선도를 높이기 위해 아이스 팩을 사용한다. 아이스 팩 보냉제는 기존에 사용하던 아이스젤 팩(향균 젤 팩) 대신 PCM(상변화 물질) 소재로 바꿨다. PCM 팩은 영하 10℃의 상태가 상당 시간 지속되어 상온 상품의 보관에는 효과가 적지만, 냉동 상품에서는 보냉 효과가 탁월하다. 아이스 팩을 넣는 위치는 포장 뚜껑 쪽, 즉 물품의 맨 위이다. 차가운 공기는 밀도가 크고 무거워 아래로 가라앉기 때문에 이를 이용해 상자 전체에 골고루 찬 공기를 전함으로써 신선도를 유지하기 위함이다.

생선 선물 세트 포장도 독특하다. 살 때 멀쩡했던 생선이 받을 때 부패하거나 손상되는 현상을 방지하기 위해 과학 원리를 적용한 포장법을 이용한다. 전복 선물 포장도 그중의 하나이다. 보통 전복을 포장할 때에는 바닷물과 함께 기포 발생기를 넣는다. 전복이 살아 있는 기간을 늘려 최상의 보존 상태를 유지하기 위해서다. 또 산지에서 직접 채취한 다시마를 함께 넣어 아이스 팩으로 포장해 신선도를 유지함으로써 갓 잡은 듯한 활전복을 선물하는 감동까지 선사한다.

명절 선물로 꾸준한 인기를 누리고 있는 굴비는 포장 상자를 종이 재질로 바꾸는 추세이다. 겉보기에는 그냥 일반 포장지처럼 보이지만, 이 종이에는 숯 코팅이 되어 있어 항균과 방습, 냄새 제거 효과가 크다. 또 예전에 주로 사용한 등바구니는 분리 수거에 어려움을 겪었는데, 숯으로 코팅한 종이는 신선도 유지뿐만 아니라 재활용 쓰레기로 분리되어 매우 효과적이다.

은갈치 선물 세트 포장도 매력적이다. 생선의 신선도를 유지하기 위해 머리·꼬리·지느러미를 제거하고, 네 토막으로 손질해 한 토막씩 진공 포장한 후 특수 단열된 아이스박스에 아이스 팩을 넣는 방법을 사용한다. 따라서 산지에서 갓 포장된 싱싱한 수산물을 받을 수 있다.

젓갈 제품도 인지도가 높은 추석 선물이다. 젓갈이나 고급 전통 장류 선물 세트는 기본적으로 도자기에 담아 포장한다. 젓갈이나 장류를 도자기에 담을 경우 그 안에서 발효가 일어나 맛과 향이 더욱 좋아지기 때문이다. 도자기 파편을 현미경으로 살펴보면 다공질의 공간, 즉 숨구멍이 있다. 이 구멍은 공기는 투과하면서 물은 투과할 수 없을 정도로 작아 외부의 맑은 산소를 내용물에 지속적으로 공급한다. 도자기 안과 밖의 공기가 잘 통하게 되면 젓갈의 신선도가 오랫동안 유지될 뿐 아니라 발효가 천천히 지속되어 맛과 향을 높여준다.

이처럼 새롭게 도입되는 포장 상자와 보냉 팩 덕에 우리는 더욱 신선한 추석 선물을 받아 볼 수 있다. 이번 명절에는 한 번쯤 첨단 과학기술로 무장된 포장의 과학 원리를 음미하며 선물 상자를 열어보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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