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신재민 전 문화부 차관에게 수십억 원대 금품 줬다”
  • 김지영·안성모·김회권·조해수 기자 (young@sisapress.com)
  • 승인 2011.09.21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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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국철 SLS그룹 회장 "10여 년 동안 금품·차량 등 수시로 제공", 신 전 차관 "사실 아니다"
▲ 신재민 전 문화체육관광부 차관(왼쪽)과 이국철 SLS그룹 회장(오른쪽)
 

이국철 SLS그룹 회장(50)이 “신재민 전 문화체육관광부 차관에게 그동안 수십억 원을 건넸다”라고 밝혀 향후 상당한 파장이 일 전망이다. SLS그룹은 철도 차량과 선박 기자재를 제작하는 SLS중공업을 모회사로 하고 SLS조선 등 10개 계열사를 둔 기업이다. 2009년 기준으로 1조1천억원의 매출액을 올렸다. 현재 SLS조선 등은 워크아웃 상태이고 일부 회사는 매각되거나 파산 상태이다. 신 전 차관은 언론인 출신으로 이명박 대통령 당선자 비서실 정무·기획2팀장을 지낸 뒤 문화체육관광부 제2차관·제1차관을 지내고 지난해 8월 퇴임한 뒤 현재 한 법무법인 고문으로 있다.

이회장은 <시사저널> 취재진과 지난 9월1일 이후 최근까지 여덟 차례 만나 신 전 차관에게 수십억 원대에 달하는 현금 및 법인카드, 차량 등 각종 편의를 제공했다고 주장했다. 이회장은 지난 2009년 9월부터 최근까지 횡령 및 비자금 조성 의혹 등의 혐의로 검찰을 포함한 사정 당국 등으로부터 강도 높은 조사를 받고 있는 중이다. 이회장의 증언에 대해 신 전 차관은 “사실이 아니다. 이회장과 오래전부터 친구 사이로 지내는 것은 맞지만 법적으로 책임질 일은 전혀 없었다”라고 <시사저널>에 밝혔다. (신재민 전 차관 인터뷰 기사 참조).

그러나 이회장의 증언이 구체적이고 특정인을 거명해 돈을 주었다고 증언했다는 점에서 향후 이에 대한 조사가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회장은 관련 자료를 상당수 확보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미 김두우 전 청와대 홍보수석이 부산저축은행 비리 사건에 연루된 데 이어 신 전 차관마저 비리 의혹에 휩싸이면서 청와대와 여권은 상당한 어려움에 처할 것으로 보인다. <시사저널>은 독자들의 판단을 돕기 위해 두 사람의 주장을 되도록 가감 없이 실으면서 사건의 진실을 밝히기 위해 후속 취재를 진행하고 있다.

<시사저널>은 이회장으로부터 그가 직접 자필로 작성한 A4용지 아홉 장 분량의 문건을 확보했다. 이회장은 이 문건과 증언을 통해 신 전 문화체육관광부 차관에게 지난 10년 동안 수십억 원의 금품을 건넸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회장이 취재진에게 직접 밝힌 신 전 차관에 대한 금품 제공 내역과 상황은 상당히 구체적이다.

“차관 재직 시 SLS 법인카드도 사용”

이회장은 “지난 2002년 가을 신재민 전 차관이 A언론사에서 재직할 때 첫 인연을 맺었다”라고 말하고 있다. 당시 이회장이 운영하던 한 회사에서 만든 전동차를 홍보하는 기사를 써준 것에 감사하는 표시로 신 전 차관에게 현금을 건네면서 ‘호형호제’ 하는 관계로 발전했다고 이회장은 밝혔다. 이회장은 “이날 저녁에 3천만원을 신 전 차관에게 직접 갖다 주었다. 이를 필두로 신 전 차관에게 언론사 재직 시절 내내 월 평균 3백만~5백만원씩을 주었고, 2004년 4월 B언론사로 옮긴 후 2006년 10월 퇴사할 때까지도 월 5백만~1천만원씩을 줬다”라고 주장했다.  

이회장은 신 전 차관이 2006년 이명박 대통령의 대선 캠프였던 안국포럼에 들어간 이후에도 월 1천5백만~1억원씩을 건넸다고 주장했다. 당시 신 전 차관이 (이명박 대선) 캠프로 들어가면 생활이 많이 어렵고, 특히 봉급이 거의 없으니 도와달라고 요청했다, 안국포럼에서 써야 한다면서 돈을 받아가기도 했다는 것이다.

이회장은 “당시 (노무현 정부에서) 나는 감사원과 국세청 그리고 검찰에서 조사를 받았다. 조사 이유는 내가 당시 야당이었던 한나라당의 자금줄이라는 것이었다. 평균 2년에 한 번씩 긴급체포와 압수수색을 당했다. 그래서 야당인 한나라당이 정권을 잡으면 (나는) 오로지 일만 할 수 있는 분위기가 되지 않겠는가 생각했다. 신 전 차관이 이명박 후보 캠프에 들어가는 것을 적극적으로 지원하고 지지했던 것도 그 때문이다”라고 밝혔다. 이회장은 신 전 차관이 2007년 대통령 선거 직후부터 2008년 2월까지 대통령 당선자 정무·기획 2팀장으로 있을 때에도 월 1천5백만~5천만원 정도를 받아갔다고 주장했다.

이회장의 주장이 맞다면 더 심각한 것은 신 전 차관이 2008년 3월부터 2010년 8월까지 문화체육관광부 제2차관과 제1차관으로 재직할 때이다. 공직자 신분임에도 이 시기에 이전보다 훨씬 더 많은 금품과 편의 등을 제공받았다는 것이다. 이회장은 신 전 차관이 차관으로 재직할 당시 매달 현금으로 1천5백만~2천만원을 전달했다고 밝혔다.

특히 2008년 추석 때에는 이회장이 백화점 상품권 3천만원어치를 사서 직접 신 전 차관에게 전달했고, 2009년 설날 때에도 이회장의 여비서를 통해 2천만원어치의 상품권을 신 전 차관에게 건넸다고 밝혔다. 이회장은 “당시 신 전 차관이 여권의 핵심 실세들에게 선물해야 한다고 해서 모두 5천만원어치의 백화점 상품권을 전달했다. 그러나 이 상품권이 여권 실세들에게 실제로 전달되었는지는 알 수 없다”라고 말했다.

“장관 낙마 후 네팔 등의 여행 경비도 대주었다”

▲ 2011년 1월~7월까지 신재민 전 차관이 타고 다녔던 '스포티지R' 차량. 이 차량의 렌트비용 월1백만원도 이회장이 냈다.

 신 전 차관이 2010년 8월 문화체육관광부장관으로 내정되었다가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위장 전입 등의 문제로 낙마한 이후에도 이회장의 ‘후원’은 계속 이어졌다고 한다. 장관 낙마 직후 신 전 차관은 네팔로 트래킹 여행을 떠났는데 당시 여행 경비 1천만원을 이회장이 지원했다는 것이다.

또한 올해 1월, 신 전 차관의 일본 여행 당시에도 5백만원 정도의 경비를 이회장 자신이 댔다고 주장했다. 이회장은 “일본으로 여행을 간다고 해서 일본에서 가장 좋은 기차인 카시오페이아 승차 비용을 댔고, 별도로 30만 엔을 전달했다”라고 말했다. 이회장은 관련 영수증 등 자료를 모두 갖고 있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2011년 1월부터 7월까지 신 전 차관이 타고 다녔던 자동차 ‘스포티지R’도 이회장이 매달 100만원씩 내고 렌트한 차량이었다는 것이다. 이회장은 “신 전 차관이 차관직을 그만둔 다음 차량을 지원해달라고 먼저 요구해왔다”라고 밝혔다.

이와 별도로 신 전 차관은 2006년 안국포럼 시절부터 2010년 8월 문화체육관광부 차관에서 물러날 때까지 4년여 동안 SLS로지텍 법인카드와 이회장이 사용하던 SLS그룹 법인카드, SLS그룹 싱가포르 지사의 법인카드 등 법인카드 3개를 사용했다고 이회장은 밝혔다. 신 전 차관이 법인카드를 통해 얼마나 썼는지는 구체적으로 확인할 수 없었다. 다만 <시사저널>이 입수한 SLS그룹 싱가포르 법인카드 사용 금액을 통해 신 전 차관이 SLS 법인카드를 얼마나 썼는지 유추할 수밖에 없다. 신 전 차관은 2008년 7월부터 2009년 10월까지 16개월 동안 SLS그룹 싱가포르 법인카드를 썼다는 것이 이회장의 주장이다. 당시는 신 전 차관이 문화체육관광부 차관으로 재직하고 있었다. 

 이회장의 주장대로라면, 16개월 동안 신 전 차관은 모두 12만7천2백 싱가포르 달러(약 1억1천4백48만원)를 법인카드로 결재했다. 월 평균 7천9백50 싱가포르 달러, 우리 돈으로 7백15만5천원 정도이다. 한 달 평균 7백만원 정도를 법인카드로 썼다는 이야기이다. 신 전 차관이 문화체육관광부 차관으로 재직한 기간은 총 30개월이다. 재직 기간 동안 월 평균 7백만원 정도를 법인카드로 결재했다면, 차관 시절 30개월 동안에만 법인카드로 2억원 이상을 썼을 것으로 추산된다. 

이회장은 “신 전 차관을 처음 만난 후 10년 동안 금품과 향응, 편의를 제공해준 것만 수십억 원어치에 달한다. 그 가운데 일부는 증빙 자료가 있지만 현금으로 전달된 경우에는 확인하기가 쉽기 않은 부분도 있다”라고 말했다.  이회장의 주장이 맞다면 그가 신 전 차관에게 이처럼 엄청난 금액을 후원한 이유는 무엇일까. 그는 “내가 과거에 하도 검찰 수사를 받아 보호를 받고 싶은 생각도 있었다. (신 전 차관이) 현 정권 실세로 갔으니 나를 보호해주지 않을까 하는 기대를 갖고 있었다”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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