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차’ 꼬드기는 ‘원스톱 상가’ 천국
  • 조현주 기자 (cho@sisapress.com)
  • 승인 2011.11.21 22: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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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시 유흥업소 밀집 지역인 상남동 일대 실태 추적 / 성매매 온상 ‘불법 보도방’도 성행

▲ 창원시 성산 상업지구의 이른바 ‘원스톱 상가’에는 식당과 주점, 모텔이 패키지처럼 묶여 있다. 유흥업소가 밀집해 있는 창원시 상남동 골목에는 노래방 도우미들을 실어나르는 승합차가 많이 보인다(아래 사진). ⓒ시사저널 박은숙
“유흥업소 전단지를 치우기 위해 청소차가 세 대나 동원된다. 이맘때면 낙엽 치우는 것이 일인데 낙엽보다 전단지가 더 많이 쌓인다. 전국에 이런 곳이 또 있을지 모르겠다.”

지난 11월16일 새벽 경남 창원시 상남동 일대의 거리에서 만난 한 환경미화원의 말이다. 아직 동이 트지 않은 새벽 무렵의 상남동 거리에는 호스트바·키스방 등의 유흥업소 불법 전단지가 흩날리고 있었다.

거리 청소에 나선 한 상가 주인은 “아무리 치워도 끝이 없다. 오후 10시가 넘으면 차를 동원해 전단지를 뿌리기 시작하는데 노래방이나 키스방, 성매매 전단지에서 새벽 무렵에는 호스트바 전단지까지, 다 순서가 있다. 단속을 해도 잠시 사라졌다가 다시 극성이다. 건물 안 화장실이나 엘리베이터에도 불법 전단지가 수도 없이 많다”라며 볼멘소리를 쏟아냈다.

‘낙엽보다 더 많은 불법 전단지’는 과연 어디에서 온 것일까.  창원시 상남동 일대에 가보면 전단지의 수에 견주어도 될 정도로 가득 들어선 유흥 시설을 보고 눈이 휘둥그레진다. 원래 창원시 중앙동에 발달되어 있었던 유흥 시설은 지난 5~7년 전부터 점차 상남동으로 옮겨왔다. 현재 창원시 성산 상업지구(상남동·중앙동 일대)에는 유흥업소와 단란주점 약 5백30여 곳이 있으며, 숙박업소 역시 70여 곳에 이른다. 이 가운데 5백50여 곳의 유흥업소가 상남동에 밀집해 있다.

그래서 창원시 상남동 일대는 국내 최대 규모의 유흥업소 밀집 지역으로 ‘명성’이 자자한 곳이기도 하다. 상남동이 남다른 유명세를 치르고 있는 데에는 음식점, 노래방, 단란주점, 모텔까지 모두 한 건물에 들어서 있는 이른바 ‘원스톱 상가’가 많은 탓이 크다. ‘원스톱 상가’는 타지에서 창원 상남동 상업지구를 찾는 사람들이 식당과 주점, 모텔이 패키지처럼 묶인 건물의 모습을 보고 붙인 일종의 별칭이다. 창원시에 있는 한 대기업에 다니는 김 아무개씨(28)는 “처음 이곳에 와서 한 건물 전체가 주점과 노래방, 모텔로만 된 것을 보고 너무 놀랐다. 서울에서도 보기 힘든 모습일 것이다”라고 말했다. 

퇴폐적인 유흥 문화 부추기는 건물 구조

상남동 상업지구 상가 건물 대부분은 1~3층에 식당 및 노래방이 들어서 있고 맨 위층은 모텔이 있는 구조로 되어 있다. 그렇다면 ‘원스톱 상가’의 최상층을 모텔이 차지하게 된 이유는 무엇일까. 상남동 상업 지역에 있는 ㅂ중개사무소의 한 관계자는 “건물주들이 모텔을 높은 층에 두는 것을 선호하는 경향이 있다. 일부는 건물주가 아예 모텔을 직접 운영하기도 한다. 물론 이 모텔들은 하룻밤 숙박을 하는 곳이라기보다는, 아래층 유흥업소에 놀러온 손님들이 잠깐 쉬었다 가는 장소로 쓰이기 때문일 것이다”라고 말했다. 그는 “건물 위층만 하더라도 객실 수가 20~30개 정도 나오는데 굳이 모텔을 위해 건물 하나를 따로 지을 필요까지는 없지 않겠나. 또 이 동네가 전국에서 알아줄 정도로 임대료가 굉장히 비싸다. 1~2층 정도면 대개 월 임대료가 (평당) 5백만원 이상이고 목이 좋은 곳은 1천만원 정도에 이르기도 한다”라고 덧붙였다.

하지만 이러한 건물 구조는 성매매와 같은 퇴폐적인 유흥 문화가 기승을 부리는 주요인으로 지적되고 있다. 창원시 여성인권상담소의 최갑순 소장은 “상남동 성매매 피해 여성들의 증언에 따르면 상남동의 건물은 모두 성매매를 위한 것이나 다름없다고 한다. 손님들이 건물 식당에서 식사를 마친 후 바로 노래방으로 가게 된다. 맨 위층에는 모텔이 있기 때문에 2차 성매매까지 자연스럽게 이어진다. 성매매가 왕성하게 이루어지는 건물인데도 음식점 등이 섞여 있어 티가 별로 나지 않는다”라고 말했다.

창원시 성산 상업지구 일대 유흥가에 ‘유난스럽게’ 많은 것이 바로 노래방이다. 이곳 상가 주민들은 “아마 유흥업소 가운데 절반이 노래방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라고 입을 모은다. 현재 상남동 일대의 노래방 수는 2백80여 곳에 이를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문제는 대다수 노래방이 성매매를 위한 통로로 이용되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 11월1일 창원시 중앙동의 ㅍ모텔에서 죽음을 맞은 김지원씨(28·여·가명) 역시 노래방 도우미로 일하러 나갔던 것이 결국 성매매로 이어진 경우였다.

창원시 상남동에서 수년간 노래방 도우미로 일했던 고시 준비생 이 아무개씨(24·여)는 “노래방에 그냥 노래만 부르기 위해 오는 사람은 거의 없다. 노래방마다 ‘보도방’으로 연결되는 번호가 있는데 손님들이 원할 때마다 바로 도우미가 투입된다. 보도방에서는 손님들이 ‘초이스(성매매를 선택)’할 것을 생각해 2차(성매매)까지 나가는 도우미를 보낸다. 시간제로 아르바이트를 하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대다수 노래방 도우미가 2차 성매매를 하고 있다”라고 고백했다.

“대다수 노래방과 모텔이 공생 구조 형성”

성매매 실태에 대한 이씨의 증언은 구체적이었다. 이씨는 창원 상남동에는 직업소개소를 가장해 유흥업소에 도우미 여성을 보내는 이른바 ‘보도방’이 100여 곳 넘게 있다고 덧붙였다. 이씨는 “이 가운데 규모가 큰 ㄷ소개소는 약 1천명에 이르는 여성들의 명단을 관리하고 있는데 실제 주기적으로 일하는 여성은 30명 정도 된다. 내가 일했던 ㅎ소개소는 일하는 여성 수가 10명 정도 되는 곳이었다”라고 말했다. 이씨는 이어 “보도방에서는 노래방의 연락을 받자마자 여성들을 승합차에 실어나른다. 출근하자마자 승합차에 타서 갈 곳을 기다린다. 2차까지 마무리를 하고 나면 또 다음 스케줄이 잡혀 있고, 바깥에는 승합차가 대기하고 있다. 일이 많을 때면 하루에 일정이 3~4차례 정도 잡히기도 한다”라고 말했다.

이씨의 증언에 따르면 대다수 노래방과 건물 상층의 모텔이 공생 구조에 있다고 한다. 같은 건물의 노래방에서 모텔을 이용하게 되면 ‘대실비’가 더 싸진다는 것이다. 이씨는 “노래방에서 2차로 이어질 때에는 우선 남자가 먼저 올라간다. 노래방 업주가 호실을 알려주면 뒤이어 여성이 그쪽으로 올라간다. 모텔에서도 같은 건물 노래방에서 온 것을 알고 있어서 돈을 더 싸게 받는다”라고 덧붙였다.

현재 창원시 상남동과 중앙동 상업지구에 등록된 직업소개소의 수는 90여 곳에 이른다. 지난해 한국유흥음식중앙회 경남지회가 창원시에 제출한 불법 보도방 리스트를 보면 창원에 있는 불법 보도방의 숫자는 1백37곳에 이르렀다. 사단법인 한국유흥음식중앙회 경남지회 이종옥 창원시 지부장은 “현재는 단속을 하지 않아 등록을 하지 않은 채 보도방 영업을 하는 직업소개소의 숫자가 정확히 파악되지 않는다. 어림잡아 50여 곳에 이를 것으로 보고 있다”라고 말했다. 그는 “게다가 불법 보도방 대부분이 정식 업체의 이름을 빌려 활동하고 있어서 문제이다. 이번에 문제가 된 ㅎ소개소도 그런 곳이었다”라고 말했다.  

원스톱 상가라는 은밀한 구조, 넘치는 노래방과 활개치는 불법 보도방 그리고 그들 사이의 신속한 연락망까지. 이것이 어우러진 결과로 창원 상남동 일대는 결국 ‘성매매의 온상지’나 다름없는 곳으로 전락하고 말았다. 지금도 오후 7시 무렵 상남동 건물들에 화려한 네온사인이 켜지면, 유흥업소 도우미 여성들을 실어나르는 승합차가 골목 구석구석에 부지런히 드나들 것이다. 최갑순 소장은 “이곳에서 승합차에 몸을 싣는 여성들이 하루에 적어도 2천명 정도이다. 2차 성매매가 이렇게 활발하고 ‘양성적’으로 이루어지는 곳은 전국에서 이곳 상남동이 유일할 것이다”라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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