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 아들과 청와대, 왜 내곡동 땅 사들였나
  • 김지영 기자 (young@sisapress.com)
  • 승인 2011.10.08 12: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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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 장남 시형씨와 대통령실, 서울 내곡동 땅 720평 산 것으로 드러나

이명박 대통령이 2013년 2월에 퇴임한 이후 거처할 사저를 서울 내곡동에 짓고 있는 정황이 <시사저널> 취재 과정에서 처음 포착되었다. 토지와 건물을 구입한 주체는 이대통령의 아들 시형씨와 청와대이다. 이에 따라 평범한 직장인인 시형씨가 17억원대에 이르는 부동산 매입 자금을 어떻게 구했는지 그 출처와 함께 이대통령이 논현동 사택을 두고 내곡동에 사저를 신축하려는 이유에 대한 궁금증이 커지고 있다.


 

▲ 이명박 대통령의 아들 이시형씨와 대통령실이 공동 매입한 서울 내곡동 땅. ⓒ이종현

 

서울 서초구 내곡동 서울시립어린이병원 인근에는 '홍씨 마을'이 있다. 과거 홍씨 집성촌이었던 까닭에 이렇게 불린다. 기자가 이 마을을 방문한 지난 10월4일 오후. 야산과 밭으로 둘러싸인 이 마을은 전형적인 주택 단지로 골목길은 비교적 한산했으며, 오가는 사람도 거의 없었다. 그야말로 고즈넉한 주택가였다.

 

그런데 1년5개월 후 이 고요한 마을에 '특별한 주민'이 이사를 올 듯하다. 바로 이명박 대통령이다. 이대통령이 2013년 2월 퇴임한 이후 거처할 사저(私邸)가 현재 이곳에 지어지고 있는 정황이 <시사저널> 취재 과정에서 단독으로 확인되었다.

 

전두환․노태우․김영삼․김대중 등 네 명의 전직 대통령들은 모두 퇴임 후 청와대에 입성하기 전까지 살았던 본래의 자택으로 돌아갔다. 노무현 전 대통령만 서울을 떠나 고향인 경남 김해시 봉하마을로 내려갔다.

 

이대통령 역시 서울 강남구 논현동 자택으로 돌아갈 것이라는 관측이 유력했다. 실제로 대통령실은 지난해 12월 '직전 대통령 경호 시설 건립 부지 매입비' 항목으로 올해 예산 40억원을 배정받았다. '논현동 사저'를 염두에 둔 것이었다. 당시 대통령실은 "경호 시설 위치는 통상 현직 대통령이 소유한 사저(논현동 집)를 기준으로 삼게 된다"라고 설명하기도 했다.

 

하지만 경호 부지 매입 예산을 소진해야 할 올해가 불과 석 달도 남지 않은 현재까지 대통령실은 이대통령의 논현동 사저 주변 부동산을 전혀 매입하지 않았다. 대신 그 40억원의 예산이 '다른 곳'으로 흘러들어간 정황이 포착되었다. 대통령실이 지난 5월 서울 서초구 내곡동에 있는 토지와 건물 등을 40억원에 매입한 것으로 확인된 것이다(상자 기사 참조).

 

하지만 이같은 사실은 전혀 외부에 알려지지 않았다. 대다수 사람은 여전히 '이명박 사저'가 논현동 자택이 되는 것으로 알고 있다. 왜 이대통령은 사저를 논현동에서 내곡동으로 비밀스럽게 옮기려고 하는 것일까.

 

이대통령의 이른바 '내곡동 사저'가 들어서는 곳은 서울 서초구 내곡동 20-17번지 일대의 여덟 필지이다. 그 지번을 보면 △내곡동 20-17번지(대지 5백28㎡) △20-30번지(대지 62㎡) △20-36번지(전(田)2백59㎡) 등 세 필지는 '20-17번지 외 2필지' 한 덩어리로 묶여 있으며, 이 땅과 맞붙은 △6-90번지(전 2㎡) △19번지(전 1백79㎡) △20-2번지(전 16㎡) △20-15번지(전 5백6㎡) △30-8번지(전 8백26㎡) 등이 포함되어 있다. 이 여덟 필지의 토지 면적은 모두 2천3백78㎡(약 7백20평)이다.  

 

주택 건물은 이미 철거된 상태


문제는 이 토지 가운데 한 덩어리로 묶여 있는 '내곡동 20-17번지 외 2필지'의 소유권 문제가 복잡하게 얽혀 있다는 점이다. 등기부등본에 따르면, '20-17번지 외 2필지'에는 지하 1층(85.51㎡), 지상 2층(1층: 1백10.78㎡, 2층: 70.76㎡) 규모의 연와조 나무 기와와 아스팔트 슁글 지붕으로 만들어진 단독 주택이 있다.

 

그런데 이 주택을 이대통령의 장남인 시형씨(34)가 5월13일 10억1천7백75만원에 매입했다. 이 땅의 지분 일부도 함께 매입했다. 시형씨가 이 건물과 일부 토지 지분을 매입한 지 12일이 지난 5월25일 대통령실은 이 땅의 나머지 지분 등 앞서 언급한 여덟 필지의 토지를 40억원에 모두 매입했다. 즉 시형씨가 건물과 일부 지분을 먼저 매입하고, 바로 뒤이어 대통령실에서 주변의 나머지 토지를 매입한 셈이 되는 것이다.

 

그런데 시형씨가 매입했던, 1985년에 지어진 2층 단독 주택 건물은 현재 철거된 것으로 확인되었다. 기자가 10월4일 이곳을 방문했을 때 ‘20-17 외 2필지’ 내에 있는 것으로 등기부에 등재되었던 시형씨 소유의 건물은 이미 없었다. 주택의 흔적만 남아 있을 뿐 철거된 폐건축 자재도 깨끗이 치워져 있었다. 대통령 사저를 다시 짓기 위해 시형씨 소유의 오래된 건물을 허문 것으로 보인다.

 

 

▲ 이대통령의 퇴임 후 사저 예정지로 추측되고 있는 내곡동 20-17번지 외 2필지 현장. 터 파기 공사가 한창이다. ⓒ전영기

 

그곳에는 현재 터 파기 작업이 진행되고 있었으나, 기자가 방문했던 날에는 공사를 하지 않았다. 공사 관계자뿐 아니라 그 누구도 눈에 띄지 않았다. 적막감마저 감돌았다.

 

주목되는 점은 ‘20-17 외 2필지’ 토지를 대통령실과 시형씨가 현재 공동 소유하고 있다는 것이다. 20-17번지(5백28㎡, 1백60평) 토지의 경우 시형씨가 5백28분의 3백30, 대통령실이 5백28분의 1백98의 지분을 각각 보유하고 있다. 다시 말해, 시형씨가 8분의 5(100평), 대통령실이 8분의 3(60평)의 지분을 갖고 있다는 이야기이다. 등기부등본에는 이땅을 얼마에 사고팔았는지 알 수 있는 ‘거래가액’이 등재되어 있지 않다. 이에 개별 공시지가로 추산해보았다.

 

2011년 1월1일 현재 이 지번의 개별 공시 지가는 ㎡당 1백94만원이다. 따라서 시형씨로서는 약 6억4천여 만원 정도의 매입비가 들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왜 이대통령이나 김윤옥 여사 명의가 아닐까.


20-30번지(62㎡, 19평)의 경우에도, 시형씨가 62분의 36(11평), 대통령실이 62분의 26(8평)의 지분을 각각 소유하고 있다. 등기부등본에 등재된 ‘거래 가액’에 따르면, 시형씨는 5월13일 이 땅의 지분 62분의 36을 2천2백만원에 매입했다. 20-36번지(2백59㎡, 79평)에서도 비슷했다. 시형씨는 2백59분의 97(30평), 대통령실은 2백59분의 1백62(49평)의 지분을 공유하고 있다. 등기부등본의 ‘거래가액’ 에 따르면, 시형씨가 5월13일에 8천25만원에 매입했다. 이로써 시형씨가 ‘20-17외 2필지’ 토지 일부를 매입한 비용은 모두 7억4천2백25만원 정도로 추산된다.

 

이렇게 산정했을 경우, 시형씨는 ‘20-17외 2필지’ 내에 있는 건물(10억1천7백75만원)과 토지 일부(7억4천2백25만원)를 매입하는데 모두 17억6천여 만원 정도를 투자한 셈이다. 따라서 ‘내곡동 사저’ 부지는 시형씨(17억6천20만원)와 대통령실(40억원)이 모두 57억6천여 만원 정도를 ‘갹출’해서 매입한 것으로 추정된다.

 

여기서 크게 세 가지 의문점이 생긴다. 시형씨의 17억원대에 달하는 부동산 매입 자금의 출처가 어디인가 하는 점이다. 또 시형씨 소유의 토지를 대통령실과 공동으로 소유하게 된 까닭은 무엇인지, 그리고 이대통령의 사저가 ‘논현동’에서 ‘내곡동’으로 은밀하게 바뀐 사유 등에 의문 부호가 찍힌다.

 

이대통령은 지난 3월 고위 공직자 재산 공개 당시 부인 김윤옥 여사와 함께 서울 논현동 자택을 포함해 모두 54억9천6백59만원을 신고했다. 하지만 장남인 시형씨는 ‘독립 생계 유지’를 사유로 고지를 거부했다. 시형씨는 지난 2007년 3천6백50여 만원의 재산을 신고한 이후 2010년까지 3년째 고지를 거부하고 있다.

 

그렇다면 3천만원대의 재산을 갖고 있던 시형씨는 무슨 돈으로 거액인 17억원대에 달하는 부동산을 매입했던 것일까. 시형씨는 5월13일 내곡동 부동산을 매입했고, 한 달 후인 6월15일 어머니 김윤옥 여사가 소유하고 있는 서울 강남구 논현동 29-13번지(대지 3백49.6㎡)를 담보로 농협중앙회 청와대지점에서 7억2천만원을 대출받은 것으로 확인되었다. 내곡동 부동산 매입 자금의 일부를 김윤옥 여사의 부동산을 담보로 받은 대출금으로 충당한 것으로 추정된다.

 

 

▲ 이 대통령의 아들 시형씨가 매입한 주택 건물의 정문 ⓒ전영기

 

만약 그렇다 해도 나머지 10억원 이상을 어디에서 마련했느냐는 점이 여전히 의문으로 남는다. 이에 대해 ㈜다스에서 경영기획팀장으로 근무하고 있는 시형씨의 입장을 듣고자 10월7일 회사에 전화를 걸었으나, 회사 관계자는 "(시형씨는) 현재 국내 출장 중이다. (기자가) 직접 통화하기는 힘들다. 나중에 다시 회사로 연락해라"라고 말했다. 이에 기자가 '김윤옥 여사 땅을 담보로 대출받은 것과 관련해 물어볼 것이 있으니, 이시형 팀장에게 연락 부탁한다고 전달해달라'라고 했으며, 회사 관계자는 "그렇게 전하겠다"라고 했다. 하지만 이후 아무런 답신이 없었다.

 

두 번째 의문은 시형씨와 대통령실이 '20-17 외 2필지' 토지를 왜 공동으로 소유하고 있느냐는 점이다. 이대통령이 퇴임 후 이용할 사저라면 이대통령이나 김윤옥 여사의 명의로 매입했어야 한다는 지적이다. '내곡동 사저'에 대해 비교적 잘 알고 있는 한 인사는 "대통령의 사저인데 대통령의 아들 명의로 매입한 까닭을 도무지 이해할 수 없다. 전직 대통령들 가운데 그 누구도 자식이나 다른 사람의 명의로 퇴임 후의 사저를 매입한 적이 없었다. 더군다나 대통령의 가족이 대통령실, 즉 국가와 이를 공유한 사례는 전혀 없었다. 누가 보아도 오해할 만한 소지가 다분하다"라고 말했다.

 

실제로 전직 대통령들이 현재 거주하고 있는 사저의 등기부등본을 들여다보아도 대통령 부부가 아닌 다른 가족 등이 사저를 매입한 전례는 없다. 전두환 전 대통령의 연희동 사저(서울 연희동 95-4, 95-5)는 1988년 2월 퇴임할 때 전 전 대통령과 이순자 여사 명의였다. 노태우 전 대통령의 연희동 사저(연희동 108-17)와 김영삼 전 대통령의 '상도동 자택'(서울 상도동 7-6) 역시 퇴임 당시 자신들의 명의로 되어 있었다.

 

김대중 전 대통령의 '동교동 자택'(서울 동교동 178-1)은 이희호 여사 명의였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봉하마을 사저'(경남 김해시 진영읍 본산리 30-6)는 2006년 10월 노 전 대통령이 1억9천4백55만원에 매입했으며, 퇴임 후인 2008년 7월 권양숙 여사에게 지분 2분의 1을 증여할 때까지 계속 노 전 대통령의 명의로 되어 있었다. 따라서 이대통령이 자신이나 김윤옥 여사가 아닌 장남을 통해 사저 부지의 일부를 매입한 까닭에 대한 궁금증은 여전히 남는다.


경호 시설 부지 매입 예산과 일치한 까닭은?


마지막으로 '논현동 사저'를 계획하고 경호 시설 부지 매입 예산을 받았던 대통령실이 그동안 무슨 사연이 있었기에 내곡동으로 '급선회'했느냐는 점도 미스터리이다. 대통령실이 올해 경호 시설 부지 매입 예산으로 배정 받은 40억원이 공교롭게도 <시사저널> 확인 결과, 대통령실이 지난 5월25일 서울 내곡동 20-17번지 일대 여덟 필지를 사들인비용 40억원과 액수가 정확히 일치한다. 따라서 대통령실이 당초 책정했던 예산 70억원이 40억원으로 삭감되면서 '어쩔 수 없이' 땅값이 상대적으로 싼 내곡동으로의 이전이 불가피했을 가능성도 있다.

 

하지만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10월7일 전화 통화에서 기자가 '사저 추진 계획'에 대해 묻자 "논현동 자택 인근에 올해 안으로 경호 시설 부지를 매입하려고 추진하고 있으며, 나머지는 보안 사항이기 때문에 구체적으로 답변할 수 없다"라고 밝혔다. 이에 기자가 "혹시 논현동이 아닌 다른 곳에 사저가 만들어질 수도 있느냐"라고 묻자 이 관계자는 "다른 곳은 아닌 것으로 안다"라고만 답변했다.

 

<시사저널>은 이대통령의 논현동 자택을 둘러싸고 있는 인근 부동산 지번 열 한 곳을 확인해본 결과, 대통령실에서 10월7일 현재까지 경호 시설용으로 매입한 부지는 없었다.

 

‘내곡동 사저' 경호 시설 부지 매입비, 노무현의 '15배'

이명박 대통령 ‘내곡동 사저’의 경호 시설 부지 매입 예산 40억원은 노무현 전 대통령 ‘봉하마을 사저’의그것과 비교했을 때 무려 15배에 달한다. 노 전 대통령의 사저 경호 시설 부지 매입비는 2억5천9백만원이었다. 물론 노 전 대통령은 한적한 시골 마을에 사저가 들어섰고, 이대통령은 우리나라에서 가장 땅값이 비싼 곳으로 유명한 서울 강남 지역이기 때문에 큰 차이가 날 수밖에 없다. 그렇다 해도 같은 서울에 사저가 위치해 있는 김영삼 전 대통령의 ‘상도동 자택’ 경호 시설 부지 매입비가 9억5천만원, 김대중 전 대통령의 동교동 경호 시설 부지 매입비가 7억8천만원인 점을 감안해도 각각 4.2배, 5배나 많은 셈이다.

 

지난해 12월, 이와 관련해 “전직 대통령들보다 너무 과다한 것이 아니냐”라는 논란이 일자, 당시 대통령실은 해명 자료를 통해 “경호 시설 위치는 통상 현직 대통령이 소유한 사저(논현동)를 기준으로 삼게 된다. 향후 이 시설은 국유 재산으로 관리되므로 사저와는 무관하다”라고 밝혔다. 국회 운영위원회의 한 관계자는 10월5일 기자와 만나 “청와대로부터 지금까지 대통령의 퇴임 후 사저가 논현동에서 다른 곳으로 바뀌었다는 얘기는 듣지를 못했다”라고 말했다.

 

기존 논현동 자택의 경우 사저는 3백10평이고 경호 시설 부지는 2백평으로 예상되었다. 전체가 5백10평이 되는 셈이다. 반면 <시사저널>이 확인한 ‘내곡동 사저’의 경우에는 총 7백20평으로 면적이 훨씬 더 넓어진다. 따라서 지난해 12월 예산 편성 당시 논현동을 기준으로 하기는 했지만, 이왕에 책정된 40억원의 예산을 가지고 땅이 좀 더 넓은 곳을 물색하다 보니 내곡동으로 향했을 가능성이 커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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