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조직으로 이루어진 철거업체들의 ‘007식 운영’ 실태
  • 조해수 기자 (chs900@sisapress.com)
  • 승인 2011.10.02 15: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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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거는 이 시간에도 서울 곳곳에서 진행되고 있다. 철거에 참여하고 있는 용역업체의 이름도 다채롭다. 전국철거민연합회에 따르면 ‘삼오진’ ‘참마루’ ‘호람’ ‘비조’ ‘다원’ 등 5대 주요 철거업체 외에 ‘거성’ ‘유원’ ‘미현’ ‘상아CNC’ 등 신흥 업체들도 재개발 현장에 뛰어들었다.

그런데 전철연 관계자들은 업체 이름만 달라졌을 뿐 같은 철거 용역 직원을 다른 철거 현장에서 만나는 경우가 허다하다고 말한다. 현장에 투입되는 직원이 한 업체에 매인 몸이 아니라 그때그때 상황에 맞춰 충당되고 있다는 얘기이다.

현장에 투입되는 철거·용역 직원들은 점조직 형태로 구성되어 있다. 철거업체의 정직원은 대개 10명 남짓이다. 철거 계약을 맺고 현장에 투입할 인원이 더 필요할 경우, 이들 정직원이 몇몇 사람들에게 연락한다. 그러면 이들이 또 지인들에게 인원 보충을 요청한다. 현재 소규모 철거·용역 업체를 운영하고 있는 김 아무개씨는 “인원 모집은 피라미드식으로 퍼져나간다고 보면 된다. 예를 들어 정직원이 10명의 사람에게 연락하고, 이들 각자가 다시 10명에게 연락하는 식이다. 정직원이 연대장이라고 보면 그 밑은 중대장, 소대장이라고 할 수 있다”라고 설명했다.

철거에 가담하는 인맥의 고리는 주로 체대나 운동선수 출신을 중심으로 형성되고 있다. 전철연 관계자는 “최근 철거 현장에서 ‘Y’대학이나 ‘K’대학, ‘P’체육관 출신들을 자주 접한다. 이들의 폭력 행위는 오히려 정직원들 이상이다. 최근 덕이 지구에서는 K대 학생들에게 폭행당한 한 철거민의 딸이 공황 증세를 보이기도 했다”라고 말했다.

전직 프로복싱 선수 출신으로 현재 철거·용역 작업을 하고 있는 B씨는 이에 대해 “육체적 능력 외에도 운동선수 출신들은 선후배 관계가 엄격하기 때문에 인원을 모집하기가 쉽다. 새로 온 애들의 경우 가장 앞에 세운다. 쉽게 흥분해서 과격한 행동을 하기 때문이다. 한번 경험을 하고 나면 ‘다시는 안 한다’는 애들도 많지만, 쉽게 돈을 벌 수 있다는 점 때문에 계속해서 이 일을 하는 경우도 많다”라고 말했다.

최근에는 구인 광고를 통해 노숙인이나 가출 청소년이 철거 작업에 참여하는 경우도 많아지는 것으로 알려졌다. 일당은 10만~17만원 정도로, 심지어 여고생이 참여하기도 한다.

B씨는 철거 현장에서 일어나는 폭력은 자신들만의 잘못이 아니라고 항변했다. 그는 “계약 기간 내에 철거민들을 다 내보내야 하는데 그들이 버틴다면 어쩔 수 없는 것 아닌가. 건설 사업은 ‘시간이 돈’인데 계속 그들을 내버려둘 수도 없는 노릇이다. 폭력이 불법이라고 하지만 그들이 먼저 퇴거에 불응하면서 법을 어긴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경찰도 수수방관하는 것이 아니겠느냐”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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