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깨끗해서’ 더 잘나가는 ‘클린디젤차’
  • 최주식│월간 <오토카 코리아> 편집장 ()
  • 승인 2011.10.16 16: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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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젤차, 눈부신 기술 발전 덕에 ‘친환경’ 모델 출시 잇따라…‘매연 내뿜는 시끄러운 차’ 인식 벗어나

친환경 자동차 분야에서 디젤차가 대세로 떠오르고 있다. ‘시끄럽고, 공해 물질을 많이 뿜는 나쁜 자동차’로 인식되어온 디젤차의 화려한 부활이다. 특히 승용 디젤 분야에서의 눈부신 기술 발전은 연비 등 효율성뿐 아니라 환경적인 측면에서도 휘발유차를 넘어서며 하이브리드차와 전기차를 위협하고 있다. 디젤차는 이제 단순 디젤이 아니라 클린디젤이라는 타이틀로 새로운 디젤의 시대를 열고 있다.     

연일 치솟는 유류 가격으로 인해 연비가 좋은 차에 대한 관심이 어느 때보다 높다. 연비가 좋다는 것은 그만큼 이산화탄소(CO2)를 적게 내뿜는다는 것이므로 ‘연비 좋은 차 = 친환경차’라는 등식이 자연스럽게 성립된다. 어느 분야에서든 친환경은 거스를 수 없는 대세이고, 자동차 회사는 CO2 규제와 맞물려 연비가 좋은 차를 개발하는 데에 회사의 운명을 걸 수밖에 없다. 이른바 그린카 전쟁이다. 

▲ 현대차가 올해 출시한 i401.7 디젤과 엑센트1.6 디젤. ⓒ현대자동차 제공

연비에서 압도적 우위 보이며 급성장

현재 세계적인 친환경 트렌드를 이끄는 그린카는 클린디젤차와 하이브리드차, 전기차 등으로 구분할 수 있다. 하이브리드차에 이어 최근 전기차가 스포트라이트를 받고 있지만, 양산차로서 대량 생산 능력을 갖추고 시장을 지배하고 있는 것은 클린디젤차이다. 디젤차는 전통적인 시장인 유럽을 넘어 세계 최대 시장인 미국에서까지 인기가 확산되고 있는 추세이다. 우리나라도 수입차 시장에서 디젤차의 인기가 높고, 국산차의 경우도 디젤차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어 달라진 시장 분위기를 엿볼 수 있다. 특히 현대·기아차가 클린디젤차에 적극성을 나타내고 있다. 

서유럽 시장에서는 승용차 시장에서 클린디젤차의 점유율이 2005년 49.4%에서 2008년 52.7%대로 이미 절반을 넘어섰다. 프랑스와 벨기에에서는 70%를 초과하고 있다. 이처럼 유럽에서 클린디젤차가 인기 있는 이유는 하이브리드차와 전기차 등 궁극적인 친환경차가 대중화되기 전까지 가장 손쉽게 연비 규제와 온실가스 저감에 대응할 수 있다고 유럽 자동차업체들이 판단하기 때문이다.

한편, 미국 시장은 전통적으로 휘발유차보다 높은 가격 부담(디젤차가 휘발유차보다 15.6% 비싸고, 디젤유도 휘발유보다 7% 비쌈)으로 디젤차에 대한 인식이 부정적이었다. 그러나 유가가 천정부지로 치솟으면서 자연스레 연비의 중요성에 주목하게 되었다. 게다가 디젤차의 상품성이 과거보다 크게 향상되면서 디젤차에 대한 인식이 달라지고 있는 추세이다. 실제 미국 소비자들의 디젤차 구매 고려율이 높아지면서 시장 수요도 2007년 2만3천대 수준에서 2010년에는 8만대에 이를 정도로 비약적으로 성장하고 있다.

업체별로는 아우디·벤츠·BMW 등 유럽 프리미엄 브랜드들이 적극적으로 디젤 라인업을 확대하고 있다. 최근 미국 주요 언론의 보도에 따르면 GM은 미국 시장에서 쉐보레 크루즈의 디젤 버전 출시(2013년 예정)를 검토 중이라고 한다. 이렇게 되면 미국 빅3 중에서는 최초로 미국 시장에 디젤 모델을 출시하는 것이다. 디젤차는 휘발유차보다 연비가 좋을뿐더러 중고차 가격도 휘발유차보다 높게 형성되고 있다. 보유 기간과 운행 거리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전반적으로 디젤차의 경제성이 부각되고 있다. 무엇보다 소음과 진동 등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상품성이 향상됨에 따라 많이 개선되었다는 것이 포인트이다.

국내 업체들도 연비 높인 디젤차 속속 출시

우리나라도 디젤차에 대해 부정적 인식이 강했지만 현재 디젤차 선호도는 미국보다 훨씬 빠르게 상승하고 있다. 우선 수입차 시장을 보자. 국내 수입차 베스트셀러 1위를 달리고 있는 BMW의 경우 올해 1월부터 9월까지 총 판매 대수 1만8천7백30대 가운데 디젤 모델이 9천6백53대로 전체의 51.5%를 차지하고 있다. 그중 인기 모델인 520d만 해도 4천7백72대가 팔렸다. 그리고 폭스바겐의 경우 같은 기간에 판매한 총 9천8백98대 가운데 디젤 모델이 8천9백35대로 자그마치 90.3%에 이른다. 우리나라 도로를 달리는 폭스바겐 차 중 열에 아홉은 디젤차인 셈이다. 럭셔리 브랜드인 재규어 역시 국내에서는 디젤차 판매가 많은데, 올해 같은 기간의 경우 디젤차 비중이 68.8%로 나타났고, 볼보도 86.4%로 매우 높게 나타났다. 한편, 벤츠의 경우 전체 모델 중 디젤 판매량은 16.3%로 비교적 낮게 나타났다. 아우디도 24.4%로 비교적 낮은 편이다.

현대차는 지난 2007년 7월 i301.6 디젤 모델을 내놓고, 기아차는 2008년 9월 쏘울1.6 디젤 모델을 출시하면서 승용차 디젤 라인업을 만들기 시작했다. 올해 5월 선보인 현대 엑센트1.6 디젤은 연비 20.0km/L(자동변속기 기준, 수동변속기 기준 23.5km/ℓ)라는 고연비로 관심을 모았다. 그리고 지난 9월에 선보인 중형 왜건 i40은 2.0 휘발유 엔진과 함께 1.7 디젤 모델(연비 18.0km/L)을 함께 내놓았는데, 디젤 모델의 판매량이 예상을 크게 웃돌고 있다. i40의 디젤 모델은 휘발유 엔진 모델보다 구매 대기 시간이 긴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현대·기아차는 이런 시장 분위기에 자신감을 갖고, 내년부터 클린디젤차를 본격화한다는 전략이다.

김필수 대림대학 교수는 “최근 디젤의 연비가 좋아지면서 하이브리드차가 덜 팔리고 있다. 학자들도 기존 내연기관의 우수성을 재평가하는 분위기이다. 100을 기준으로 휘발유 엔진은 90%까지 개발되었지만 디젤 엔진은 75% 수준까지 와 있다. 디젤은 아직 연구·개발 효과와 여력이 많다”라고 클린디젤의 가능성을 높게 평가했다. 그린카 시장에서 클린디젤의 대세 상승은 쉽게 꺾이지 않을 전망이다.

▲ BMW의 인기 차종인 520d도 디젤 모델을 채택했다. ⓒBMW코리아 제공

‘디젤차는 예열을 해야 한다’ ‘디젤차는 시끄럽다’ ‘디젤차는 진동이 심하다’ ‘디젤차는 매연을 많이 내뿜는다’ ‘디젤차는 환경 개선 부담금을 내야 한다’.

흔히 디젤차에 대해 잘못 알고 있는 오해와 편견이다. 우선 예열을 하지 않아도 된다. 소음과 진동, 매연은 과거에는 분명히 심각한 단점으로 꼽히던 부분이다. 그러나 이 부분은 모두 지속적인 기술 향상으로 대폭 개선되었다. 현대차의 자료에 따르면 i40 휘발유차의 소음은 아이들 상태와 정속 주행 시 40DB, 63DB로 디젤차의 46DB, 63DB과 큰 차이가 나지 않는다. 가속 부밍음의 경우 오히려 디젤 모델이 82DB로 휘발유 모델 83DB보다 낮았다. 또한 온실가스의 주범인 이산화탄소 배출량도 휘발유 모델에 비해 월등히 적다. i401.7 VGT의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Km당 149g으로 휘발유 모델보다 20% 정도 적게 배출된다. 또한 디젤 엔진에 들어가는 배기후처리장치의 기술 개발도 획기적으로 이루어져 매연 물질도 크게 줄어들었다.

환경 개선 부담금은 현재 내지 않는다. 법규가 없어졌다기보다 사장되었다는 것이 김필수 대림대학 교수의 설명이다. 유로4 기준에서 4년 연기되었고, 유로5 기준에서 사장되었다. 2016년 또는 2017년 유로6 기준이 되면 거꾸로 친환경차가 지원금을 받을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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