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준비된 명장’ 모실까, ‘새로운 가능성’ 띄울까
  • 박동희│스포츠춘추 기자 ()
  • 승인 2011.10.16 16: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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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야구, 두산·SK·LG 등 감독 스카우트전 불붙어…김성근·선동렬 등과 함께 ‘초보’들도 후보 물망 올라
▲ (왼쪽) 김성근 전 SK 감독, (오른쪽)선동렬 전 삼성 감독 ⓒ연합뉴스

대박이다. 프로야구 흥행을 두고 하는 얘기이다. 10월6일 한국야구위원회(KBO)는 “올 시즌 프로야구 총 관중이 6백80만9천9백65명, 경기당 평균 1만2천8백1명이 입장했다”라고 발표했다. 이는 지난해 세운 역대 한 시즌 최다 관중 5백92만8천6백26명보다 14.9%나 늘어난 수치이다. 한 시즌 동안 고생한 여덟 개 구단 코칭스태프와 선수들에게 듬뿍 보너스를 주어도 아깝지 않아 보인다. 하지만, 감독들의 표정은 밝지 않다. 이유가 있다. 프로야구 전체 흥행과 감독의 임기는 별개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LG 박종훈 감독은 10월6일 전격 사퇴해 김경문 두산 감독과 김성근 SK 감독에 이어 올 시즌 세 번째로 낙마한 사령탑이 되었다.

박감독의 사퇴로 야구계는 요동쳤다. 두산·SK·LG 감독 자리가 한꺼번에 공석 상태가 되었기 때문이다. 그도 그럴 것이 두산은 김경문 감독이 자진 사퇴한 이후 김광수 감독대행이 팀을 이끌고 있으나 아직 ‘대행’ 꼬리표를 떼지 못했다. SK 이만수 감독대행 역시 김성근 전 감독이 경질되자마자 팀을 맡았지만, 구단은 정식 계약 제안을 유보하고 있다. LG는 더하다. 박감독이 시즌 종료와 함께 사퇴를 발표했다. LG는 김기태 수석코치를 차기 감독으로 지목하며 발 빠르게 팀을 재정비했다.

얼마 뒤 두산도 신임 감독으로 김진욱 2군 투수코치를 선임하여 항간의 궁금증을 잠재웠다. 여기다 ‘포스트 시즌이 끝나고서 구단이 이 감독대행에게 정식 감독 계약을 제안할 것 ‘이란 소문이 설득력있게 퍼지며 SK사령탑도 어느 정도 확정된 상태다.

야구계는 연이은 감독들의 사퇴와 선임을 바라보며 한국 프로야구도 미국과 일본처럼 ‘준비된’ 감독 후보군을 상시 구성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한다. 그래야 인간관계보다 실력을 우선하는 감독이 현장으로 돌아올 수 있고, 구단의 불필요한 고민도 줄어든다고 믿기 때문이다.

많은 야구인은 “유력 감독 후보군은 이미 정해져 있다”라며 몇몇 야구인의 실명을 거론하고 있다. 언제든 감독 자리에 오를 수 있는 ‘준비된 감독 후보군’ 가운데 한 사람이 김성근 전 SK 감독이다. 김 전 감독은 검증된 실력파 지도자이기에 감독 후보 0순위로 지목된다. 2007년 SK 감독으로 부임한 이후 지난해까지 팀을 4년 연속 한국시리즈에 진출시켰고, 이 가운데 세 번이나 우승컵을 안겼다. 다만, 일부 구단은 프런트와의 불편한 관계를 들어 김 전 감독을 영입하기를 주저한다. 한 구단 관계자는 “김 전 감독이 SK에 있을 때 프런트 인사 문제에까지 개입한 것으로 안다. 지도력은 인정하나 구단과의 불협화음과 월권 때문에 쉽게 그를 영입할 구단은 없을 것이다”라고 내다보았다. 그러나 김 전 감독이 프런트의 인사 문제까지 관여했다는 것은 낭설이다. 김 전 감독은 자신의 말대로 ‘야구밖에 모르는 지도자’이다. 구단이 충분한 지원과 믿음을 주면 누구보다 협조를 얻어내기 쉬운 감독이다.

선동열 전 삼성 감독도 항상 차기 사령탑으로 꼽히는 인물이다. 선 전 감독은 2005년 삼성 사령탑으로 부임하자마자 팀을 한국시리즈 우승으로 이끌었다. 이듬해에도 완벽한 전력으로 우승하며 2년 연속 한국시리즈 우승컵을 안았다. 한국 프로야구 사상 초보 감독이 2년 연속 챔피언 반지를 낀 것은 선 전 감독이 유일하다. 선 전 감독은 투수진 조련과 넓은 안목으로 선수단을 이끄는 데 탁월한 재주를 가졌다. 일부에서는 “어떻게 이겨야 하는지 아는 감독이다”라고 평가한다. 프런트와의 관계도 매우 좋다. 선 전 감독은 삼성에 있을 때 ‘프런트의 요청에 귀를 기울이고, 호흡을 맞출 줄 아는 감독’이라는 평을 들었다.

그러나 선 전 감독은 의외의 문제 때문에 감독 재취업에 발목이 잡히고 있다. 개인적 문제를 둘러싼 소문 때문이다. 하지만, 소문의 진위는 확인된 바 없다. 실체 없는 소문이 눈덩이처럼 커졌을 뿐이다. 애초 선 전 감독은 “차기 LG 사령탑이 유력하다”라는 소리를 들었다. 2009년 삼성이 선 전 감독에게 5년 계약이라는 파격적인 제안을 한 이면에도 ‘자칫 선동열을 놔두었다가는 LG에 뺏길지 모른다’라는 염려가 숨어 있었다. 그만큼 LG는 선 전 감독에게 큰 관심을 보였다. 그러나 결국 선 전 감독은 LG 신임 사령탑에 오르지 못했다.

닫힌 밀실이 아니라 열린 공간에서 감독 뽑아야

▲ 이순철 야구 해설위원 ⓒ연합뉴스

양상문·이순철 MBC 스포츠 플러스 해설위원도 강력한 감독 후보군이다. 두 위원은 각각 롯데와 LG 감독을 역임하며 ‘초보 감독’ 꼬리표를 뗀 바 있다. 경험 면에서 우월하다는 의미이다.

양위원은 투수에 관해서는 국내 1인자로 꼽힌다. 자기만의 투수 이론이 확실하고, 다른 이론도 자기 것으로 만드는 데 탁월한 능력이 있다. 부드러운 성격과 탁월한 소통 능력으로 선수들의 단점을 장점으로 극대화하는 데  일가견이 있다는 평이다. 양위원이 투수 이론의 1인자라면 이위원은 타격 이론의 1인자이다. 누구와 타격 이론을 토론해도 지지 않는다. 야구 서적 독서량과 연구에서 김성근 전 감독을 제외하면 따라올 야구인이 없다. LG 감독 시절의 시행착오를 교훈으로 받아들이는 열린 자세도 높은 점수를 받고 있다. 특히나 이위원은 해태 시절의 수많은 우승 경험으로 ‘우승하는 법을 아는 지도자’로 꼽힌다. 특유의 카리스마로 선수단 장악력에서도 후한 평가를 받는다.

애초 두 위원은 두산 신임 감독 후보로 꼽혔다. 구단 고위층이 그룹에 네 명의 감독 후보군을 제출했을 때 이들이 포함되었다는 소문이 돌았다. 그만큼 두 사람의 능력이 뛰어나다는 뜻이다.

그 밖에도 차기 감독 후보군은 많다. 황병일 수석 코치와 이강철 투수 코치(이상 KIA), 김정민 LG 배터리 코치가 유력 후보이다.

황수석은 2009년 시즌 종료와 함께 한화 감독 발탁이 유력했던 인물이다. 따뜻한 리더십과 선수 지도력에 호평을 받은 덕분이다. 실제로 황수석은 카리스마를 내세워 일방적으로 코칭(Caching; 지도)하기보다 어째서 이 훈련을 해야 하는지 선수 스스로 느끼게끔 하는 티칭(Teaching; 가르침)에 탁월한 능력을 갖추고 있다. KIA 선수들이 타격 코치를 놔두고 황수석에게 찾아가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이코치는 ‘냉정과 열정을 두루 갖춘 지도자’로 꼽힌다. 말썽꾸러기 아킬리노 로페즈가 더그아웃에서 난동을 벌일 때 그를 제압한 이가 바로 이코치였다. 이코치는 경기 중 로페스를 더그아웃 뒤로 불러내 호되게 야단쳐 안하무인격이었던 그의 못된 버릇을 바로잡은 바 있다. 하지만, 젊은 선수들에게는 한없이 인자하다. 생맥주를 마시며 자신의 경험담을 들려주고 선수들의 고민을 잘 들어주는 것으로 정평이 나 있다.

김코치도 ‘어느 팀에 가도 훌륭한 감독이 될 지도자’로 꼽히고 있다. 김코치는 현역 시절부터 “미래의 LG 감독이다”라는 얘기를 들었다. 젊은 선수들 사이에서 ‘롤모델’로 불릴 만큼 자기 관리에 충실하고, 매사에 성실한 야구인이다. 포수 출신이라는 점도 강점이다.

미국과 일본 프로야구계에서는 투수나 내·외야수 출신보다 포수 출신 감독을 선호한다. 포수가 투수뿐만 아니라 내·외야를 두루 관찰하고, 지휘하는 포지션이기 때문이다.

물론 앞에서 거론된 세 명의 코치에게도 한계는 있다. 만약 감독이 된다면 ‘초보 감독’이 되기 때문이다. 즉시 4강 진출과 우승을 바라는 팀들은 초보 감독의 성장을 기다리지 않는다. 박종훈 LG 전 감독이 대표적이다. 하지만, 류중일 삼성 감독과 양승호 롯데 감독처럼 초보 감독이 팀을 상위권으로 이끌지 말라는 법도 없다.

야구계는 “한국 프로야구도 밀실에서 감독을 선임할 것이 아니라 미국과 일본처럼 열린 공간에서 철저한 검증 절차를 밟아 감독을 뽑아야 한다”라고 주장한다. 그래야 구단 고위층의 사적인 감정을 배제하고, 누가 구단에 꼭 필요한 감독인지 판별할 수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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