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금맥 캔 ‘맨손 부자’들 대약진 눈부셨다
  • 김진령 (jy@sisapress.com)
  • 승인 2011.10.16 17:24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스스로의 힘으로 부를 일군 신흥 부호들이 속속 대한민국 갑부 명단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재벌 자산 조사 전문 기관인 재벌닷컴이 최근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한국의 4백대 갑부’ 가운데 자수성가형 부자가 모두 1백25명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중에는 전체 6위인 박현주 미래에셋그룹 회장과 8위인 김정주 넥슨 대표이사 등이 포함되어 있다. 변화한 산업 판도가 배출해낸 이들 신흥 부자의 면면을 살펴보았다.

ⓒ honeypapa@naver.com

 한때의 붐이나 거품으로 여겨졌던 새로운 트렌드와 인터넷 혁명이 산업으로서 실체를 완벽히 갖추고 재벌 판도까지 뒤흔드는 단계로 진입하고 있음이 드러났다. 외환위기를 전후로 전통적인 국내 재벌 상당수가 무너지고 재벌 사이에도 빈익빈, 부익부 현상이 벌어지면서 ‘새로운 재벌, 새로운 신화’가 국내 산업에서는 멸종된 것이 아니냐는 전망이 잇따랐다.

하지만 최근 발표된 재벌닷컴의 ‘한국의 4백대 갑부’ 순위는 스스로 부를 일군 신흥 부자들이 등장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6위에 오른 박현주 미래에셋그룹 회장(53), 8위를 기록한 김정주 넥슨 대표이사(43), 12위에 오른 김택진 엔씨소프트 사장(44) 등 당대에 부를 일궈 재벌의 반열에 오른 기업가가 여럿 눈에 띈다. 특히 국내에 없던 산업인 인터넷 게임이나 바이오시밀러 의약품을 만들어내면서 부호 반열에 오른 김정주 대표와 김택진 사장, 서정진 셀트리온 회장 등은 새롭게 만들어진 분야에서 주도권을 쥐면서 부를 쌓은 경우여서 더 눈길을 끌고 있다.

이번 조사는 재벌 자산 조사 전문 기관인 재벌닷컴이 상장 주식의 시가 평가액뿐만 아니라 비상장사의 주식 평가액과 주식, 배당금, 부동산이나 회원권 등 등기 자산을 두루 포함하고 있어서 부자들의 실제 재산 크기를 훨씬 더 정확히 어림할 수 있다.

4백대 부호 가운데 자수성가형 부호는 모두 1백25명이다. 지난해의 99명보다 크게 늘어난 수치이다. 내용도 알차다. 대부분 실적이 뒷받침된 기업의 성과가 부로 이어졌다. 지난 2000년대 초반 벤처 붐으로 하루아침에 재벌 성을 쌓았다가 꺼져버린 벤처 버블 때와는 상황이 다르다. 물론 이들이 게임이나 바이오 등 새로운 산업 분야의 선두에 서 있다는 사실은 같다.

새로운 재벌의 선두 주자인 박현주 회장은 금융 업종의 벤처라고 부를 수 있다. 2000년대에 들어와 뮤추얼 펀드를 국내 최초로 선보이면서 공전의 히트를 기록한 그는 어마어마한 속도로 부와 명성을 쌓았다. 재테크의 주종목을 ‘부동산 대신 펀드’로 바꾸면서 그는 한국 증권업계의 선두 주자가 되었다.

새로운 ‘부의 창고’ 온라인 게임

▲ 왼쪽부터 김택진 엔씨소프트 사장, 김정주 넥슨 대표이사, 박현주 미래에셋 회장.
국내 게임업계에서 <리니지 1, 2>를 연달아 성공시킨 엔씨소프트의 위치는 확고하다. 하지만 이번 조사에서 리니지의 오너인 김택진 사장보다 넥슨의 김정주 대표가 부를 더 많이 쌓은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로도 그렇다. “지난해 넥슨의 전체 매출 규모는 1조원 정도이고, 지난해나 올해 전체 엔씨소프트의 매출액은 6천7백억원 정도이다.(토러스증권 김동희 애널리스트)”

엔씨소프트의 명성에 가려졌지만 넥슨은 캐주얼 게임 분야에서 <메이플스토리>나 <카트라이더>로 엄청난 성공을 거두고 이렇게 유입된 현금을 바탕으로 개발사를 사들여 세력을 확장하는 데 성공했다. 게다가 김정주 대표는 대박을 눈앞에 두고 있다. 그동안 계속 미루어졌던 넥슨재팬의 일본 증시 상장이 올해 안에 이루어질 전망이기 때문이다.

넥슨은 특이하게도 넥슨재팬이 한국과 일본, 중국, 유럽의 넥슨 개발사나 퍼블리싱 회사를 소유하는 구조이다. 그 넥슨재팬의 지분 79%를 NXC라는 모회사가 소유하고 있다. 그리고 NXC의 지분 70%를 김정주 대표가 가지고 있다.

김동희 애널리스트는 “넥슨은 캐주얼 게임 위주여서 영업이익률이 상당히 높다. 넥슨재팬이 일본 증시에 상장될 경우 기업 가치가 10조~15조원 정도가 될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상장으로 인해 유입될 것으로 보이는 2조원대의 자본금도 향후 넥슨이 인수·합병에 나설 실탄이 될 것이다”라고 전망했다. 거래소에 상장된 엔씨의 시가총액은 7조8천억원 정도이다. 일본 주식시장의 평균 PER가 15배 정도이고, 국내 증시는 9~10배 정도라는 것을 감안하면, 향후 주식 평가액 부분에서 넥슨이 엔씨소프트보다 절대적으로 유리한 위치에 서게 된다. 

하지만 게임업체 본연의 수익 창출 능력이나 잠재력 면에서는 엔씨소프트의 가능성을 언급하는 애널리스트가 적지 않다. 김동희 애널리스트도 “엔씨소프트는 기존의 성공작 3편 외에 올해 말부터 <블레이드앤소울>이나 <길드워2> 등이 동시다발적으로 한국과 중국, 미국과 유럽을 공략할 계획이라 내년에는 전체 매출액이 두 배 이상 커지는 상황이 올 것이다”라고 말했다.

한화증권의 나태열 애널리스트는 “현재는 넥슨이 크지만 미래를 놓고 보면 자체 개발 능력과 성공한 경험, 자본력이 있는 엔씨소프트가 더 기대된다. 넥슨은 2006년 이후에는 주로 퍼블리싱에 주력하고 성장성 유지를 위해 게임 개발사를 인수하고 있지만 <던전앤파이터> 이후 퍼블리싱에 성공한 상품이 없는 것이 단점이다”라고 말했다.

두 회사가 국내 게임업계 리더 자리를 놓고 치열한 싸움을 벌일 것으로 예상되는 이유이다. 이 두 사람이 게임을 ‘안정적으로 수익을 내는 산업’으로 국내에 정착시키는 데 큰 몫을 한 것임은 분명하다. 아울러 이들의 성공은 기존 산업 재벌의 게임업계 진출 러시를 불러일으키기도 했다. CJ그룹이 넷마블을 인수한 것이 대표적이다.

2000년대 이후 인터넷이라는 창을 통해 고속 성장한 기업들은 하드웨어보다는 정보통신 기기에 무엇을 담아낼 것인가에 집중한 기업들이다. 새롭게 시작된 분야이니 만큼 승자의 이름은 언제든지 바뀔 가능성이 매우 크다.

정선섭 재벌닷컴 대표는 “자수성가형 부자의 상당수가 콘텐츠 산업이나 바이오 등 새로운 산업의 벤처들이다. 그 선두 주자들이 기존 재벌을 제치고 상위권으로 치고 올라오고 있다. 앞으로는 콘텐츠 분야의 주도권을 놓고 재벌과 신흥 부자가 대결할 것이다. 이 분야에서 인수·합병전이 많이 벌어질 것이다”라고 말했다. 실제로 CJ그룹은 인터넷 콘텐츠와 게임 분야 회사를 연달아 인수·합병했다. 또 벤처 붐 때 인터넷 콘텐츠와 영상 분야에 진출했다가 회군한 삼성그룹은 최근 들어 헬스 장비와 바이오 분야의 회사를 연달아 인수하면서 새로운 수익원 창출에 나서고 있다. 정대표는 “삼성도 결국은 스마트폰 등 정보통신 단말기의 콘텐츠를 채우고 수익성을 내기 위해 콘텐츠 사업에 진출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게임업체나 연예기획사의 몸값이 높아지고 있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라고 설명했다. 


한국의 4백대 갑부 가운데 자수성가 부자들 (단위 : 억원)

순위

이름

나이

성별

직업 및 관계

재산 평가

6

박현주

53

남자

미래에셋그룹 회장

24,638

8

김정주

43

남자

넥슨 대표이사

23,358

12

김택진

44

남자

엔씨소프트 사장

18,251

17

이민주

69

남자

에이티넘파트너스 회장

13,166

22

김준일

59

남자

락앤락 회장

10,635

25

서정진

54

남자

셀트리온 회장

10,210

32

장평순

60

남자

교원그룹 회장

8,410

34

이중근

70

남자

부영그룹 회장

7,364

39

신선호

64

남자

센트럴시티 회장

5,592

43

윤석금

66

남자

웅진그룹 회장

5,154

44

이해진

44

남자

NHN 이사회 의장(CSO)

5,074

47

김준기

67

남자

동부그룹 회장

4,810

48

윤윤수

65

남자

휠라코리아 회장

4,707

57

강병중

72

남자

넥센 회장

4,442

62

이준호

47

남자

NHN COO(최고운영책임자)

4,086

65

이명근

67

남자

성우하이텍 회장

4,048

72

최진민

70

남자

귀뚜라미그룹 명예회장

3,726

79

선종구

64

남자

하이마트 회장

3,494

81

진대제

59

남자

스카이레이크인큐베스트 사장

3,426

88

천종윤

54

남자

씨젠 대표이사

3,108

89

이재웅

43

남자

전 다음 대표

3,010

99

박관호

39

남자

위메이드 대표이사

2,682

103

정상명

75

남자

KCC그룹 명예회장

2,600

104

박순석

67

남자

신안그룹 회장

2,577

107

박순호

65

남자

세정그룹 회장

2,493

108

이운형

64

남자

세아그룹 회장

2,473

114

이정훈

58

남자

서울반도체 사장

2,362

119

오세영

48

남자

코라오그룹 회장

2,296

123

저작권자 © 시사저널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댓글쓰기펼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