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커피 전문점의 ‘1위 전쟁’이 가속화하고 있다. 커피 전문점 시장은 지난 10년간 스타벅스 독주 체제로 움직였다. 스타벅스는 한 번도 1위 자리를 내주지 않았다. 그런데 지난해부터 변화의 조짐이 보이기 시작했다. 2010년 8월 토종 브랜드인 이디야가 스타벅스를 제치고 4백호점을 돌파했다. 11월에는 카페베네도 4백호점을 돌파했다. 카페베네는 불과 6개월여 만에 5백호점과 6백호점을 잇달아 돌파하는 기염을 토했다. 여세를 몰아 올해 상장 계획도 발표했다. 카페베네의 한 관계자는 “IPO(기업 공개)를 위한 주간사 선정을 마친 상태이다. 현재 주간사를 통해 구체적인 상장 시기를 저울질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예비 창업자나 투자자들 피해 입을 우려 커져
시장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일부 커피 전문점 업체가 매출이나 매장 수를 부풀린 것이 아니냐는 의혹의 눈초리를 받기도 했다. 공정거래위원회(공정위)에 따르면 지난 3년간 할리스의 매출은 2008년 2백25억2천만원, 2009년 2백69억7천만원, 2010년 3백84억9천만원을 기록했다. 하지만 언론에는 각각 6백71억원, 8백73억원, 1천82억원을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시사저널> 취재 결과 할리스는 그동안 가맹점 매출을 본사 매출에 포함시켜 발표해온 것으로 나타났다. 할리스측은 “업계 관행이다”라는 입장만을 반복했다. 할리스의 한 관계자는 “내부 기준에 따라 가맹점을 포함한 매출을 발표했다. 다른 업체들도 이런 식으로 실적을 발표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라고 말했다.
창업 전문가들은 “본사와 가맹점 매출은 엄연히 구분되어야 한다”라고 입을 모은다. 이상헌 창업경영연구소 소장은 “매출이나 매장 수를 부풀려 가맹점을 확대하려는 꼼수이다. 현재 상당수 프랜차이즈가 매출 부풀리기를 통해 예비 창업자들의 눈을 흐리게 하고 있다”라고 지적했다. 또, “커피 전문점의 발표만 믿고 계약을 했다가는 낭패를 당할 수 있다”라고 경고하기도 했다.
할리스에서는 최근 3년간 27곳의 점포가 문을 닫았다. 다른 사람에게 명의를 이전한 사례도 38건이나 되었다. 최근 3년간 1백48곳의 신규 매장을 연 것을 감안할 때 단순히 숫자로 보면 문을 연 매장의 40% 이상이 폐점을 했거나 사업을 접었다는 계산이 나온다.
이디야의 경우 상황이 더하다. 이디야는 지난 2007년부터 2009년 기준으로 1백43곳의 가맹점을 새로 냈고, 43곳이 문을 닫았다. 명의를 이전한 곳도 68곳이나 된다. 지난 1999년 이후 문을 닫은 곳이 20곳인 스타벅스와 비교되고 있다. 업계에서는 “거액의 권리금을 받고 가게를 내놓은 경우가 대부분이다. 수익이 나지 않아 사업을 포기한 것은 아니다”라고 강변한다. 하지만 이소장은 “예상했던 것만큼 수익성이 나지 않으면서 문을 닫거나 명의를 변경한 것으로 보고 있다. 예비 창업자들이 좀 더 신중하게 접근할 필요가 있다”라고 조언했다.
일부 업체, 가맹 사업 현황 공개에 허위 보고
공정위는 지난 2008년부터 가맹점 정보보고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예비 창업주들이 가맹점을 선택할 때 판단 근거로 삼도록 재무 상황이나 가맹 사업 현황을 홈페이지에 공개하도록 조치했다. 하지만 이마저도 허점투성이이다. 공정위 홈페이지에 등록한 토종 브랜드의 정보 공개서를 조회한 결과 상당수 업체가 아직까지 2010년 현황을 공개하지 않았다. 일부 업체의 경우 자의적인 정보를 홈페이지에 게재한 것으로 <시사저널> 취재 결과 확인되었다.
카페베네가 대표적인 예이다. 이 회사는 정보 공개서에서 지난해 가맹점 평균 매출을 4억7천7백만원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회사측은 전체 3백64곳의 가맹점 중 1백44곳을 통계에서 누락시켰다. 실적이 좋은 2백20곳의 가맹점 매출만으로 평균을 계산을 한 것이다. 카페베네측은 “1백44곳의 매장이 문을 연 지 1년도 되지 않아 통계를 잡을 수 없었다. 의도적으로 누락한 것은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하지만 경쟁 브랜드 역시 같은 기간 가맹점 수가 급증했다. 이들의 경우 1년이 안 된 매장이라도 모두 평균 매출에 포함시켰다는 점에서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문을 연 지 두 달도 안 된 가맹점을 합산해서 계산을 하다 보니 평균 매출이 많이 줄었다. 기간이 모자라 합산에서 뺐다는 해명은 이해할 수 없다”라고 귀띔했다. 의도적인 부풀리기가 아니냐는 것이다.
연내 상장할 것이라고 발표했음에도 기대와 우려하는 시각이 엇갈리는 것도 이 때문이다. 그동안 카페베네는 스타 마케팅을 통해 브랜드 인지도를 높여왔다. 지난 2009년 싸이더스HQ와 전략적 제휴를 체결했다. 이후 소속 연예인인 한예슬과 최다니엘을 전면에 내세워 대대적인 광고를 시작했다. <시크릿가든> <아테나> 등 대형 드라마에는 어김없이 얼굴을 내밀었다. 이런 노력으로 가맹점 수가 단기간에 급증했다. 매출 역시 지난해 1천22억6천만원을 기록하면서 전년에 비해 4백% 성장했다. 회사 관계자는 “올해 역시 가맹점 수가 크게 증가했다. 전년 대비 2백% 성장한 2천억원 정도의 매출을 올릴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김선권 대표는 최근 기자간담회에서 “오는 2015년까지 매출 1조원을 달성하겠다”라고 밝히기도 했다. 때문에 비상장주 관련 카페에서는 카페베네가 비상한 관심을 끌었다.
카페베네의 가맹점 수는 9월29일 현재 6백76개(예약 건수 포함)를 기록했다. 하지만 이 가운데 직영점 수는 18곳에 불과했다. 나머지는 로열티를 받는 가맹점이다. 전문가들은 매출 대부분을 가맹점에 의존하기 때문에 연내 상장이 쉽지만은 않을 것이라고 보고 있다. 수치의 ‘착시 효과’가 끝나면 상장 공약 역시 가라앉을 것이라는 얘기이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카페베네는 그동안 가맹점 확보를 통해 성장을 거듭해왔다. 하지만 가맹점을 유치하는 데는 한계가 있기 마련이다. 웬만한 요지에는 이미 경쟁 브랜드의 가맹점이 들어선 상태이다. 매출을 내기 위해서는 가맹점을 확보해야 하는데, 쉽지가 않을 것이다”라고 지적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창업 컨설턴트는 “카페베네의 가맹점 확장이 주춤하게 되면 매출 성장세 역시 가라앉을 수밖에 없다. 단순히 매출 성장이나 가맹점 확대율을 보고 접근했다가는 ‘낭패’를 당할 수도 있다”라고 조언했다.
커피 업계, 매출 다변화 방안 강구 중
이와 관련해 카베베네측은 “현재 가맹점 의존도를 낮출 다양한 대응책을 준비하고 있다”라고 밝혔다. 우선 가맹점 위주의 사업 구조를 탈피하기 위해 직영점을 70~80개로 늘리는 방안을 준비하고 있다. 해외 진출을 통해 추가 수익을 확보할 방안도 계획하고 있다. 올해 말 미국 맨해튼 지점도 열 예정이다. 베트남, 필리핀, 중국 등 아시아 지역 11개 도시에도 조만간 지점을 낼 계획이다. 회사 관계자는 “내부적으로도 가맹점 위주의 사업 구조에 대해 되돌아보고 있다. 매출을 다변화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기 위해 현재 다양한 계획을 검토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프랜차이즈 업계가 상장 못 하는 이유는? 프랜차이즈 업계의 매출이나 매장 수 부풀리기는 커피 전문점만의 문제가 아니다. 현재 상당수의 프랜차이즈 브랜드가 매출이나 매장 수를 부풀리는 것으로 알려졌다. 유명 브랜드도 마찬가지다. 이들은 ‘업계 최초로 OO호점을 돌파했다’라고 마케팅을 한다. 하지만 폐업한 매장을 제외한 수치여서 뒷말이 나오고 있다. 매출 대부분을 가맹점에 의존하고 있는 점도 문제이다. 놀부, BBQ 등 이름만 대면 알 만한 유명 프랜차이즈 브랜드들이 여러 차례 상장을 시도했다가 실패한 것도 이 때문이다. 한 금융 애널리스트는 “국내 프랜차이즈가 대부분 가맹점 체제로 운영되다 보니 수익이 불안전하다. 직접 상장이 힘든 탓에 인수·합병(M&A)을 통한 우회 상장을 택하고 있다”라고 지적했다. 업계에서는 이를 ‘뒷문 상장’이라고 말한다. 어렵게 상장해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수익 모델이 불안하다 보니 시가총액이 M&A 이전에 비해 반 토막 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지난 2007년 상장한 태창가족(현 태창파로스)이 대표적인 예이다. 생맥주 체인점 ‘쪼끼쪼끼’를 운영하는 태창가족은 IT 업체인 파로스이앤아이를 인수하면서 코스닥에 우회 상장하는 데 성공했다. 당시 주가는 7천원 안팎이었다. 하지만 이후 유상 증자와 감자를 반복하는 과정에서 회사 주가는 바닥을 기었다. 9월29일 현재 태창파로스의 주가는 3백11원을 기록하고 있다. ‘먹튀’ 사건도 끊이지 않고 있다. 서울경찰청 광역수사대는 지난 9월15일 유명 프랜차이즈 업체에 투자하면 고수익을 보장하겠다면서 수백억 원의 투자금을 가로챈 창업 컨설팅업체 대표 김 아무개씨를 불구속 입건했다. 김씨는 그동안 유명 언론사가 주최하는 컨설팅에도 자주 모습을 드러낸 터여서 ‘후폭풍’이 커지고 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가맹점을 유치해야 매출이 나오는 것이 프랜차이즈 업계의 특성이다. 이 과정에서 투자자 피해 또한 적지 않은 만큼 관련 법을 다듬을 필요가 있다”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