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 한국 대학생은 무엇으로 사는가] “연애와 결혼은 별개이다”
  • 정락인 기자 (freedom@sisapress.com)
  • 승인 2011.11.27 1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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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생들의 결혼관 / 이성 친구 많이 사귄 후 결혼 상대자 찾는 경향 많아

 

서로의 힘찬 미래를 열어가자며 손을 꼭 잡은 상명대 4학년 백승훈씨(왼쪽)와 정기림씨. ⓒ 시사저널 전영기

서울 상명대학교 4학년에 재학 중인 백승훈씨(27·컴퓨터과학과)와 정기림씨(26·경영학과)는 절친한 학교 친구이다. 두 사람은 결혼을 전제로 교제하고 있는 이성 친구가 있다. 나름으로 결혼과 출산에 대한 계획도 세워놓고 있다. 하지만 말 못 할 고민도 많고, 걸림돌도 있다. 요즘 대학생들이 한 번쯤 생각하는 고민들이다.  

올해 27세인 백승훈씨는 결혼 연령을 ‘늦어도 30세’로 잡았다. 한 살 아래인 여자친구도 여기에 동의했다. 지난해 대학(관광학부)을 졸업하고 취업한 여자친구도 ‘결혼 적령기’를 넘기지 않겠다는 생각이다. 백씨는 대학에 들어와서 몇 명의 이성 친구를 사귀었다. 그러면서 결혼하고 싶은 사람에 대한 기준이 정해졌다고 한다. 지금의 여자친구와는 약 1년간 교제했다. 서로에 대한 믿음과 신뢰가 쌓이면서 ‘인생의 반려자’가 되겠다고 약속했다. 양가 집안에서도 서로의 존재를 알고 있어서 반대에 부닥칠 염려도 적다.

“31~35세에 결혼하겠다” 51.9%

 

백씨에게 남자 대학생들의 결혼관을 묻자 “처음에는 사람 자체를 중시했다면, 시간이 지나면서 현실적으로 바뀐다. 결혼 상대자의 집안 배경이나 재산을 따지게 된다”라고 말했다. 백씨에게 결혼은 아직도 넘어야 할 산이 많은 ‘첩첩산중’이다. 당장 취업이 당면 과제이다.  

그는 “시스템 개발(IT) 업체 입사 시험을 치러서 1차는 합격했다. 직장을 잡으면 약 3년 정도 일해서 전셋집이라도 장만해야 결혼할 수 있을 것 같다”라고 말했다. 백씨는 여자친구와 출산 계획도 세웠다. “우리 두 사람의 집안에는 여자 형제가 없다. 그래서 첫째는 여자아이를 낳고, 둘째는 남자아이를 낳고 싶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젊은 부부들의 육아를 위해 주택 임대와 출산 휴가 등 사회 보장 제도가 잘 마련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기림씨는 대학 졸업을 조금 늦추었다. 당초 생각했던 진로를 바꾼 것이 가장 큰 이유이다. 원래는 내년 초에 졸업해야 하지만 한 학기를 더 연장했다. 그는 “유통 분야로 진로를 결정했다. 그에 필요한 자격증을 따고 준비하려면 시간이 필요할 것 같아서 졸업을 늦추게 되었다”라고 말했다.

“여대생들의 선택 기준, ‘조건’ 아니면 ‘사랑’”

정씨는 대학 1학년 때 3학년이던 지금의 남자친구를 만났다. 3년 동안 CC(캠퍼스 커플)로 지냈다. 학군장교(ROTC)였던 남자친구는 올해 장교로 임관했다. 두 사람은 결혼 연령에 대해 이견을 보이고 있다. 정씨는 “장교는 원래 생활 안정을 위해 결혼을 일찍 한다. 그래서인지 남자친구는 결혼을 재촉하는 편이다. 나는 취업을 해서 몇 년간은 내가 하고 싶은 것을 하고 싶다. 서로 조율해서 정해야 할 것 같다”라고 말했다.

정씨는 “연애 상대자와 결혼 상대자는 엄연히 다르다. 오랫동안 만났다고 해서 반드시 결혼하는 것은 아니다. 요즘 여대생들은 다양하게 사람을 만난 후 신중하게 결혼 상대자를 정하려는 경향을 보인다”라고 전했다. 정씨는 또 “크게 두 가지 부류로 보면 된다. ‘조건’ 아니면 ‘사랑’이다. 지금은 사랑보다는 ‘조건’을 따지는데, 이것도 까다롭다. 집안이 좋고 재산이 많아도 시댁이 좋지 않으면 결혼을 꺼린다. 남편이 나를 보호해줄 수 없고, 시댁에 휘둘릴 수 있기 때문이다”라고 덧붙였다.

정씨도 미래의 시댁을 자주 왕래한다. 지금의 남자친구와 결혼 결심을 하게 된 데는 시아버지 될 분의 영향이 크다. 그는 “남자는 아버지를 많이 닮는다고 한다. 남자친구의 아버지를 만났는데, 너무 잘해주고 좋으셨다”라며 활짝 웃었다.

정씨와 남자친구는 미래 계획을 구체적으로 세우고 있다. 우선 남자친구는 자신이 버는 수익을 상세하게 정씨에게 공개하고 있다. 총 수입과 지출 그리고 저축 내역까지 숨기는 것이 없다고 한다. 그렇다 보니 자연스럽게 주택 구입과 출산 계획까지 세울 수 있게 되었다.

두 사람은 아이는 둘을 낳기로 합의했다. 그런데 첫 아이로 남자를 낳을 것인지, 아니면 딸을 낳을 것인지를 두고 행복한 다툼을 한다. 정씨는 “나는 첫애로 남자아이를 낳자고 하는데, 남자친구는 자꾸 여자아이를 낳자고 한다. 그래서 좀 다툰다”라고 말했다.

정씨도 신세대 부부들의 결혼과 출산을 장려하기 위해서는 “안정적인 주택 공급과 직장 내 어린이집 확대 등의 사회복지가 우선되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대학생 7.6%가 ‘2천만원 이상’ 빚더미에 

대학생들은 여전히 ‘빚더미’에 허덕이고 있었다. 고액의 등록금을 감당하지 못해 대학 문턱을 넘자마자 생활 전선으로 내몰리는 형국이다. 일용직은 물론, 극한 아르바이트도 마다하지 않는다. 유흥업소에서 일하는 대학생도 있다. 일부 대학생들은 대출 학자금을 갚지 못해 신용불량자로 전락한다. 군 제대 후 복학을 못하는 ‘학자금 낭인’도 있다.

이런 슬픈 현실은 <시사저널> 조사에서도 여실히 드러났다. 전체 설문 대상자 1천명 중 절반에 해당하는 5백1명이 빚이 있었다. ‘100만원 이하’가 61.3%로 가장 많았고, 5백만~1천만원은 11.0%에 달했다. ‘2천만원 이상’이라는 대학생이 7.6%나 되었다.


중앙대 법학과 4학년 김예나씨. ⓒ 시사저널 유장훈

대학 캠퍼스에서 책을 읽는 학생들을 찾아보기가 힘들다. 이런 현상은 태블릿PC와 스마트폰의 보급으로 더욱 심해졌다. 실제 대학생들에게 ‘한 달 평균 독서량’을 물었더니 10명 중 1.5명(14.9%)은 ‘전혀 안 읽는다’라고 답했다. 아예 책과 담을 쌓고 있는 것이다.

반면 ‘1권’(37.3%)이라는 대답이 가장 많았고, ‘2권’(21.3%), ‘3권’(13.9%)이 그 뒤를 이었다. 한 달에 ‘4권’을 읽는다는 학생은 2.8%에 그쳤다. ‘독서광’이라 할 만한 ‘5권 이상’은 9.8%였다. 한 달에 책을 5권 이상 읽는 중앙대 법대 4학년인 김예나씨(26)는 요즘 독서 삼매경에 빠졌다. 로스쿨 두 곳의 서류 전형에 합격한 후 면접을 보고 난 뒤라서 여유가 생긴 것이다. 최근에는 삼성과 애플의 특허 싸움 이면을 다룬 <특허전쟁>을 실감나게 읽었다. 김씨에게 대학생들이 책을 읽지 않는 이유를 물었더니 “휴대전화로 웬만한 것은 다 가능해져 손이 심심할 틈이 없다. 주머니 사정이 좋지 않은 것도 책을 읽지 않는 이유이다. 토익이나 전공 서적을 사다 보면 다른 책을 살 여유가 없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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