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무로의 한탄 “배우 구하기, 하늘의 별 따기”
  • 라제기│한국일보 문화부 기자 ()
  • 승인 2011.10.31 0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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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상파TV 따라잡으려는 종편 채널들의 드라마 제작 급증한 탓…출연료도 크게 올라 영화 제작 환경 전반에 악영향

▲ ⓒTV조선 제공
“드라마 1회당 출연료가 5천만원을 넘는 배우가 늘어나고 있다. 캐스팅 전쟁이 치열하다. 특히 남자배우는 거의 기근이다.”(충무로 제작자 A씨)

충무로가 유탄을 맞았다. 케이블 종합편성(종편) 채널이 대거 드라마를 만들면서 배우의 몸값이 올라 때아닌 구인난을 겪고 있다. 잠재적인 적 정도로 생각했던 방송과 직접 맞부딪히며 캐스팅 경쟁을 펼치게 되었다. 종편의 등장과 드라마 제작의 급증은 출연료 급등을 부르고 결국 영화 제작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12월 개국을 목표로 한 종편은 TV조선과 jTBC, 채널A, 매일방송 네 곳이다. 이들은 방송의 ‘킬러 콘텐츠’라 할 드라마를 통해 앞으로 펼쳐질 방송 대전의 기선을 잡으려 하고 있다. 낮은 채널 인지도를 극복하고 시청률을 확보하기 위해 스타 배우를 앞세운 드라마를 만드는 데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이미 황정민, 정우성, 김정은, 박진희 등이 종편 드라마 출연이 확정되었다.

월화·일일·수목·주말 드라마 형식의 지상파TV 따라잡기가 종편 편성의 대세이다. 단순하게 계산하면 일주일에 드라마 16편이 새로 생겨나게 된 셈이다. 출연료가 안 오를래야 안 오를 수 없는 상황이다. 한 매니지먼트사 대표는 “스타는 종편 드라마에 출연하는 것에 위험 부담을 느낀다. 큰돈을 주지 않으면 선뜻 움직이려 하지 않는다”라고 말했다. 종편이 간판으로 내세우는 드라마 중 다수는 지상파TV가 제작을 거절한 기획이다.

‘명품 조연’을 캐스팅하는 것도 힘들어져

종편이 격발한 캐스팅 전쟁으로, 충무로는 서서히 출연료 몸살을 앓고 있다. 최근 개봉한 한 영화의 주연 배우는 6억5천만원을 받아 충무로 제작자들의 원성을 샀다. 그의 이전 출연료는 5억원 언저리였다. TV 드라마 한 편에 출연한 것을 제외하면 연기 경력이 전무한 한 아이돌 그룹 멤버는 영화 출연료로 3억원을 요구하기도 했다. ‘3억원’은 톱스타 대우는 아니어도 어지간한 연기 경력을 지닌 주연급 배우가 받는 출연료 수준이다.

주·조연급 배우들의 몸값도 뛰고 있다. 얼마 전까지 2억5천만원을 받던 배우가 3억원에 출연 계약서를 쓰고 있다. 좋은 조건으로 부르는 곳이 늘어나면서 이른바 명품 조연을 캐스팅하는 것도 갈수록 힘들어지는 상황이다. 한 제작자는 “과당 경쟁으로 배우 출연료가 최근 대략 30% 오른 듯하다. 다 죽자고 덤벼드는 꼴로 상생의 개념이 전혀 없다”라고 불만을 토로했다. 또 다른 제작자는 “조연 배우도 너무 바빠서 캐스팅이 어렵다”라고 말했다.

배우의 캐스팅을 확정해놓고도 제작비 조달 문제로 촬영에 못 들어가는 종편 드라마도 늘어나고 있어 후유증이 예상된다. 드라마 제작과 편성이 미루어지면서 해당 배우의 영화 촬영에도 악영향을 미칠 조짐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종편 등장에 따른 출연료 인상에 대해 충무로에서는 걱정하는 목소리가 높다. 제작비는 제자리인데 배우의 몸값만 오르기 때문이다. 이러다가는 스태프들의 삶이 더욱 쪼들릴 것이라는 주장도 나온다. 충무로의 한 제작자는 “예능인과 배우가 종편 등장의 최대 수혜자이다. 그 반작용으로 영화 스태프가 피해를 입을 것이다. 영화 촬영에 들어갈 돈이 줄어들면서 영화 자체의 질이 떨어질 수 있다”라고 주장했다.

배우의 출연료 인상에 따른 수혜자라 할 매니지먼트사도 캐스팅 전쟁을 달가워하지 않는 눈치이다. 거액을 받고 소속 배우의 종편 드라마 출연이라는 모험을 감행해야 할지, 영화 출연으로 유명세 유지에 힘써야 할지 등 머릿속이 더 복잡해졌다는 반응도 나온다. 인기 배우에게만 돈이 몰리고, 인기 없는 배우는 더욱 생계 걱정을 하게 되는 부익부 빈익빈 현상이 일어날 것도 우려하고 있다. 한 매니지먼트사 대표는 “지금 같은 출연료 인상은 절대 좋은 일이 아니다. 시장이 어느 정도 합리적으로 돌아가야 장기적으로 드라마나 영화 제작이 활성화된다”라고 강조했다.

<돼지의 왕>은 굉장히 센 애니메이션이다. 시작부터 음울한 화면과 기괴한 음향으로 한 젊은이가 경제·정신적으로 파산했음을 알린다. 그는 누군가를 찾는다. 그 역시 일상이 몹시 망가져 있다. 두 명의 중학교 동창생은 15년 만에 만나, 학창 시절을 회상한다. 물론 아름다운 추억이 아니다. 폭력과 권력의 위계에 짓눌렸던 삶. 먹이 피라미드의 가장 밑바닥에 있었던 두 사람에게는 한 명의 친구가 있었다. ‘돼지의 왕’. 그는 굴종하는 피지배 계급의 삶을 ‘돼지’라고 불렀다.

주인이 던져주는 먹이를 먹고 살을 찌우지만, 그 살마저 자기 것이 아닌 주인의 것이라는 사실조차 모른 채, 그저 살을 찌우는 데 열중하는 돼지. 죽어 고기가 되는 것만으로 자신의 가치를 실현하는 돼지. 그는 주인처럼 강해지기 위해 ‘악(惡)’이라는 무기를 들고 싸우는 ‘돼지의 왕’이었다. 아니, 그를 ‘돼지의 왕’으로 믿은 것은 사실 그가 아니다. 그를 추종하는 친구, ‘나’였다.

<돼지의 왕>은 소설이나, 만화책, 웹툰, 혹은 연극으로 만들어졌어도 좋았음직한 플롯을 지닌다.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이나 <사람의 아들> <이끼> 등이 연상되는 흡입력 강한 서사를 애니메이션으로 접하는 것이 다소 낯설 수 있다. 그러나 <바시르와 왈츠를>에서 보듯이 애니메이션의 세계가 그리 좁지 않다. <돼지의 왕>은 애니메이션 형식을 통해 인물의 몽환적 심리 상태를 자유자재로 드러낸다.

애니메이션이 기억과 환상을 가로지르는 주제를 표현하기에 적합한 형식임을 알 수 있다. <돼지의 왕>은 단순히 학교 폭력을 고발하는 작품이 아니다. 학교라는 생태계에서 권력이 어떻게 작동되며, 이를 추인하는 동력이 바로 피지배자의 욕망임을 그린다. 이토록 무거운 주제를 섬세한 심리 묘사로 담아낸 것도 놀랍지만, 국내에서 아동물로만 인식되었던 애니메이션의 지평을 넓혔다는 점에서도 무척 의미 있는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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