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에 극적인 인기도 변화를 겪은 사람이 두 명 있다. 바로 김연아와 강호동이다. 김연아는 한동안 안티가 급증하는 추세였다. 그랬던 안티들이 최근에 ‘한 방’에 정리되며 절대적 인기라는 경지에 올라섰다. 강호동은 그 반대이다. 오랫동안 유재석에 밀려 2인자 국민 MC의 위상이었던 그는, 지난해 후반기 이후 유재석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수준으로 성장했었다. 하지만 최근에 안티가 놀라울 정도로 급증하며 ‘한 방’에 타격을 입고 있다.

국민 스타 김연아의 안티는 왜 갑자기 사라지고, 국민 MC 강호동의 안티는 왜 갑자기 늘어났을까? 김연아는 어떻게 해서 절대적 인기를 누리는 ‘초’스타가 되었을까? 그 이유를 따져보자.

국민들 마음속에 국가대표로 자리 잡은 김연아

김연아는 한국의 희망, 한국의 자신감, 한국의 당당함을 상징하는 존재였다. 우리나라는 원래 한국인이 세계 무대에서 넘을 수 없을 것이라고 여겨졌던 어떤 벽이 깨졌을 때 국민적 열광이 발생한다. 대표적으로 2002년 월드컵 세계 4강 당시의 열기를 거론할 수 있겠다. 당시 한국팀이 보여준 기량은 그 전까지 상상할 수도 없는 수준이었고, 그것을 본 한국인은 열병에라도 걸린 것처럼 길거리로 뛰쳐나와 축제를 만끽했었다.

그중에서도 특히 박지성은 당시 세계 최고 팀이라던 포르투갈을 상대로 결승골을 넣었는데, 그것이 대포알 중거리슛도 아니고, 세트플레이에 의한 슛도 아닌, 서양 선수나 하는 줄 알았던 정교한 슛이었다. 그 후 그는 세계 최고의 축구 프로리그라는 프리미어리그에서 세계 최고의 팀이라는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주전으로 활약했다. 이것도 한국인의 한계를 깬 것이었고, 당연히 국민적 열광이 발생했다.

김연아의 경우는 이보다 더욱 압도적이다. 그는 세계 4강 수준이 아니다. 한국인이 꿈도 꿀 수 없었던 피겨스케이팅이라는 종목에서 세계 신기록을 세우며 1위를 했다. 선진국의 그 누구도 김연아의 적수가 될 수 없었다. 당연히 열광으로 이어졌다.

게다가 김연아는 신체도 압도적으로 아름다웠다. 한국인은 뿌리 깊은 서양 콤플렉스를 가지고 있는데, 그중에는 신체 콤플렉스(작은 키와 숏다리)도 크다. 김연아는 경기 중에 서양 선수들 이상의 아름다운 신체를 보여주었다. 그리고 밝고 당당하고 ‘쿨’했다. 그것은 21세기에 나타난 새로운 한국인, 빈곤이나 개발 시대의 그림자가 완전히 사라진, 평균 신장이 동아시아에서 가장 큰 신인류 한국인을 상징하는 모습이었다.

최근에 한국에서는 소녀 신드롬이 나타나고 있다. 김연아는 걸그룹 멤버들 못지않은 노래와 춤 그리고 사랑스러운 미소를 보여주었다. 이런 이유로 인해 그는 모두의 사랑을 받는 국민 여동생이 될 수 있었다.

하지만 국민 여동생에게도 안티는 생겼다. 대중은 그를 CF 영상을 통해 점점 더 많이 접촉하게 되었다. 또 예능 프로그램에서도 그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이것은 김연아가 명성을 이용해 개인의 이익을 추구한다는 인상을 주었다. 그러자 국민 여동생에게 안티가 생긴 것이다. 그러다 안티가 일거에 사라진 계기가 된 것은, 그가 동계올림픽 유치에 기여한 사건이었다. 그것은 김연아가 우리 공동체 전체의 이익을 위해 헌신한다는 느낌을 주었다. 그는 국민들 마음속의 국가대표, 국보 소녀가 되었다. 이것이 최근에 김연아의 인기가 급증한 이유이다.

앞에서 김연아가 개인의 이익을 추구하는 듯하자 국민 여동생의 위상이었음에도 안티가 생겨났다고 했다. 이 원리는 최근 강호동의 안티가 급증한 것에도 똑같이 적용되었다.

얼마 전 강호동이 <1박2일>에서 하차한다는 기사가 흘러나왔다. 그러면서 그가 거액을 받고 종합편성 채널 방송으로 옮겨갈 것이라는 얘기가 나왔다. 한동안 시끄럽더니 결국 <1박2일>이 6개월 후에 폐지되는 것으로 결론이 났다. 이것은 강호동이 개인의 이익 때문에 국민적 사랑을 받는 프로그램을 흔들었다는 느낌을 주었다. 그러자 안티가 폭발적으로 늘었다. 최근 <1박2일> 관련 기사를 보면 강호동에 대한 악플이 가득하다. 이기적이라는 이미지는 이렇게 국민 MC라는 위상마저 흔들어버릴 정도로 위력적이다. 반대로 모두를 위해 자신을 희생한다는 이미지는 국민적 사랑을 만들어내는 바탕이 된다(강호동이 실제로 이기적이라는 이야기가 절대로 아니다. 이번 <1박2일> 하차 논란이 대중에게 그런 느낌을 주는 구도였다는 것일 뿐이다).

이기적 이미지 노출로 ‘공든 탑’ 무너질 위기의 강호동

<1박2일>에서는 한동안 이승기 하차 논란이 화제가 되었었다. 이승기가 일본에 진출하기 위해 <1박2일>을 떠난다는 내용이었다. 당시는 소녀시대나 카라가 일본에서 올리는 막대한 매출이 한참 화제가 되던 중이었고, 이승기도 일본에 진출하면 상당한 수입이 예상된다는 것이 중론이었다.

네티즌들은 이승기가 자기 이익을 위해 프로그램을 저버린다고 비난했다. 이승기 하차를 만류하는 블로거의 글이 줄을 이었다. <1박2일>이 이미 김C와 MC몽의 하차로 타격을 입은 후였기 때문에, 이승기의 하차가 프로그램에 치명상을 안길 것이라는 우려였다.

결국 이승기는 ‘의리를 지켜’ 프로그램에 남기로 했다. 이 결정은 일본 활동에서 기대되는 막대한 개인적 이익을 포기하고 시청자가 사랑하는 프로그램을 위해 희생한다는 이미지를 만들어냈다. 그러자 이승기의 인기가 한 차원 더 뛰어올랐다. 그 후 말도 많고 탈도 많은 <1박2일> 관련 기사에서 이승기를 비난하는 댓글을 전혀 찾아볼 수 없을 정도였다.

이번에 강호동 하차 논란과 그 뒤를 이은 <1박2일> 폐지 결정은 정확히 그 반대를 보여준다. 이것은 프로그램과 시청자에 대한 의리를 내세워 일본으로 떠나려는 동생을 잡아 앉힌 맏형이, 정작 자신은 좋은 기회를 찾아 떠나는 것 같은 모양새가 되어버렸다. 시청자는 배신감을 느꼈다.

이런 사례는 대중적인 사랑을 받기 위해서는 ‘희생적 이미지’가 필요하다는 것을 보여준다. 아무리 범국민적 인기를 끌던 사람이라 할지라도 ‘희생’이나 ‘헌신’의 이미지가 아닌 ‘이기적’으로 비칠 수 있는 느낌을 주는 순간 ‘대중의 적’으로 매장된다. 국민 MC, 국민 배우 등 ‘국민’이라는 수식어를 누리고 싶어 하는 사람이라면 잊지 말아야 할 포인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