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발 경제 한파에 비상 걸린 미국
  • 한면택│워싱턴 통신원 ()
  • 승인 2011.11.21 21:43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유로 지역 직·간접 투자 6천여 억 달러 물려 있어 초긴장…수출 타격 등 우려 가시화되자 방어전 돌입

지구촌 경제가 유로 지역 17개국의 재정 위기 한파에 얼어붙고 있다. 그리스와 포르투갈, 아일랜드 등 경제 규모가 비교적 작은 국가들뿐만 아니라 유로 지역 3위 경제 대국인 이탈리아와 4위인 스페인마저 흔들리고 있어 전세계 경제에 초비상이 걸려 있다. 세계 1위 경제 대국 미국은 유럽발 한파가 미국 금융 시장과 경제에까지 직격탄을 가할 것으로 우려되자 이를 방어하기 위해 총력전을 펼치고 있다.

미국은 이탈리아와 스페인, 그리스, 포르투갈, 아일랜드 등 재정 위기를 겪고 있는 5개국에 직·간접으로 6천4백10억 달러가 물려 있어 유럽발 한파에 직격탄을 맞을 수 있다고 크게 걱정하고 있다. 만약 이들 5개국 가운데 그리스 등 어느 한 나라라도 금융기관 도산이나 국가 디폴트(채무 불이행)에 빠지는 최악의 시나리오가 현실화될 경우 미국 경제의 성장은 얼어붙을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특히 미국민이 체감할 실업률은 현재 9%에서 내년 말에는 11%까지 치솟을 것으로 경고되고 있다.

경제 분석가들은 미국이 유럽발 한파로 인해 독감에 걸릴 수 있다는 이유를 크게 세 가지로 본다. 첫째, 유로 지역의 은행 도산과 채권 시장 패닉은 미국에도 한파를 몰아올 것이 분명하다. 미국은 국가 부도 위기에 몰려 있는 그리스, 이탈리아, 스페인, 포르투갈, 아일랜드 등 5개국에 직접 투자 1천4백75억 달러, 간접 투자 4천9백34억 달러 등 모두 6천4백10억 달러가 물려 있기 때문이라고 미국 의회조사국(CRS)은 밝혔다.

▲ 지난 11월9일 미국 워싱턴에서 열린 연방준비제도이사회 회의에서 벤 버냉키 의장이 연설을 마치고 자리로 돌아가고 있다. ⓒAP연합

단기 자금 회수 등 위험도 낮추려 안간힘

둘째, 유럽의 위기가 유럽 소비 지출 축소와 미국 달러화의 강세를 불러와 미국 수출에 타격을 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은 유럽 지역에 한 해 2천4백억~2천5백억 달러어치를 수출하고 있는데 이는 한국에 대한 수출보다 여섯 배, 중국에 대한 수출보다도 세 배나 많다. 셋째, 유럽발 한파는 결국 미국의 소비자와 기업들의 씀씀이를 위축시켜 미국 경제의 회복과 성장을 가로막을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미국의 경제 분석가들은 유럽의 재정 위기가 경제 규모가 큰 이탈리아와 스페인에서 최악의 시나리오가 현실화할 경우 미국 경제 성장률은 내년에 0.3~0.7%로 급락할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미국의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이사회(연준·FED)를 중심으로 한 정책 당국은 유럽발 한파가 미국에도 몰아칠 우려가 가시화되자 즉각 방화벽을 설치하고 필사적인 방어전에 돌입했다. 미국 당국은 금융기관 등과 협력 체제를 구축하고 다음과 같은 조치를 취하고 있다.

첫째 유로 지역에 투입했던 단기 자금을 상당 부분 거둬들여 위험도를 낮추고 있다. 특히 유럽 금융기관들이 단기 자금을 주로 충당하고 있는 머니마켓 펀드에서 미국 기관들은 근래 들어 자금을 대거 거둬들인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의 머니마켓 펀드들은 유럽에서 6월부터 9월 말 사이에 30%를 거둬들여 3천8백40억 달러 규모로 줄였다. 그리고 11월 중순 현재까지는 추가로 20%를 더 줄여 4~5개월 만에 절반 이상 축소했다고 미국 언론들은 전했다.

둘째, 2009년 미국의 금융 위기 시절 실시했던 대형 은행들에 대한 스트레스 테스트를 내년 1월에 다시 실시키로 했다. 미국 내 대형 은행들의 건전성 테스트를 실시해 이들이 유로 지역에 직접 투자는 물론이고 보증 및 파생 상품 등 간접 투자, 나아가 공개하지 않거나 드러나지 않게 물린 자금이 얼마나 되는지를 파악하게 된다. 미국 당국이 파악하고 있는 미국 대형 은행들의 유럽 투자 규모는 최대 은행인 JP 모건체이스가 4백40억 달러이고, 3위 은행인 시티그룹이 2백43억 달러인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은 유럽의 재정 위기는 독일과 프랑스 등 유로 지역 경제 대국들을 중심으로 자체 해결해야 한다는 입장을 강조하고 있다. 그러나 2012년 새해에는 유럽을 지원하고 미국 경제의 회생을 위해 좀 더 획기적인 처방을 취할 수밖에 없을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획기적인 처방은 역시 3차 양적 완화(QE3)로 불리는 엄청난 돈 풀기 조치를 단행하는 것이다.

현재 유럽 재정 위기와 미국 경제 회복세의 냉각, 미국 정치권의 정쟁 등을 감안할 때 새해 1월에는 3차 양적 완화가 단행될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블룸버그 통신의 설문조사에서 50여 명의 경제 분석가들 가운데 70% 이상이, 연준이 새해 초 3차 양적 완화를 단행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 지난 11월15일 그리스의 공공 부문 근로자들이 의회 앞에서 정부의 긴축 조치에 반대하는 구호를 외치며 시위를 벌이고 있다. ⓒAP연합

6천억 달러 더 풀고 유럽 지원에도 나설 듯

미국 내 경제분석가들과 기관들은 연준의 3차 양적 완화에 따른 돈풀기의 규모가 최소 6천억 달러에서 1조 달러에 이를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주택 모기지 담보 증권들을 최소한 6천억 달러어치 사들여 주택 모기지 이자율을 추가로 떨어뜨림으로써 주택 시장과 미국 경제 살리기를 겨냥하게 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이와 동시에 미국도 유럽의 재정 위기를 타개하기 위한 노력에 동참해 새해 초에는 수천억 달러를 지원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이같은 타이밍 때문에 연준은 3차 양적 완화 조치를 새해 1월 회의 때 발표하고 새해 3월부터 주택 모기지 담보 증권의 매입을 시작할 것으로 예상된다. 연준은 내년 1월24~25일 이틀 동안과 3월13일 금리 정책 조정 기구인 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를 개최한다. 미국의 경제 분석가들은 연준이 3차 양적 완화를 통해 1조 달러를 풀면 주택 모기지 이자율이 현재의 4.2%에서 3.5% 정도로 떨어지고, 이는 주택 시장에 활력을 주는 동시에 적어도 2백만개의 일자리를 창출할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경제 분석가들은 유로 지역의 국가 부도 위기를 막기 위해 유럽연합, 유럽 중앙은행 등이 새해 초부터 이탈리아와 스페인의 국채를 사들이면서 두 나라 살리기에 본격적으로 나서게 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미국은 이탈리아와 스페인 국채를 사들이는 데 직접 개입해 수천억 달러를 지원하게 될 것이라고 경제 분석가들은 전망한다.

미국은 그동안 두 차례의 양적 완화에서 1차 1조6천억 달러, 2차 6천억 달러 등 총 2조2천억 달러를 풀었다. 유럽의 재정 위기로 인한 부작용을 피하고 오히려 덕을 본 측면이 있다. 그러나 새해 초에는 유럽을 지원하는 데에 나서야 하는 상황을 맞을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이 기사에 댓글쓰기펼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