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취업률 산정에 허점 많다
  • 김홍유│경희대학교 경영대학원 교수 ()
  • 승인 2011.09.27 16: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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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재정 지원 대학 선정 기준 중 하나…학교 특성 반영 못 하거나 일부 잣대로 판단해 논란

▲ 지난 9월5일 홍승용 대학구조개혁위원회 위원장이 서울 세종로 정부중앙청사에서 정부 재정 지원 제한 대학 43개교와 학자금 대출 제한 대학 17개교의 명단을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9월5일 대학 구조조정의 서곡이라고 할 수 있는 중대한 발표가 있었다. 교육과학기술부가 본격적인 대학 구조조정의 첫 단계인 정부 재정 지원 제한 대학을 선정해 발표한 것이다. 선정은 취업률, 재학생 충원율, 전임 교원 확보율, 학사 관리, 장학금 지급률, 교육비 환원율, 대출금 상환율, 등록금 인상 수준 등 여덟 개 자료를 기준으로 이루어졌다. 전문대는 여기에 산학 협력 수익률이 추가되어 총 아홉 개 기준을 적용했다.

정부는 수도권과 지방을 통합해 하위 10% 안팎을 선정한 뒤 다시 수도권과 지방을 구분해 각각 하위 5% 내외를 추가로 선정하는 방식으로 지역을 안배했다. 기준 가운데 충원율과 취업률이 결정적인 기준으로 작용했다. 4년제 대학은 학생 충원율 30%와 취업률 20%, 전문대학은 학생 충원율 40%와 취업률 20% 배점을 반영했다. 그만큼 충원율과 취업률에 비중을 두고 평가를 한 것이다.

원광대 등, “교과부 선정 지표 불합리” 반발

이것은, 더 이상 경쟁력이 없고 부실한 대학들과 자구 능력이 없는 대학들에 대한 구조조정을 발표한 것이나 다름없었다. 교과부가 발표한 정부 지원 제한 43개 대학 명단에 들어간 학교들은 패닉 상태에 빠졌고, 일부 대학은 극심한 혼란과 함께 커다란 충격에 빠졌다. 한창 수시 모집이 진행되고 있는 이 기간에 발표가 난 마당에 사실상 ‘부실 대학(?)’이라는 낙인이 공식적으로 찍혀 지원자들로 하여금 지원 자체를 다시 고려하지 않으면 안 되게 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선정된 대학들은 운영이 부실하다는 이유로 정부의 재정 지원에서 제외되거나 학자금 대출이 제한되었다. 해당 대학들은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특히 전북의 대표적 사립대인 원광대를 비롯해 좋지 않은 평가를 받은 대학들을 중심으로 반발 기류가 심하게 감지되고 있다. 또한 서울 지역 사립대 가운데 유일하게 재정 지원 중단 대학에 포함된 상명대는 “교과부의 선정 지표가 불합리하다”라며 노골적으로 불만을 나타냈다. 상명대 관계자는 “우리 대학은 서울과 천안 두 개의 캠퍼스를 엄연히 다른 학교로 운영하고 있음에도 이번 평가에서는 두 캠퍼스를 통합한 지표를 활용했다. 캠퍼스를 분리하면 우리 대학은 둘 다 포함되지 않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이처럼 발표에 포함된 일부 대학에서는 선정한 기준이 대학의 특성을 반영하지 못하고 일부 잣대로만 판단한 결과라며 불합리하다고 주장하고 있고, 결과에 대해 동의하지 않는 등 반발이 거세다.

이같은 반발 기류와 함께 사회적 동의를 얻지 못하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우선은 일방적인 지표 선정과 함께 객관적인 방법 그리고 자료의 신뢰성을 들 수 있다. 정부가 발표한 전체 재정 지원 대학 3백46개 가운데 의과대학을 비롯한 의학 계열을 갖춘 대학도 포함되었다. 이들 의과대학은 큰 충격과 함께 평가지표에 대해 불만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이번 결과를 받아들일 수밖에 없지만 해당 대학에서 주력하고 있는 의학 계열이 취업률, 전임 교원 확보율 등 평가 지표 산정에서 제외된 것은 불합리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원광대의 경우는 의대, 치대, 한의대를 모두 보유하고 있지만 정부가 지정한 취업률 기준 45%에 의학 계열이 빠진 채 명단에 포함되었다. 관계자는 “의대·치대·한의대 등 의학 계열이 있는 전국 59개 대학 중 정원이 가장 많고 경쟁력도 높은데 이같은 결과가 나타나서 충격일 따름이다. 의과대학 비중이 높은 학교에서 의대 지표가 빠진 것이 속상하고 단순 잣대만으로 대학을 징벌하는 데는 문제가 있다”라고 말했다. 또한 야간에 산업체 학생이 많은 대학에서의 취업률이 상당히 높게 나올 수 있는 가능성도 논란거리이다. 산업체 학생들은 직장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사실상 입학 전에 취업이 결정되어 입학하게 된다. 따라서 이러한 산업체 학생들이 이번 취업률 조사에 포함되었다면 이것은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청년 실업 해결하려는 의지 담은 정책 시급

▲ 지난 9월15일 전북 익산의 원광대를 찾은 이주호 교육과학기술부장관(왼쪽)이 학교 관계자들과 만나고 있다. ⓒ연합뉴스

순수예술을 지향하는 대학과 예술대학 비중이 높은 대학의 경우에도 마찬가지다. 예·체능 계열의 비중이 높은 상명대와 순수예술 중심 대학인 추계예술대도 지금처럼 직장보험 데이터베이스를 연계해 취업률을 산정하는 방식에 문제가 있다고 주장한다. 이들 대학을 졸업한 학생들은 주로 프리랜서, 학원 강사 등으로 취업하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현재의 지표 산출 방식대로라면 예술대학을 졸업한 학생들은 미취업자로 분류될 수밖에 없는 현실이다. 그리고 조사 방식에도 문제가 있다고 볼 수 있다. 정부는 조사 결과 발표에 앞서 한국교육개발원에서 한 달 동안 사전 실사를 벌였다고 하지만 조사 인원이 10여 명에 불과해 내실 있는 진단이 이루어지기 힘들었다는 문제점을 안고 있다.

필자는 이러한 정부 발표를 보고 대학에서 취업 현장을 지도하는 사람으로서 자괴감마저 들었다. 사회가 발전하기 위해서, 더 좋은 시스템을 구축해나가기 위해서라면 평가는 필수적이다. 대학들의 평가에 대한 본질적인 내용에 대해서는 많은 이들이 공감하고 있다. 부실하고 경영 능력이 없는 대학들은 사회적 비용을 줄이는 차원에서 빠른 퇴출이 필요하다. 따라서 이러한 대학들에 대해서는 적절한 평가와 객관적인 방법으로 평가를 실시해서 사회적 비용을 줄일 필요가 있다. 그러나 이런 평가가 사회적 동의를 얻지 못하고, 일부 통제적인 수단으로 작용하거나 편의적인 방법에 이용되는 것은 심각한 문제를 안고 있다.

지금과 같은 청년 실업 문제는 과거 교육 정책에서 그 부작용이 잉태되어온 측면이 많이 있다. 이러한 부작용을 해결하기 위해 지표를 선정하고 평가해서 일방적으로 발표하는 정부가 과연 취업의 문제를 해결할 의지가 있는지, 청년 및 대학생들의 고민이 무엇인지, 지역 경제 및 청년 창업의 현안이 무엇인지, 취업 현장에서 느끼는 체감 온도와 대학들이 겪는 고민들에 대해서 얼마나 알고 있는지 의심스럽다.

과거 정부는 교육 선진화를 앞세워 대학 입학 정원을 늘리고, 청년들의 직업 기대 심리를 수직 상승시켜놓았다. 그런 정부가 이제 와서 부작용에 대한 문제 해결을 대학과 학생들에게 전가시키는 것은 무엇으로 설명해도 이해가 되지 않는다. 또한 정부의 청년 실업 해결 정책은 교육 현장과 분리해서 생각하고 내놓은 정책이라는 생각이 많이 든다. 요즘 청년 실업과 관련된 정책들을 보면 여러 가지 문제를 안고 있는 정책들을 관계부처에서 앞다투어 발표하고 있다. 발표 내용을 보면 과연 참신성과 청년 실업을 해결하려는 진실성이 있는 것인지 의심스럽기까지 하다. 그중에서 단골로 등장하는 일부 정책들은 재탕하는 정책들로, 이름만 바꿔서 내놓는 또 하나의 행정 편의주의적인 발상이 아닌가 싶다. 기존 시스템을 정비하고 그것에 효율성을 기하는 정책이 더 유효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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