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젠 안원장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말하고 싶지 않다”
  • 이규대 기자 (bluesy@sisapress.com)
  • 승인 2011.09.20 14:16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안철수 출마설’ 주목된 윤여준 전 장관 인터뷰 “정치 바꿔야 변화 시작된다”

ⓒ시사저널 유장훈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이 정국의 핵으로 급부상하면서 유독 주목받은 인물이 있다. 바로 윤여준 전 환경부장관이다. 일각에서는 그가 안원장의 ‘멘토’로 알려지기도 했고, 안원장의 서울시장 출마를 권유한 장본인이라는 얘기도 나왔다. 통합 야권의 대권 후보로까지 거론되는 안원장과 ‘보수 진영의 대표적인 전략가’로 알려진 윤 전 장관의 조합은 언뜻 부자연스러운 느낌을 주기도 했다. 하지만 두 사람이 ‘청춘 콘서트’를 계기로 상당히 밀착된 관계로 발전했던 것만은 분명하다. 박경철 안동신세계연합클리닉 원장과 함께 세 사람이 새로운 제3의 정치 세력화를 꿈꾸는 것이 아닌가 하는 전망이 강하게 제기되기도 했다.

실제 지난 9월 초 윤 전 장관을 만나 인터뷰했을 때만 해도 그는 이런 가능성을 부인하지 않았다. 안원장에 대한 평가나 기대감도 무척 커 보였다. 당시는 안원장이 서울시장 불출마 선언(9월6일)을 하기 전이었다. 그러나 안원장이 불출마 선언을 하는 과정에서 “윤 전 장관은 내 멘토 3백명 가운데 한 명에 불과하다”라는 식의 언급을 하면서 사이가 틀어졌다. 윤 전 장관은 안원장의 이런 행태에 대해 인간적으로 실망한 것으로 보인다. 추석을 전후해 가졌던 인터뷰 내용을 종합했다.

최근 화제를 모은 청춘 콘서트 전국 투어의 기획 과정에서 큰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지난봄 안철수 원장과 박경철 (안동신세계연합클리닉) 원장을 만나 청춘 콘서트에 대한 얘기를 들은 것이 시작이었다. 두 사람은 이미 3년 전부터 청춘 콘서트를 진행해오고 있었다. 절망하고 방황하는 젊은 세대들을 향한 기성세대로서의 미안함 때문이었다고 한다. 나는 그것을 높게 평가했다. 하지만 단순히 위로하고 격려하는 차원을 넘어, 그런 문제가 발생한 원인을 이해할 수 있는 틀을 제공하는 한편 민주 시민으로서의 의식도 일깨우는 것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그랬더니 두 분은 “그런 생각을 하지 않는 것은 아니지만 거기까지는 능력이 벅차 엄두가 안 난다”라고 하더라. 그래서 “내가 ‘하드웨어’를 제공할 테니 두 사람이 전국을 다니면서 이야기해보겠나”라고 제안했더니 동의했다. 결국 평화재단 실무자들의 도움을 바탕으로 해, 인구 30만 이상 도시를 순회하는 청춘 콘서트 전국 투어를 성사시킬 수 있었다.

청춘 콘서트 당시 곁에서 지켜본 안철수 원장은 어떤 사람이었는가?

아주 똑똑한 사람이다. 하지만 대한민국에 머리 좋은 수재는 많다. 그보다 안원장에게서 정말 인상적이었던 것은 공적 헌신성이었다. 어떤 행동이 공공선에 해당하는가, 무엇이 다수의 국민에게 도움이 되고 유익할지를 항상 따진다. 안원장이 장래가 보장된 의사에서 벤처기업 CEO로 돌아선 것도, 바이러스 백신을 개발해서 한동안 무료로 공급했던 것도 그 때문이었다. 정말 존경할 만한 사람, 공적 헌신성의 표상이다. 정작 공공성이 투철해야 할 고위 공직자나 정치인 중에서는 그런 사람을 찾아보기 힘들다.

안원장의 공적 헌신성을 강조했듯, 최근 우리 사회의 공공성 문제에 대해 비판의 목소리를 높여왔다.

공동체를 유지하게 하는 핵심 가치가 무엇인가. 바로 공공성이다. 공공성이 무너지면 공동체 해체 현상이 올 수밖에 없다. 국민 각자가 연대 의식을 갖지 않으면 공동체가 유지될 수 없다. 서로 양보해서 국가를 잘 끌고 가자는 의식이 있어야 하는 것이다. 그런데 최근 한국 사회의 공공성이 급격히 무너지고 있다. 관료들의 부패가 만연하고 있다. 물론 이전에도 관료들의 부패가 있었지만 이렇게 심하지는 않았다. 공적 윤리가 왜 이렇게 급속도로 무너졌나. 이명박 대통령이 취임하자마자 ‘강부자’ ‘고소영’ 내각을 구성하며 공공성을 무너뜨렸기 때문이다. 적재적소에 인사를 기용해야 한다는 원칙을 무시했기 때문에 국민이 불신하기 시작했다. 지금처럼 공동체 붕괴 현상, 만인의 만인에 대한 투쟁 상태가 심화되면 정말 큰일이다.

윤 전 장관을 두고 세간에서는 보수 인사라는 평가가 지배적이었다. 안원장의 지지층과 다소 상충되는 느낌인데.

계속 내 정체성을 묻는다. 하지만 내 정체성은 나도 모른다. 굳이 말하면 ‘균형’과 ‘합리’이다. 균형 감각을 가지고 합리적으로 생각했을 때, 우리 사회에 도움이 되겠다고 생각되는 정책이 하나 있다고 가정해보자. 그런데 만약 이것이 진보적인 정책이라면 그 이유 때문에 하지 않을 것인가? 그런 것은 아니지 않나. 반대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물론 남북 분단이라는 현실 때문에 생기는 특수성은 있다. 하지만 그럴수록 극복하고 벗어나려는 노력을 해야지, 이걸로 계속 싸움을 하려고 하면 어떡하나. 누가 국가와 민족에 도움이 되는 정책을 펴는지, 국민을 상대로 합리적으로 경쟁하면 된다.

청춘 콘서트 이후 안철수 원장과 박경철 원장 그리고 윤 전 장관 등 세 사람이 어떤 행보를 보일지에 대해 관심이 많다.

청춘 콘서트 전국 투어가 마무리되면 일단 내 역할은 끝난다. 그러나 두 사람은 여기서 그치면 안 된다는 말씀을 드렸었다. 젊은이들이 두 사람에게 이렇게까지 열광하는 것은 무엇을 의미하나. 이미 두 사람의 어깨에는 무거운 짐이 올려져 있다. ‘사회적 책임’이라는 짐이다. 이를 외면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무슨 역할이든 젊은 사람들의 절망과 분노를 달래고 희망을 줄, 무언가 ‘액션’을 하라고 권유했다. 본인들도 굉장히 마음이 무거운가 보더라. 나 역시 나름대로 행동을 하려 한다.

윤 전 장관 나름으로는 어떤 행동을 계획하고 있는가?

20~30대만으로는 한국 사회를 변화시킬 수 없다. 40~50대와도 적극적으로 교감해야 한다. 그들의 생각을 듣고 얘기하며 어떤 변화를 어떻게 가져올 것인지 접근해서, 그들의 에너지까지 한데 묶어 한국 사회를 바꾸는 일을 해보려 한다. 한국 사회를 바꾸려면 우선 한국 정치를 바꿔야 한다. 정치를 바꿔야 변화가 시작된다.

한국 정치의 변화, 나아가 한국 사회의 변화를 위해 시급한 것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궁극적으로는 국민에 달렸다. 국민이 지도자를 선택할 때 올바른 기준이 있어야 한다. 지금까지는 학연·지연 등 사적인 인연으로 지도자를 많이 뽑았다. 큰 원칙에 기반하지 않았다. 이제는 지도자를 선택하는 눈이 나아져야 한다. 훌륭한 식견과 경험을 갖춘 사람인지, 민주주의적 가치를 내면화한 사람인지 보아야 한다. 나 같은 사람에게 할 일이 남아 있다면 그와 관련된 캠페인 정도일 것 같다. 국민들을 향해 지금 나라가 처한 현실에 대해 설명하고, 정치인을 볼 때 어떤 기준으로 평가할 것인지에 대해 이야기하려 한다.

현재 구체적인 계획이 마련된 상태인가?

아직 그런 단계까지는 아니다. 혼자 할 수 있는 일이 아닌 만큼 나보다 식견이 뛰어나고 훌륭한 분들을 찾아가 말씀을 드리고 있는 정도이다. 대부분 그 뜻에 공감하더라. 요즘 나라 걱정을 하는 분들이 참 많다. 대개 비슷하다. 지금 한나라당과 민주당이라는 두 거대 정당에서 무슨 기대와 희망을 품을 수 있느냐는 것이다.

이후 상황은 급변했다. 안원장은 서울시장 불출마를 선언했고, 윤 전 장관은 인터뷰를 피했다. 윤 전 장관은 9월15일 중앙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안원장에 대한 기대도 없고 (그가 대선에) 나가든 말든 내 관심사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불과 10여 일 전 기자와의 인터뷰 때와는 분위기가 현저히 달라진 셈이다. 이에 대한 입장을 듣기 위해 윤 전 장관과 전화 인터뷰를 가졌으나, 그는 안원장에 대해 아무것도 이야기할 것이 없다는 태도를 고수했다. 윤 전 장관은 향후의 정치적 구상에 대해서도 입을 굳게 닫았다. 뭔가 상당히 불편한 기색이 느껴졌다.

내년 대선 출마설이 제기되는 등 안철수 원장이 어떤 행보를 보일 것인지가 뜨거운 관심의 대상이다.

현재로서는 거기에 대해 말할 것이 없다. 지금 안원장이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 내가 어떻게 알겠나.

서울시장 출마 여부를 고민하던 당시 안원장이 윤 전 장관과의 관련성을 부인하는 듯한 취지의 발언을 했었다. 윤 전 장관 입장에서는 섭섭했을 법도 한데.

그 부분에 대해서도 할 말이 없다.

지난 인터뷰 때 안원장에 대해 호의적인 평가를 내렸었다. 지금도 유효한가?

그 당시에는 그랬다. 지금 (안원장을) 어떻게 생각하는지에 대해서는 말하고 싶지 않다. 

이 기사에 댓글쓰기펼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