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시리즈 우승하면 경제 효과 “6천억 이상”
  • 이철현 기자 (lee@sisapress.com)
  • 승인 2011.10.31 02:0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프로야구단 운영으로 그룹이 거두는 마케팅 효과 상당해…고용 창출 등 파급 효과도 커

ⓒ시사저널 유장훈
‘미스터리’이다. 국내 대기업집단이 수익성이나 성장성이라는 기업 평가 잣대로는 납득할 수 없는 적자투성이 사업을 접지 않고 30년 가까이 운영하고 있다. 내로라하는 대기업집단마다 한 해 100억~2백억원 적자가 나는 사업 부문을 애지중지하고 있다.

삼성·롯데·LG·두산·한화 그룹은 1982년 설립 이래 줄곧 적자를 면치 못하는 계열사를 버리기는커녕 해마다 투자를 늘리고 있다. SK나 기아차는 적자투성이 사업 단위를 인수해 적자 경영을 감수하고 있다. 온라인게임 업체 NC소프트까지 적자 사업에 진입할 채비를 갖추고 있다.

프로야구단 운영 사업이 그것이다. 구단마다 3백억원 안팎의 운영비를 쓰지만 수입이라고는 100억원이 되지 않는다. 그럼에도 그룹 총수가 야구장에 나타나 코칭스태프와 선수단을 격려한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지난 10월19일 인천 문학구장에서 벌어진 플레이오프 3차전을 관람하고 SK 와이번스 덕아웃까지 찾아가 선수단에게 “이만수 감독대행을 고향에 보내주자”라고 말하며 손가락으로 ‘V4’를 뜻하는 제스처를 취하기도 했다.

구단 관계자는 한결같이 ‘재무제표에는 빨간 잉크가 마를 날이 없지만 프로야구단 운영으로 그룹이 거두는 마케팅 효과는 상당하다’라고 평가한다. 유선규 SK 와이번스 팀장은 “한곳에 2만~3만명을 모을 수 있는 집객 효과가 야구 말고 어디 있는가. 그룹 주력 계열사 SK텔레콤이 SK 와이번스 선수 헬멧이나 야구복에 서비스나 상품 로고를 붙여 브랜드 이미지나 친근감을 높이는가 하면 어플리케이션, NFC(근거리 무선통신), SNS(소셜 네트워크 서비스) 같은 스마트폰 서비스를 시연하는 곳이 야구장이다”라고 말했다.

LG그룹이 인기 구단 LG 트윈스로 얻는 마케팅 효과도 SK그룹 못지않다. LG 트윈스 선수복에는 스마트폰 옵티머스, 세탁기 트롬, 에어컨 휘센 브랜드가 덕지덕지 붙어 있다. 덕아웃에는 LG생활건강이 파는 생수 브랜드 ‘순수’가, 코칭스태프 앞에는 LG 엑스노트 노트북이 비치되어 있다. 구본준 LG전자 부회장이 LG 트윈스 구단주를 맡고 있는 것을 보면 그룹 내에서 야구단의 위상을 감지할 수 있다.

프로야구 산업의 경제 파급 효과, 1조원 넘어

현장이나 TV에서 노출되는 갖가지 제품이나 서비스 브랜드는 광고 효과로 이어지고 궁극적으로 고객 충성도 제고나 판매 증진에 기여할 것으로 추정된다. 다만 프로야구단 운영으로 얻는 마케팅이나 광고 효과를 계량화하기는 까다롭다. 구단마다 야구단 운영으로 그룹이 얻는 마케팅 효과를 수치화하지 못하고 있다. 국민체육진흥공단은 해마다 대학교 부설 스포츠산업경영연구소에 의뢰해 프로야구 산업의 경제 파급 효과를 추산해 발표한다. 한양대 스포츠산업·마케팅센터가 지난해 11월 국민체육진흥공단에 제출한 보고서 ‘한국 프로야구 산업의 경제적 파급 효과’에 따르면, 프로야구 산업이 일으키는 경제 파급 효과는 1조원이 넘는다. 김종 한양대 스포츠산업·마케팅센터장은 ‘한국 프로야구 산업은 생산 8천억원, 부가가치 3천8백20억원, 고용 1만2천1백56명을 유발하는 효과를 가지고 있다’라고 평가했다.

구단별로 파급 효과(도표 참조)는 천양지차이다. 아무래도 인기가 높거나 성적이 좋은 구단은 상대적으로 경제적 파급 효과가 컸다. 파급 효과가 가장 큰 구단은 롯데 자이언츠이다. 부산 지역에 연고를 둔 인기 구단답게 생산, 부가가치, 고용 부문 파급 효과가 경쟁 구단을 압도했다. 롯데 자이언츠는 한 해 생산 파급 효과 1천5백46억원, 부가가치 7백67억원을 거두고 일자리 2천4백75개를 만드는 것으로 추산되었다.

서울을 연고로 한 LG 트윈스나 두산 베어스가 나란히 2, 3위에 올랐다. 두 구단 모두 생산 1천100억원, 부가가치 5백50억원이 넘는 파급 효과를 거두는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까지 5년 연속 한국시리즈에 진출한 SK 와이번스도 4위에 올랐다. 삼성 라이온스는 구단 성적에 비해 파급 효과는 초라했다. 인기 구단 홈구장 수용 인원이 3만명에 이르는 것과 달리 삼성 라이온스 대구구장은 수용 인원이 1만명밖에 되지 않은 탓이다. 수용 인원이 적다 보니 입장료 수입이나 마케팅 효과가 떨어질 수밖에 없다.

한 해 파급 효과가 가장 큰 구단은 한국시리즈 우승팀이다. 지난 2009년 한국시리즈 우승팀 기아 타이거즈가 거둔 경제 파급 효과는 2천억원이 넘는 것으로 추산되었다. 당시 기아 타이거즈가 한국시리즈 우승으로 거둔 경제 효과를 수량화한 곳은 경희대 스포츠산업경영연구소였다. 경희대 스포츠산업경영연구소가 국민체육공단에 제출한 보고서에 따르면, 기아차는 한국시리즈 우승으로 입장 수입, 경기장 현장 판매 매출, 스폰서 노출로 얻는 직접 효과 1천억원 이상, 구단·모기업·스폰서 가치 증대나 지역 경제 활성화 같은 간접 효과로 1천억원 안팎의 효과를 거둔 것으로 추산되었다. 경희대 스포츠산업경영연구소장으로서 당시 연구를 이끈 김도균 교수는 “올해 한국시리즈 우승팀이 거두는 경제 효과는 6천억원이 넘을 것으로 추산된다. 올해 프로야구는 흥행·입장 수입·이벤트 면에서 2009년 실적을 압도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이 기사에 댓글쓰기펼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