답은 이미 나와 있습니다
  • 김재태 편집부국장 (purundal@yahoo.co.kr)
  • 승인 2011.11.14 16: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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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 중국음식점에 배달을 시켜 먹을 때 황당한 일을 겪곤 합니다. 전부터 이용해오던 음식점의 짜장면에 질려 다른 집 음식을 먹어볼까 하고 전화를 했는데, 전에 오던 배달원이 또 오는 것입니다. 영문을 몰라 자세히 물었더니 한참 만에 이전의 그 음식점이 맞다고 실토를 하더군요. 그러면서 요즘에는 배달 전문 중국집이 대부분 그런 식으로 장사를 한다는 말도 덧붙였습니다. 몇 개의 상호로 전단지를 따로 만들어 배포한다는 것이지요. 일종의 ‘상호 돌려 쓰기’인 셈입니다. 경쟁이 치열한 그 바닥에서 버텨내기 위한 나름의 생존 전략이라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이런 중국음식점의 ‘상호 돌려 쓰기’가 떠올라서인지, 요즘에는 정치권에서 흘러나오는 이런저런 말들을 들으면 쓴웃음부터 먼저 터져나오고 맙니다. 한나라당에서는 당을 쇄신해야 한다며 갖가지 제안이 쏟아지고, 민주당에서는 야권 통합의 발길을 분주히 옮기고 있습니다. 한나라당의 원희룡 최고위원은 지난 호 <시사저널>에 실린 인터뷰에서 아예 당을 해체해야 한다며 당의 이름은 물론이고, 당내 세력, 당의 정책, 국회의원 인물 면면까지 확 바꿔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쇄신이라는 것이 중국음식점 전단지도 아니고, 이름 바꾸고 모양만 바꿔서는 될 일이 아닙니다. 내용이 먼저 바뀌어야 합니다. 내용이 바뀌려면 거기에 소속된 사람들의 인식부터 확 바뀌어야 함은 물론입니다.

정당뿐 아니라, 대통령과 청와대에서도 서울시장 보궐 선거 이후 민심의 변화를 심각하게 받아들인다며 소통을 더 넓히겠다고 얘기합니다. 이명박 대통령은 아랫사람들에게 젊은 세대와 직접 만나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라고 주문하기도 했습니다. 참으로 어설프기 짝이 없는 조치입니다. ‘사후약방문’ 격인 데다 순서도 틀렸습니다. 그들이 언제는 젊은 층의 이야기를 듣지 못했습니까. 젊은이들은 이미 많은 말을 쏟아냈습니다. 청년 실업의 고통도 호소할 만큼 호소했고, 반값 등록금도 계속 요구해왔습니다. 귀를 조금만 열면 충분히 들을 수 있을 만큼 큰 목소리를 냈습니다. 이제 와서 젊은 층에게 가까이 다가가 소통을 한다고 해서 들을 얘기의 내용이 달라질 것은 없습니다. 이미 불만과 분노의 큰 줄기들은 확연하게 드러나 있습니다. 그것들을 해결할 속 시원한 정책들이 나오지 않았을 뿐입니다.

해답은 소통보다 앞서 인사에 있습니다. 젊은 층, 좀 더 구체적으로 2040세대의 속내를 깊이 이해하고 그들의 불만을 해결할 만한 역량을 가진 인물을 정책 책임자로 앉히면 됩니다. 그래서 더 늦기 전에 상처받은 사람들의 마음을 달래주면 됩니다. 정권 말기라고 하지만 아직 시간은 1년여나 남았습니다. 계속 민심 청취만 하고 있을 수는 없습니다. 소통만 외치다가 허송세월하기 십상입니다. 시간이 더 가기 전에 인사 쇄신부터 해야 합니다. 정책은 곧 사람에게서 나옵니다. 그 나물에 그 밥이면 결코 밥상이 달라질 수 없습니다. 그것이 취임 초반부터 ‘고·소·영’ ‘강·부·자’로 단추를 계속 잘못 꿰어온 이 정부가 국민에게 뒤늦게나마 내놓을 수 있는 현명한 답안입니다. ‘모든 문제는 나 자신에게서 비롯한다’라는 오래된 말에서 길을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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