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살리기’ 통 큰 승부수 통할까
  • 한면택│워싱턴 통신원 ()
  • 승인 2011.09.20 12: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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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바마 미국 대통령, 재선 의식해 경기 부양책 관철에 온 힘…최대 2백만개 일자리 창출 목표

▲ 오바마 대통령이 미국 오하이오 주 콜럼버스에서 일자리 창출 법안과 관련해 연설하고 있다. ⓒEPA연합

미국 경제가 1%대의 허약한 성장률로 비틀대고 있다. 실업률은 좀처럼 9%대 아래로 내려가지 않고 있고 ‘일자리 증가 제로’라는 충격적인 고용 성적표까지 나왔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마침내 내년 한 해 4천4백70억 달러를 투입해 2백만명의 일자리를 만들어 경제를 살리겠다는 경기 부양책을 내놓고 마지막 승부에 돌입했다. 오바마의 경기 부양책 승부수는 2012년 11월에 실시되는 선거를 14개월 남겨둔 시점에서 미국 경제의 회복 여부와 그 속도를 결정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더욱이 이것은 오바마 대통령의 재선, 대통령직 유지 여부를 판가름하게 될 것이 분명해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오바마 대통령은 지난 9월8일 밤 미국 상·하원 합동회의 연설을 통해 경기 부양책을 천명한 후 이를 담은 미국 일자리 법안(American Jobs Act)을 12일 연방의회에 공식 제출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지난 9월9일과 13일 버지니아 리치몬드와 오하이오 클리블랜드 지역을 각각 방문해 경기 부양책을 관철해내기 위한 캠페인에 돌입했다.

버지니아는 공화당 하원의 2인자이자 강경파인 에릭 캔터 원내대표의 본거지이고, 오하이오는 존 베이너 하원의장의 출신지이다. 이 때문에 이들과 한판 승부를 벌이겠다는 의지를 보여준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오바마 방안에는 페이롤 택스 절반 감면과 실업수당의 1년 연장, 고용 업체에 대한 세제 혜택 등 2천5백30억 달러 규모의 감세 조치와 1천9백40억 달러의 인프라 시설 공공 사업, 지역 지원 안이 포함되었다.

사회보장세 절반 감면 1년 추가 시행이 중심

오바마의 경기 부양책 중에서 가장 큰 규모는 올해 말로 끝나는 봉급 근로자의 사회보장세 6.2%를 3.1%로 절반을 내려 내년 한 해 동안 더 감면해 주겠다는 방안이다. 이것은 현재 감면하고 있는 2%보다 1.1%를 늘리고 올 연말 만료되는 것을 내년에 1년 더 연장하자는 제안이다.

페이롤 택스 감면을 3.1%로 확대해 1년 더 시행하는 데는 1천7백50억 달러가 소요된다. 여기에 페이롤 택스 감면에서 근로자뿐만 아니라 근로자 임금 총액이 5백만 달러 이하의 중소기업에 한해 고용주들에 대해서도 3.1%를 감면해주는 방안까지 제시해 2천4백억 달러를 투입하게 된다. 페이롤 택스 감면안 하나로 5만 달러 소득인 미국 국민 한 가구당 1천5백 달러의 감세 혜택을 받게 되어 소비가 진작될 것이 확실시되고 있다. 게다가 한 해에 40만~50만명의 일자리를 만들어낼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실직자들에게 최대 99주 동안 실업수당을 제공하는 방안도 올 연말 만료되어 축소되는데, 이를 내년 한 해 더 연장하자는 제안이다. 99주 실업수당 제공안을 1년 더 연장하는 데 6백20억 달러가 소요되지만 장기 실직자 3백20만명에게 실업수당을 계속 지원하게 됨은 물론 20만명의 일자리 보존 효과를 볼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오바마 방안에는 이와 함께 중소기업의 페이롤 택스 3.1% 감면과 장기 실업자를 고용하는 업체들에 대한 세제 혜택 등을 포함해 7백억 달러 규모의 세금 감면 혜택을 주는 조치도 포함되었다. 이 조치를 통해 6개월 이상 된 실직자를 고용하면 1인당 4천 달러의 텍스 크레딧을 받게 된다. 이 밖에 실직자들이 실업수당을 받는 도중에 무료로 직업 훈련을 받도록 해주고 비용을 연방정부가 지원해주는 조지아 프로그램을 미국 전역으로 확대해 시행할 것을 제안했다.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경기 부양책에 투입하는 4천4백70억 달러를 마련하기 위해 부유층의 항목별 공제를 축소하고 석유·가스 업계 등에 대한 세제 혜택을 폐지해 세입을 늘리는 방안을 추진하고 나섰다. 오바마 대통령은 특히 연소득 개인 20만 달러, 부부 25만 달러 이상의 부유층과 석유업계, 헤지펀드 등에 대해서는 사실상 세금을 올리는 방안을 제시했다. 항목별 공제는 의료비, 모기지 이자, 기부금 등 각종 비용을 세액에서 공제해주고 있는 것인데 연소득 20만 달러 이하에는 지금처럼 허용하고 부유층에 대해서는 축소하겠다는 방안이다.

이와 함께 석유·가스 업계 등에 대한 세제 혜택을 폐지해 4백10억 달러, 투자 펀드매니저 세금 인상으로 1백80억 달러, 회사용 경비행기 감가상각 혜택 중단으로 30억 달러 등 업계의 세제 혜택을 폐지하는 것을 통해 6백20억 달러의 세금을 더 거둬들이게 될 것으로 보인다.

결국 이 두 가지 조치로 10년간 4천6백70억 달러의 세수를 늘려 오바마 경기 부양책에 들어가는 비용을 충당하고도 남게 된다는 계산이다. 오바마의 경기 부양책이 전부 미국 의회에서 승인되어 시행된다면 선거를 치르는 내년 한 해 동안 최대 2백만개의 일자리를 만들어낼 것으로 일부 경제 분석가들은 내다보고 있다.

공화당, 부유층 세금 인상 등에 ‘딴지’ 걸 듯

반면 또 다른 분석가들은 공화당 의회로부터 이들 계획이 전부 승인을 얻어내지 못할 것이 분명하고 고용 업체에 대한 세제 혜택 등이 실질적으로 일자리 창출에 도움이 될지 불확실하다는 관측을 내놓고 있다. 무디스의 마크 잔디 선임 연구원은 오바마의 방안이 모두 시행되면 내년 한 해 1백90만명의 일자리를 창출하고 현재 9.1%인 실업률을 1%포인트 낮추게 되며 GDP(국내총생산)는 2%포인트 높일 것이라고 추산했다. 지금 상황에서는 이번 경기 부양책 가운데 2천5백30억 달러 규모인 감세 조치는 공화당의 지지로 시행될 가능성이 큰 반면, 1천9백40억 달러의 추가 지출을 모두 얻어내지는 못할 것으로 미국 언론들은 내다보고 있다.

공화당 지도부는 즉각 이같은 부유층 및 업계에 대한 세금 인상에 강하게 반대한다는 입장을 재확인했다. 존 베이너 하원의장과 에릭 캔터 하원대표 등 공화당 하원 지도부는 “경기 회복세가 미약한 상황에서 업계에 제공해온 감세 혜택을 없애면 일자리 창출을 가로막는 셈이 될 것이다”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공화당 지도부는 현재 딜레마에 빠져 있는 것처럼 보인다. 공화당은 오바마의 경기 부양책을 무조건 반대할 수도 없고, 전부 승인해주기도 어려운 난처한 입장에 있다. 만약 경기 부양책을 거부한다면 공화당은 ‘No만 할 줄 아는 정당’ ‘방해꾼 정당’으로 낙인찍혀 내년 선거에서 백악관과 의회 다수당 동시 탈환이 물 건너갈 가능성이 커질 것이다. 역으로 오바마의 경기 부양책을 있는 그대로 승인해 선거의 해에 2백만개의 일자리를 만들어내고 경제를 활성화시킨다면 오바마 대통령에게 재선 기회를 줄 것이 분명해 깊이 고민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오바마 대통령이나 공화당 의회 지도부는 어느 한 쪽의 파국만큼은 피하려 할 것이 분명해 타협도 가능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오바마의 경기 부양책에 대한 미국 의회의 처리는 잘해야 10월 중에 이루어질 가능성이 큰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특히 경기 부양책 가운데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사회보장세 절반 감면안 등 2천5백30억 달러 규모의 감세 조치는 공화당 지도부도 지지해온 조치이므로 채택될 가능성이 매우 크다고 미국 언론들은 내다보고 있다. 반면 실업수당 99주 제공안의 1년 추가 연장은 상당수 공화당 하원의원들이 반대할 것으로 보여 의회에서 승인될 가능성이 다소 불확실해 보인다. 그러나 1천4백억 달러나 투입하려는 인프라 시설 공사 등에 대해서는 오바마 민주당이 다른 곳에서 예산을 삭감해야 공화당이 지지할 수 있을 것이어서 채택되더라도 규모는 축소될 가능성이 큰 것으로 관측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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