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 가르는 정치에 등 돌린 자의 자리 찾기
  • 조철 (2001jch@sisapress.com)
  • 승인 2011.09.25 22: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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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보도 보수도 아니라는 사람을 위한 정치 철학 입문서

▲ 망치로 정치하기박성현 지음심볼리쿠스 펴냄400쪽│1만7천원

최근 ‘안철수 바람’은 한국 사회가 여전히 편 가르기에 익숙해 있음을 실감하게 했다. 색깔 논쟁도 정치 현장에 꿋꿋하게 살아남아 있다. 한국이라는 사회를 거세게 휘감아 돌고 있는 진보와 보수의 소용돌이는 언제나 사라질까. 이 편도 저 편도 아니라는 사람들은 도무지 이 땅에서 발 디디기가 힘들다. 그런 사람들은 어디에 붙어야 현명한 것일까.

“편 가르기를 허물 수 있는 망치는 진실을 향한 개인의 용기뿐이다”라고 주장하는 ‘개인’이 있다. 서울대학교 정치학과에 다니던 1980년대 최초의 전국 지하 학생운동조직이자 PD계열의 시발이 된 ‘전국민주학생연맹(학림)’의 전국 조직책이었고, 사회에 나와서는 한국일보 기자를 거쳐 ㈜나우콤 대표 등을 역임했던 박성현씨. 그는 최근 <망치로 정치하기>라는 책을 펴내면서, 편 가르기에 가담하고 싶지 않은 수많은 개인이 공감하기를 바랐다.

저자는 “세상에 대한 앙심과 적의에서 출발한 진보 세력은 권력을 위해 종북 세력과도 손을 잡는다. 그래서 지금 진보는 가짜이다. 근거할 보수적 정치사상이 없는 보수 세력은 대중과의 소통에도 게으르다. 그러므로 지금 보수는 진보에 대한 반작용, 즉 자칭 보수일 뿐이다”라고 역설했다.

그에게 진보는 변화이고, 보수는 지속이다. 이것은 편을 가르기 위한 이름이 아니며, 한 개인이 동시에 갖추어야 할 두 관점이라고 설명한다. 사회를 생태계로 볼 수 있게 된 개인은 이상적인 관념에 사로잡혀 사회를 뜯어고치려 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보수이고, 잠재력을 지닌 변화의 씨앗을 소중히 여기고 이를 키워낸다는 점에서 진보라는 것이다. 저자는 “우리는 진보와 보수를 통합한 관점을 가져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민주사회에서는 다수결로 뒤집을 수 없는 원칙이 있다. 한 국가의 마지막 보루이며, 다수의 횡포로부터 소수를 보호하는 원칙이다. 이 원칙이 지켜져야만 국민이 그 국가를 자신의 소중한 삶의 기반으로 인식할 수 있다. 개인의 자유와 권리를 보장하는 민주주의는 이미 가득 차 넘치고 있다. 저자는 지금 우리에게 부족한 것은 공동체의 이익을 추구하는 공화주의 가치라고 지적했다. 공화주의 가치란, 개방적 세계에 대해 존중하고 존엄한 개인에 대해 자각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런 그의 논리는 진보·보수를 넘어서고자 하는 개인 그리고 어느 편에도 서지 못한 채 진실이 무엇인지 허둥대는 이들에게는 튼튼한 사상적 기틀이 되어줄 수도 있겠다.

저자가 보수에게 묻는다. “보수가 과연 우리 사회에 성립할 수 있는가? 무엇을 보수하겠다는 것인가? 전세계에서 가장 빨리, 가장 철저하게 변해온 이 땅에 보수가 어떻게 뿌리를 내릴 수 있는가? 보수 지식인은 왜 대중과 소통하지 않는가? 대중에게 진실을 보여주고 우리의 지혜와 용기를 북돋우는 것이 지식인의 가장 중요한 사명 아닌가? 이 사명을 실천하지 않는 사람은 배신자 아닌가?”

저자는 또 진보에게 묻는다. “진보는 왜 북한의 어이없는 실상을 외면하는가? 왜 북한 지배 계급을 ‘교류와 협력의 파트너’로 생각하는가? 북한은 귀기, 악령, 원혼이 뭉쳐져 있는 거대한 전체주의의 흉가(凶家) 아닌가?”

양비론 같은 이론을 펼치지만, 저자는 논리적으로 한판 붙을 각오를 단단히 하고 쓴 흔적들이 역력하다. 저자의 결기가 책 머리말에 드러나 보이기도 한다.

“진보는 없다. 지금의 것은 가짜 진보일 뿐이다. 보수도 없다. 지금의 것은 자칭 보수일 뿐이다. 가짜 진보에 대한 반작용이다. 그럼에도 ‘진보는 개혁이고 보수는 수구다’라는 편 가르기가 세상을 지배하고 있다. 이는 망령이고 미신이다. 나는 차라리 이방인으로 남겠다.” 


육아 하면 여자 선생님을 떠올리기 십상인데, 한 남자가 시쳇말로 ‘떴다’. 원래 아이를 좋아하던 남자는 아니었다. 정신과 의사로 활동하던 서천석씨. 그는 자신의 아이가 태어날 무렵 소아정신과 의사가 되기로 결심했다. 결국 서울대병원 임상 강사를 거쳐 지금은 행복한아이연구소를 운영하며 소아청소년정신과 전문의로 활동 중이다. 언론에 기고한 칼럼으로 유명세를 타더니 최근에는 방송을 통해서도 ‘올바른 육아’를 설파하기에 바쁘다. 최근 그는 <하루 10분, 내 아이를 생각하다>(BBbooks 펴냄)로써 그의 ‘육아 철학’을 정리했다.

“‘악마는 디테일 속에 있다’는 서양의 격언이 있습니다. 육아에도 꼭 맞는 말입니다. ‘안 돼’라는 한마디, 아이 키우는 부모라면 누구나 다 합니다. 그러나 내뱉는 타이밍, 억양, 표정, 이어지는 행동에 따라 같은 말이 상처를 남길 수도, 교육이 될 수도 있습니다.”

서씨는 2010년 말 뒤늦게 시작한 트위터에 육아에 대한 짧은 단상을 쓰면서 이 분야에서 가장 많은 구독자와 영향력을 갖게 되었다. 그 단상들을 모은 이 책에는 육아 노하우와 구체적인 대화법만 있는 것이 아니다. 부모 스스로를 돌아보고 마음가짐을 다지게 하는 내용도 가득하다. 그래서 읽고 나면 부모가 스스로를 생각하게 되고, 아이를 키우면서 아이와 함께 성장할 수 있게 된다.

서씨는 육아 메시지 3백65개를 총 다섯 가지 테마로 재구성했다. 부모가 된다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를 생각하는 ‘parent’, 내 아이만이 아니라 아이가 살아갈 세상도 생각하는 ‘think’, 엄마와 아이의 마음을 위로해주는 ‘heart’, 지금 바로 실천할 수 있는 육아 노하우를 담은 ‘method’, 아이와의 구체적인 상황별 대화법을 담은 ‘talk’. 이 다섯 주제를 관통하는 부모의 역할은 무엇일까.

“부모는 아이를 ‘당장’ 변하게 하는 사람이 아닙니다. ‘결국’ 변하게 하는 사람입니다. 그러니 포기하면 안 됩니다. 아이를 받아주라고 하면 그냥 놔두란 이야기냐 되묻습니다. 아닙니다. 더 길게 보고, 더 꾸준하게, 더 계획적으로, 부모의 인생을 걸고 도와주라는 뜻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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