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끌벅적 ‘지자체 통합’전국 지도가 들썩인다
  • 안성모 기자 (asm@sisapress.com)
  • 승인 2011.11.21 22: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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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개 지역에서 행정 구역 단일화 추진 / 광역도 경계선 허무는 시도까지 있어 주목

▲ 속초시와 양양·고성·인제군을 합치자는 통합 운동을 펼치는 속초시 사회단체협의회 회원들이 지난 11월8일 속초관광수산시장에서 주민 서명을 받고 있다. ⓒ연합뉴스
경남 창원과 마산 진해가 통합해서 지난 7월 인구 1백8만명의 통합 창원시가 탄생한 이후 잠시 숨을 고르던 ‘행정 구역 통합 논의’가 다시 가열될 조짐을 나타내기 시작했다. 대통령 직속 ‘지방행정 체제 개편추진위원회’(이하 추진위)는 올해 말까지 시·군·구 통합 건의서를 접수받고 있다. 통합 건의서는 지방자치단체장이나 지방 의회 그리고 지역 유권자 2%의 서명이 있으면 신청이 가능하다. 추진위는 내년 6월 말까지 기본 계획을 마련해 대통령과 국회에 제출할 계획이다. 

이에 따라 지역 사회의 움직임도 분주해지고 있다. <시사저널>이 전국에 걸쳐 통합 논의가 진행 중인 지자체를 점검해본 결과, 현재 19곳에서 50여 개 지자체가 통합 여부를 두고 갑론을박을 펼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되었다(27쪽 지도 참조). 통합의 밑그림이 어느 정도 그려진 곳도 있고, 아직까지 찬반 논의가 상당히 첨예한 곳도 있다. 상대적으로 규모가 큰 지자체에서 통합을 선호하고 있는 반면, 규모가 작은 지자체에서는 회의적인 시각이 많다. 지역 사정에 따라 온도 차가 있다.

수도권에서는 수원과 오산, 화성의 통합 논의가 주목된다. 지난 11월9일 열린 경기남부권시장협의회에서 3개시 단체장들이 모두 회동을 해 언론의 조명을 받았다. 하지만 당사자들은 통합론에 대해 함구로 일관했다고 한다. 현재로서는 수원이 통합 논의를 주도하는 모양새이다. 오산의 경우 지난 10월10일 주민 설명회를 개최했다. 반면 화성은 지역 대표 인사들도 통합에 대해 이렇다 할 관심을 보이지 않고 있다.

경기 북부 핵심 지역인 의정부와 양주, 동두천에서도 통합 논의가 다시 불붙었다. 의정부가 가장 적극적이다. 의정부는 미래전략기획단을 중심으로 통합 논의를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으며, 시의회도 기본적으로 통합 찬성 입장을 보이고 있다. 양주에서는 일부 시민단체가 통합 찬성을 주장하고 있지만, 반대 여론도 만만치 않다. 외곽 지역에 위치한 동두천은 통합이 될 경우 지역 발전에서 소외될 것을 우려해 독자적인 발전 방안 모색에 더 무게를 두고 있는 분위기이다.

안양과 군포, 의왕에서도 통합 논의가 본격화하고 있다. 안양의 경우 지역 인사들이 통합준비위원회를 꾸려서 활동 중에 있으며, 군포에서도 주민투표 발의 서명 운동을 펼치고 있다. 의왕에서는 3개시 통합을 위한 공동통합추진위원회 구성을 제안한 상태이다. 하지만 군포와 의왕의 경우 시 경계 지역에서 찬성 여론이 높은 반면, 다른 지역에서는 반대 여론이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남양주와 구리도 통합 대상에 이름이 올라 있다.

충청권에서는 지역 최대 현안 중 하나인 청주와 청원의 통합이 가시화하고 있다. 정부와 국회 등이 통합에 대한 인센티브 폭을 넓히고 있어 통합 일정이 빨라질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다만 청원의 경우 청주와 대등한 입장에서 통합이 진행되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내년 상반기에 통합 의사를 최종 확인할 것으로 알려졌다. 홍성과 예산의 통합 논의도 활발해지고 있다. 양측 모두 필요성을 인정하고 있다. 도청 이전과 내포신도시의 건설로 통합에 대한 명분과 당위성이 충분하다는 것이다. 논산과 계룡은 통합에 대해 다소 입장 차를 보이고 있다. 논산의 경우 통합에 대한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지만, 계룡에서는 생활과 경제권이 대전에 속한다는 점에서 통합에 부정적인 기류이다.

행정상 통합 이전에 주민들 통합 이루어져야

호남권에서는 전주와 완주의 통합 여부가 관심사이다. 전북 발전을 위해서 도지사가 임기 내 통합을 성사시키겠다고 밝힌 지역이다. 지역 언론사에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도 양측 주민 모두 통합 찬성 여론이 높게 나왔다. 다만 기존의 통합 추진 세력이 대부분 전주 인사들 중심이어서 향후 완주 주민들의 동의를 구하기 위해 어떠한 지역 배려를 할지가 과제로 남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영남권에서는 경북 도청 이전에 기대감을 갖고 있는 안동과 예천을 비롯한 북부 지역의 통합 여부가 관심사이다. 안동에서는 도청 신도시 조성에 따라 통합 논의를 준비 중이다. 반면 안동에 비해 규모가 3분의 1 수준인 예천에서는 흡수 통합에 대한 우려 등으로 반대 여론이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서부 경남에서는 진주와 사천, 산청의 통합 논의가 진행되고 있다. 아직 본격적인 입장 표명은 없었지만 진주가 대체적으로 찬성 분위기인 반면, 사천에서는 지역 소외 등을 우려해 부정적인 기류가 강한 것으로 알려졌다. 산청의 경우 전반적으로 진주와의 통합에는 찬성이지만, 사천과 함께 통합하는 데는 의구심을 갖는 분위기이다. 

강원도에서는 설악산권의 4개 시·군 통합 여부가 가장 주목된다. 속초가 주도하고 있다. 이 지역 사회단체협의회는 지난 10월27일 통합추진위원회를 결성해 11월8일부터 주민 서명 운동에 들어갔다. 침체한 지역의 활성화를 위해 통합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반면 고성과 양양, 인제의 반응은 시큰둥하다. 속초 중심으로 추진하는 통합에 반대하는 기류가 형성되고 있다.

반면 삼척과 동해에서는 통합 논의에 속도가 붙고 있다. 삼척에서는 사회단체를 중심으로 추진위원회를 출범시켜 논의를 구체화하고 있다. 동해에서도 추진위원회가 발족해 서명을 받아 통합 건의에 나설 계획이다. 이 지역에서는 행정 구역 개편과 함께 강원 남부권 발전 방안 마련을 위한 심포지엄도 열렸다. 주목되는 것은 동해뿐 아니라 태백과 경북 울진까지도 통합의 대상으로 거론된다는 점이다. 강원도와 경북 간 광역 시·도 경계선이 무너지는 것이다. 이처럼 광역 시·도의 경계선을 허무는 통합 시도는 더 있다.

‘새만금 지역’ 통합 논의가 대표적이다. 전북의 군산을 중심으로 김제와 부안 그리고 충남의 서천을 아우른다. 군산은 정치권을 중심으로 통합에 노력하고 있으며, 민간 중심의 통합추진협의체 구성도 추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김제는 새만금 경계 설정 이후에 통합을 논의해야 한다는 입장이며, 부안의 경우 방폐장 유치 갈등에 이어 통합 논의가 자칫 지역 갈등 양상을 낳을지 우려하는 분위기이다. 충남 서천에서도 일부 주민들을 중심으로 군산과의 통합을 추진하고 있지만, 도의 경계를 넘어서는 통합이라는 점에서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전남 순천·여수·광양 지역에서도 통합 논의가 활발하다. 순천이 시민 토론회를 개최하는 등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그런데 여기에 경남 하동까지 포함시키자는 논의도 일고 있다. 하지만 하동 지역 주민들의 관심은 저조한 상황이다. 강원도 철원은 아예 경기도로의 편입을 준비하고 있다. 철원군 번영회 등에서 추진위원회를 구성해 지난 10월 말부터 서명 작업에 돌입한 상태이다.

이처럼 행정 구역 통합에 대한 논의가 본격화하면서 지역 내에서도 찬반 논란이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특히 최근 우여곡절 끝에 통합한 창원시마저도 내부적으로 갈등 양상을 보이고 있어 통합에 대한 신중론이 끊이지 않고 있다. 결국 행정상의 통합뿐 아니라 주민들의 통합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충분한 논의가 필요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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