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업계의 ‘맞수’2년 ‘혈투’ 승자 가린다
  • 이석 기자 (ls@sisapress.com)
  • 승인 2011.11.27 1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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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B 최강’ 다퉈온 임기영 대우증권·황성호 우리투자증권 사장

임기영 대우증권 사장 ⓒ 시사저널 임준선
임기영 대우증권 사장과 황성호 우리투자증권 사장은 증권업계의 ‘맞수’로 통한다. 두 사람은 1953년생 동갑내기이다. 국내 IB(기업 금융) 시장의 1위와 2위를 다투는 증권사의 수장이기도 하다. CEO에 취임한 시기도 비슷하다. 지난 2009년 6월 나란히 사령탑을 맡았다. 이후 국내 ‘IB 최강’ 자리를 놓고 물고 물리는 접전을 벌여왔다. 

이전까지 두 사람은 해외 금융사를 두루 거치면서 선진 금융 노하우를 몸으로 습득했다. 임기영 사장은 뱅커스트러스트(BTC) 서울지점과 살로먼브라더스, 한누리살로먼증권 등을 거쳤다. 이후 삼성카드 IB본부장과 IBK투자증권 대표를 지냈다. 경력 대부분이 IB 쪽이다 보니 국내 IB 시장의 ‘개척자’로도 불린다. 황영기 전 KB금융지주 회장과 강정원 전 국민은행 행장, 김정태 전 대우증권 사장 등과도 이때 인연을 맺었다. 지난 1998년 그가 한누리살로먼증권에서 삼성증권으로 옮긴 것도 황 전 회장과의 인맥이 작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회사 사정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임사장은 IB 분야에서 탁월한 능력을 인정받았다. 평소 눈여겨보고 있던 황영기 전 회장이 삼성증권 사장으로 옮기면서 임사장을 IB 본부장(부사장)에 영입한 것으로 알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황성호 사장은 씨티은행 이사, 다이너스카드 한국지사장, PCA투자신탁운용 대표이사 등을 거쳐 금융투자협회 부회장을 역임했다. 지난 1999년 부실 기업이었던 제일투자신탁증권(현 하이투자증권)을 정상화시킨 일화는 아직까지 회자되고 있다. 당시 제일투자신탁증권은 2천3백억원의 자본금이 모두 잠식된 상태였다. 그는 공적자금을 지원받지 않았다. 직접 프레젠테이션 자료를 만들어 외자 유치에 나섰다. 결국 황사장은 푸르덴셜그룹 등으로부터 1억4천만 달러를 얻어내면서 회사를 정상화시켰다. 

시가총액 등 외형 면에서는 대우증권 ‘우월’

황성호 우리투자증권 사장 ⓒ 뉴시스
하지만 2009년 이후 평가는 미묘한 차이를 보이고 있다. 임사장은 대우증권 사장에 취임한 뒤 공격적인 투자를 선호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취임 초기만 해도 노조의 반발이 적지 않았다. MB 캠프의 경제특보를 거친 탓에 ‘낙하산 논란’까지 일었다. 하지만 그해 업계 최고 실적인 4천1백20억원의 영업이익을 달성하면서 논란은 사그라졌다. 오히려 정적인 조직 문화를 과감하게 뜯어고치면서 좋은 반응을 얻었다. 금요일에는 넥타이를 매지 않는 ‘비즈니스 캐주얼데이’와 마지막 주 금요일에는 직원을 쉬게 하는 ‘프라이데이’ 등이 그가 만든 대표적인 작품이다.

황사장은 전형적인 ‘외유내강형’ CEO로 꼽힌다. 그는 취임 직후 각 부서 임직원과 하나의 주제로 토론을 벌이는 ‘끝장 토론’ 시간을 마련했다. 토론 형식은 물론이고, 시간도 정해져 있지 않았다. 그만큼 내부의 소리에 귀를 기울이겠다는 의지의 표현이었다. 아울러 우리투자증권이 강세를 보이는 IB 부문과 함께 리테일(소매 영업) 부문에 많은 공을 들였다. 이런 노력은 실적으로 나타났다. 브로커리지 점유율이 불과 1년여 만에 5%대에서 8%대로 급성장했다. 고객 자산 역시 90조원에서 1백10조원대로 늘어났다. 때문에 향후 경쟁에서 누가 승기를 잡을 수 있을지 업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외형 면에서는 현재 임사장이 황사장을 앞서고 있다는 평가이다. 지난 11월23일 기준으로 대우증권의 시가총액은 3조6백11억원을 기록했다. 우리투자증권(1조2천6백41억원)보다 세 배 가까이 많다. 영업이익 역시 대우증권이 많다. 대우증권은 지난해와 올해 각각 4천1백20억원과 3천3백20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같은 시기 우리투자증권이 1천9백43억원과 1천6백43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한 점을 감안할 때 두 배 정도 차이를 보이고 있다. 한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증권업계의 경우 매출 자체는 큰 의미가 없다. 전반적인 시장 악화로 증권사 실적이 내리막길을 걷고 있음에도 영업이익률이 높다는 사실은 주목할 만하다”라고 평가했다.

곧 선보일 헤지펀드 시장이 승부처 될 전망

하지만 IB 부문은 우리투자증권의 압승으로 평가되고 있다. 연합인포맥스와 한국경제가 지난 2010년 발표한 ‘자본 시장 리그 테이블’에 따르면 우리투자증권은 지난 2009년 채권 인수 부문과 IPO(기업 공개) 부문에서 1위를 차지했다. 대우증권은 ELS(주가연계증권) 부문에서는 4년 연속 1위를 차지했다. 하지만 올 상반기 ELS 부문의 선두 자리까지 우리투자증권에 내주었다. 이로 인해 우리투자증권의 주가도 2년여 만에 처음으로 대우증권을 추월했다. 한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두 CEO가 취임하고 줄곧 대우증권이 주가에서 2천~3천원 정도 우위를 보였다. 그런데 올 중순 주가가 역전된 이후 혼전을 거듭하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업계에서는 조만간 선보일 헤지펀드 시장이 두 사람의 승부처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정부는 최근 자본시장법 개정안을 발표했다. 일정 자격을 갖추면 헤지펀드 운용이 가능하도록 한 것이 개정안의 골자이다. 이를 위해 대우증권과 우리투자증권은 최근 각각 1조1천억원과 6천억원의 유상 증자를 단행했다. 종합금융투자사업자의 자격 조건인 자기 자본 3조원을 상회하는 자본력을 갖추게 되었다. 특히 대우증권은 국내 증권업계 최초로 ‘자기 자본 4조원 클럽’에 가입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때문에 양사는 향후 이 시장을 두고 피 터지는 전쟁을 벌일 것으로 예상된다.

증시 전문가들의 평가는 극명하게 엇갈린다. 대우증권의 경우 이번 증자를 통해 추가 증자에 대한 불확실성이 해소된 것으로 평가된다. 특히 산업은행과의 IB 사업 협력 확대를 기대하고 있다. 하지만 단기적으로는 부정적인 영향이 불가피할 것으로 전문가들은 전망했다. 강승건 대신증권 애널리스트는 “52주 최저가 수준의 주가에서 유상 증자를 단행함으로써 자본 조달의 효율성이 작다. 신규 유입 자금을 통해 창출할 수 있는 이익 규모 역시 아직은 크지 않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목표 주가 역시 직전 대비 57.7% 하향 조정한 1만1천원을 제시했다. 우리투자증권에 대해서는 예상된 수준의 증자인 만큼 주가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것으로 평가했다. 박윤영 HMC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예정된 수준의 증자인 만큼 주가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다”라고 말했다.

최근 2라운드를 준비 중인 임기영 대우증권 사장과 황성호 우리투자증권 사장. 총성 없는 전쟁에서 과연 누가 웃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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