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폭 넓히는 ‘3세대’ 대표 주자 앞길에 뜨거운 시선 쏠리다
  • 이석 (ls@sisapress.com)
  • 승인 2011.10.25 1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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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용, 지목률 50%대 처음 돌파…정의선·정용진 등 다른 3세들도 약진

 

 

이재용 삼성전자 사장의 외연이 급속히 확대되고 있다. 이사장은 그동안 아버지인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의 그늘에 가려져 있었다. 기자들에 둘러싸인 이회장을 먼발치에서 지켜보기만 했다. 하지만 애플과의 특허 소송이 불거지면서 제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기자들을 만나는 것도 꺼리지 않았다. 그는 지난 10월16일 고 스티브 잡스의 추도식을 위해 출국하는 자리에서 “삼성전자와 애플은 경쟁자이자 동반자이다”라고 말했다. 19일 귀국해서는 “애플의 팀 쿡 최고경영자(CEO)와 2~3시간 동안 대화를 나누었다. 삼성과 애플의 관계를 좋게 구축하는 방안과 서로 발전을 도모하는 내용이 주제였다”라고 말했다. 최근 격화되는 특허 소송과 관련해서도 “양사가 ‘페어플레이’를 하면서 더 치열하게 경쟁할 것이다. 추가 소송은 법무팀과 경영진이 판단할 내용이다”라고 덧붙였다. 이사장이 직접 언론에 본인의 생각이나 회사 경영에 대해 밝혔다는 점에서 그룹 내 위상 변화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다.

실제로 이사장은 최근 국내외 인사들과 잇달아 회동을 가졌다. 지난 10월3일에는 미국 뉴욕 주 코닝 시에 있는 코닝 본사를 방문해 제임스 호튼 명예회장과 면담을 가졌다. 12일에는 프랑스 토탈그룹의 코넬리스 부회장을 접견했다. 이회장을 배제한 상태였다. 삼성전자의 주력 사업부인 LED 사업은 최근 중국에서 고전을 면치 못했다. 이사장은 시진핑 부주석을 만나 담판을 짓고 사업 허가권을 따낸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그룹 내에서는 이미 ‘이재용 체제’로의 전환을 기정사실로 보는 분위기이다. 삼성전자는 다음 달 삼성 사장단 인사를 발표할 예정이다. 기존 DS(디바이스 솔루션, 부품) 총괄과 여섯 개 사업부를 세트(완제품)와 부품 두 개 부문으로 단순화하는 것이 골자이다. 이 경우 삼성전자는 최지성 대표이사 부회장과 권오현 DS총괄사장 ‘투톱 체제’로 바뀌게 된다. 최부회장과 권사장은 이사장의 최측근으로 알려졌다.

 

▲ 43세. 애플과의 특허 소송 과정에서 외연을 급속히 확대하고 있다. 향후 최지성-권오현 ‘투톱 체제’의 조율자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시사저널 임준선

 

한편으로 애플과의 소송 과정에서 막후 역할을 해야 한다. 완제품을 책임지는 최부회장은 애플과의 특허 전쟁을 진두지휘해야 한다. 부품을 맡은 권사장은 고객사인 애플과의 관계를 걱정하지 않을 수 없다. 이런 관계를 아우를 수 있는 누군가가 필요하게 된다. 이사장이 그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삼성그룹의 한 관계자는 “COO(최고운영책임자) 자체가 삼성전자의 경영 전반에 관여할 수 있는 자리이다. 애플과의 소송전을 통해 (이사장의) 리더십이 더욱 주목받을 것이다”라고 귀띔했다.

삼성전자의 투트랙 전략은 이미 상당한 효과를 보았다. 최부회장은 최근 호주와 일본 등에서 아이폰4S 판매 금지 가처분 소송을 제기했다. 이사장이 잡스의 추도식을 위해 출국한 직후였다. 그러자 이사장은 애플의 최고경영자인 팀 쿡과 만나 좋은 관계를 유지하기로 합의했다. 이사장이 팀 쿡과의 친분을 바탕으로 수렁에 빠진 애플과의 관계를 조율할 인물로 부상하고 있는 것이다.

삼성그룹측은 이사장의 역할론을 후계 구도와 연관 짓는 것에 대해서는 난색을 표시했다. 하지만 재계에서는 이사장의 승계 프로젝트가 이미 상당 부분 진행되었다는 시각이다. 이사장은 사장 승진 직후인 지난 1월 구본무 LG그룹 회장을 예방했다. 4월 말에는 정준양 포스코 회장과 면담을 가졌다. 지난 8월 이사장이 수원의 한 재래시장을 방문한 것도 같은 맥락에서 해석되고 있다. 이사장은 당시 삼성미소재단을 홍보하기 위해 경영진과 함께 시장을 찾았다. 거리에서 직접 음식을 사먹는 등 소탈한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재계 관계자들은 일련의 행보가 결국 경영권 승계 과정을 둘러싼 논란을 불식시키기 위한 과정이 아니겠느냐고 보고 있다.

 


애플과의 소송전에서 중요한 역할 맡아

 

이 때문일까. 이사장은 기업 분야의 차세대 리더를 묻는 질문에 52%의 압도적인 득표로 1위를 차지했다. 2008년 28%, 2009년 34%, 2009년 42%에 이어 올해에는 과반수를 넘어섰다. 때문에 당분간 이사장의 행보 하나하나가 재계의 이목을 집중시킬 것으로 예상된다.

기업인 부문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차세대 리더 2위에 오른 이는 정의선 현대차 부회장과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이다. 정부회장의 점유율은 올해 28%로, 이재용 사장의 절반에 머물렀다. 하지만 2008년 2%에서 2009년 14%, 올해 28%로 인지도가 급성장하고 있다. 정부회장은 지난 2009년 8월 현대차 기획·영업 담당 부회장에 올랐다. 당시 전세계 자동차 메이커들이 글로벌 금융 위기 ‘후폭풍’을 겪고 있었다. 하지만 현대차와 기아차는 승승장구하면서 경영 능력을 인정받았다. 올해 역시 현대차와 기아차는 안정적인 성장을 거듭하고 있다. 우리투자증권은 10월17일 보고서를 통해 “타이트한 해외 재고와 우호적인 환율 등을 고려할 때 현대차와 기아차는 4분기까지 실적 호조가 지속될 것이다”라고 전망했다. 

안철수 원장은 최근 서울시장 보궐 선거 후보로 거론되면서 대중적인 관심을 받고 있다. 안원장은 안철수연구소 이사회 의장직도 겸하고 있다. 최근 안철수연구소의 주가가 두 배 이상 뛴 것도 이 때문이다. 특히 안원장은 안철수연구소의 경영을 전문경영인에게 넘기고 교육계에 투신했다. 기존 재벌과는 차별화된 행보여서 기업가 안철수 역시 더 주목받을 전망이다. 

그 밖에도 기업 분야의 차세대 리더를 묻는 조사에서 김택진 엔씨소프트 대표와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 박지원 두산중공업 사장, 정현진 바이오메디컬홀딩스 대표이사 등이 각각 12%와 10%, 2%의 인지도를 보였다. 김택진 대표는 최근 한국 프로야구 9번째 구단인 NC 다이노스를 창단하면서 주목을 받았다. 정용진 부회장은 이른바 ‘트위터 경영’을 통해 대중적인 인지도를 높여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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