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순복음 내전의 ‘용병’이었다”
  • 이석 기자 (ls@sisapress.com)
  • 승인 2011.11.14 16: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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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직 기독교시민연대 대표가 여의도 순복음교회 사태와 관련해 그동안 알려지지 않았던 내막을 <시사저널>에 처음으로 털어놓았다. 그는 지금까지 순복음 내부 다툼 과정에서 조용기 목사의 부인인 김성혜 한세대 총장과 장남인 조희준 전 국민일보 회장의 반대파에게 맹공을 가했던 인물이다. 그는 “김총장과 조 전 회장이 순복음교회의 분란을 조직적으로 조장했다”고 주장하며 ‘내 인권 유린의 가해자는 아버지 조용기 목사였다’라는 내용 등이 포함된 조 전 회장의 문자메시지도 공개했다.

▲ 지난 11월9일 기독교 시민연대 대표인 김경직 목사가 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1991년부터 목사 생활을 해온 김경직 목사는 현재 여의도 채플 담임목사이다. 2006년 3월1일 창립된 기독교시민연대는 2천여 명의 회원이 있는 보수 개신교 시민단체이다. ⓒ시사저널 임준선

“지난 1년간 조희준 캠프에서 일을 했다. 남은 것은 28건의 소송 서류가 전부이다. 명예 회복을 위해 궂은일을 마다하지 않았는데 결국 버림받았다.”

김경직 기독교시민연대 대표의 말이다. 김대표는 그동안 조목사의 부인인 김성혜 한세대 총장과 장남인 조희준 전 국민일보 회장의 반대파에게 맹공을 가했다. 김대표는 지난해 12월 김총장과 조 전 회장으로부터 사퇴 압력을 받아왔던 노승숙 당시 국민일보 회장을 업무상 배임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다. 이로 인해 여의도 순복음교회 사태가 촉발되기도 했다. 김목사는 지난해 말 자신이 발행하는 <비평과 논단>을 통해 이영훈 목사와 허동진 장로회장 등의 재산 문제 등을 비방하기도 했다. 그 때문에 김경직 목사의 뒤에 김성혜-조희준 모자가 있는 것이 아니냐는 시각이 나오기도 했다. 

“김성광 목사가 <비평과 논단> 통한 공격 주도”

김대표는 <시사저널>과의 인터뷰에서 그동안의 경위를 처음으로 밝혔다. 그는 “김총장과 조 전 회장이 조직적으로 순복음교회의 분란을 조장했다. 심지어 이영훈 목사 등 교회의 주요 인사들의 재산에 대해서도 조사했다. 나는 이 자료를 바탕으로 소송을 제기하는 역할을 했다”라고 주장했다. 그는 순복음교회 인사들을 비방한 <비평과 논단> 역시 조희준 전 회장과 그의 삼촌인 김성광 목사가 주도했다고 말했다. 그는 “표지의 디자인뿐만 아니라 글도 김성광 목사가 작성했다. 이후 조희준 회장에게서 현금으로 8백만원을 받았다. 좀 더 신중했어야 했는데 그렇지 못했다”라고 말했다.

지난 1년간 계속된 순복음교회 사태의 배경에 조목사의 가족들이 있었다는 얘기이다. 김대표의 주장이 사실로 판명날 경우에는 적지 않은 파장이 예상된다. 김성혜 총장과 조희준 회장은 그동안 “순복음교회 사태는 가족 분쟁과 무관하다. 노승숙 회장의 개인 비리가 문제였다”라고 주장해왔다. 김성혜 총장은 <시사저널>과의 인터뷰에서 “가족 차원의 제안이 노회장의 사퇴 압력으로 와전되었다”라고 말했다. 조희준 전 회장도 측근을 통해 “국민일보 경영권에는 욕심이 없다. 사회사업에만 전념할 예정이다”라고 밝혔었다(<시사저널> 제1095호 참조). 김경직 대표의 증언은 이같은 주장을 모두 뒤집는 것이다. <시사저널>은 한국 최대의 교회인 순복음교회에서 일어난 분쟁의 전말을 알려주는 중요한 증언이라고 판단해 김대표와의 인터뷰를 가감 없이 싣는다.

조희준 전 회장을 언제 처음 만났나?

▲ ⓒ시사저널 유장훈

2010년 6월 처음 만났다. 이전까지 조 전 회장에 대한 동정심이 있었다. 검찰에 기소된 것도 정치적인 희생양이 된 것이라고 판단했다. 때문에 한때 순복음교회의 고위 관계자와 함께 조 전 회장에 대한 구명 운동을 추진했다. 교회 수뇌부에서 변호사 비용을 내주지 않아 접어야 했다. 그러던 차에 지난해 6월 사랑과행복나눔재단(현 영산조용기자선재단)에서 우연히 조 전 회장을 만났다. 이때부터 조희준 캠프에서 같이 일하게 되었다.

주로 무슨 일을 했나?

용병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조 전 회장은 당시 노승숙 회장이 국민일보를 경영하는 것에 반감이 심했다. 삼촌인 김성광 강남교회 목사와 함께 노승숙 회장의 재산을 조사했다. 이영훈 목사나 허동진 장로회장도 대상이었다. 이렇게 수집된 자료를 바탕으로 소송을 제기하거나 성명서를 배포하는 것이 내 역할이었다. 일부 교회 인사들은 여자 문제까지 자료를 수집했다. 이로 인해 나는 1년여 만에 28건의 소송에 연루되었다. 이 중 상당수는 합의를 보았지만, 일부 소송은 여전히 진행 중이다. 한 사례로 지난해 11월 내 명의로 순복음교회를 비방하는 성명서가 동아일보에 게재되었다. 허동진 장로회장은 나를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했다. 그러자 조 전 회장이 ‘동아일보 광고는 김경직 목사와 무관하다’라는 취지의 확인서를 전해주었다. 측근들을 통해 허동진 장로회장이나 이영훈 목사가 교회에서 한 발언도 정리해서 전달해주어서 위기를 넘긴 적도 있다. 하지만 조 전 회장은 상당수의 소송에 대해서는 ‘모르쇠’로 일관해 적지 않은 피해를 입었다.

(김대표는 그 근거로 이 아무개 장로 명의로 작성된 확인서를 공개했다. 2010년 12월9일 작성된 확인서에는 ‘동아일보 광고는 강남교회 김성광 목사가 했다’라는 내용이 언급되어 있다. 그는 또 소송을 하기 위해 조 전 회장에게 전달받은 교회 인사들의 재산 내역이 담긴 문건과 측근들이 손으로 작성한 교회 주요 인사들의 발언 내역도 확인해주었다.)

지난해 8월 설상화 장로가 노승숙 회장을 고소하면서 국민일보 사태가 표면화되었다. 당시 교회 안팎에서는 설장로의 뒤에 조 전 회장이 있을 것이라는 설이 파다했다. 이 고소 역시 의도된 시나리오인가?

그렇다. 조 전 회장과 함께 설장로도 여러 차례 만났다. 조 전 회장은 노승숙 회장이 보도 채널 사업을 추진한 것에 대해 불만이 많았다. 이 경우 또다시 교회에서 거액을 지원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설장로를 통해 소송을 제기했다. 후에 내가 또다시 고소장을 제기한 것도 무혐의가 나올 것에 대한 대비책 성격이었다.

당시 김성혜 총장과 조희준 전 회장은 <시사저널>과의 인터뷰에서 “경영권에는 욕심이 없다. 가족 차원의 제안이 노회장의 사퇴 압력으로 와전되었다”라고 해명했다. 어떻게 생각하나?

▲ 지난 2001년 8월 탈세 등의 혐의로 검찰에 소환된 조희준 당시 국민일보 회장.

그렇지 않다. 지난해 8월 이후 여의도 순복음교회 사태가 좀처럼 가라앉지 않았다. 한 문제가 해결되면 또 다른 문제가 터졌다. 그 이유가 무엇이겠는가. 김총장과 조 전 회장이 뒤에서 끊임없이 분란을 부채질했기 때문이다. 나도 일정 부분 역할을 했던 것이 사실이다. 그것이 용병의 역할이었다. 한 사례가 지난 2011년 초 ‘노승숙 장로-허동진 장로회장-이영훈 목사의 삼각관계’라는 제목의 <비평과 논단> 특집호를 발행한 것이다. 표지에서 여의도 순복음교회가 갑자기 내란에 휩쓸리게 된 원인이 세 사람의 탐욕에서 비롯되었다고 비난했다. 이 내용 역시 조 전 회장과 그의 삼촌인 김성광 목사의 합작품이다. 나는 인쇄비를 받고 명의를 빌려주었을 뿐이다. 다만 노승숙 회장의 사표를 받는 과정에서 감금 논란이 제기되었다. 이 부분은 다소 와전된 것으로 본다. 현장에서 격한 분위기가 있었지만, 감금 수준은 아닌 것으로 알고 있다.

<비평과 논단>을 발행하면서 명의를 빌려주었다는 것은 무슨 뜻인가?

사실 그 부분에 대해 할 말이 많다. 당시 표지 디자인은 물론이고 내지 또한 김성광 목사가 새벽 기도 후에 작성한 것이다. 내 이름으로 작성한 성명서 역시 마찬가지다. 이영훈 당회장이나 허동진 장로회장, 노승숙 회장을 비방한 핵심 내용은 모두 기독교시민연대라는 이름을 빌려 작성했다. 조희준 전 회장이 자료를 모았고, 이 자료를 바탕으로 김성광 목사가 작성했다. 나중에 인쇄비 명목으로 두 차례에 걸쳐 8백만원을 받았다. 조희준 회장은 돈을 전달하면서 김성혜 총장에게서 지원받은 것이라고 말했다.

이해가 되지 않는다. 발행인이 이름을 빌려주었다는 것이 말이 되는가?

당시까지만 해도 30년 목회자인 김성광 목사의 인격을 믿었다. 목회하는 사람은 거짓말을 하지 않을 것으로 생각했다. 조사한 내용도 사실일 것으로 판단했다. 그래서 김성광 목사를 믿고 이름을 빌려주었다. 이 때문에 많은 사람에게 상처를 주었다. 특히 이영훈 목사나 허동진 장로회장과는 현재 소송이 진행 중이다. 개인적으로 두 분에게 미안하게 생각한다. 이 자리에서 공식적으로 사과하고 싶다. 발행인으로서 신중하지 못했다. 사실 관계를 확인했어야 했는데 그렇지 못했다. 나중에 이런 사실을 알고 나서 일에 대한 회의가 많이 들었다.

지난해 말 김경직 대표 명의로 순복음교회를 비방하는 유인물이 집중적으로 유포되었다. 유인물을 배포하는 강남교회 관계자와 순복음교회 관계자의 폭행 사태로 비화되기도 했다. 이 유인물 역시 명의를 빌려준 것인가? 

그렇다. 이 유인물 역시 김성광 목사의 작품이다. 당시 순복음교회 장로회에서 ‘김성혜 총장은 교회 관련 일에서 모두 손을 떼고 물러나야 한다’라고 발표했다. 이 때문에 김성광 목사와 순복음교회 장로들이 내용증명을 주고받으면서 설전을 벌였다. 그러자 김성광 목사는 이영훈 목사 등을 비방하는 유인물을 만들어 순복음교회 주변에 배포하게 했다. 강남교회 교역자들이 역할을 맡았다. 이 과정에서 순복음교회측과 충돌을 벌인 것이다. 당시 나는 현장에 없었다. 대신 폭행을 당한 최 아무개 목사의 사진은 내가 찍어서 언론에 배포했다. 결과적으로 이들 역시 김성광 목사의 지시로 인해 기소되어 재판을 받고 있다. 이들 역시 피해자라고 본다.

조희준 전 회장이 왜 이런 일을 반복한다고 보나?

조희준 회장은 평소 “아버지가 살아계시는 동안 이사들을 우리 사람으로 만들어야 한다”라는 이야기를 자주 했다. 지난해 10월 국민일보 비대위는 조상운 노조위원장과 조희준 전 회장의 대화록을 공개한 바 있다. 이 자리에서도 조 전 회장은 김성혜 총장이 발행인으로 가야 한다고 말한 바 있다. 노승숙 회장이나 조민제 사장이 물러나면 국민일보 회장이었던 ㄱ씨나 ㅈ씨를 임명하기로 구체적인 계획까지 세워놓았다. 이를 위해 지속적으로 조용기 목사를 압박했다고 들었다.

조용기 목사가 최근 계속해서 입장을 번복하면서 교회 안팎의 불만이 커지고 있다. 그 이유도 가족 때문인가?

그렇게 생각해도 무방하다. 조목사의 2기 사역으로 꼽히는 사랑과행복나눔재단 문제만 해도 그렇다. 여의도 순복음교회 당회는 지난 4월 조목사 가족들의 역할을 제한하기로 의결했다. 이후 김성혜 총장과 조희준씨가 재단에 사직서를 제출했지만 이사장인 조목사가 반려했다. 이 과정에서 교회측과 조목사 가족 간에 또다시 분쟁이 붙었다. 당시 조목사는 조희준 전 회장에게 전화를 걸어 교회 쪽의 손을 들어주겠다고 통보했다. 이 때문에 조 전 회장이 많이 힘들어했다. 조 전 회장이 나와 네 시간 가까이 문자를 주고받으면서 “이제 끝났다. 김경직 목사와의 관계도 단절하겠다”라고 말했다. 나는 이 일을 계기로 조 전 회장과는 완전히 갈라서게 되었다.

하지만 조목사는 다음 날 입장을 바꿔 조 전 회장 쪽의 손을 들어주었다. 그 전날 조목사 지시로 재단 사무국장에 취임한 김아무개 장로는 조 전 회장측으로부터 특수절도 혐의로 고소를 당했다. 재단 사무실을 옮기는 과정에서 회계장부를 가지고 사라졌다는 이유에서였다. 나중에 김장로에게 물어보니 김장로는 조목사의 승인하에 재단의 사무국장으로 취임했고, 이사 역시 조목사의 결재를 받았다고 한다. 이런 모습을 가까이서 지켜보면서 회의가 많이 들었다. 조 전 회장 역시 조목사에 대한 불신이 적지 않았다. 아버지 때문에 옥살이를 하게 되었다는 피해 의식이 있다. 때문에 조목사와의 대화 내용은 항상 녹음한다고 말했다.

아버지와의 대화 내용을 녹음한다는 말인가?

그렇다. 불과 얼마 전의 일이다. 변호사 사무실에서 조희준 전 회장을 만난 적이 있다. 당시 조 전 회장은 변호사와 함께 조용기 목사의 녹음 내용을 듣고 있었다. 사랑과행복나눔재단의 운영 논란과 관련된 불만을 토로하는 내용이었다. 녹음 내용을 들어보니 김 아무개 장로가 재단에서 분란을 일으키고 있다는 내용이었다.

(실제로 김경직 대표는 그동안 조 전 회장과 주고받은 문자메시지 내용을 공개했다. 문자에는 조목사에 대한 불신이 가득했다. 조씨는 우선 “내 인권 유린의 가해자는 아버지였다. 어머니 모시고 싱가포르나 하와이에 가서 살고 싶다”라고 말했다. 그는 사랑과행복나눔재단 운영권 논란에 대해서도 의견을 냈다. 조 전 회장은 “김 아무개 장로의 특수절도 사건은 절대로 놓쳐서는 안 되는 절호의 기회이다. 어제 늦게 사건을 접수했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 김경직 목사의 휴대전화에 담긴 문자메시지들. ⓒ시사저널 이종현


▲ 김성광 목사
김경직 기독교시민연대 대표의 주장에 대해 조희준 전 회장은 침묵으로 일관했다. 기자는 그동안 공정 보도 차원에서 여러 차례 조 전 회장의 측근을 통해 반박 인터뷰 의사를 타진했다. 조 전 회장의 개인 휴대전화로도 통화를 시도했다. 하지만 돌아오는 답변은 ‘침묵’이었다. 조 전 회장의 한 측근은 “김경직 대표 건에 대해서는 대응하지 않겠다. 내부에서 그렇게 의견을 모았다”라고 짧게 답했다.

김성광 목사 역시 마찬가지였다. 김목사의 한 측근은 “1년 가까이 지난 사건이다. 일일이 대응하지 않겠다는 뜻을 (김목사로부터) 전달받았다”라고 말했다. 기자는 어렵게 김성광 목사와 전화 통화가 가능했다. 그는 지난 11월11일 기자와의 전화 통화에서 “이 말 저 말 하게 되면 와전이 되고, 일이 또다시 커지게 된다. 지금 당장 욕을 먹더라도 침묵을 지키는 것이 나을 것 같다”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일련의 주장은 김경직 목사 개인의 입장일 뿐이다. 그렇게 마무리해달라”라고도 주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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