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인 회사에 무슨 일이 있었기에…
  • 안성모 (asm@sisapress.com)
  • 승인 2011.10.10 23: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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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원순 후보 검증 두 번째 / 과거 설계 시공권 수주 싸고 의혹 제기…박후보 학력·병역도 도마에

▲ 지난 10월3일 서울 장충체육관에서 열린 후보 단일화 경선에서 승리한 후 박원순 후보(오른쪽)가 지지자들에게 손을 흔들고 있다. ⓒ시사저널 유장훈

한나라당은 박원순 후보에 대한 ‘청문회 선거’를 치르겠다며 단단히 벼르고 있다. 박후보가 정치권에 처음으로 진입한 ‘정치 신인’이라는 점에서 외부에 알려지지 않은 ‘흠결’이 있을 것으로 보고, 의문이 드는 부분은 다 파헤치겠다는 분위기이다. 여기에는 각종 여론조사 결과 상대 후보에 비해 열세에 몰려 있는 현 상황을 반전시키기 위해서는 결정적인 ‘한 방’이 필요하다는 계산도 깔려 있어 보인다.

박원순 후보에 대한 검증은 크게 세 갈래로 나뉜다. 먼저 재산 부분인데, 박후보보다는 부인 강난희씨가 타깃이 되고 있다. 선거관리위원회에 제출된 재산 내역에 따르면, 현재 박후보 부부가 가진 주요 재산은 서울시 서초구 방배동 아파트 보증금 1억원과 고향 경남 창녕 땅 4천여 만원, 예금 및 보험 3천3백여 만원 등이다. 오히려 은행 대출 등 갚아야 할 빚이 6억원 가까이 되어 신고액은 -3천7백여 만원이다. 박후보는 30대 초반까지만 해도 변호사로서 소득도 많았고, 재산도 제법 모았다고 한다. 하지만 시민운동에 본격적으로 뛰어들면서부터 자신의 수입 대부분을 사회 활동에 쓴 것으로 전해진다. 지난 2006년 아시아의 노벨상으로 불리는 막사이사이상을 받은 그는 상금 10만 달러를 필리핀 현지 시민단체에 기부하고 빈손으로 돌아오기도 했다.

그렇다 보니 가정 경제는 부인 강씨가 도맡았다고 한다. 박후보의 한 지인은 “박변(박원순 변호사)에게는 재산이라고 할 것이 없다. 부인이 사업을 해서 가족을 먹여살렸다고 보면 된다”라고 말했다. 의혹은 이러한 ‘강씨의 사업’으로부터 나온다. 강씨는 지난 1999년 ‘피앤피디자인’이라는 인테리어 설계 및 시공 회사를 설립했다. 이 회사는 그해에 참여연대 설계·시공을 시작으로 이듬해인 2000년부터 본격적으로 실적을 쌓아나갔다.

특히 2000년부터 2004년까지 5년간 대기업인 현대모비스의 설계 시공권을 무려 15건이나 따낸 것으로 알려져 특혜 의혹이 제기되었다. 최근 강씨가 공사를 수주할 당시 박후보의 손윗동서인 장 아무개씨가 현대 모비스 전무로 근무하며 수주 관련 업무를 맡고 있었던 것으로 알려지면서 또 다른 의혹을 낳고 있다. 한나라당 나경원 후보 선대위의 대변인을 맡고 있는 신지호 의원은 “현대모비스는 2001년부터 2010년까지 박후보가 운영하는 아름다운 재단에 8억2백92만원을 기부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리고 강난희씨 또한 형부의 도움을 받아 약 15억원의 공사를 수주했다. 박후보가 이 모든 문제에 대해 떳떳하다면 부인 회사의 수주 실적과 매출액을 모두 투명하게 공개해 제기되는 의혹을 해명해주기를 바란다”라고 요구했다. 이에 대해 박후보측은 “부인은 어엿한 사업가이다. 본인이 사업 수완을 발휘해 공사 수주를 받은 것이지, 박후보와는 전혀 관련이 없다”라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기부금 관련한 문제 제기 계속돼

▲ 10월5일 살림정치 여성행동참여마당에서 참석자들로부터 여성과 관련한 정책을 전달받은 후 기념 촬영한 박원순 후보. ⓒ시사저널 윤성호

한국 시민운동의 대부 격인 박후보의 유명세에 비해 부인 강씨에 대해서는 아직까지 외부에 알려진 것이 거의 없다. 주변에서도 “강씨는 그동안 이상하리만치 철저히 베일에 가려져 있었다”라고 말하고 있다. 대학에서 국문학을 전공하고 부전공으로 철학을 공부했으며, 현재 인테리어 전문가로 활동하고 있다는 정도만 알려져 있다. 박후보가 대구지검에서 검사로 재직할 때 소개로 만나 결혼했다고 한다. 한나라당이 박후보가 아닌 그의 부인을 향해 공세를 취하는 것도 강씨가 여전히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있기 때문인 것으로 여겨진다. 일각에서는 강씨를 선거 무대에 올릴 경우 박후보의 소탈한 서민 이미지에 타격을 줄 수 있을 것이라는 이야기도 흘러나오고 있다. 강씨는 박후보와 달리 유복한 집안에서 자란 것으로 알려져 있다.

박후보가 설립한 ‘아름다운 재단’의 기부금 부분도 여전히 검증 대상이 되고 있다. 거액의 대기업 기부금을 문제 삼아온 무소속 강용석 의원은 지난 10월7일 국회 지식경제위 국정감사에서 아름다운 재단이 박후보가 상임이사로 있던 시절에 한국전력에 낸 기부금 일부를 횡령했다는 의혹까지 제기했다. 한전에서 낸 기부 금액과 재단이 재정 보고서에 기재한 금액 사이에 차이가 난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박후보 선대위 관계자는 “특정 기업 명의의 기부금이라고 하면 그 회사에서만 기부한 것으로 아는데 그렇지 않다. 개인 기부금도 상당 액수 포함된다. 사실 관계에 대해 확인도 없이 의혹만 제기해서는 안 된다. 특히 외부 회계 감사를 받고 행정안전부 감사까지 받는데 횡령까지 말하는 것은 너무 터무니없다”라고 밝혔다.  

그 밖에도 박후보의 학력과 병역에 대한 검증 이야기도 들려온다. 1975년 서울대에서 제적된 박후보는 정선등기소장으로 근무하다가 1979년 단국대에 입학해 1985년 대학을 졸업했다. 박후보는 또 1980년 6월 사법고시 2차에 합격해 1982년 8월부터 1년간 검사로 일했다. 이처럼 대학에 다닐 시기와 공무원으로 근무할 시기가 상당 부분 겹쳐 있어 과연 박후보가 정상적으로 대학 4년 과정을 다 마쳤는지 의혹이 제기되고 있는 것이다. 이에 대해 박후보측은 “1년 휴학을 하고 학사 경고를 두 번이나 받을 정도로 힘들게 공부했다. 검사 시절에는 펑크 난 과목이 많아 학점을 제대로 따지도 못했다”라고 밝혔다.

박후보가 4급 보충역으로 ‘8개월’ 동안 군복무를 한 대목도 이상하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박후보가 보충역 판정을 받은 사유는 ‘부선망’(아버지가 돌아가신 독자)이라고 한다. 여기에는 알려지지 않은 집안 사정이 있다는 해명이다. 박후보가 중학교 1학년 무렵 작은할아버지의 손자로 입양되었다는 것이다. 일제 때 징용되어 후손이 없는 작은할아버지의 제사를 지내주기 위해서였다고 한다. 박후보측은 “설마 중학교 1학년 때 군대를 피할 요량으로 호적을 바꿨겠나”라고 반문했다.

일각에서는 박후보의 부친에 대해 ‘친일’ 의혹도 제기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경남 창녕 출신인 박후보는 서울에 유학 오게 된 배경과 관련해 ‘일제 시대 일본 보국대에 끌려갔다 도망쳐 온 아버지 덕택이다. 아버지는 당시 일본의 발전상을 보고 자식을 공부시켜야겠다고 마음먹었다고 한다’라고 밝힌 바 있다. 박후보측의 한 인사는 “박후보는 경남 창녕 시골 마을에서 5녀2남 중 여섯째로 태어났다. 네 명의 누나는 초등학교, 여동생은 중학교까지만 나온 것으로 알려졌다. 박후보 역시 고등학교 때부터 가정 교사로 생활비를 벌 정도로 어려웠다고 한다. 일제 강점기를 거치면서 부와 명예를 축적한 ‘친일’ 집안의 삶과는 거리가 한참 멀다”라고 반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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