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 학교와 ‘특별한 관계’ 있었나
  • 조현주 기자 (cho@sisapress.com)
  • 승인 2011.10.10 23:09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나경원 후보 검증 두 번째 / 2004년부터 5년간 홍신학원에서 후원금 제공했다는 의혹 제기돼

▲ 나경원 서울시장 후보가 10월6일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선거대책위원회 발대식과 선거사무소 개소식에서 손을 흔들고 있다. ⓒ시사저널 박은숙

지금껏 순탄한 정치 생활을 해온 ‘스타 정치인’이 이번에 제대로 된 ‘검증대’에 올랐다. 그동안 나경원 한나라당 서울시장 후보에 대한 검증이 구체적으로 진행된 적은 없었다. 나후보와 관련된 의혹 또한 대부분 그의 행보나 말실수에 그치고 있다. 야권에서조차 나후보에 대한 검증 작업에는 소홀한 편이었다. 이번 서울시장 보궐선거 준비에 관여한 민주당의 한 핵심 전략가가 “박원순 후보와의 경쟁 때문에 당 차원에서 나후보에 대한 검증에 나설 여력이 없었다. 아직 구체적인 내용은 없다”라고 말할 정도이다. 

서울시장 보궐 선거가 ‘본선 레이스’에 들어가면서 야권에서도 본격적인 후보 검증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특히 나후보의 부친이 운영하는 사학재단과 관련된 각종 의혹 제기가 이어질 전망이다. 이미 인터넷이나 트위터상에서는 나후보의 부친이 과거 홍신학원, 동일학원 등 6개 법인에 속하는 17개 학교의 이사 또는 감사였다는 점을 들어 나후보가 ‘사학 재벌의 딸’이라는 비방과 각종 의혹이 떠돌고 있다.

나후보의 부친인 나태성씨(73)는 1973년 홍신학원을 설립하고 1974년 화곡중, 1978년 화곡고 그리고 1987년에는 화곡여상(현 화곡보건경영고)을 각각 개교했다. 나씨는 현재 홍신학원의 이사장이며, 나후보의 모친 또한 홍신학원 소속 홍신유치원의 초대 원장이었다. 나후보 역시 현재 홍신학원의 이사직을 맡은 바 있다.

홍신학원은 지난 2000년에 재단 운용 기금 유용 문제가 불거져 크게 홍역을 앓았다. 홍신학원이 위치한 서울 강서구 지역의 김형태 교육위원은 “재단이 학교 운용 기금을 유용한 데 대해 교사들이 문제를 제기했고 사태가 커져 당시 국정감사에서도 이 이야기가 나올 정도였다. 재단측에서 재빨리 수습에 나섰다. 문제를 일으킨 당시 행정실장이 물러나면서 사태가 진정되었고, 재단측은 나경원 후보가 정계에 뛰어들면서 더 조심하는 듯하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홍신학원에 대한 의혹 제기는 그 이후로도 계속 이어졌다. 이 가운데에는 나후보가 학원측으로부터 지속적으로 정치 후원금을 받고 있다는 의혹도 있다. 홍신학원 이사이기도 한 나후보가 지난 2004년 무렵부터 홍신학원에 속한 세 학교의 교사 및 직원들로부터 해마다 정치자금 후원을 받고 있다는 것이다. 지난해 3월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은 당시 현직 교사의 진술을 확보해 학교측에 문제를 제기하기도 했다. 전교조의 한 관계자는 “당시 화곡고 현직 교사의 증언이 있었다. 나후보가 국회의원 후보이던 시절부터 후원금을 내고 있었다고 말했다. 교사들이 집단적으로 또 공공연히 후원을 했다”라고 말했다. 관계자의 말에 따르면 정치 후원금 지원은 초기 학원 차원에서 공공연히 진행되다가 2008년 이후에는 잠잠해졌다고 한다.

전교조 관계자는 “거액 기부자가 얼마나 많은지는 알 수 없고, 대부분 10만원 단위로 소액 지원이었다. 2004년부터 2008년까지 연말 소득공제 내역을 확인하면 정치 후원금 지원 여부와 규모를 바로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라고 덧붙였다. 당시 전교조에서는 학교측에 정보 공개를 청구했지만, 학교측으로부터 ‘연말정산 서류는 교사들의 개인정보이므로 공개할 수 없다’라는 답변이 돌아왔다고 한다.

홍신학원 교사 “선거 유세 도운 직원 많았다”

▲ 나경원 한나라당 서울시장 후보가 10월7일 서울 목동종합운동장에서 열린 2011 전국지체장애우체육대회에 참석해 시민들과 대화하고 있다(위). 서울 홍신유치원, 화곡 중·고등학교 전경(아래). ⓒ 시사저널 이종현(위), ⓒ 시사저널 전영기(아래)

이와 관련해 지난해 5월 참교육을 위한 전국 학부모회는 검찰에 ‘한나라당 관련 정치 활동 교사와 정치인 수사 의뢰서’를 제출했다. 이 가운데에는 한나라당 나경원 의원이 자신이 이사로 있는 사학법인 홍신학원 교사들로부터 정치자금을 수수한 의혹도 포함되어 있었다. 같은 해 10월6일 뒤늦게 공개된 검찰의 수사 결과에는 미심쩍은 부분이 있었다. 사건 수사 의뢰를 접수한 서울중앙지검에서는 ‘단순한 풍문에 불과하여 수사의 단서로 삼기에 부족하다’는 이유로 수사 개시조차 하지 않은 것이다. 이같은 검찰 수사 결과에 대해서는 당시에 “결국 나경원 의원이 판사 출신이라는 점이 작용하지 않았겠나”라는 말들이 무성했다.

홍신학원 소속 학교의 한 교사는 “1990년 이후 줄곧 이 재단 쪽에서 있었는데 그동안 말들이 무성했다. 나후보가 국회의원에 출마했을 때에도 행정실 직원들이 선거 유세를 도왔다는 것은 이미 다 퍼진 말이었다”라고 밝혔다. 그는 “이사장 측근들은 워낙 점조직화되어서 어떤 일을 어떻게 하는지 확인할 길이 없다. 후원금 지원에 대해서 알아보려고 해도 아마 입막음이 되었을 것이다”라고 귀띔했다.

나후보측에서는 “2004년에 나후보가 재단으로부터 후원금을 받았다는 의혹이 있었다. 때문에 누구인지 명단을 파악하기 위해 후원회 쪽 기부 내역도 확인했었다. 하지만 후원회 통장 내역으로는 후원금을 보낸 이의 이름만 알 수 있을 뿐이다. 후원인의 소속까지 역으로 추적할 수 없었다. 추후로 후원과 관련해 확인된 바는 없다. 직원들의 선거 유세 지원 여부는 사실이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나후보에 대한 검증 논란은 이뿐만이 아니다. 국회의원 재선에 성공하며 깃발을 꽂았던 서울 중구의 유력 인사들로부터 각종 특혜를 받았다는 의혹도 제기되고 있다. 이 가운데 부실이 심해 퇴출된 제일제축은행 사무실을 빌려 당협 사무실로 무상으로 사용했다는 의혹도 있다. 또 제일저축은행측으로부터 후원금을 받았다는 소문도 있었다. 나후보측은 이와 관련해 “후원회 계좌에서 임대료를 내오다 단 한 차례 정치자금 회계에서 냈을 뿐이다. 정치자금 회계만 보고, 후원회 회계 보고는 보지 않은 일방적 주장이다”라고 해명했다.

중구 지역구 일각에서는 “나후보가 지역 관리에 소홀한 편이었다. 다른 지역 사람들은 이미지를 쫓아 좋아하는지 몰라도 중구 주민들의 여론은 상당히 안 좋다”라는 얘기도 들린다. 중구 지역의 한 관계자는 “가령 명동 상가지역 철거와 관련해서 상가 주민들이 지역구 의원인 나후보에게 민원을 넣었던 모양이다. 하지만 결국 나후보를 만나지도 못하고 문전 박대당했다며 그 원성이 자자했다. 지역 민심도 잘 다루지 못하는데 서울 시정을 얼마나 잘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라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나후보측은 “지난 4월 중구청장 보궐 선거에서 여당이 절대적으로 불리할 것이라는 여론을 딛고 나후보가 열심히 지원한 최창식 한나라당 후보가 당선했다. 그것만 봐도 나후보에 대한 지역 내 여론은 증명된 것 아닌가”라고 반문했다.  

이 기사에 댓글쓰기펼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