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 은행 패권 향한 양보 없는 선두 대결
  • 조재길│한국경제신문 경제부 기자 ()
  • 승인 2011.10.10 22:2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부산·대구은행, 몸집 경쟁·금융지주 출범 등 치열한 경쟁

우리금융지주회사 인수를 놓고 MBK파트너스와 티스톤파트너스, 보고펀드 등 3개 사모 펀드 사이에 경쟁이 뜨거웠던 지난 7월 말. 이들이 재무적 투자자(FI)로 참여시키기 위해 가장 공을 들인 곳은 다름 아닌 부산은행과 대구은행이었다. 두 지방 은행이 우리금융 계열사인 경남은행에 눈독을 들여온 만큼 조금만 설득하면 컨소시엄에 참여할 것이라는 계산에서였다. 이 전략은 적중했다. 부산은행은 MBK-새마을금고 컨소시엄에 약 5천억원을 투자하기로 결정했다. 대구은행 역시 막판까지 고심을 거듭했다. 펀드 자체에 대한 논란만 아니었다면 실제로 참여했을 것이라는 후문이다.

당시 우리금융 인수를 추진했던 사모 펀드 관계자는 “부산은행과 대구은행은 수십 년간 선두 경쟁을 벌여온 금융업계의 대표적인 라이벌이다. 경남은행을 인수하면 당장 지방 은행 패권 자리를 거머쥘 수 있는 만큼 두 은행에게는 결코 무시할 수 없는 제안이었을 것이다”라고 전했다. 그는 “두 은행은 자신이 경남은행을 인수하는 것보다 상대방이 가져갈 수 없도록 만드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생각까지 가지고 있었다”라고 덧붙였다.

부산은행과 대구은행 간 경쟁이 점입가경이다. “지더라도 상대방에게는 질 수 없다”라는 식이다. 부산과 대구 지역을 각각 대표한다는 차원을 넘어, 외환위기와 글로벌 금융 위기 이후 지방 금융계의 주도권을 누가 쥐느냐 하는 문제도 걸려 있다.


서로의 안방까지 공격… “가릴 것 있나”

부산은행은 지난 9월 대구 달서구 성서공단에 대구영업부를 개설했다. 대구은행이 전체 수신의 40%를 차지할 정도로 막강한 영업력을 자랑하는 ‘텃밭’에 부산은행이 현장 조직을 만든 것이다. 부산은행이 대구에 진입한 것은 꼭 10년 만이다.

더구나 성서공단은 삼성이 2015년까지 5천억원을 투자하기로 한 대구의 핵심지이다. 부산은행은 대구영업부를 향후 대구 지역에 추가로 진출하기 위한 교두보로 삼겠다는 전략이다. 부산은행은 1992년 대구 범어동에 지점을 열었지만, 고전 끝에 2002년 2월 철수를 선언했었다.

대구은행도 부산 공략에 나섰다. 이미 부산에 두 개 지점을 운영하고 있는 대구은행은 최근 부산영업부를 동남본부로 승격하고 부산 출신을 본부장으로 승진해 발령냈다. 대구은행 부산영업부가 자리 잡고 있는 곳은 부산은행 본점이 있는 동구 범일동이다.

대구은행 관계자는 “부산 지역에는 대구 출신이 많이 거주하고 있어 공격적인 향수 마케팅을 펼칠 여지가 많다. 하지만 부산은행이 보수 성향이 강한 대구에서 영업력을 발휘할지는 의문이다”라고 말했다. 대구은행은 지난 9월 해운대 센텀시티에 부산지점을 추가 개설한 데 이어 조만간 서부산권 공단 지역에도 지점을 더 낼 계획이다.

덩치(총자산)만 놓고 보면 대구은행이 부산은행을 줄곧 앞서 왔다. 두 은행의 희비가 엇갈린 것은 2007년의 일이다. 부산 지역 경기가 대구에 비해 활황세를 보이면서 부산은행이 총자산 면에서 약 2조원을 앞질렀다. 순익도 더 많이 냈다.

“우리는 호적수”… 공통점도 많다

올 상반기 기준으로 부산은행의 총자산은 36조7천38억원으로, 대구은행(33조7천9백33억원)보다 2조9천1백5억원 많다. 상반기 순익은 부산은행 2천3백5억원, 대구은행 1천8백65억원으로, 두 은행 간 차이는 4백40억원이었다. 부산은행 관계자는 “추세적으로 대구은행을 꺾었기 때문에 재역전을 허용하지 않을 것이다”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대구은행측은 “올해부터 자산과 순익 차이를 줄이고 있다”라고 맞받았다.

두 은행은 지난 9년간 함께 사용해온 전산 백업센터에서도 결별했다. 대구은행이 차세대 IT(정보기술) 시스템을 개발하면서 부산은행과 함께 쓰던 경남 밀양 KT센서에서 빠져나왔기 때문이다. 전산 시스템을 공동 개발해 비용을 절감하는 방안까지 논의했던 두 은행이 더욱 멀어지게 되었다는 방증으로 해석되었다.

두 은행의 모기업 주가를 살펴보면 재미있는 점이 많다. 특이할 정도로 비슷한 움직임을 보이기 때문이다. 어느 은행이 높다고 할 수 없을 정도로 ‘엎치락뒤치락’을 계속하고 있다.

하지만 시가총액 면에서는 차이가 있다. 발행 주식 수가 다르기 때문이다. BS금융지주(부산은행)의 발행 주식은 총 1억9천3백38만주, DGB금융지주(대구은행) 주식은 1억3천4백5만주이다. BS금융의 주식 수가 5천9백33만주 더 많다. 주가가 비슷하다는 점을 감안할 때 BS금융이 좀 더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는 분석이 가능하다.

두 은행의 대주주가 대기업이라는 점도 공통점이다. 부산은행은 롯데, 대구은행은 삼성이 최대 주주이다. 두 기업은 각각 해당 지역에서 처음 사업을 시작했다는 인연을 가지고 있다.

부산은행과 대구은행은 외환위기 당시 지방 은행들이 무더기로 무너질 때에도 공적자금을 받지 않았다. 사전에 리스크 관리를 철저히 한 덕분이다. 이후 두 은행이 성장 가도를 달리면서 ‘호적수’가 된 결정적인 배경이기도 하다.

선의의 경쟁을 벌이는 과정에서 ‘협력’하는 일도 적지 않다. 대표적인 사례가 신입 행원 연봉 원상회복이었다. 두 은행은 올 1월부터 나란히, 2년 전부터 입사했던 행원들의 연봉을 20%씩 올려주었다. ‘일자리 나누기’ 차원에서 정부가 역점적으로 추진했던 신입 행원 연봉 삭감 정책에 반기를 든 것이다. 두 은행이 동시에 연봉 조정에 나서면서 금융 당국의 집중 견제를 피할 수 있었다는 얘기가 나왔다.

부산은행과 대구은행을 이끄는 수장들도 공통점을 갖고 있다. 우선 이장호 부산은행장(64)과 하춘수 대구은행장(58)은 각 지역의 토박이인 데다 ‘영업통’이다.

이행장은 부산상고를 나와 동아대와 부산대에서 학위를 땄다. 부산의 대표 학교들이다. 부산은행에 입행한 해는 1973년이다. 2006년 3월 행장에 취임했으며, 5년 넘게 부산은행을 성공적으로 이끌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하행장 역시 성의상고와 영남대, 경북대 등 지역 대표 학교 출신이다. 1971년 대구은행에 들어가 영업부장 등을 거쳤다. 2009년부터 행장을 맡았다. 친화력이 높다는 평가이다.

두 행장은 올해 나란히 금융지주회사를 직접 만들어 회장에 취임했다. 이행장은 3월, 하행장은 5월부터 금융지주 회장직을 겸임하고 있다. 이들은 주로 지역에 머무르면서 현안을 챙기는 데 주력하고 있다. 다른 지방 은행장들이 서울을 분주하게 오가며 ‘셔틀 경영’에 나서는 것과 대조적인 모습이다. 지역 경제가 활성화되어 수도권보다 지역 기업을 유치하는 것이 더 중요한 데다 우리금융지주 산하인 경남·광주은행이나 신한금융지주 산하인 제주은행과 달리 독립 경영이 가능하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이행장과 하행장은 ‘지방 은행 연합체’를 만드는 계획에 대해 이견을 보여왔다. 하행장이 국내 여섯 개 지방 은행을 포괄하는 금융지주를 설립하고 공동 전산망을 가동해 비용을 절감하자는 계획을 내놓았지만 이행장은 시큰둥한 반응을 보였다. 지방 은행 중 상당수가 별도 모기업을 갖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부산·대구은행 “앞으로를 주목하라”

이행장과 하행장은 요즘 금융지주 산하 계열사를 늘리기 위해 고심하고 있다. 계열사가 적어 ‘규모의 경제’를 실현하고 각사 간 시너지를 내는 데 한계가 있다는 판단에서다. 특히 금융지주 산하 은행의 비중이 95% 이상에 달할 정도로 압도적인 것이 문제라는 인식을 갖고 있다.

BS금융지주 계열사는 부산은행을 비롯해 BS투자증권, BS캐피탈, BS신용정보, BS정보시스템 등 다섯 곳이다. DGB금융지주 계열사는 대구은행과 대구신용정보, 카드넷 등 세 곳이다.

상대적으로 더 급한 곳은 DGB금융이다. 이에 따라 하행장은 신생 캐피탈업체인 메트로아시아캐피탈 인수를 추진하고 있다. 리스와 할부 금융, 신기술 금융 등 서민 금융 분야로 업무 영역을 확대할 수 있으리라는 기대에서다. 메트로아시아캐피탈은 2009년 설립된 소형 업체인데, 지난 6월 말 기준 총자산이 1천2백64억원 규모이다. DGB금융은 메트로아시아캐피탈의 영업점이 현재 서울 한 곳뿐이어서, 인수 후에는 대구, 포항, 구미 등에 추가 점포를 내겠다는 전략을 가지고 있다. 하행장은 “금융지주가 제 모습을 갖추려면 계열사를 더 늘려야 한다. 다만 수익성과 건전성을 따져 사업 다각화를 추진할 것이다”라고 말했다.

이행장은 연내 부산 지역의 저축은행을 한 곳 인수해 금융지주 산하에 ‘BS저축은행’을 편입시킬 계획이다. 이행장은 “부산·경남 지역에 본점을 두고 있는 저축은행 10여 곳 중 자산 규모가 크지 않은 우량사를 살펴보고 있다. 여신 전문 계열사인 BS캐피탈과 함께 서민 금융 영업을 강화하겠다”라고 강조했다.

이 기사에 댓글쓰기펼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