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 한국 대학생은 무엇으로 사는가] 아이폰 들고 ‘와이파이’ 찾아간다
  • 김진녕 기자 (jy@sisapress.com)
  • 승인 2011.11.27 13: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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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생들이 선호하는 브랜드·제품 / 커피 전문점 자주 들러… 극장은 CGV, 인터넷 쇼핑몰은 G마켓

ⓒ 시사저널 임준선

브랜드를 통해 드러나는 대한민국의 평균 남녀 대학생은 어떤 모습일까.

대학교 2학년생인 나대생군은 ‘인케이스’ 백팩에 삼성 노트북을 챙겨넣고 나이키 운동화를 신고 학교로 향한다. 손에는 아이폰이 들려 있고 아이폰의 MP3 기능을 이용해 음악을 듣고 있다. 오전에만 수업이 있는 날이지만, 저녁 때 친구들 모임이 있어서 점심은 학교 앞 분식집에서 간단하게 신라면을 먹고 커피 전문점으로 향한다. 딱히 커피를 좋아하기보다는 공부하고 컴퓨터를 사용하기에 도서관보다는 커피 전문점이 제격이다. 노트북 자판 소리에 인상이 구겨지는 학생이 많기에 적당한 소음이 커튼을 쳐주고 와이파이로 인터넷도 편하게 쓸 수 있는 커피 전문점이 공부하기에 더 편하기 때문이다. 커피 전문점에서는 외국어 공부를 하며 작게 따라 웅얼거려도 눈치가 보이지 않는다.

나군은 평소에는 물론 시험 기간에도 자주 커피 전문점을 공부방으로 쓴다. 커피 전문점은 스타벅스가 눈에 많이 띄어서 자주 가는 편이지만 그보다는 4~5시간 뻗치기를 해도 매니저 눈치를 보지 않는 2, 3층의 복층형 커피 전문점이 최고이다. 이날도 나군은 여자친구의 생일 파티가 6시 반으로 잡혀 있어서 이곳에서 공부 겸 인터넷 서핑을 할 예정이다. 나군은 옷이나 화장품을 정기적으로 직접 사는 편이지만 인터넷 쇼핑몰은 이용하지 않고 직접 오프라인 매장에서 산다. 하지만 책은 오프라인 매장에서 본 것도 반드시 예스24 같은 온라인 매장을 이용한다. 값도 싸고 마일리지가 쌓여서 혜택이 크기 때문이다. 이날 생일 파티 장소는 아웃백 스테이크하우스. 가격이 부담스럽지만 특별한 날인 만큼 이곳을 택했다. 모인 친구들은 각자 선물을 꺼냈고 나군은 전에 여자친구가 필요하다고 말했던 아모레퍼시픽의 라네즈 스킨을 선물했다. 나군의 커피값이나 선물 비용은 모두 과외 아르바이트를 해서 번 돈이다. 케이크에 초를 켜자 한 친구가 캐논 디카를 꺼내 인증샷을 찍었다.   

이것은 <시사저널>의 2011년 대학생 선호도와 생활 의식 조사를 통해 드러난 결과와 소비자 리서치 패널 틸리언의 라이프스타일 조사를 참고해 재구성해본 오늘날 대학생들의 생활상이다.

노트북·컴퓨터는 국산 제품 많이 구입

대학생들에게 고등학생의 교복이라고 불리는 노스페이스 점퍼처럼 압도적인 지목률을 갖고 있는 상품은 거의 없었다.

새로운 시대를 상징하는 정보통신 기기의 대명사인 스마트폰에서도 아이폰과 갤럭시의 지목률은 4%에 불과했다. 다만 이 상품군에서 애플과 삼성의 점유율을 합치면 80%가 넘고 나머지 팬택과 LG의 점유율은 상대적으로 미미해 시장 판도에 엄청난 변화가 있었음을 보여주고 있다. 재미있는 점은 아이폰의 최신 버전인 4S가 충성도 높은 아이폰 사용자들을 딜레마에 빠뜨렸다는 점이다. 김효진씨(26·홍익대 미대 4학년)는 2년 전 아이폰3를 산 경우이다. 지금도 제품에 만족하고 있지만 4S가 나온 후 고민 중이다. “아이폰5를 기다렸는데 아이폰 4S가 나왔다. 4S 쓰는 친구들이 만족하지 못한다는 이야기를 많이 한다. 그래서 나뿐 아니라 친구들도 고민 중이다. 싼 것을 사서 쓰다가 아이폰5로 갈아탈까, 아니면 갤럭시 같은 쪽으로 가야 할까 하는 것이다. 갤럭시로 가면 실망한다는 이야기도 있어서 망설이고 있다.” 김씨는 음악을 듣는 MP3는 아이폰의 배터리 문제 때문에 전부터 쓰던 삼성 옙을 그대로 쓰고 있다.

아이폰의 인기에 비해 노트북이나 데스크톱 컴퓨터는 국산의 인기가 압도적이다. 일단은 가격이나 호환성 면에서 맥 기종은 대학생들이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제품이 아니다. 게다가 와이파이를 이용할 수 있는  저가의 넷북 제품이 많아서 맥북은 예쁜 디자인 때문에 갖고 싶은 제품으로는 꼽혀도 실제로 많이 쓰이지는 못하는 것으로 보인다. 특히 조립 컴퓨터가 2위에 지목된 것을 보면 대학생들이 브랜드보다는 합리적인 가격에 더 끌리고 있는 경우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애플 ‘아이’ 시리즈의 인기도 상당하다. 특히 아이패드는 “논문을 읽기에 최적이라 대학원생들에게 인기가 좋다”(고제헌 서울대 행정대학원 석사 과정)라는 평도 있었다. 

제품이 아닌 장소에는 대학생들 사이에 최고의 핫플레이스가 존재한다. 바로 커피 전문점이다. 새내기는 물론 복학생까지 커피 전문점을 열렬히 사랑하고 있다. 작은 곳보다는 큰 곳을, 1층보다는 2층이나 3층을 더 좋아한다. 커피를 좋아하기 때문이 아니다. 커피 한 잔 시켜놓고 새벽까지 8시간 이상 죽치고 앉아서 공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커피 전문점 2~3층을 선호하는 까닭은?

내년 봄에 졸업할 예정인 조영민씨(27·서울대)는 2~3일에 한 번씩 커피 전문점에 간다. 약속이 없어도 간다. 가면 보통 2~3시간 머무른다. 그는 커피 전문점 상표를 보고 가는 것이 아니라, 2층이나 3층의 복층형 커피 전문점을 찾는다. 공부하기 편하기 때문이다. “매장 직원 눈치 안 보고 편하게 공부할 수 있는 2층이나 3층으로 간다. 넷북을 쓰기도 편해 도서관보다 더 좋다”라고 말했다. 마찬가지로 취업 준비에 바쁜 김건씨(28·명지대)도 영어 과외를 하는 시간을 빼고는 자주 커피 전문점을 이용한다. 학교 앞에서 동생과 자취를 하는 그는 ‘매장 직원들의 눈치가 보이지 않느냐’라는 질문에 “나만 그런 것이 아니라 거기서 공부하는 학생이 많다. 몇 시간 동안 앉아서 공부하는 것이 이상한 일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다만 이들에게도 상도의는 있다. 6시간이 넘어가는 경우 음료를 하나 더 시키거나 프레츨 등 요기가 될 만한 간단한 빵 제품을 추가로 주문해 식사도 때우고 자리값 면피도 하는 재주를 부린다.

이런 사정 때문에 커피 전문점은 대학생이 가장 자주 찾는 장소임에도 압도적인 지목률을 보이는 브랜드는 없다. 대표적인 커피 전문점 스타벅스에 대한 지목률도 20%를 넘기지 못하고 커피빈이나 탐앤탐스, 이디야 등이 10%대의 점유율에서 엎치락뒤치락 하는 형국이다. 즉, 대학생들은 다니는 동선에서 브랜드보다는 널찍하게 자리 잡은 커피 전문점을 선호하는 것이다.   

장소 중에서 압도적인 브랜드 지목률을 보인 항목은 극장이다. 극장은 대학생들이 즐기는 문화 생활 중 1위인 영화를 관람할 수 있는 공간이자 데이트 공간이기도 하다. 이 분야에서는 1위인 CGV가 무려 68.1%의 지목률을 보이며 2위인 롯데시네마(16.8%)를 멀찌감치 따돌렸다.

극장도 학교 앞 등 학생들이 자주 다니는 동선에 있는 극장을 많이 찾게 된다. 그럼에도 왜 이런 차이가 생겼을까. 일단 멀티플렉스 사업을 먼저 시작한 CGV가 상영관 수나 위치 선정에 앞선 것이 가장 큰 원인으로 보인다. 김효진씨는 “독립영화나 예술영화를 보기 위해서 상암CGV를 이용한다. 이미지 면에서 CGV가 좋은 것 같기도 하다”라고 말했다.

소주는 참이슬, 맥주는 카스, 담배는 외국산

전자상거래 분야에는 쇼핑몰과 인터넷 서점이 있다. 대학생들은 인터넷 서점은 예스24(29.2%)와 인터넷 교보문고(27.3%)를, 쇼핑몰은 G마켓(32.2%)과 11번가(21.2%)를 자주 이용하고 있었다. 서점 분야에서 오프라인 업체의 선두 주자이지만 인터넷 분야에서는 후발인 인터넷 교보문고가 선두 업체인 예스24를 바짝 쫓고 있는 모습이 눈에 띈다. 하지만 쇼핑몰 분야에서는 톱5 안에 오프라인의 유통 강자인 롯데닷컴이 5위에 겨우 턱걸이를 했을 뿐이다.

인터넷 쇼핑몰 분야에서는 G마켓과 옥션 등 이베이 계열사가 1, 3위를 하고 있고 후발 주자인 11번가가 옥션을 제치고 2위로 치고 올라간 것이 주목된다. 인터파크의 경우 서점과 티케팅, 쇼핑몰이 결합된 형태라 학생들 중에는 쇼핑몰이 아닌 서점이나 티케팅 사이트로 이용한다는 의견도 제법 나왔다.

특이한 점은 기자와 대면 인터뷰를 했던 다섯 명의 대학생(남자 3, 여자 2)은 인터넷 서점은 자주 이용하지만 인터넷 쇼핑몰을 통해 의류나 화장품을 사는 것에는 극히 보수적인 반응을 보였다는 점이다. 책은 오프라인 서점에 가서 보더라도 구입은 인터넷을 통해 마일리지도 쌓고 할인도 받는 것을 좋아했지만, 남학생을 포함한 이들 대다수는 화장품이나 의류를 모두 직접 쇼핑했다. 가두 점포를 이용하는 것을 좋아했다. 김효진씨는 “화장품은 직접 사는 것이 더 낫다. 기초나 색조별로, 눈 화장이나 립스틱 제품이나 다 다른 상표로 산다. 의류도 그렇고 직접 실물을 보는 것이 낫다”라고 말했다.

의외의 결과가 나온 또 다른 항목은 담배이다. 소비자 리서치 패널 틸리언은 지난 8월 말 담배를 피우는 대학생이 22.5%라는 조사 결과를 내놓았다. 흡연자가 대학생 사회에서는 소수인 셈이다.

<시사저널>은 대학생 흡연자들에게 선호하는 브랜드에 대해 물어보았다. 결과적으로 1~3위 제품이 모두 외국산 담배였다. 국산 담배의 인기가 상당히 저조한 것이다. 왜 이런 결과가 나왔을까. 국내 시장 전체 점유율로 보면 아직 국산 담배가 많이 팔림에도 왜 젊은이들에게는 외국산 담배 브랜드가 더 인기가 있을까. 광고회사인 이노션월드와이드는 ‘2011 컨슈머 트렌드 리포트’에서 1927세대(19~27세)의 특성으로 ‘focusing on image’라고 정의했다. ‘무엇보다도 나의 이미지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세대’가 바로 이 세대라는 것이다. 이전 세대와는 다른 나만의 아이덴티티를 나타낼 수 있는 브랜드에 대한 소비가 최우선 기준이라는 것이다. 경기도의 한 대학에 다니는 임형우씨(22)는 “던힐을 피우다가 럭키스트라이크로 바꿨다. 딱히 이유는 없다. 그것이 좋은 것 같았다”라고 말했다.

최근 몇 년간 젊은 세대에게 소주 브랜드는 전통적인 ‘참이슬’보다는 ‘처음처럼’이 상대적으로 인기 있는 것으로 알려졌었다. 하지만 이번 조사에서는 주류 시장의 신규 소비자(new comer)인 20대 대학생들은 참이슬을 압도적으로 지목(61.9%)했다. 이전 세대인 30대와는 다른 선택을 했다고 풀이할 수도 있다. 맥주 분야에서도 한때 ‘새로운 선택’으로 여겨졌던 카스의 지목률(37.5%)이 1위였지만 하이트의 새 브랜드인 맥스의 지목률(14.7%)이 치고 올라오는 상황이라 2~3년 뒤의 상황이 궁금해진다.

새롭게 시장에 진입하면서 가장 좋은 성적을 낸 브랜드는 한국야쿠르트의 꼬꼬면이다. 꼬꼬면은 시장 진입 세 달째 만에 5.7%의 지목률을 보이면서 공동 4위에 올랐다. 

소비재 브랜드 분야에서 외국산 브랜드가 호령하는 것은 두 분야이다. 하나는 신발, 또 하나는 카메라이다. 카메라 분야에서 2위인 삼성(18.7%)을 빼고는 모두 일본산 브랜드인 캐논과 니콘, 소니, 올림푸스가 시장을 압도하고 있었다. 블루 시리즈로 돌파구를 연 삼성이 최근에는 DSLR 제품에서도 마케팅을 강화하고 있어서 이 분야에서도 스마트폰 분야와 같은 신화를 재현할지 주목된다. 신발 분야에서는 1위 나이키부터 5위 컨버스까지 모두 외국산 브랜드였다. 한때 신발 왕국으로 불렸던 한국의 신발이 브랜드 마케팅에 취약했다는 점이 한눈에 드러나고 있다. 나이키는 지목률 53.6%로 압도적이었다.

자동차는 현대·기아차가 거의 싹쓸이

기업체 중에서 시장 전망이 가장 밝은 기업은 현대자동차그룹이었다. 자동차 분야에서 4위를 빼고 싹쓸이를 했다. 다만 현대자동차 브랜드 중에는 제너시스만 올랐다는 것이 현대차에게는 고민을 안겨줄 듯하다. 반면 기아자동차는 K7(1위), K5(3위), 쏘울(5위) 등 대표 차종이 모두 대학생 선호 차량에 꼽혀 이들이 실소비자로 바뀌는 10년 뒤의 전망이 무지갯빛일 것으로 보인다. 디자인 경영이 젊은 층에 제대로 먹힌 것이다.

옷이나 가방류에서 실제적인 점유율보다 학생들 입에 자주 오르내리는 상품의 대표가 인케이스 백팩이다. 최근 대학생들이 노트북이나 넷북을 많이 이용하면서 이를 담을 수 있는 백팩이 인기이다. 이번 <시사저널> 조사 항목에서는 빠졌지만 1 대 1 개별 인터뷰에서 인케이스를 최근의 대표적인 유행 상품으로 지목하는 응답자가 많았다. 복학생 조영민씨도 인케이스 백팩을 후배들이 많이 매고 다닌다는 것을 알고 있고, 여학생인 김효진씨도 “노스페이스 붐 정도는 아니지만 남학생 열 명 중 두 명 정도는 인케이스 백팩을 메고 다닌다. 소셜 커머스 상품으로도 등장한 것으로 안다”라고 말할 정도이다. 최준호씨(21·서울대 국문과 2학년)는 “요즘 인케이스 백팩을 맨 학생들을 많이 본다. 10명 중 3~4명은 들고 다닌다. 여학생들도 꽤 쓴다”라고 전했다.

이번 조사에서 빠진 생활 문화 중 대학생들 사이에 인기를 끄는 문화는 통기타 문화와 소셜 미디어이다. 김효진씨는 “십센치 같은 인디 뮤지션이 인기를 끌면서 통기타가 인기를 얻고 있다. 너도나도 기타를 들고 학교에 온다. 학원도 많이 다니는 것 같고. 트윗은 인기를 끄는데, 정치에 참여하는 듯한 제스처를 취할 수 있어서 유행하는 것 같다. 올리는 내용도 가볍고 내 의견보다는 남의 의견에 대해 가볍게 손가락 하나 펴는 정도의 제스처이다. 싸이월드 댓글 수에 목숨 걸던 친구들이 다 페이스북으로 넘어온 것 같다. 싸이월드보다는 덜 솔직한 것 같다. 싸이월드 더하기 나는 ‘멘탈 갑이다’ 정도?”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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