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를 찍는 ‘스타 감독’들 앞서거니 뒤서거니
  • 김진령 (jy@sisapress.com)
  • 승인 2011.10.25 1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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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준호·박찬욱 감독, 지난해와 순위 바꾸어 나란히 1·2위

지난 2008년부터 국내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차세대 영화계 인물 자리를 놓고 봉준호 감독과 박찬욱 감독은 1, 2위 자리를 양분해왔다. 2008년과 2009년은 박찬욱 감독이 1위를 차지했고, 지난해와 올해에는 봉준호 감독의 차지였다.  

올해 1위로 선정된 봉감독은 38%의 지목률을, 2위인 박감독은 30%의 지목률을 보였다. 두 감독 공히 지난 2009년 <마더>와 <박쥐> 이후 신작을 내놓고 있지 않지만 수위를 달리고 있다. 이유가 무엇일까.

이 두 감독이 나란히 세계로 뻗어나가고 있기 때문이다. 봉감독은 할리우드 자본을 끌어들여 월드와이드 개봉을 목표로 4백억원짜리 블록버스터 <설국열차(Snow Piercer)>를, 박감독은 할리우드에서 할리우드 스태프를 동원해 <스토커>를 찍고 있다. 약간 다른 방식이지만 모두 충무로 토종이 세계화에 도전하고 나선 것이다.  

 

▲ 43세. 연세대 사회학과 졸업. 2000년 로 장편 데뷔. 2003년 , 2006년 , 2009년 등 감독. ⓒ일러스트 장재훈
▲ 49세. 서울 출생. 서강대 철학과 졸업. 1992년 장편영화 으로 데뷔. 2000년 , 2003년 , 2009년 등 감독. ⓒ시사저널 임준선

 

진도를 먼저 빼고 있는 쪽은 박감독이다. 그의 <스토커>는 촬영이 끝난 상태이다. 이 영화의 면면을 살펴보면 할리우드 1급의 결합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젊은 여배우 중 가장 앞줄에 서 있는 미아 와시코우스카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니콜 키드먼, 더못 멀러니 같은 배우가 극을 이끌고 미국 현대음악의 거장인 필립 글래스가 영화음악을 맡았다. 제작과 배급은 리들리 스콧 형제의 스콧프리프로덕션과 20세기 폭스 계열의 폭스서치라이트픽쳐스가 맡았다. 한국 쪽에서는 정정훈 촬영감독이 촬영감독으로 참여해 충무로 인력의 할리우드 진입을 알렸다. 박감독 다음의 지목률을 기록한 영화인은 배우 송강호(14%), 전도연(4%)이었다. 얼마 전 개봉한 <푸른 소금>에 이어 송강호는 <하울링>을 작업 중이고, 내년 초에는 <설국열차>에 합류할 예정이다. 1997년 <넘버3>로 대중의 눈에 뜨인 뒤 10년이 넘는 세월을 이겨낸 그는, 연기력과 관중 동원력에서 최고의 배우로 꼽히고 있다.

현재 개봉 중인 <카운트다운>에서도 여전히 긴장감을 유발시키는 배우임을 확인시킨 배우 전도연은 순위권에 오른 영화인 중 유일한 여배우이다.

 

 


배우는 송강호·전도연·하정우 ‘주목’

최근 <의뢰인>의 주연 배우로 흥행을 성공시키고 있는 하정우는 젊은 배우 중 연기파로 첫손에 꼽히는 배우이다. 그는 또래의 꽃미남 배우들이 상업 광고 모델로 자리 잡는 동안 독립영화이건 상업영화이건 가리지 않고 출연해 폭넓은 연기를 보여주면서 차세대 대표 주자로 자리 잡았다.

하정우와 동률을 기록한 인물은 장진 감독과 강형철 감독이다. 연극 무대에서 극작가로, 연출가로 자리를 잡았던 장감독은 올해에도 <로맨틱 헤븐>을 선보이며 다작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과속 스캔들>과 <써니>의 연타석 홈런으로 투자 대비 최고 흥행왕 자리에 오른 강형철 감독은 배우의 유명세에 의존하지 않고 이야기의 힘만으로 관중을 동원하면서 영화계에 이름 석자를 각인시키고 있다.

그 뒤를 이어 탤런트 배용준과 <타짜>의 최동훈 감독, <의형제>와 <최종병기 활>의 프로듀서인 장원석 다세포클럽 대표, <추격자>의 나홍진 감독이 동률을 기록하고 있다.

최감독은 장기인 범죄 스릴러로 돌아와 <도둑들>이라는 영화를 만들고 있어서 기대를 모으고 있다.

제작자인 장대표는 어린 나이에도 재기 넘치는 흥행 감각을 과시해 최고의 블루칩으로 떠오르고 있다. 지난해 <의형제> 제작을 둘러싸고 스캔들에 휘말렸던 그는 올해 <최종병기 활>을 통해 제작자로서의 실력을 보란 듯이 내보였다. 이어 개봉할 예정인 <퍼펙트 게임>은 프로야구계의 전설적인 투수인 고 최동원과 선동렬의 정면 승부를 다룬 영화로, 마침 최동원이 세상을 뜨면서 개봉 시점까지 맞아떨어지는 등 흥행 호조가 속출하고 있어 내년의 순위가 더욱 기대되는 인물이다.


• I N T E R V I E W 봉준호 감독
“'설국열차'는 처절한 영화…
한국 영화, 모험 마인드 많이 줄어든 것 같아 아쉬움”


지난해 차세대 리더 조사에서 영화 부문 1위를 차지해 <시사저널>과 인터뷰를 했을 때 봉준호 감독은 <설국열차>의 시나리오를 막 탈고한 상태였다. 지금 그는 체코의 프라하에 가 있다. 내년 3월 촬영 시작을 앞두고 준비를 위해 스튜디오가 있는 프라하로 날아간 것이다. 전화로 한국 영화 사상 가장 비싼 4백억원대의 제작비가 들어가는 <설국열차>에 대한 궁금증을 들어보았다.

봉준호가 영화계의 차세대 리더로 꼽힌 이유가 뭐라고 생각하나?

내가 궁금하다.(웃음) 리더라는 개념이 애매하다. 각자 알아서 다들 잘해야 하지 않겠나. 영화계라는 것이 하나로 뭉쳐진 조직이 있는 것도 아니고…. 리더라는 개념을 모르겠다.

프라하에는 언제 갔나?

<괴물 3D> 때문에 부산 영화제에 잠깐 갔다가 10월12일에 왔다. 나만 출장식으로 왔다갔다했지 프로듀서들은 9월부터 여기서 계속 준비해왔다. 내년 6월께까지는 계속 이곳에 있을 예정이다. 후반 작업은 고르고 있는 중이기는 한데, 아마 서울에서 하지 않을까 싶다.

시나리오는 만족스러운가?

남들이 만족스럽다고 하면 좋은 것이고…. 내 입으로 얘기하는 것이 쑥스럽다.(웃음)

<설국열차>를 장르로 규정하자면?

기차 영화이다.(웃음). 영어 제목이 ‘Snow Piercer’이다. 눈을 뚫고 나간다는 뜻이다(미국의 영화 전문 사이트인 IMDB에서는 이 영화를 스릴러로 규정하고 있다). 기차 안에서 뒤엉켜 있는 사람들 얘기이다. 기차에 사연이 있는 인간들이 모인다. 인간이 인간다울 수 있는 것이 무엇인가…. 불쌍한 사람들 이야기이다. 여자, 남자, 어른, 아이, 노인 다 나온다.

본 촬영은 언제 시작하나?

크랭크인은 내년 3월이다. 그때까지는 이쪽에서 다 준비를 해야 하는 상황이다.

언제쯤 촬영이 끝나는가?

속도는 과거보다 빠르게 찍을 것 같다. 상반기에 촬영이 끝난다고 해도 후반 작업이 한참 걸려서 2012년 말 아니면 2013년 초에나 개봉할 수 있을 것 같다.

제작비를 어느 정도 예상하나?

4천만 달러(4백억원) 정도 예상한다. 아무래도 영어권 배우가 많이 나오고 그러다 보니 제작비가 국내 영화보다는 많이 들었다.

왜 프라하인가?

대형 세트장 때문이다. 여기에 길이가 100m짜리 실내 스튜디오가 있다. <설국열차>는 대부분 세트에서 찍어야 하는 상황이라 여기를 골랐다.

야외 촬영은?

일부 설원 로케 장면이 있는데, 장소는 아직 결정이 안 났다. 캐나다도 조사해보고, 준비 중이다.

월드와이드 투자사나 배급 라인은 결정되었나?

일단 한국 파트너는 정해졌고 해외 배급선은 계속 협의 중이다.

한국 배우로는 송강호가 캐스팅되었다고 하는데 나머지 배역은 결정되었나?

해외 배우도 거의 결정 났는데 최종적으로 서류에 사인하지 않은 단계라 말을 할 수가 없다. 이미 많은 배우를 만났고 얘기가 되고 있지만 서류상으로 확정해야 말할 수 있다. 3월 크랭크 인하면 회사(설국열차LLC)에서 밝힐 것이다.

이 영화의 제작자인 모호필름 박찬욱 감독은 미국에 있는데.

박감독과는 통화나 문자를 가끔 하고 있다. 박감독은 <스토커>의 촬영이 끝난 상태로 후반 작업에 들어가 있다.

프랑스 원작 만화와 영화는 어떤 차이가 있나?

원작 만화가 있지만 스토리는 완전 다르게 갔다. 내가 직접 시나리오를 썼고, 마지막 단계에서 미국 작가가 참여해 대사 번역과 영어식 표현을 손봤다. 이 영화의 80%가 영어 대사이다.

어떤 작가인가?

시드니 루멧 감독의 마지막 작품인 <악마가 네 죽음을 알기 전에>의 각본을 쓴 켈리 마스터슨이 참여했다. 그 영화를 보면 대사가 간결하고 파워풀해 내가 골랐다.

<설국열차>에서는 어떤 상상력을 보여줄 것인가.

처절한 영화이다. 전쟁으로 세상이 망한 뒤라는 극한 조건과 달리는 기차라는 폐쇄적인 일직선의 공간에서 치고받고 싸우는 영화라는 콘셉트에는 변함이 없다. 기차가 5대륙을 뺑뺑 돌고 있고, 여러 인종이 그 기차에 타고 있고. 말하자면 무국적 공간이다.

컴퓨터그래픽 작업은 누가 맡게 되나?

이번 영화에서 컴퓨터그래픽 처리가 많을 것이다. CG 담당 슈퍼바이저를 할리우드 전문가에게 맡겼다. 그가 지금 CG 실무를 담당할 복수의 회사를 선정하고 있다.

스태프에 국내 영화인은 없나?

홍경표 촬영감독이 나와 같이 일한다. 프로듀서는 한국인이고, 그 밖에는 독일과 체코 스태프가 뒤섞여 있다.

해외에서 외국 스태프와 큰 예산 규모의 영화를 찍는 부담감은?

지금은 프라하에서 출퇴근을 하면서 촬영 준비를 하고 있다. 이곳이 낯설지만 영화 찍기의 본질은 똑같다. 낯선 재미도 있다. 규모가 큰 영화라 세밀하게 준비하는 것이 중요하다. 나도 준비를 많이 하기는 했지만….

최근에 본 후배 감독의 영화 중 인상 깊은 것이 있었다면.

최근에는 독립영화를 많이 봤다. <파수꾼>(윤성현 감독), <짐승의 끝>(조승희 감독), <불청객>(이응일 감독) 등이 좋았다.

지금 한국 영화계 상황에 대해 한마디 한다면.

극장 수도 많아지고 제작 편수도 늘어나고 산업이 세련되어진 것 같은데 모험을 해야 되는 상황에서 그런 것을 감수하려는 마인드는 많이 줄어든 것 같다. 그런 것이 아쉽다.

영화에도 트렌드가 있는 것일까?

나는 내가 흥분되는 영화를 만들어왔기 때문에 그런 것은 모르겠다. 트렌드라는 것이 있다면, 그것을 미리 알 수만 있다면 좋기는 하겠지만, 그것을 미리 간파할 수 있겠나. 관객이 무얼 좋아해줄지, 그것을 알고 만드는 사람이 얼마나 되겠나. 모르고 하는 것이다. 트렌드가 통계화되거나 미리 알 수 있다는 것은 환상이나 착각이다. 설사 그것을 통계를 내서 알았다 해도 영화를 만들면 그때는 이미 트렌드가 지났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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