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TE 요금제 속 ‘데이터’의 진실
  • 김세희 기자 (luxmea@sisapress.com)
  • 승인 2011.10.02 15: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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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텔레콤, ‘안심 옵션’ 등 선택 요금제 선보여…사실상 ‘데이터 무제한’ 폐지해 사용자에게 부담

▲ 지난 9월28일 서울 을지로2가 SKT타워에서 ‘SK텔레콤 4G LTE 스마트폰 출시 기자간담회’가 열렸다. ⓒ시사저널 윤성호
설왕설래는 끝났다. 데이터 무제한 요금제 폐지설을 둘러싼 논란이 일단락되었다. 포문은 SK텔레콤이 열었다. 지난 9월28일 장동현 SK텔레콤 마케팅부문장은 “(데이터) 무제한은 아니다”라고 잘라 말했다.

장부문장이 이처럼 못 박은 데는 이유가 있었다. SK텔레콤은 LTE용 요금제를 발표하며 여러 가지 선택 요금제를 함께 선보였다. 기본 요금제에 할당된 데이터를 초과해서 이용하는 사용자들에게 일종의 옵션 요금제를 제시했다. 그중 ‘LTE 안심 옵션’은 월 9천원을 추가로 내면 기본적인 웹서핑이나 메일 확인 등이 가능한 속도로 데이터 서비스를 계속해서 이용할 수 있는 상품이다. 언뜻 보면 기본 요금제에 안심 옵션을 추가하면 기존의 데이터 무제한 요금제처럼 이용할 수 있을 것으로 풀이된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보면 아니다. 장부문장의 말마따나 LTE 서비스에는 데이터 무제한 요금제가 없다. 안심 옵션은 4백kbps 속도가 제공되는, 사실상 유료 부가 서비스 중 하나이다. 요금제의 형태 자체는 데이터 무제한과 유사하게 보이지만, 속도 자체는 3G의 30분의 1에도 못 미치는 수준이다. 따라서 안심 옵션을 추가한다 하더라도 기본 요금제에서 제공되는 데이터를 모두 소진한 후에는 LTE의 속도를 전혀 기대할 수 없게 된다. 

“통신망 과부하 사전 차단 위한 조치”

▲ LTE 요금제에는 ‘데이터 무제한’이 적용되지 않을 전망이다. ⓒ시사저널 우태윤

장동현 부문장은 “LTE 요금제는 소수 헤비유저(데이터를 과도하게 이용하는 사용자)가 통신망에 부담을 주는 현상을 피하고 다수 고객이 데이터 초과 사용 부담을 줄이면서 LTE를 이용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3G 이용자들의 데이터 사용 현황을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상위 10%의 이용자에 72%의 트래픽이 집중된다. 상위 1%로 범위를 좁혀보면 데이터 트래픽의 집중도는 23%로 급증한다. 이를 다르게 보면 10%를 제외한 나머지 90%의 이용자가 사용하는 데이터양은 극히 일부분에 지나지 않는 것으로 해석된다. 이러한 트래픽 패턴이 LTE에도 고스란히 적용된다면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 ‘속도’가 핵심인 LTE에 제동이 걸릴 수 있기 때문이다. 한 통신업계 관계자는 “일부 사용자가 데이터를 초과해서 사용하면 망 안정성에 부담을 주는 것이 사실이다. LTE 전용 요금제는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결국은 LTE의 존재 가치와 통신비 부담의 싸움으로 귀결된다. LTE는 콘텐츠 다운로드에서 3G와 비교해 다섯 배 이상의 속도 차이를 내고 있다. 속도는 LTE의 기저를 이루고 있는 본질이다. 이는 통신망을 안정적으로 사용할 수 있다는 전제하에 가능하다. 하지만 3G에서와 마찬가지로 트래픽 과부하가 걸릴 경우, 특히 서울을 비롯한 주요 도시에서는 통신망을 항상 안정적으로 유지하는 것이 쉽지 않다. 통신업계가 LTE에서 데이터 무제한 요금제 도입을 꺼리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황승택 하나대투증권 연구원 역시 “통신망 부하의 원인이 되는 헤비유저들의 데이터 사용을 제한한다는 점에서 (데이터 무제한 요금제 폐지는) 긍정적이라고 판단된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통신비 논쟁에서만큼은 피해갈 수 없다. 그동안의 전례에 비추어볼 때 KT와 LG유플러스는 SK텔레콤과 비슷하거나 약간 인하된 수준에서 요금을 책정한다. 이 점을 감안했을 때 SK텔레콤이 내놓은 요금제는 LTE 요금제의 기준이 될 수 있다. SK텔레콤이 발표한 요금제가 주목받는 것도 이 때문이다.

SK텔레콤은 최저 3백50MB에서 최대 10GB의 데이터 사용량을 지원하는 ‘한도형 요금제’를 선보였다. 데이터 무제한 요금제를 도입하지 않기로 결정한 대신 동영상은 제한되지만 간단한 웹서핑은 가능한 수준의 데이터 서비스를 옵션 요금제로 제공한다. 기존 3G에서 무제한 요금제를 이용했던 사용자를 흡수할 것으로 예상되는 ‘LTE52’ 요금제를 보면 월정액은 5만2천원으로 3G의 ‘올인원54’와 비교했을 때 2천원이 더 싸다. 음성통화 기본 제공량에서는 3G(3백분)보다 50분 줄어들고 문자 제공량은 2백50건으로 동일하지만, 데이터 제공에서는 1.2GB를 제공해 3G 요금제에서보다 5천원가량의 이득을 볼 수 있다. 3G에서의 데이터량은 무제한 요금제 이용자들의 평균 데이터 사용량인 1.1GB를 기준으로 계산했다. 결과적으로 ‘LTE52’를 이용하면 ‘올인원54’를 쓸 때보다 1천6백원가량이 절약된다(표 참고). SK텔레콤측은 “3G에서 무제한 요금제를 선택했던 고객은 (LTE에서도) 거의 동일한 수준의 요금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설계하려 했다. 저렴하거나 동일한 수준으로 책정하려 노력했다”라고 말했다.

LTE와  3G 요금제 비교  (자료: SK텔레콤)
  음성   데이터   문자   월정액 
LTE42 180분  700MB 200건  42,000원 
올인원44 200분  500MB 250건 44,000원 
고객 부담  +2,160원  -7,000원  +1,000원  -2,000원 
월정액과 혜택 감안했을 때 LTE42 요금제가 5,840원 저렴
         
  음성   데이터   문자   월정액 
LTE52 250분  1.2GB 250건  52,000원 
올인원54 300분  무제한 250건 54,000원 
고객 부담  +5,400원  -5,000원  · -2,000원 
월정액과 혜택 감안했을 때 LTE52 요금제가 1,600원 저렴


그런데 이는 사용자가 3G와 유사하거나 동일한 이용 패턴을 유지할 때 가능하다. 하지만 LTE 가입자는 고화질 동영상 서비스나 멀티네트워크 게임, 콘텐츠 다운로드 등 데이터 사용량이 많은 서비스를 이용하게 된다. 자연스럽게 기본으로 제공되는 데이터 소진도 빨라져 요금제의 제공 한도를 초과할 가능성 역시 커진다. 단적인 예로 ‘LTE52’ 가입자가 영화 한 편을 다운로드받는다고 가정해보자.

영화 다운받고 남은 한 달은 웹서핑만?

‘LTE52’에 제공되는 데이터는 한 달에 1.2GB이다. 영화 한 편의 용량은 보통 1GB를 상회한다. 1GB가 넘는 영화를 단 몇 분 만에 다운로드하고 LTE의 가치를 만끽한 다음에는 울며 겨자 먹기로 남은 용량을 가지고 나머지 한 달을 버텨야 한다. 네트워크 게임이나 HD급 동영상 스트리밍은 엄두조차 낼 수 없다.

SK텔레콤측은 “‘LTE62’ 요금제에서는 3GB의 데이터를 제공한다. 영화를 다운로드하고 다른 서비스도 즐기려면 다른 요금제를 선택해 사용하면 된다”라고 말했다. 통신비 부담 가중이나 요금 폭탄을 막기 위해 ‘LTE 안심 옵션’이나 ‘LTE 데이터 요금 계단식 할인(사용량 증가에 따라 자동으로 요금을 할인해주는 제도)’을 도입했지만 초과 사용량에 따라 요금을 더 부담해야 한다. 결국 3G와 비교했을 때 요금이 유사하다거나 저렴하다는 것은 LTE가 대중화된 후 실질적인 이용 패턴을 확인하기 전까지는 판단을 내리기 어렵다.

헤비유저들을 제한해 LTE 통신망을 온전히 활용할 것인가, 통신비 부담을 완화해야 할 것인가. LTE 요금제는 딜레마에 빠져 있다. 하지만 SK텔레콤이 첫발을 내디딘 이상 데이터 무제한 요금제 폐지가 다시 무산될 것이라고 보는 시선은 잦아들고 있다. 황승택 연구원은 “LTE 서비스의 무제한 요금제 폐지 효과는 장기적인 관점에서 통신 서비스 전반에 걸친 개선으로 연결될 것으로 기대한다. 가격 논쟁에 따른 수익성 개선 여부보다는 제한된 데이터 서비스로 인한 망 부하 감소로 효율적인 망 운영이 가능해졌기 때문이다”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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