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호동 떠나자 ‘유재석 독무대’ 이수근·이승기도 쑥쑥 크네
  • 반도헌│자유기고가 (sisa@sisapress.com)
  • 승인 2011.10.25 1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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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능 프로그램 MC들 강세…<무한도전> <1박2일> PD들도 많은 사랑받아

 

 

최근 몇 년 동안 대한민국 방송가는 예능 프로그램의 득세와 유재석·강호동 두 국민 MC의 쌍두마차 체제로 대변되었다. 이들은 지상파 3사의 요일별 간판 예능프로그램을 독식하며 전성시대를 이어갔다. 그러나 언제까지나 계속될 것 같던 유재석·강호동 양강 체제는 느닷없이 무너졌다. 한 축을 담당했던 강호동이 지난 9월 잠정 은퇴를 선언한 탓이다. KBS2 <1박2일> 하차 선언으로 인해 이미지가 실추된 데다 탈세 논란까지 불거지면서 강호동은 당분간 대중을 떠나 있기로 결심했다.

강호동이 빠진 방송가는 가히 유재석 천하라 부를 만하다. 강호동을 대신할 새로운 라이벌이 아직 등장하지 않은 가운데 유재석은 방송·연예 부문에서 압도적으로 차세대 리더 1위 자리를 차지했다. 유재석을 국민 MC 자리에 올려놓은 MBC <무한도전>은 진화를 계속하며 여전히 최고 예능 프로그램으로 인정받고 있고, 장수 프로그램인 MBC <놀러와>, KBS2 <해피투게더3> 역시 건재하다. 일요 예능 후발 주자로 한동안 주춤했던 SBS <일요일이 좋다-런닝맨>까지 궤도에 올려놓으면서 유재석 불패 신화를 이어가고 있다.

이승기, 단독 MC로도 실력 발휘

 

▲ 40세. 서울 출생. 서울예대 방송연예과 중퇴. 1991년 제1회 KBS 대학개그제 데뷔. KBS 연예대상 대상, 2008~09년 SBS 연예대상 대상, 2007년·2010년 MBC 방송연예대상 대상. ⓒ시사저널 임준선

 

MC로서 유재석이 가진 능력은 탁월하다. 리얼버라이어티에서는 자칫 어수선해질 수 있는 흐름의 중심을 잡아주고, 토크쇼에서는 게스트의 특성에 맞게 이들을 배려하면서 진솔한 이야기를 끌어낸다. 상황과 상황, 토크와 토크 사이의 빈자리는 박명수·하하·김원희 등 동료 MC와의 호흡으로 메워나간다. 프로그램 진행 능력으로 인해 유재석이 국민 MC의 지위를 놓치는 일은 예상하기 어렵다. 유재석이 가진 불안 요소는 선하고 도덕적인 모습으로 대중에게 각인된 이미지에 있다. 강호동의 잠정 은퇴 과정이 보여주듯 사생활 같은 방송 외적인 부분에서 불거진 문제들이 미치는 파급력은 실로 엄청나다. 유재석의 반듯한 이미지는 그만큼 더 큰 후폭풍을 몰고 올 수 있다. 이런 변수가 등장하지 않는 한 유재석 천하는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강호동이 떠나자 그가 진행하던 프로그램에 관심이 집중되었다. 폐지가 결정된 것은 MBC <무릎 팍 도사> 하나뿐으로 존폐 기로에 몰렸던 대다수 프로그램은 우려와 달리 연착륙에 성공했다. 그 중심에 ‘황제’ 이승기가 있다. 그는 강호동과 함께 진행하던 프로그램들을 내용과 시청률에서 큰 누수 없이 이끌어가며 MC로서 재평가받고 있다. SBS <강심장>에서 처음으로 단독 MC를 맡아 강호동의 빈자리를 전혀 느낄 수 없는 ‘이승기의 <강심장>’이었다는 호평을 이끌어냈다. <1박2일>에서도 이수근과 함께 메인 MC의 역할을 나누어맡으며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

이승기의 도전은 진행형이다. 본업인 가수에 이어 배우, MC로 새로운 영역에 계속 도전해왔고 각 분야에서 성공 가도를 달리고 있다. 이제 이승기는 국내를 넘어 세계 무대 진출을 준비하고 있다. <1박2일>이 올해를 마지막으로 종영하는 시점에서 한류 스타 이승기의 행보가 본격화될 것으로 보인다.

 

 


강호동, 복귀 기대감 반영한 듯 ‘공동 3위’

유재석, 이승기 외에도 예능 프로그램 MC들의 강세는 계속되었다. 잠정 은퇴에도 강호동이 공동 3위를 기록해 복귀에 대한 기대감을 반영했고 김제동이 7위, 이수근이 공동 8위를 차지했다. 김제동은 이경규, 한혜진과 함께 새로운 형식의 토크쇼 SBS <힐링캠프, 기쁘지 아니한가>의 공동 MC를 맡았다. 이수근은 <1박2일>에서 강호동의 빈자리를 메우며 메인 MC로서의 가능성을 증명해나가고 있다.

2011년 조사에서 눈에 띄는 것은 공동 5위를 차지한 <무한도전> 김태호 PD와 공동 8위를 차지한 <1박2일> 나영석 PD의 약진이다. 이들이 연출하는 두 프로그램이 국민 예능 프로그램으로서 사랑을 받은 것은 오래된 일이다. 프로그램이 사랑받으면서 가끔씩 출연자로서의 모습도 보여주는 두 연출자에 대한 대중의 관심도 높아졌다. 이들이 차세대 리더에까지 오른 데는 대중의 인기와 더불어 종편의 등장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종편이 스타 예능 PD 스카우트전에 뛰어들면서 김태호·나영석 PD는 관심의 중심에 놓였다. 하지만 지금까지 종편의 구애를 뿌리치며 <무한도전>과 <1박2일>에 집중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고, 이것이 대중의 지지와 신뢰를 얻어내고 있다.

2011년 방송·연예계에서 가장 주목할 만한 현상은 ‘K-팝 열풍’이다. 국내 대중음악계를 장악하고 있는 아이돌 그룹의 음악은 이제 세계 속으로 뻗어가고 있다. 한류를 주도하던 드라마와 영화가 주춤한 사이 K-팝은 강력한 위력을 뽐내며 세계를 향하고 있다. K-팝 열풍은 아시아권에 머물러 있던 한류를 미국, 유럽, 남미 등 세계 전역으로 확대시켰다. K-팝 열풍을 주도하고 있는 대형 기획사 수장들의 영향력도 자연히 강력해졌다. 양현석 YG엔터테인먼트 대표가 공동 3위, 박진영 JYP엔터테인먼트 대표가 공동 5위에 이름을 올리며 K-팝에 걸린 기대감을 증명했다. 대성·지드래곤 등 멤버들의 구설로 인해 위기에 빠진 빅뱅과 미국 활동이 지지부진한 원더걸스 등 두 기획사의 간판 아이돌 그룹이 위기에서 탈출할 수 있을지가 주목된다.

지난해 10위권 밖으로 밀려났던 배용준은 제작에 참여한 KBS <드림하이>의 성공으로 공동 8위에 이름을 올렸다. 이 밖에도 독도 지킴이·선행왕으로 이미지를 굳힌 가수 김장훈, 한국 영화의 대표 주자 봉준호 감독이 공동 8위를 차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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