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년 위협하는 대장암 공포 이렇게 물리쳐라
  • 노진섭 (no@sisapress.com)
  • 승인 2011.09.20 12:21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국내 최고 전문의들이 권하는 최신 예방법 / 운동화 신고 출근하는 등 걷기 일상화해야

▲ 서울 성곽을 따라 걷는 사람들. 신체 활동이 대장암 예방의 첫걸음이다. ⓒ시사저널 전영기

한국 프로야구에 큰 발자취를 남긴 최동원 전 한화 이글스 2군 감독이 9월14일 유명을 달리했다. 평생 운동을 해온 덕분에 건강만큼은 자신할 것 같은 그를 53세의 젊은 나이에 무너뜨린 것은 대장암이었다. 프로야구 원년, 22연승 신화를 만든 불사조 박철순 선수가 2007년 수술대에 누운 이유도 대장암이었다. 중년 남성들 사이에 대장암 공포가 급속히 확산되고 있다. <시사저널>은 국내 최고 전문가들로부터 최신 대장암 예방법을 들었다. 육류 ㅅㅓㅂ취를 줄이는 것보다 더 효과적인 예방법은 몸을 움직이는 것이었다.

“확실한 대장암 예방법은 ‘운출생운’이다.” 대장암 분야의 최고 권위자인 박재갑 국립중앙의료원 원장의 말이다. 운출생운은 ‘운동화 신고 출근하는 생활 속 운동’의 줄임말이다. 박원장은 “지금까지는 기름진 고기를 덜 먹고 섬유질을 많이 섭취하는 것이 대장암 예방법이었다. 그러나 최근 세계 전문가들은 몸을 많이 움직일수록 대장암 예방에 더 효과적이라는 연구 결과를 내놓고 있다. 신체 활동만으로도 대장암을 최대 70%까지 예방할 수 있다. 바쁜 현대인이 따로 시간을 내서 운동할 수 없으므로, 나는 일상에서 운동 효과가 가장 큰 걷기를 강조하는 의미에서 운출생운을 강조한다.

나도 매일 운동화를 신고 생활한다”라고 설명했다. 올해 초 청와대에서 열린 대통령 업무보고 자리에도 운동화 차림으로 참석했던 박원장은 “당시 청와대에서 자연스럽게 대장암 발생 원인에 대한 이야기가 나왔다. 나는 대통령에게 운동화를 벗어 보이면서 국민 걷기 운동을 생활화해야 한다고 말했다”라며, 신체 활동이 대장암 예방의 최선임을 강조했다.

활발한 신체 활동이 장의 연동 운동 촉진

세계암연구재단과 미국암연구소가 2007년 발표한 연구 보고서도 대장암 예방에 효과적인 방법으로 신체 활동을 꼽았다. 신체 활동이 적으면 장의 연동 운동이 느려진다. 즉, 대변이 장을 통과하는 시간이 길어져 대장 점막 세포가 암 유발 물질과 접촉하는 시간이 그만큼 늘어난다. 신체 활동은 장 운동을 촉진해서 대변이 장에 머무르는 시간을 단축함으로써 대장암 발생 빈도를 낮춘다. 또 몸을 움직일수록 생리활성물질(프로스타글라딘: PGF)이 증가하는데, 이 물질이 대장암 세포의 증식을 억제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신체 활동은 대장암뿐만 아니라 5대 사망 원인을 줄이는 효과에서도 탁월하다. 사망 원인 1위인 전체 암을 10%나 줄이며, 뇌혈관과 심혈관질환도 20~30%나 예방한다. 사망 원인 4위인 자살도 줄이는 것으로 나타났고, 체중 조절과 함께 신체 활동을 꾸준히 하면 당뇨도 70%까지 예방할 수 있다.

자동차 여행보다 몸 움직이는 계획 세워라

신체 활동이란 특정 운동을 의미하는 것일까? 바쁜 직장인이 운동할 시간을 따로 내기는 쉽지 않다. 세계암연구재단은 직업상 신체 움직임(노동), 이동(걷기·자전거 타기), 가사일(식사 준비), 여가 활동을 신체 활동으로 정의했다. 즉, 따로 시간을 내서 운동하지 않더라도 일상생활 속에서 부지런히 몸을 놀리면 대장암을 예방할 수 있다는 뜻이다.

미국암협회는 생활 속에서 손쉽게 실천할 수 있는 신체 활동을 소개했다. 예를 들어, 직장이나 아파트에서 엘리베이터보다 계단을 이용하는 것은 누구나 매일 실천할 만한 방법이다. 가까운 거리를 이동할 때에는 자동차보다 자전거를 이용하거나 걸어가면 된다. 가족이나 직장 동료와 함께 점심 시간에 운동을 즐기는 방법도 있다. 스트레칭이나 빨리 걷기가 좋다. 같은 직장 내에서 메신저나 전화로 대화를 나누는 경우가 많은 직장인은 직접 동료를 찾아가는 것도 신체 활동을 늘리는 지혜이다. 주말 여가 시간에도 자동차 여행보다 몸을 움직이는 계획을 세우는 편이 바람직하다. 어린 자녀와 운동장에서 놀이 시간을 갖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TV를 보는 시간에도 고정식 자전거를 타는 습관을 기르는 방법도 있다. 신체 활동이 어느 정도 몸에 배면 그 양을 늘릴 필요가 있다. 걷기가 자신에게 적합한 사람은 만보계를 착용하고 걷는 거리를 늘리면 좋다. 스포츠 동호회에 가입하면 오랜 시간 지루하지 않게 운동을 즐길 수 있다.

국내에서도 의사와 체육 전문가들이 모여 신체 활동 기준을 마련했다. 성인은 걷기·자전거 타기와 같은 유산소 운동을 하면서 윗몸 일으키기와 팔굽혀 펴기 등 근력 운동을 병행하면 좋다. 어린이와 청소년은 성인보다 더 오래 신체 활동이 필요한 시기이다. 매일 1시간 이상 신체 활동을 하고, 여가 시간에 앉아서 보내는 시간을 하루 2시간 이내로 제한해야 한다. 임신부와 만성질환 환자도 운동을 게을리하면 안 된다. 의사와 상담한 후 충격이 적은 운동을 선택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신체 활동이 적합한 시간은 따로 없다. 아침이든 저녁이든 가능한 시간에 몸을 움직이면 된다. 다만, 너무 가벼운 몸놀림은 효과가 떨어진다. 박원장은 “신체 활동에도 강도가 있는데, 적어도 중간 정도의 강도로 몸을 움직여야 한다. 하루 30분 이상 약간 땀이 나거나 숨이 찰 정도가 중간 정도 강도이다. 이런 점을 고려할 때 남녀노소 누구나 일상에서 할 수 있는 중간 강도의 신체 활동은 걷기이다. 굳이 운동이라고 표현하지 않더라도 걷기는 육체의 모든 부위를 골고루 움직여야 하는 신체 활동이다. 관절이 좋지 않아 통증이 있더라도 걷는 것이 좋다”라고 말했다.

칼로리 줄이고 음주는 하루 2잔 이하로

두 번째 예방법은 섭취하는 칼로리를 줄이려는 노력이다. 최근까지는 육류의 지방 성분이 대장암과 관련이 있을 것으로 생각했다. 그러나 육류를 거의 먹지 않은 사람이 육류를 많이 먹은 사람보다 대장암에 걸릴 가능성이 높게 나타난 연구 결과가 있다. 게다가 최신 연구 결과를 종합하면, 음식으로 섭취하는 칼로리를 줄이는 편이 대장암 예방에 더 효과적인 것으로 가닥이 잡힌다. 즉 뚱뚱하면 대장암에 잘 걸리는데, 비만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칼로리 섭취량을 줄여야 한다는 것이다.

국립암센터의 남병호 박사팀이 지난 8월 발표한 연구 결과를 보면, 비만인 사람(체질량지수 25kg/m2 이상)은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대장암에 걸릴 가능성이 최대 10~60%가량 높다. 이 연구에 참여한 신애선 국립암센터 예방의학 박사는 “칼로리 자체가 대장암을 유발하지는 않는다. 그러나 칼로리 섭취가 많아 뚱뚱해지면 대장암에 걸릴 위험성은 커진다. 따라서 칼로리 양을 줄여 비만을 예방해야 대장암에 걸릴 위험성을 낮출 수 있다. 또 고기를 먹더라도 조리 방법을 달리할 필요가 있다. 고기를 불에 구울 때 1급 발암물질이 발생해 대장암을 일으킨다. 직장인이 회식할 때 고기를 구워 먹는데, 이때에도 고기가 갈색에서 검은색으로 변할수록 발암물질이 늘어난다고 보면 된다. 수육이나 국에 넣어 먹으면 발암물질이 거의 생기지 않는다”라고 설명했다.

대장암에 좋은 것으로 알려진 섬유소(채소류)는 그 자체로는 대장암 예방에 효과가 없다. 그러나 과일, 채소, 도정이 덜 된 곡류를 섭취하면 포만감을 주므로 총 칼로리 섭취량을 낮출 수 있다. 섬유소는 변비에도 좋은 효과를 내므로 대변이 대장에 머무는 시간을 줄이는 효과도 보인다. 이런 의미에서 대한대장항문학회는 ‘대장암 예방에 좋은 5색 채소·과일’을 추천했다. 붉은색(사과), 노란색(고구마), 초록색(양배추), 흰색(마늘), 보라색(블루베리) 등이 그것이다.

세 번째 예방법은 절주 또는 금주이다. 일주일에 1~2회 술을 마시는 사람은 마시지 않는 사람보다 대장암에 걸릴 확률이 최대 40% 높다. 일주일에 3~4회 마시는 사람은 70%로 그 위험도가 증가한다. 하루 1~2잔의 알코올 섭취는 심혈관질환을 예방하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대장암에는 통하지 않는 셈이다. 세계보건기구(WHO)는 하루 3잔 이상, 일주일에 5잔 이상의 음주를 ‘위험 음주’로 분류했다. 즉 남성은 하루 2잔 이하, 여성은 1잔 이하, 일주일에 4잔 이하로 줄이거나 금주하라는 의미이다.

▲ 한 환자가 대장 내시경 검사를 받고 있다. 검사는 가장 정확한 대장암 예방법이다. ⓒ시사저널 자료

배변 습관 변하면 의심…주기적 검사  필요

최초 한 개의 대장암 세포가 변이를 일으키며 2배수로 분열하고 30번 분열하면 지름 1cm, 무게 약 1g의 세포로 변한다. 여기에는 10억개의 암세포가 있다. 이때까지도 증상이 나타나지 않는다. 따라서 대장 내시경 검사를 주기적으로 받는 습관이 최후의 예방법이다. 국내에서 대장암이 발견되는 평균 나이가 56.8세이므로 적어도 50세부터는 5년마다 검사받아야 한다. 부모가 40대에 대장암에 걸린 가족력이 있다면, 자녀는 10년 이른 30대부터 2~3년 주기로 대장 내시경 검사를 받아야 한다. 다행스럽게도 대장암은 용종(폴립)이라는 전 단계가 있고, 그것이 암으로 진행하며, 속도도 느린 편이다. 대장 내벽에 생긴 용종이 대장암으로 발전하기까지는 5~10년이 걸린다. 정기적으로 대장 내시경 검사를 받으면 십중팔구 대장암을 예방할 수 있다.  

그러나 이 기간에도 대장암이 생길 수 있으므로 평소 자신의 배변 습관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물론 대변 상태를 보고 질병을 확인하기가 쉽지는 않지만, 적어도 의심할 근거는 된다. 무엇보다 평소 배변 습관이 달라지면 대장암을 의심해볼 수 있다. 대변이 굵고 배변이 시원하면 건강한 편이다. 그러나 대변의 일부분이 함몰되어 있거나, 코와 같은 점액질이 묻어 있거나, 피가 보이거나, 검은색이면 의심해야 한다. 또 변비와 설사를 반복하면 병원을 찾아야 한다.

또 암이 생기는 위치에 따라 증상이 다른데, 항문과 가까운 직장에 종양이 생기면 대변이 막혀서 가늘어지거나 피가 묻어나온다. 대변을 봐도 시원하지 않은 잔변 느낌이 날 수도 있다. 항문이 종양을 대변으로 감지하기 때문이다. 항문과 먼 곳에 있는 결장에 종양이 생기면 피가 나와도 대변에 희석되어 육안으로 확인하기 어렵다. 이 때문에 심한 빈혈 증세로 병원을 찾았다가 대장암을 진단받는 사람이 있다. 암 덩어리가 커지면 복통, 복부 팽만, 소화불량 등이 나타난다. 종양이 더욱 자라서 대장이 꽉 막히면 대변을 보지 못하고, 방귀도 나오지 않는다.

한편, 국제암연구소가 최근 세계 1백84개국의 대장암 발병 현황을 발표했다. 한국은 세계 4위, 아시아에서는 1위로 나타났다. 인구 10만명당 대장암 환자가 1999년 27명에서 2008년 47명으로 늘어났고, 2030년에는 지금의 두 배로 증가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왔다.


이 기사에 댓글쓰기펼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