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대의원 35.3%, "안철수 당 가겠다"
  • 감명국 기자 kham@sisapress.com (kham@sisapress.com)
  • 승인 2011.11.21 1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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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사저널 유장훈


“‘안철수 태풍’으로 인한 재난 지역은 한나라당이 아니라, 민주당이 될 것이다.”

지난 9월 갑자기 불어닥친 ‘안풍(安風)’으로 인해 ‘박근혜 대세론’이 무너지는 등 한나라당이 직격탄을 맞았을 때 한 정치평론가는 오히려 최대 피해자로 민주당을 지목했다. ‘안철수 현상’은 새로운 정치에 대한 갈구로 분출되었고, 이는 민주당에 대한 실망에서 비롯된 것이라는 분석이었다. 그의 전망은 하나씩 맞아들어가고 있다.

우선 10월3일 서울시장 선거를 위한 야권후보 단일화 경선에서 민주당은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이 지원한 무소속의 박원순 후보에게 패해, 제1 야당이 서울시장 후보도 내지 못하는 무기력증에 빠져들었다. 대세론이 흔들린다던 박근혜 전한나라당 대표의 대권 지지율은 정작 큰 변동이 없는데도 손학규 민주당 대표의 지지율은 반 토막이 났다. 그 전까지 야권의 대선 후보 지지율 1위였던 문재인 혁신과 통합공동 상임대표 또한 지지율 하락과 함께 2위로 밀려났다.

그리고 또 하나. 세 번째 현상이 이번에 <시사저널>이 실시한 민주당 대의원 여론조사 결과로 나타났다. 민주당 대의원 10명 중에 3~4명꼴로 “만약 ‘안철수 신당’이 출범하면 참여할 의향이 있다”라고 답한 것이다. 민주당이 뿌리부터 흔들리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상징적인 조사 결과이다.

시사저널>은 11월15일 여론조사 전문 기관인 ‘타임리서치’에 의뢰해 민주당 대의원 1천99명을 대상으로 ARS 여론조사를 실시했다. 전체 1만3천여 명의 대의원 명부에서 지역 할당에 의해 추출했고, 95% 신뢰 수준에오차 범위는 ±3.0%포인트이다.

이번 민주당 대의원 여론조사에서 가장 두드러지게 나타난 특징은 민주당 내부에 이미 깊숙이 파고든 ‘안철수 현상’에 대한 공포감이었다. ‘만약 안철수 신당이 출범하면 참여할 의향이 있는가’라는 질문에 46.2%가 ‘참여할 의향이 없다’라고 답했다. 반면 35.3%가 ‘참여할 의향이 있다’라고 답했다. 나머지 18.5%는 답변을 유보했다. 즉 ‘안철수 신당’이 뜨면 전체 대의원 중 과반이 넘는 53.8%가 움직이거나 동요할 가능성이 크다는 얘기가 되는 것이다.

민주당의 한 중진 의원은 기자에게 이같은 조사 결과를 전해 듣고 “충격적이다”라며 짧게 신음했다. ‘안풍’이 민주당의 지붕은 물론, 지붕을 떠받치는 근간인 서까래까지 허물어뜨리고있다는것이다.


야권 대선 후보로는 손학규 대표 최다 지지

지역별로 보면, 부산을 비롯한 인천·대전·울산 등 대도시에서는 오히려 ‘(참여 의사가) 있다’가 ‘(참여 의사가) 없다’를 앞지른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안원장의 고향인 부산의 경우 47.5% 대 32.8%로 ‘있다’가 훨씬 높게 나타난 것이 눈에 띈다. 서울은 34.0% 대43.8%로 전체 비율과 엇비슷하게 나타났다.

이같은 결과에 대해 이철희 민주정책연구원 부원장은 “35.3%는 상당히 높게 나타난 수치이다. 그렇다면 결국 지금 벌이고 있는 민주당과 ‘혁신과 통합’의 통합 논의만으로도 안 된다는 얘기이다. 안철수 원장이 빠진 통합은 큰 의미가 없다는 대의원들의 뜻이 반영된 셈이다”라고 평가했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또한 “향후 상당한 파장이 예상된다. 이것은 야권 전체를 흔들 수도 있다. 민주당 대의원들조차도 현재의 민주당으로는 절대적으로 어렵다는 것을 인지하고 있는 것이다”라고 밝혔다. 윤희웅 한국사회여론연구소 조사분석실장은 “대의원들중에는 내년 총선을 준비하는 사람들이 많을 텐데 그들도 이미 안철수 바람을 인정하는 분위기가 확인된 것이다. 전에는 야권 단일 후보로만 가도 어느 정도 승리의 보증 수표가 되었는데, 이제는 안철수가 있는 한 야권 단일 후보로도 어렵다는 것을 인식하고 있는 것이다”라고 분석했다.

‘야권의 대통령 후보로는 누구를 지지하는가’라는 질문에 민주당 대의원들 중 가장 많은 이가 손학규 당 대표를 꼽았다. 하지만, 그 지지율은 32.1%에 불과했다. 자기 당의 유력 대권 주자에 대한 대의원들의 지지율 치고는 다소 미약한 셈이다.

더욱 심각한 것은 2, 3위의 경쟁자들이 모두 당 외부인사들이라는 점이다. 2위인 안철수 원장은 22.7%의 지지율을 나타냈다. 3위인 문재인대표는 11.6%였다. 그 밖에 4위가 정동영 민주당 최고위원(9.7%), 5위가 김두관 경남도지사(6.6%), 6위가 정세균 민주당 최고위원(4.2%)으로 각각 나타났다.



안철수·문재인, 2~3위…김두관4위


손대표가 비록 1위를 차지했지만, 당 외부인사들인 안원장과 문대표의 지지율을 합치면 34.3%로 오히려 손대표를 앞선다. 또 한 민주당의 ‘빅3’로 불리는 손대표와 정동영·정세균 최고위원의 지지율을 모두 합친46.0%의 수치 역시 당 외부 인사들인 안원장, 문대표, 김두관 지사의 지지율을 합친 40.9%에 비해 큰 차이가 나지 않는다.

특히 부산, 인천, 울산, 충남, 경남 등에서는 안원장이 손대표를 오히려 앞서고 있고, 충북은 동수로 나왔다. PK(부산·경남)와 충청권에서 손대표를 비롯한 민주당 후보들의 절대 약세가 입증된 셈이다. 더군다나 부산·경남에서는 당 외부 인사들에 모두 밀려 손대표는 4위로 나타났다.

<시사저널>은 지난해 9월에도 민주당 대의원 1천명을 대상으로 여론조사를 실시한 바 있는데, 당시에는 손대표가 야권 대권 후보 지지율에서 43.5%로 1위였고, 정동영 최고위원(30.9%)이 2위, 정세균 최고위원(17.8%)이 3위였다. ‘빅3’를 합친 지지율은 92.2%로 압도적이었다. 1년 사이에 엄청난 변화와 함께 시련이 민주당에 닥친 셈이다.

▲ 김두관 지사·손학규 대표·문재인 대표·정동영 최고위원 등 야권의 유력 대권 주자들이 11월13일 서울가든호텔에서 민주 진보 통합 정당 출범을 위한 연석회의 준비 모임을 가졌다. ⓒ연합뉴스


또 한 가지 눈에 띄는 점은 ‘통합 전대’ 지지자들만을 대상으로 분석한 대권 후보 지지율 조사 결과이다. 역시 손대표가 32.9%로 1위이지만, 2위를 차지한 안원장(25.1%)과의 격차는 7.8%포인트 차로 좁혀진다. 3위와 4위는 문대표(14.0%)와 김지사(7.8%)로 당 밖의 인사들이 민주당 중견 인사인 정동영·정세균 최고위원을 모두 제쳤다.

이같은 조사 결과에 대해 김민전 경희대 정치학교수는 “민주당 대의원들이 ‘반드시 우리 당후보가 대권 후보가 되어야 한다’는 것보다는 ‘여권 후보를 이길 수 있는 본선 경쟁력있는 후보가 누구냐’에 더 관심이 쏠려 있다는 점을 반영하고 있다”라고 분석했다.

이번 여론조사를 통해 민주당 대의원들사이에서는 ‘내년 총선과 대선에서 승리하기위해 안철수 원장이 통합 야당에 함께해야하는 것이 지상 과제’라는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음이 어느 정도 드러났다. 하지만 대다수 정치평론가는 안원장이 통합 야당에 참여하지 않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신율 교수는 “통합 야당인 신당에 민주당이 포함된다면, 기존 정치와 차별화가 되지 않기 때문에 안원장측이 내세우는 ‘새 정치’의 명분이 약해진다”라고 분석했다. 윤희웅 실장 또한 “안원장이 통합 야당에 참여할 가능성이 전혀 없다고 볼 수는 없지만, 최소한 내년 4월총선 전은 절대 아닐 것이다. 만약 총선 전에 함께한다면 그의 지지층은 오히려 반감될 것이다”라고 내다보았다.

반면 이철희 부원장은 “물론 지금 상황에서는 안원장이 들어오기 어렵다. 따라서 통합 야당측에서 ‘이렇게 이렇게 할 테니 함께하자’는 매력적인 안을 제시해야 한다. 안원장의 입장에서도 기왕의 정당을 확 바꾼다는 전제하에서라면 받아들이는 것이 가능할 것이다”라고 전망했다.

그렇다면 과연 안원장이 내년 12월 대선출마를 위해 야권 후보 단일화에 참여할까.

안원장의 정치 참여 가능성을 높게 점치는 대다수 정치 전문가는 이 시나리오를 매우 실현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있다. 신교수는 “안원장은 ‘박원순 모델’을 염두에 두고 있을 것이다. 통합 야당의 대선 후보와 안원장이 최종 경선을 통해서 범야권 단일 후보로 나서는 카드가 그것이다”라고 내다보았다. 김민전 교수 역시 “지난 서울시장 선거도 박원순 시장 지지자들은 대개 민주당 지지자들이었다. 이들은 ‘반(反)한나라당’ 정서가 강하기 때문에 안원장이 굳이 통합 야당에 들어가지 않더라도 야권 후보들 가운데 가장 본선 경쟁력이 있다고 평가되면, 야권 단일 후보를 노릴 수 있을 것이다”라고 전망했다. 윤희웅 실장도 “결국 내년 대선이 한나라당 대비(非)한나라당 구도로 가게 된다면, 안원장은 자신이 직접 대선 후보로 나서느냐, 아니면 또 한 번의 ‘통 큰’ 양보를 하느냐 하는 선택의 기로에 서게 될 것이다”라고 점쳤다.

전문가들이 보는 ‘안철수 신당’ 가능성

이에 반해 이철희 부원장은 “안원장이 ‘제2의 박원순’이 되는 것은 절대 불가능하다”라고 고개를 저었다. 그는 “서울시장은 민주당이 양보할 수 있지만, 대권은 절대 양보가 불가능한 자리이다. 만약 야권이 통합되어서 통합 야당이 출범했는데, 그런 정당이 대권후보조차 못 낸다는 것이 상상할 수 있는 일인가. 그것은 곧 당의 해체를 말하는 것이다. 그렇게 된다면 당원들과 의원들이 모두 안원장 밑으로 들어가지, 남아 있겠나. 그것은 또 다른 형태의 새로운 통합 신당이나 다름없다”라고 가능성을 일축했다.

정치는 생물이다. 상황이 어떻게 변할지 당장 내일을 예측하기 어렵다. 따라서 지금의 ‘안철수 대망론’이 내년에도 계속 이어질지는 정치평론가 그 누구도 장담하지 못한다. 하지만 그 바로미터가 내년 4월 총선이 될 것이라는 데에는 전망이 거의 일치한다.

이부원장은 “만약 내년 총선에서 통합 야당이 이기면 대선 구도는 완전히 달라질 수 있다. 손대표나 문대표 둘 중의 한 명이 치고 올라간다. 경우에 따라서는 김두관 지사일 수도 있다. 따라서 안원장은 어떤 형태로든 총선에 관여할 것이다. 총선 없이 대선에 절대 무임 승차할 수는 없다. 그런 면에서 안철수 신당 가능성은 충분하다”라고 밝혔다. 그는 “하지만 안철수 신당도 부담은 있을 것이다. 기껏 흩어진 야권 세력을 하나로 통합했는데, 또 새로운 정당을 창당 한다면 분열 세력이라는 비판의 역풍을 맞을 수도 있다”라는 것이다.

이에 대해 신교수는 “안철수 신당이 뜨더라도 거기에 안원장이 직접 참여하기보다는 그를 지지하는 주변 세력이 주도해나가고 안원장은 지지 의사만 표현하는 일종의 ‘친박연대’와 같은 형태를 띠는 이른바 ‘친안연대’로 뜰 가능성도 크다”라고 전망했다.

 


 

민주당 대의원들은 여전히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를 가장 유력한 여권의 대선 후보로 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여권에서는 박근혜 전 대표가 여당의 대권 후보로 출마할 수 있을 것으로 보는가’라는 질문에 전체의 57.9%가 ‘그렇다’라고 답했다. ‘아니다’라는 응답은 29.0%로 나타났다. 비록 ‘안철수 현상’에 의해 ‘박근혜 대세론’이 흔들리고 있지만, 여전히 박 전 대표는 여권의 유력한 대권 주자로 위상을 굳건히하고 있다고 보는 것이다.

이는 <시사저널>이 지난해 9월 민주당 대의원 1천명을 상대로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와 거의 엇비슷하다. 당시에도 민주당 대의원들 중 58.6%가 박 전 대표를 지목하며 여당의 대선 후보가 될 것으로내다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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