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우물 판 여성 과학자 한국 과학 길이 빛내다
  • 노진섭 (no@sisapress.com)
  • 승인 2011.10.25 11: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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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빛내리 서울대 생명과학부 교수, 3년 연속 최고 자리 지켜

김빛내리 서울대 생명과학부 교수(43)가 차세대를 이끌 과학기술 분야 리더로 선정되었다. <시사저널>이 실시한 ‘차세대 리더 300인’ 설문조사에서 전체 응답자의 30%로부터 지목받은 그는 3년 연속 이 분야에서 1위 자리를 유지했다.

김교수는 몇 년 전부터 한국 역사상 첫 노벨 과학상을 탈 만한 과학자 1순위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2007년 여성 과학자의 노벨상이라고 불리는 로레알 유네스코 세계여성생명과학자상을 수상했고, 지난해 국내 여덟 명뿐인 국가과학자로도 선정되었다. 모두 마이크로 RNA 연구로 일군 결실이다.

마이크로 RNA는 말 그대로 작은 RNA인데, 생물의 유전자가 적절하게 활동하도록 조절하는 역할을 한다. 이것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으면 당뇨나 암이 생기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10년 전만해도 이 RNA를 ‘불필요한(junk)’ 유전자로 여겨 관심을 갖는 과학자가 거의 없었다. 김교수는 이 RNA에 관심을 갖고 연구한 끝에 2002년 마이크로 RNA의 생성 과정을 세계 최초로 밝혀내면서 주목받았다.

세계 최초로 마이크로 RNA 생성 과정 밝혀

▲ 43세. 서울대 생명과학부 교수. 옥스퍼드 대학원 박사 출신으로 지난해 국가과학자로 선정되었다. 마이크로 RNA 연구에 매진하고 있다. ⓒ뉴스뱅크이미지

이런 성과로 마흔 살 초반에 이미 서울대 석좌교수가 되었지만 사실 10년 전에는 재계약을 걱정할 정도로 무명의 학자였다. 1992년 서울대 미생물학과 졸업, 1994년 같은 대학 대학원에서 미생물학 석사, 1998년 영국 옥스퍼드 대학 대학원에서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그러나 다른 여성 선배들이 직장을 얻지 못하는 경우를 보면서 연구를 포기할 생각도 가졌다. 지금은 완치되었지만 한때 위암 선고를 받고 실의에 빠지기도 했다.

여러 고비를 넘기면서도 끈질기게 연구에 매진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쉬는 데에 익숙하지 않는 그의 성격도 한몫했다. 올해 초 7개월 동안 미국 MIT 화이트헤드연구소에서 연구년을 보내면서 다소 한가한 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 그러나 그는 그 기간에도 연구에 몰입했고, 지난 7월 국제 학술지 <네이처>에 논문까지 발표했다. 김교수는 미국에 있을 때 매일경제와 가진 인터뷰에서 “하고 싶은 취미(연구)를 하면서 월급까지 받는 연구자는 사치스러운 직업이다”라며 일에 대한 만족감을 표현했다. 슬하에 초등학생 딸과 아들을 둔 김교수는 어린 아이들과 많은 시간을 보내지 못하는 것을 안타까워하는 평범한 엄마이기도 하다.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 원장, 김필립 컬럼비아 대학 물리학과 교수, 현택환 서울대 화학생물공학부 교수, 이상엽 카이스트 생명기술대학 학장 등이 김교수에 이어 과학기술 부문 차세대 리더로 꼽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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