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 전당대회 지지한다” 50%
  • 감명국·안성모 기자 (kham@sisapress.com)
  • 승인 2011.11.21 13: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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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 대의원들, “단독 전대 후 통합 전대가 좋다” 37%…당 대표 지지율은 박지원ㆍ한명숙 순

▲ 지난해 10월3일 인천문학경기장에서 열린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지지자들이 응원을 보내고 있다. ⓒ시사저널 박은숙
민주당의 명운이 기로에 섰다. 야권 통합의 시금석이 될 12월 전당대회를 놓고 ‘통합 전대파’와 ‘단독 전대파’의 힘겨루기가 본격화하고 있다. 손학규 대표 등 당 지도부가 이끄는 통합 전대파는 오는 12월17일 ‘혁신과 통합’을 비롯한 다양한 세력이 참여하는 통합 전당대회를 개최하겠다고 선언했다. 이를 위해 야권 통합 연석회의 개최에 본격적으로 나서는 등 분주히 움직이고 있다. 반면 박지원 전 원내대표와 김부겸 의원 등 단독 전대파는 오는 11월27일까지 통합에 대한 구체적인 합의가 나오지 않으면 단독 전당대회를 개최하기 위한 실력 행사에 나설 태세이다.

그동안 단독 전대파에서는 “대의원들의 의견을 물어 조기 전당대회도 개최할 수 있다”라고 공공연히 밝혀왔다. 전국의 대의원 1만3천여 명 중에서 3분의 1인 4천여 명 이상이 동의하면 가능한 일이다. 통합 전대파는 “짧은 시간 내에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라는 입장이다. 당내 통합 세력에 대한 일종의 압박용으로 보고 있는 것이다. 이에 대해 단독 전대파에서는 지역위원장을 중심으로 대의원들의 참여를 이끌어내면 현실화할 수 있다고 맞서고 있다. 단독 전대파의 한 핵심인사는 “이미 필요한 대의원 서명을 거의 다 받아놓은 상태이다. 오는 12월11일 전당대회를 열 수 있다”라고 밝혔다.

‘단독전대’는10.2%만지지

결국 대의원들이 키를 쥔 모양새가 되었다. 대의원의 ‘당심(黨心)’이 어디로 향하고 있는가에 따라 통합 전대파와 단독 전대파의 명분 싸움에 대한 희비가 엇갈릴 전망이다. 양측 모두 “대의원들의 의사는 우리 쪽에 기울어져 있다”라고 주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시사저널>은 11월15일 여론조사 전문 기관인 ‘타임리서치’에 의뢰해 전국의 민주당 대의원들을 대상으로 여론조사를 실시했다. 민주당 대의원 명부에 의한 지역 할당 추출 방식으로, 1천99명이 ARS 여론조사에 응했으며, 95% 신뢰 수준에 오차 범위는 ±3.0%포인트이다.

‘민주당 지도부가 최근 결정한 12월17일의 통합 전당대회를 지지하는가? 아니면 민주당의 단독 전당대회 이후 통합 전당대회를 지지하는가? 그것도 아니면 아예 민주당만의 단독 전당대회를 지지하는가?’라는 질문에 대의원의 과반수인 50.0%가 ‘통합 전당대회를 지지한다’라고 응답했다. ‘단독 전당대회 이후 통합 전당대회를 치르는 것을 지지한다’라는 응답이 37.0%, ‘민주당만의 단독 전당대회를 지지한다’라는 응답은 10.2%로 각각 나타났다. 즉 ‘통합 전대파’를 지지하는 대의원과 ‘단독 전대파’를 지지하는 대의원이 50.0% 대 47.2%로 갈린 것이다. 오차 범위내이기는 하지만, 통합 전대파 지지가 조금 더 높게 나타나며 과반수를 차지한 이번 결과는 상당히 주목해볼 만하다는 평가를 낳고 있다.

정해구 성공회대 정치학 교수는 “당의 존재감이 약하니까 이래서는 안 되겠다는 위기감에 대의원들은 단독 전대를 지지하는 성향이 강할 것으로 예상되었음에도, 이처럼 통합 전대 지지가 더 높게 나타났다는 것은 큰 의미를 갖는다. 이미 큰 흐름은 통합으로 가고 있다는 것을 대의원들도 인식하고 있다는 의미이”라고 평가했다. 민주당의 핵심 전략가로 통하는 한 인사는 “기존의 대의원 성향으로 보았을 때 통합 전당대회에 대한 지지 응답이 상당히 많이 나왔다. 그만큼 통합에 대한 요구가 커졌다는 것을 의미한다.

과거에는 야권 통합의 현실성에 대해 의문을 가졌다면, 이제는 통합을 할 수밖에 없다는 공감대가 형성된 것이다”라고 분석했다. 당에 대한 충성도가 높은 대의원의 절반이 통합 전당대회를 지지했다면, 당원 여론은 이보다 훨씬 더 높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 지난 11월13일 마포구 서울가든호텔에서 열린 민주 진보 통합 정당 출범을 위한 연석회의 준비 모임의 참석자들이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야권통합되면집권가능” 80.2%


역시 호남과 비호남의 지역별 차이는 뚜렷했다. 민주당의 텃밭인 호남에서는 예상대로 단독 전대에 대한 지지가 더 높았다. 광주의 경우 39.7% 대 57.1%였고, 전남 역시 26.4%대 70.9%로 각각 단독 전대파의 손을 들어주고 있다. 반면 전북은 53.1% 대 42.2%로통합 전대파에 대한 지지가 더 높게 나타났다. 이 지역에 기반을 두고 있는 정동영·정세균 최고위원이 통합 전대파에 합류하고 있다는 점도 요인이 되었을 것으로 보인다.

아무튼 “대의원들의 당심은 우리 편이다”라고 자신하며 대의원 서명 운동에 나섰던 단독 전대파는 명분에서 다소 궁색한 입장에 처하게 되었다. 그렇다면 ‘12월17일 통합전대’ 추진이 큰 흐름을 탈 수 있을까. 여기에 대해서는 전문가들도 고개를 갸웃한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비록 대의원들의 의견이 통합 전대쪽에 더 높게 나왔다 하더라도 당내에서 기득권을 지닌 현역 의원이나 지역위원장들은 단독 전대에 대한 고집을 버리지 못할 것이다. 이들이 주도하는 당내 여론은 목소리의 강도가 다르다.

이번 전당대회는 내년 총선 공천 문제와 결부되어 있어서 기득권을 양보하기 쉽지 않은 것이 정치 현실이다. 개인적으로 12월17일 통합 전대는 어렵다고 본다”라는 의견을 내놓았다. 정해구 교수 역시 “대의원들 중 공천에 대한 이해관계가 걸리지 않은 사람들은 대개 통합 전대를 찬성한 반면, 공천에 이해관계가 걸린 사람들은 다르다”라고 밝혔다.

좀 더 큰 틀에서 본다면 ‘단독 전대 후 통합 전대 실시’ 의견도 통합 전대의 필요성에는 찬성하는 의견에 포함시킬 수 있다. 그렇다면 광범위한 의미에서의 통합 전대 지지파는 87.0%에 이른다고 볼 수도 있다. '2012년 대선에서 민주당 및 야권의 집권 가능성’과 관련한 조사 결과에서도 이런 양상은 잘 반영된다. ‘야권 통합이 되면 집권할 것’이라는 응답이 80.2%로 압도적 다수를 차지했다.

‘민주당만으로도 집권할 수 있다’라고 답한 대의원은 12.9%에 불과했다. 아예 ‘집권하기 어려울 것 같다’라는 응답도 3.4%가 나왔다.

“광범위한통합에찬성한다” 42.9%

▲ 박지원 전 민주당 원내대표가 11월16일 열린 출판 기념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야권 통합의 범위에 대해서도 역시 크면 클수록 좋다는 의견이 많았다. ‘민주당이 야권 통합 대상으로 삼아야 할 세력은 어디까지가 적당하다고 보는가?’라는 질문에 대해 ‘혁신과 통합, 진보 정당 세력뿐만 아니라 시민사회 세력, 노동 단체 등도 함께해야 한다’라는 응답이 42.9%로 가장 많았다. ‘혁신과 통합에서 진보 정당 세력과 함께해야 한다’라는 응답은 25.4%, ‘혁신과 통합하고만 해야 한다’라는 응답은 22.4%로 각각 나타났다. ‘야권 통합은 필요하지 않다’라는 응답은 4.4%에 불과했다. 통합의 대상에 될 수 있는 한 많은 정당과 세력이 참여하는 것을 선호하는 것으로 나타난 것이다. 여기에는 ‘안철수 신당’ 혹은 ‘안철수 지지 세력’도 포함되는 것으로 보인다. ‘안철수 신당에 참여할 의향이 있다’라고 답한 민주당 대의원들도 35.3%에 이르고 있다(12~15쪽 기사 참조).

이러한 결과에는 역시 통합을 하지 않고서는 향후 선거에서 승리하기 힘들다는 대의원들의 절박함이 배어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하지만 통합 대상을 진보 세력까지 폭넓게 보고있는 것은 다분히 ‘전략적 응답’이라는해석도 있다. 민주당의 한 인사는 “실제 진보정당까지 포함해 통합할 수 있을 것으로 보는 대의원이 그렇게 많지는 않을 것이다”라고 전했다.

‘차기 전당대회에서 당 대표로 어느 후보를 지지하는가?’라는 질문에서는 단독 전대파의 대표 주자 격인 박지원 전 원내대표가 26%로 1위를 차지했다. 통합 전대파의 지지를 받고 있는 한명숙 전 총리가 14.1%로 2위에 올랐다. 이어 김부겸 의원 10.9%, 박주선 최고위원 9.2%, 이인영 최고위원 7.6% 순으로 나타났다. 박 전 원내대표는 특히 전남(52.7%)과 광주(34.9%)에서 높은 지지를 얻었다. 한 전 총리 지지는 충남(37.5%), 대전(31.8%), 경남(20%)에서 상대적으로 높게 나타났다.


하지만 이러한 결과가 실제 전당대회에서 당권을 보장하지는 않으리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아직까지 전당대회 방식 자체가 결정되지 않았지만, 통합 전대파에서는 대의원을 비롯한 당원은 물론, 일반 국민들도 참여하는 개방형 선거를 구상하고 있다. 또 여기에는 통합의 한 축인 ‘혁신과 통합(혁통)’측 선거인단은 빠져 있다. 통상적으로 민주당과 혁통이 단순 통합한다고 하더라도 선거인단은 민주당측 대의원과 혁통측 선거인단 그리고 일반 국민 등 3자가 참여하는 구도를 가정해볼 수 있다. 그렇게 된다면 혁통측에서 많은 지지를 받을 것으로 예상되는 한 전 총리를 비롯한 통합 전대파 인사들이나 당 외부 인사들이 좀 더 많은 지지를 받을 수도 있다. 박지원 전 원내대표의 핵심 측근은 “정당의 대표를 뽑는 일에 일반 국민이 참여하는 데 대해서 당원들의 거부감이 강하다. 대통령 후보가 아니다. 당 대표는 당원의 손으로 뽑아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설령 단독전대파의 주장대로 국민 참여를 배제하고 통합 대상인 민주당과 혁통 양측만 참여한다고 해도 26.0% 대 14.1%로 나온 박 전 원내대표와 한 전 총리의 민주당 대의원 여론조사 결과는 상당히 흔들릴 소지가 충분하다는 것이 여론조사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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