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계올림픽 유치 활동으로 ‘능력의 종결자’ 면모도 활짝
  • 반도헌│자유기고가 (sisa@sisapress.com)
  • 승인 2011.10.25 1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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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연아, 4년 연속 1위…축구 박지성·수영 박태환, 2·3위 ‘질주’

2012 세계선수권대회에서는 ‘피겨 여왕’의 모습을 볼 수 없다. 김연아는 이번 시즌에 열리는 모든 대회에 출전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시간을 가지고 앞으로의 행로를 고민하겠다는 것이다. 그녀는 피겨스케이팅에 입문한 이후 앞만 보며 쉬지 않고 달려왔다. 2010 밴쿠버 동계올림픽 금메달을 획득하며 선수로서는 이미 최정상의 자리에 올랐다. 새롭게 도전할 목표가 필요한 시점이다. 그렇다고 선수를 은퇴하겠다고 선언한 것은 아니다. 그는 “내가 끝났다고 생각하기 전까지는 은퇴가 아니다”라며 선수 생활을 지속할 수 있음을 시사했다.

2011 차세대 리더 조사에서 김연아는 4년 연속 스포츠 부문 1위를 차지했다. 그가 아이스링크에서 경연하는 모습을 당분간 볼 수 없지만 여전히 한국 스포츠를 이끌어갈 대표 주자임은 분명하다. 그로 인해 피겨스케이팅은 국내에서 인기 스포츠로 자리 잡았고, 차세대 김연아를 꿈꾸며 피겨스케이팅에 뛰어든 ‘김연아 키즈’들이 좋은 실력을 보여주고 있다. 2011-12시즌 주니어 그랑프리 시리즈에서 여자 싱글 김해진, 남자 싱글 이준형이 동메달을 획득했고 박소연, 이호정, 이동원 등이 10위권 내에 꾸준히 이름을 올리며 선수층이 두터워졌다.

김연아에게 2011년은 의미 있는 한 해로 기억될 것이다. 선수로서 2011 세계선수권대회에서 2위를 차지하며 건재를 과시했다.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딴 이후 그랑프리대회에 불참하며 선수로서 동력을 잃은 것이 아니냐는 주위의 우려를 말끔히 씻어낸 것이다. 안도 미키에게 우승을 내준 것은 아쉽지만 그의 아름다운 연기는 여전했다. 녹슬지 않은 실력을 과시한 그의 모습을 보면서 국민들은 다음 올림픽에 대한 기대와 희망을 가질 수 있었다.

‘스포츠 행정가 김연아’의 가능성 확인시켜

▲ 22세. 경기도 부천 출생. 고려대 체육교육학과 재학 중. ISU 그랑프리 파이널 여자 싱글 1위, 2010년 밴쿠버 동계올림픽 피겨스케이팅 여자 싱글 금메달. ⓒ연합뉴스

2018 평창 동계올림픽 유치 활동을 통해서는 스포츠 행정가 김연아의 가능성을 확인했다. 김연아는 평창이 흘린 두 번의 눈물을 세 번째의 환희로 돌려놓는 데 큰 힘을 보탰다. 평창의 얼굴 김연아와 뮌헨의 얼굴 카타리나 비트가 벌인 피겨 여왕들의 맞대결은 동계올림픽 유치전의 하이라이트였다. 김연아는 최종 프레젠테이션을 성공적으로 수행해냈고, 평창은 라이벌 뮌헨을 압도하며 동계올림픽을 유치에 성공했다. 김연아는 스포츠 행정가로서 예행 연습을 성공적으로 마치고 평창동계올림픽조직위원회 집행위원으로 활동을 이어간다.

스포츠 부문 차세대 리더 2위 자리는 더 이상 대한민국 국가대표팀에서 볼 수 없는 박지성이 차지했다. 4강 신화를 이루어낸 2002 한·일월드컵 이후 박지성은 한국 축구 국가대표팀에 없어서는 안 될 핵심 선수로 활약했다. 하지만 반복적인 장거리 비행은 고질적 부상 부위인 무릎에 무리를 가져왔고, 결국 선수 생활을 지속하기 위해 국가대표팀 은퇴를 선언했다. 대표팀은 박지성의 은퇴 이후 실험을 거듭하고 있지만 여전히 그의 빈자리는 크게만 보인다.

A매치에서는 볼 수 없지만 소속팀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맨유)에서의 활약은 계속된다. 박지성은 계약 기간 1년 연장에 합의하며 2013년 6월까지 맨유에서의 활약을 이어가게 되었다. 그는 지난 시즌 부상이 발목을 잡기 전까지 최고의 활약을 보여주었다. 올 시즌 출발은 썩 좋지 못하다. 경기력과 컨디션은 좋지만 기회를 잡지 못하고 있다. 새롭게 영입된 포지션 경쟁자 애슐리 영이 맹활약을 펼치며 주전 경쟁이 치열해진 탓이다. 하지만 EPL리그, FA컵, 챔피언스리그 등 많은 경기를 소화해야 하는 맨유 팀 사정상 기회는 충분히 주어질 것으로 보인다. 올 시즌 투입된 경기에서 계속 좋은 모습을 보여주고 있기 때문에 앞으로의 활약을 기대할 만하다.

대한민국 수영의 희망 박태환은 차세대 리더 3위에 올랐다. 베이징올림픽 금메달 획득 이후 박태환은 한동안 실망스러운 경기력을 보였다. 부진이 거듭되면서 연습은 충분히 하지 않고 과외 활동에만 열을 올리는 것이 아니냐는 비판의 목소리도 흘러나왔다. 연예인과의 스캔들, 노민상 감독과의 결별 등 악재도 잇따랐다. 자연히 대중의 관심은 멀어졌고 차세대 리더 순위에서도 점점 밀려났다.

2010 광저우 아시안게임은 박태환의 진면목을 재확인시킨 대회였다. 그는 중국의 쑨양·장린 등 강력한 라이벌을 제치고 자유형 100m, 2백m, 4백m에서 금메달을 따내며 3관왕에 올랐다. 더 강해진 박태환의 모습에 국민들은 다시금 환호를 보냈다. 2011 세계수영선수권대회 자유형 4백m 금메달 획득으로 경기력이 완전히 돌아왔음을 재확인시켰다. 2012 런던올림픽을 준비하고 있는 박태환은 세계신기록과 금메달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겠다며 자신감을 보이고 있다.


문대성·홍명보 ‘건재’…박찬호·선동렬 ‘진입’

문대성 IOC 선수위원과 홍명보 올림픽축구대표팀 감독 역시 지난해에 이어 상위권에 이름을 올렸다. 2004년 아테네올림픽에서 화려한 발 기술을 선보이며 금메달을 획득한 문대성 위원은 현역에서 은퇴한 이후 스포츠 행정가로 입문했다. 문대성 위원은 김연아와 함께 2018 평창동계올림픽조직위원회 집행위원으로 선임되며 스포츠 행정가로서의 행보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홍명보 감독은 2009 FIFA U-20월드컵 대표팀을 맡아 8강 진출을 이루어냈고, 광저우 아시안게임 대표팀을 이끌고는 동메달을 따냈다. 이제 홍감독은 런던올림픽 대표팀을 맡아 본선 진출을 노리고 있다. 국가대표팀 감독을 향해 단계별로 지도자 경력을 쌓아나가고 있는 것이다. 아시아 지역 최종 예선을 치르고 있는 홍감독은 선수 차출 문제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구자철·지동원·손흥민·남태희·김보경 등의 젊은 선수들이 월드컵 예선을 치르고 있는 국가대표팀 주축으로 활약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대체 선수들이 이들의 빈자리를 훌륭하게 메워내고 있다. 최종 예선 1차전에서 오만을 꺾으며 본선 진출에 대한 기대감을 높였다.

메이저리그에 이어 일본 프로야구에 진출한 박찬호, 친정팀 기아 타이거즈 감독으로 복귀한 선동렬, PGA에서 맹활약하고 있는 골프 선수 최경주도 차세대 리더 순위에 이름을 올렸다. 박찬호는 시즌 초반을 제외하고 계속해서 2군에 머물렀다. 소속팀 오릭스와도 이번 시즌을 마지막으로 결별이 예상된다. 박찬호가 국내에서 선수 생활을 마칠 수 있기를 바라는 팬이 많다. 하지만 그가 복귀하기 위해서는 드래프트를 거쳐야 하는데, 그러자면 1년이라는 시간을 허비할 수밖에 없다. 은퇴를 앞둔 그로서는 쉬운 결정이 아니다. ‘박찬호 특별법’을 만들어서라도 국내에 복귀할 수 있는 길을 열어주어야 한다는 팬들의 요구가 받아들여질지 주목된다.

선동렬 감독은 올 시즌을 앞두고 삼성 라이온즈 감독 자리에서 물러났다. 계약 기간을 많이 남겨둔 상황에서 벌어진 급작스러운 퇴진이었다. 그러나 다시 감독 자리에 오르기까지 많은 시간이 걸리지는 않았다. 선동렬은 고향이자 화려한 선수 시절을 보냈던 기아 타이거즈 감독으로 복귀했다. 투수 원석이 많기로 유명한 기아 타이거즈가 그의 조련으로 어떤 모습을 보여줄지 주목된다. 최경주는 올 시즌 제5의 메이저대회로 불리는 플레이어스 챔피언십에서 우승을 차지했다. PGA 투어 상금 랭킹에서도 4위에 오르며 세계 최고 수준의 실력을 자랑했다. 최경주는 마지막 남은 과제인 메이저대회 우승을 위해 내년 시즌을 준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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