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전쟁…정치권 ‘유전자 변형’이 시작됐다
  • 감명국 (kham@sisapress.com)
  • 승인 2011.09.27 17: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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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 총선과 대선의 전초전 성격을 띠는 서울시장 선거가 예전과 전혀 다른 형국으로 전개되고 있다. 여권과 야권 후보의 맞대결로 진행되던 예전의 구도와는 완전히 딴판이다. 정치권의 지형 자체가 확 바뀐 것이다. 이석연 전 법제처장과 박원순 변호사가 외곽에서 출마 선언을 해 판이 꼬여들면서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와 손학규 민주당 대표의 고민도 함께 깊어졌다.

▲ 지난 6월13일 국회 상임위에 첫 출석한 손학규 민주당 대표가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를 만나 반갑게 악수하고 있다. ⓒ연합뉴스

갑자기 확 달라진 날씨만큼이나, 정치권의 지형도 역시 확 변해버렸다. 내년 총선과 대선의 전초전 성격을 띠게 될 10월26일 서울시장 보궐 선거의 판세가 전혀 새로운 방향으로 돌아가고 있다. 현재 유력 후보 네 명이 각축을 벌이는 형국이다. 그런데 그 구도가 상당히 독특하다. 여당과 야 3당의 구도가 아니라는 점이다. 여기에 이번 서울시장 보선이 갖는 큰 정치적 함의가 숨겨져 있다.

집권 여당인 한나라당 내에서 서울시장 후보로 가장 지지율이 높은 나경원 최고위원이 9월23일 출마를 공식 선언했다. 이틀 후인 25일에는 경선을 통해 제1 야당인 민주당의 서울시장 후보도 확정되었다. 통상적이라면 이것으로 선거판은 말끔히 정리되었을 터이다. 여야 맞대결 구도로 가는 것이다. 지난해 6월 지방선거에서의 서울시장 선거 역시 한나라당과 민주당은 당내 경선을 통해 ‘오세훈 대 한명숙’이라는 맞대결 구도를 일찌감치 띄웠다.

하지만 지금은 상황이 완전히 달라졌다. 이들 여야 후보가 ‘한국시리즈’에서 격돌하려면 ‘플레이오프’를 거쳐야 할 상황에 처해 있다. 이석연 전 법제처장과 박원순 변호사가 이미 외곽에서 출마 선언을 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이 전 처장은 한나라당을 포함한 범여권을, 박변호사는 민주당을 포함한 범야권을 각각 아우르는 모양새를 취하고 있다. 지지율도 만만치 않다. ‘안철수 바람’을 통해 기존 정치권에 염증을 느낀 ‘무당파’의 위력은 이미 입증되었다. 이 힘이 시민 후보를 자처하는 이 전 처장과 박변호사를 지지하고 있고, 두 사람은 기존 정치권에 들어가지 않겠다고 버티고 있다. 한나라당과 민주당이 결코 이들을 외면할 수 없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가장 골머리를 싸매고 있는 이는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와 손학규 민주당 대표 두 사람이다. 현재의 분위기라면 집권 여당과 제1 야당의 대권 후보로 두 사람이 가장 유력해 보이는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서울시장 보선을 앞두고 두 유력 대권 주자는 얽힌 문제를 풀지 못해 끙끙대고 있다. 그만큼 함수 관계가 복잡하다.

기존 대권 판도도 완전히 흔들려

박 전 대표측은 정말 난감한 표정이다. 서울시장 보선 지원에 박 전 대표가 나설 것인지가 초미의 관심사로 대두되고 있다. 주변에서는 “어쩔 수 없지 않나”라고 말한다. 꼼짝없이 나갈 수밖에 없게 되었다는 뜻이다. 이런 상황을 초래한 오세훈 전 서울시장에 대한 불만의 목소리는 지금도 들려온다. ‘친박계’의 한 핵심 인사는 “정두언 의원 등 ‘친이계’에서는 벌써부터 ‘서울시장 선거에서 지면 박근혜 선대위원장 체제로 가야 한다’라고 압박하고 있다. 박 전 대표를 조기에 올려 ‘흔들기’를 본격화하겠다는 저들의 의도가 훤히 읽히지만, 그럼에도 이를 거부할 명분이 없어 답답하다”라고 말한다.

박 전 대표측은 이미 서울시장 보선 지원에 나설 결심을 굳힌 것으로 보인다(42~43쪽 기사 참조). 친박계의 한 인사는 “이미 ‘박근혜 메시지팀’이 보강되었다. 공식적으로는 비밀이다”라고 귀띔했다. 메시지팀을 보강했다는 의미는 사실상 서울시장 보선에 대비한다는 뜻으로 읽힌다.

손대표측도 다급하기는 마찬가지다. 박변호사의 지지율이 민주당 후보 지지율보다 많이 앞서 있기 때문이다. 범야권의 대표 대권 주자가 되고 싶어 하는 손대표는 박변호사를 반드시 끌어안겠다는 입장이지만, 상황이 그리 녹록지 않다(44~45쪽 기사 참조). 자칫하면 정치권 밖에 있는 문재인 노무현재단 이사장과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에게 주도권을 완전히 빼앗길 수도 있다.

전혀 정치 일정상에 없었던, 그야말로 갑자기 불거져나온 ‘10·26 서울시장 보선’이라는 새로운 상황이 기존의 대권 판도를 완전히 뒤흔들고 있다. 이래서 정치를 살아 움직이는 생물이라고 부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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