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자들에 대한 관심 가져달라는 마음 담아”
  • 김진령 (jy@sisapress.com)
  • 승인 2011.10.02 1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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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도가니> 황동혁 감독 인터뷰 / “뜨거운 반응에 되레 놀라” “분노·열기가 차분한 논의로 이어져 실질적 대책 나왔으면…”

▲ ⓒCJ제공
영화 <도가니>는 냄비처럼 끓어올랐다. 개봉하자마자 공중파 9시 뉴스에 일주일 내내 <도가니> 소식이 보도되고 있다. 영화의 소재가 되었던 광주의 농아학교에서 벌어졌던 사건이 뒤늦게 여론의 조명을 받고 있다. 온 사회를 도가니처럼 끓어오르게 만들며 사회 현상이 되고 있는 <도가니>의 황동혁 감독을 지난 9월30일 만났다.

반응이 뜨겁다.

예상 못한 일이다. 놀라고 걱정된다. 처음 다루어진 일도 아닌데, 소설도 나오고 시사 프로그램에도 나오고 그랬는데 그때는 조용하다가 영화가 나왔다고 뜨거워지니까 어리둥절하다. 처음에는 내가 만들고자 했던 것을 공감해주니까 좋았다. 하지만 파장이 커지면서 기분이 좋지만은 않다. 나도 모르게 책임 같은 것이 자꾸 생기고 있다.

ⓒ시사저널 이종현
왜 영화에만 뜨겁게 반응할까?

영화는 시청각적으로 동시에 자극을 받는다. <PD수첩>에서 방영한 것은 증언을 듣는 것인데, 영화는 몰입해서 보니까 더 감정 이입이 되고 분노하게 되는 것 같다.

영화는 실제 사건과 많이 다를 수밖에 없는데.

영화로 만들면서 두 가지만 생각했다. 실제 사건과 소설이 다 원작이다. 소설의 핵심이 무얼까 생각했다. 이런 끔찍한 일이 일어났다는 것을 알리는 것과 그 가해자가 가벼운 형량으로 풀려나는 우리 사회의 현실을 알리는 것이 소설의 핵심이라고 생각했다. 이 두 가지를 영화에 충실히 담으려고 했다.

첫 작품 <마이파더>나 <도가니>는 모두 실제 사건이 소재이다.

두 작품 모두 내가 다 기획한 것이 아니다. <마이파더>는 KBS <일요스페셜>을 보고 영화기획사에서 연출 의뢰를 한 것이고, <도가니>는 배우 공유씨가 소설을 읽고 소속사에 영화화를 제의해 나에게 온 것이다.

영화가 실제 사건의 형량을 정확히 반영하지 않았다는 지적도 있던데.

소설에서도 1, 2심을 구별해서 다루지 않았다. 소설은 구조적인 문제에 의해서 집행유예로 풀려나는 것을 다루고 있다. 법조인 개인의 문제로 다루고자 한 것은 아니다. 현재 법이 그들에게 집행유예를 줄 수밖에 없다는 것도 안다. 그렇게 되는 과정, 지금 법이 그렇게밖에 될 수 없는 것을 보여주려고 했다. 실제 판결보다 형량을 조금 줄였다. 판결을 왜곡하려고 한 것이 아니라 일반인들이 집행유예의 의미를 잘 모르더라. 그 정도면 벌을 받았네 하고 받아들이더라. 그래서 할 수 없이 숫자라도 줄여서 가벼운 형량을 받았다는 것을 보여주려고 했다. 

주인공이 원작과는 다르게 사건 현장을 끝까지 지킨다.

나는 이 영화를 통해서 소시민의 한계를 논하고자 한 것이 아니다. 이 사건을 알리는 것과 이 사건이 묻히는 과정에서 드러나는 한국 사회의 문제점을 보여주자는 것이다. 주인공이 패배자로 돌아가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을까 싶어서 원작과 다르게 갔다. 관객에게 하고 싶은 이야기는 ‘이 일을 기억해달라’이다. 주인공이 무력하게 다시 자기 자리로 도망가는 것이 무슨 의미이겠는가. 이 사건을 기억해달라는 역할을, 이 사건을 끌고 온 인호에게 맡긴 것이다.

원작에도 없는 아이의 복수 장면이 있다.

현실에도 없고 소설에도 없는데, 영화 안에서만이라도 어른들이 못했던 단죄를 어떤 식으로든 하고 싶었다. 제도로 보호해주지 못하면 결국 사적으로 할 수밖에 없다는 것도 보여주고 싶었다. 그렇게라도 안 하면 이 아이들에게 출구가 없는 것이니까. 그런 뜻을 전하고 싶었다.

현실에 출구가 없다고 인정한 것인가?

사회적 약자에게는 출구가 없다. 저 멀리 보이는 작은 불빛도 없다. 약자일수록 출구가 없다. 그런 사람들에게 관심을 보여달라고 만들었다. 많은 이들이 몰랐던 사건이니까. 강인호가 마지막 장면에서 무진 광고판을 보다가 멈추어 선다. 인호는 아니까 돌아서게 된 것이다. 알면 관심을 가지게 된다. 영화를 본 사람들이 강인호처럼 이런 문제에 대해서 돌아서봤으면 한다.

출 의뢰를 받기 전에는 몰랐다는 이야기인가.

몰랐다. 의뢰를 받고 원작을 읽는 데 일주일이 걸렸다. 너무 묘사가 생생하고 가슴이 아파서. 실화라고 하니까 더 읽기 힘들었다.

연출 의도가 뭐였나?

카타르시스를 주려는 영화가 아니다. 실제 사건이 그랬으니까. 최대한 담담하게 주인공의 눈으로 그리려고 했다. 제작 제안을 한 공유씨도 그런 이야기를 했는데, 후련해져서 나가는 것이 아니라 가슴이 먹먹해져서 나가면 그것으로 된 것이다. 그게 현실이니까. 그래서 이런 뜨거운 반응이 되레 놀랍다.

이 영화의 강점은?

캐스팅이다. 공유씨 등 마음에 안 드는 배우가 하나도 없다. 정유미씨가 맡은 역은 원작에서는 사연이 많은 선배였다. 영화에서는 너무 어두운 캐릭터가 많아서 좀 더 활력 있는, 생기 있는 캐릭터가 필요해 젊은 캐릭터로 바꿨다. 정유미씨는 이 역할을 하려면 진솔해야 하는데 자기가 그렇지 않다며 많은 부담감을 내보였다. 악역은 일부러 알려지지 않은 얼굴을 캐스팅하려고 했다. 그것이 원칙이었다. 교장 역할을 한 배우는 성우를 오래한 배우이다. 정말 좋으신 분인데 반응이 뜨거워지면서 길 가다가 봉변을 당할까 걱정할 정도라고 한다.

15세용으로 재편집한다고 하던데.

처음 심의받기 전에 ‘15세 가’가 나올 줄 기대했는데, ‘18세’로 나왔다. 고등학생 정도는 이 영화를 봤으면 한다. 그래서 15세 가로 다시 편집하려고 한다. 하지만 너무 갑자기 반응이 뜨거워져서 아직 손을 못 대고 있다.

사회 문제화되는 것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나?

좋은 일이지만 이렇게 뜨거워지면 부작용이 일 수밖에 없다. 바로 잊히기도 하고. 지금은 대책을 내놓는다, 법을 만든다고 그러는데 그게 실제로 이어질지는 두고 보아야 한다. 이 분노나 열기가 긍정적으로 차분한 논의로 이어져 실질적 대책이 나왔으면 한다.

어떤 영화를 좋아하나?

공포영화를 빼고는 모든 장르를 좋아한다. 코미디도 꼭 하고 싶고, SF도 하고 싶고. <더 문>을 참 잘 봤다. 그런 SF를 만들고 싶다. 스필버그를 좋아한다. <죠스>나 <결투>는 참 잘 만든 영화이다.

순제작비 25억원짜리 소품 영화 <도가니>는 벌써 2백만명이 들고 최소한 관객 5백만명 이상이 예상되는 대박 영화가 되었다. 흥행 전망에 대해서 황감독은 “모르겠다. 이 열풍이 어디까지 갈지, 내 손을 떠난 것 같다”라고 말을 아꼈다.

황감독은 서울대 언론정보학과(90학번) 출신으로 미국에서 영화로 석사를 땄다. 그의 대학 동기에는 <다모>의 이재규 감독이나 <선덕여왕> <최고의 사랑>의 박홍균 감독 등 재주꾼이 많다. 그의 취미는 야구와 스포츠 경기 관람이다. 사회인 야구팀 2루수이고, 박지성이 경기를 하면 꼭 보고 잔다. 그래서 미혼일까? 그는 “영화감독을 하면서 결혼하기가 쉽지 않다”라며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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