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남동에서는 ‘1인 시위’밖에 볼 수 없는 까닭
  • 이석 기자 (ls@sisapress.com)
  • 승인 2011.11.21 22: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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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요 그룹의 총수들이 한 곳에 몰려서일까. 한남동 일대에는 1인 시위도 잦은 편이다. 회사 노조원이나 협력업체 직원들이 수시로 이곳을 찾아 시위를 벌이곤 한다. 지난 11월16일 기자가 한남동을 찾았을 때도 마찬가지였다. 새로 옮긴 이태원동 이건희 회장의 자택 앞에서는 1인 시위가 한창이었다. 태안 기름유출 사고로 피해를 입은 지역 인근 주민들이었다. 이들은 이회장 자택의 정문과 후문에서 각각 피켓을 목에 걸고 시위를 벌였다. 간간히 주변에 있는 경비원과 승강이를 벌이는 모습이 연출되기도 했다. 국응복 태안군 유류피해대책위연합회 회장은 “태안 기름 유출 사태로 막대한 피해를 입었지만, 삼성은 아직까지 해결책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답답한 마음에 회장 집 앞에서 시위를 벌이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한남동에서 벌어지는 1인 시위는 이뿐만이 아니다. 그동안 구본무 LG 회장과 윤석금 웅진 회장, 정몽구 현대·기아차 회장, 조남호 한진중공업 회장 집에도 수시로 1인 시위대가 출몰했다. 1인 시위의 경우 신고가 필요 없는 데다, 직접 총수에게 말을 건넬 수 있다는 희망이 있기 때문에 시위자들이 몰리고 있다. 한 대기업의 노조 관계자는 “대기업 총수들의 자택 인근은 방어 집회가 신청되어 있어 대형 집회가 불가능하다. 1인 시위는 별도로 신고하지 않고도 시위가 가능한 장점이 있다”라고 귀띔했다.

때문에 총수 자택 주변이나 골목 입구에서는 회사측 관계자와 시위자 간 충돌을 빚는 모습이 자주 목격되곤 한다. 실제로 기아차 노조는 최근 정몽구 회장 자택이 있는 한남동 유엔빌리지 입구로 진입하다가 충돌을 빚었다. 자택에 진입하려는 노조원과 이를 막는 경비 요원 간에 몸싸움이 벌어진 것이다. 때문에 모 기업의 경우 직원들이 돌아가면서 자택 앞을 지킨다는 얘기도 들린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오너에게는 결코 좋은 모습은 아니지 않느냐. 1인 시위대를 제지하는 과정에서 일부 충돌은 불가피하다”라고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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