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경제 방향키 쥔 승부사 버냉키의 ‘더블딥 격퇴 전쟁’
  • 한면택│워싱턴 통신원 ()
  • 승인 2011.10.02 15: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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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 의장, 단기 국채 팔고 장기 국채 사들이는 등 경기 부양책 잇달아 내놓아

▲ 지난 7월21일 벤 버냉키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 의장(왼쪽 두 번째)이 상원에서 발언하고 있다. ⓒ신화통신

미국 경제가 또다시 더블딥(재침체)에 빠져들 위험을 겪고 있다. 지표상으로는 아직 성장을 유지하고 있으나 체감상으로는 이미 재침체에 빠졌다는 경보도 나와 있다.

미국 경제의 조타수인 벤 버냉키 연방준비제도이사회(연준·FED) 의장은 과연 미국 경제를 더블딥의 위기에서 건져내고 회생시킬 수 있을 것인가.

연준은 8월과 9월에 원투 펀치로 두 가지 처방을 내렸다. 8월에는 2013년 중반까지 2년 동안 사실상의 제로 금리를 유지하겠다는 결정을 내놓았다. 9월에는 내년 6월 말까지 4천억 달러의 장기 국채(만기 6~30년)를 사들이고 같은 규모만큼 보유 중인 단기 국채(만기 3년 미만)를 내다 판다는 장기채 전환 부양 조치를 결정했다.

9월20~21일 이틀간 열린 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에서 내놓은 처방은 2012년 6월 말까지 만기 6~30년짜리 장기 국채를 4천억 달러어치 사들이고 만기가 3년 미만인 단기 국채를 4천억 달러어치 팔아 연준 보유의 국채 비율에서 장기채를 크게 늘린다는 방안이다.

“엉뚱한 곳 지원” 비판에 “효과 없다” 평가도

연준이 보유한 국채의 분포가 장기 국채 위주로 바뀌면 주택 모기지, 신용카드, 개인 및 업계 대출의 이자율이 낮아져 소비와 투자를 촉진시키는 효과를 겨냥할 수 있게 된다. 연준은 현재 4%대 초반인 주택 모기지 이자율을 4% 아래로 장기간 유지시키려고 시도하는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연준의 이런 처방이 제대로 작동한다면 돈을 찍어낸다는 비난과 인플레이션의 위험을 피하면서 소비 진작과 일자리 창출, 주택 시장 회복 등 경기 부양 효과를 보게 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하지만 연준의 이 두 가지 조치에도 월스트리트(뉴욕 증시)는 물론 메인스트리트(일반 경제)에서 별다른 부양 효과를 거두지 못한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증시의 널뛰기 장세는 자주 반복되고 있고, 미국 경제의 더블딥 공포도 완전히 잠재우지는 못하고 있다. 연준의 조치들이 단기적으로 경기 부양 효과를 보지 못하고 있는 것은 당연한 결과라는 분석도 있다. 이는 연준의 조치들이 단기 경기 부양 효과를 꾀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장기 효과를 노리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연준의 조치는 미국 경제를 회생시키려면 반드시 해결해야 할 양대 과제인 일자리 창출과 주택 문제 해결에서 돌파구를 찾기 위한 처방이며 효과가 나타나려면 어느 정도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그러나 연준의 경제 살리기 수단이 거의 소진되고 능력도 쇠퇴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의심과 불신 또한 증폭되고 있다.

연준은 금융 위기와 주택 시장의 붕괴에 대처하기 위해 지금까지 2조4천억 달러를 투입했다. 주택 모기지 채권을 사들이는 데 1조4천7백50억 달러를 풀었고, 재무부 국채를 매입하는 데 9천억 달러를 방출했다. 그러나 이같이 엄청난 돈을 뿌린 것에 비하면 경기 회복세에 탄력을 주지 못했고, 더블딥 우려마저 불식시키지 못하고 있다는 혹평도 듣고 있다. 특히 2008년 금융 위기가 정점에 달했을 때 무려 1조2천억 달러가 미국이 아니라 스코틀랜드와 벨기에 등 지구촌 금융기관들에게 지원되었다. 심지어는 정크 본드와 주식을 보증하는 데도 사용된 것으로 드러나 비난을 샀다.

미국이 경제를 회복시키려면 일자리 창출과 집 문제 해결에 주력해야 할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미국은 14조8천억 달러의 국가 부채를 지고 있을 뿐만 아니라 국민들의 가계 빚도 11조5천억 달러에 달한다. 가계 빚의 4분의 3이 주택 모기지이다. 미국 경제 불경기의 진원지로 꼽히는 주택 시장의 붕괴로 미국 내 주택 모기지들의 90%가 연방정부 관할에 들어가 있다. 정부 기관에서 부실화된 모기지를 대거 사들였기 때문이다. 나머지 10%만 17개 시중 은행이 소유하고 있다.

미국 정부는 아예 이 10%까지 사들여 모든 모기지를 100% 국유화시키는 작업을 하고 있다. 모기지를 100% 관할해 현재 평균 4.5%의 이자율로 되어 있는 주택 모기지들을 4%로 일괄 재융자해주는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 재융자 제한 조건도 거의 모두 없앨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 방안을 시행하면 집값 시세보다 모기지 부채가 더 많은 이른바 언더워터(수중에 잠긴) 주택 1천100만채 가운데 적어도 2백90만채에 혜택을 주게 될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특히 주택소유자들이 모기지 이자율 납부에서 8백50억 달러를 절약하게 되어 그만큼 소비를 진작하게 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러한 모기지 일괄 재융자를 단행하는 데 필요한 장기 이자율의 4% 미만을 유지시키기 위해 이번에 연준이 사전 조치를 취했다는 분석이다.

버냉키 의장도 이제는 막다른 골목에 내몰리고 있다. 더 이상 쓸 처방도 별로 없고, 백약이 무효가 아니냐고 걱정하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미국 경제의 더블딥을 막아내지 못할 것이라는 우려의 먹구름도 더욱 짙어지고 있다. 하지만 버냉키 의장은 미국 경제의 재침체만큼은 막아내려고 모든 카드를 다 쓸 인물이며, 그만큼 미국 경제가 아직은 반등할 수 있는 여력을 갖고 있다는 기대도 제기되고 있다.

버냉키, 모든 ‘카드’ 공격적으로 사용할 듯

1990년대 중반 연준 부의장을 지냈던 앨런 블라인더 프린스턴 대학 교수는 “미국 경제의 회복이 계속 위태로울 경우 버냉키 의장은 세 가지 부양 카드를 다 꺼내들 수도 있다”라고 단언했다. 가능한 세 가지 카드 가운데 단기 채권을 파는 대신 장기 채권을 사는 ‘오퍼레이션 트위스트’는 이번에 꺼내들었다.

오퍼레이션 트위스트에 이은 두 번째 카드로는 3차 양적 완화(QE3)로 수천억 달러의 돈 풀기가 꼽히고 있다. 블라인더 교수는, 오퍼레이션 트위스트로도 상황이 나아지지 않을 경우 3차 양적 완화로 불릴 추가 채권 매입 프로그램이 나올 것이라고 내다보았다. 장기 국채 전환은 연준의 밸런스 시트의 전체 규모를 유지한 채 포트폴리오의 분포만 장기 국채 위주로 조정한 것이다. 반면 3차 양적 완화는 인플레이션 위험에도 사실상 돈을 찍어 시중에 더 푸는 전략이다.

끝으로 연준이 취할 수 있는 부양책은 시중 은행들의 초과 지불 준비금에 대한 이자율(지준율)을 제로 수준으로 더 낮추는 카드가 될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연준이 초과 지준율을 내리게 되면 은행들도 이 가운데 일부라도 대출을 늘리는 데 쓰게 될 것이라고 경제 분석가들은 예상하고 있다.

벤 버냉키 의장은 일본의 장기 불황에서 교훈을 얻어 미국 경제의 재침체나 장기 불황을 저지하기 위해 상당히 과감한 행보를 보이면서 가능한 한 모든 카드를 전격적이고 공격적으로 사용할 가능성이 매우 크다고 월스트리트저널은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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