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 한국 대학생은 무엇으로 사는가] ‘안철수 바람’은 대학가에서 ‘강풍’
  • 조해수 기자 (chs900@sisapress.com)
  • 승인 2011.11.27 14: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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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경하는 정치인 1위 노무현, 가장 만나고 싶은 정치인 박근혜 가장 만나기 싫은 정치인은 이명박 대통령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이 지난 9월2일 서울대에서 가진 청춘 콘서트에서 웃음을 짓고 있다.© 시사저널 유장훈
요즘 여야를 막론하고 정치권의 최대 화두는 단연 ‘2030세대를 잡아라’이다. 비싼 등록금, 취업난 등에 시달리던 20·30대 젊은 층이 적극적으로 정치 참여에 나서면서 내년에 치러질 총선과 대선의 ‘태풍의 눈’으로 떠올랐기 때문이다. 이들 젊은 층의 표심은 지난 10·26 서울시장 보궐 선거에서 이미 입증 되었다. 새로운 정치를 갈망했던 이들 젊은 층은 박원순 당시 범야권 무소속 후보에 몰표를 던졌다. 특히 30대의 경우, 박후보에 대한 지지율이 75.8%로, 나경원 당시 한나라당 후보 지지율(23.8%)에 비해 거의 세 배 이상 차이가 났다. 20대에서도 박후보 지지율(69.3%)은 나후보(30.1%)의 배를 넘었다. 사실상 20·30대의 손에서 승패가 갈린 셈이다.

이들 젊은 층의 중심에는 대학생들이 있었다. 대학생들의 정치 참여는 반값 등록금 투쟁으로 촉발되어 10·26 보궐 선거로 이어졌다. 특히 서울시장 선거는 대학생들에게 큰 의미를 남겼다. 박후보는 서울시장에 당선되자 공약대로 서울시립대의 등록금을 내년부터 반으로 인하하겠다고 발표했다. 대학생들이 그토록 원하던 반값 등록금이 ‘선거’를 통해 실현된 것이다. 대학생들은 이번 선거를 통해 선거의 중요성을 다시 한번 깨닫게 되었다. 이 때문에 내년 총선·대선에서 대학생들의 투표율이 역대 최고치를 기록할 것이라는 전망이 벌써부터 나오고 있다. 그렇다면 대학생들은 정치를 어떻게 바라 보고 있을까. 또 정치인에 대한 호감과 비호감의 정도는 어떨까? <시사저널>이 전국의 대학생 1천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2011년 대학생의 선호도와 생활 의식 조사’를 통해 그 단면을 살펴볼 수 있다.

안철수, 차기 대통령 지지율에서 압도적 1위‘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가 지난 10월16일 서울시장 보궐 선거를 앞두고 서울 남산을 찾아 유세를 하고 있다. © 시사저널 유장훈
안철수 열풍’이 식을 줄 모르고 있다.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은 ‘차기 대통령으로 지지하는 인물’을 묻는 질문에서 압도적인 지목률로 1위(42.9%)를 차지했다.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는 2위에 올랐지만 지지율이 안원장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20.8%에 그쳤다. 박원순 서울시장(6.9%), 문재인 노무현재단 이사장(6.5%), 유시민 국민참여당 대표(5.5%) 등이 비슷한 지지율을 얻으며 톱5에 이름을 올렸다. 다음으로 이회창 전 자유선진당 대표(3.7%), 손학규 민주당 대표(2.4%), 나경원 전 한나라당 의원(1.6%), 오세훈 전 서울시장(1.6%), 정동영 민주당 최고 위원(0.8%) 등이 뒤를 이었다. 이 전 대표가 손대표보다 지지율 순위에서 앞선 것이 눈에 띈다.

이번 조사는 안원장이 대학생들에게 얼마만큼의 영향력을 가지고 있는지 재확인시켜 주었다. 성공한 사업가의 이미지로 ‘젊은이들의 정신적 멘토’로 자리매김했던 안원장은 이번 서울시장 선거를 거치면서 ‘정치 지도자’로 급부상했다. 발판이 되었던 것은 ‘시골의사’ 박경철 안동 신세계병원 원장과 함께 진행한 ‘청춘 콘서트’였다. 대학생들의 눈높이에 맞춰 그들의 문제를 함께 고민하는 청춘콘서트는 소통에 목말라 있던 대학생들에게 큰 반향을 일으켰다. ‘소통의 리더십’이야말로 이 시대 젊은이들이 원하는 지도자의 덕목이라는 것이 입증된 셈이다.

이를 잘 알고 있는 박 전 대표의 행보도 빨라지고 있다. 최근 박 전 대표는 지난 2007년 4월 이후 4년여 만에 대학생들과 간담회를 가지며 젊은 층 표심 공략에 나서고 있다. 박 전 대표는 지난 11월17일 서울 상수동에서 야학 활동을 하는 대학생들과의 만남을 시작으로, 21일에는 서울 인덕대에서 창업을 준비하는 학생들을 만났다. 23일에는 대전 한남대와 대전대를 찾아 학생들과 대화 형식의 강연을 가졌다.

박 전 대표는 한남대에서 대전권 대학 총학생회장단과 만나 “2040세대가 한나라당에 등을 돌렸다. 소통하는 부분에서 부족함이 많았다. 소통은 단순히 만나는 것이 아니라 관심인데 무엇이 불만인지 열심히 들으려는 노력이 부족했다. 젊은이의 고통을 체감하고 정책에 반영해서 젊은 사람이 희망을 갖는 나라를 만들어야겠다는 바람을 갖고 있다”라고 밝히기도 했다.

3위를 차지한 박원순 시장은 반값 등록금 공약을 실행하며 대학생들로부터 큰 지지를 받았다. 꾸준히 대권 후보로 거론되고 있는 문재인 이사장은 ‘북 콘서트’를 통해 젊은 층과의 소통을 강화해왔다. 지난 10월부터 <운명>이라는 책으로 전국 10여 곳을 돌며 북 콘서트를 개최했던 문이사장은 최근 발간한 <문재인, 검찰을 생각한다>라는 신간을 들고 12월 초순부터 또 다른 북 콘서트를 열 예정이다.

박원순, ‘만나고 싶은 정치인’ 2위

박근혜 전 대표는 ‘만나고 싶은 정치인’ 부문에서 1위(15.5%)를 차지했다. 안철수 원장(4.4%)에 비해 세 배 이상 높다. 그동안 박 전 대표가 언론은 물론 대중과의 소통에 소극적으로 대처해왔기 때문에 박 전 대표를 만나 그의 비전을 직접 듣고 싶어 하는 대학생이 많은 것으로 풀이된다. 박 전 대표가 대선을 위한 첫 행보로 대학생과의 소통을 선택한 만큼 향후 지지율 변화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박시장은 13.9%로 간발의 차로 2위에 올랐다. 서울시장 당선 후 반값 등록금을 비롯한 온라인 생중계 방식의 취임식 개최 등 연이은 파격 행보가 박시장에 대한 호감도가 상승한 주요인으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이명박 대통령(11.4%), 유시민 대표(8.9%), 나경원 전 의원(8.3%) 등이 3~5위로 그 뒤를 이었다. 대학 운동권 출신인 유대표는 대학생들의 적극적인 정치 참여를 꾸준히 요구해 왔던 인물이다. 유대표는 지난 11월17일 충남대에서 가진 강연에서도 “청년들이 정치와 선거에 참여하지 않는 상황 속에서는 등록금 문제나 청년 실업 문제, 대학생 주거 문제, 학교 문제 등이 결코 해결될 수 없다. 20대의 투표율이 80%가 된다면 정당과 정책 모든 것이 바뀔 것이다”라고 강조했다.

이미 고인이 된 노무현 전 대통령이 6위 (6.7%)에 이름을 올린 것도 이채롭다. 특히 노 전 대통령은 ‘존경하는 정치인’ 분야에서 압도적으로 1위(38.1%)에 오르기도 했다. 대학생들은 권위주의를 청산하고 지역주의를 타파하기 위해 노력했던 노 전 대통령의 도전 정신을 여전히 높이 평가하고 있다. 이를 보여주듯 지난 5월 한 달간 전국 50여 곳에서 열린 노 전 대통령 서거 2주기 추모 행사에는 약 73만명의 추모객이 참석했다.

존경하는 정치인 ‘톱3’는 모두 고인들이 차지했다. 고 김대중 전 대통령이 18.3%로 2위, 고 박정희 전 대통령은 5.6%로 3위를 차지했다. 박시장은 생존 인물 중 가장 높은 4위(4.7%)를 차지했다. 박 전 대표는 3.3%로 5위, 안원장은 2.2%로 8위에 이름을 올렸다. 세종대왕이 1.4%로 10위를 기록하기도 했다. 현재 방영되고 있는 세종대왕의 한글 창제를 다룬 드라마의 영향 때문으로 풀이된다.

그렇다면 ‘만나기 싫은 정치인’이라는 불명예는 누구에게 돌아갔을까? 이명박 대통령이 1위(39.1%)에 올랐다. 최근 연이어 불거진 측근 비리에 내곡동 사저 문제까지 더해져 대학생들의 반감이 커진 것으로 보인다. 지난 2007년 대선 당시 이명박 후보에 대한 20대의 지지율이 42.5%에 달했던 것을 생각하면 격세지감이 아닐 수 없다.

2위는 나경원 전 의원(17.7%), 3위는 박근혜 전 대표(8.5%), 4위는 홍준표 한나라당 대표(6.5%) 순으로 이어졌다. 1위부터 4위까지 모두 여권 정치인들이다. 지난 서울시장 보궐 선거에 나타난 대학생들의 ‘반한나라당’정서가 다시 한번 확인된 셈이다.

가장 선호하는 정당은 “없다”

대학생들의 ‘반한나라당’ 정서가 확연하다고 해서 민주당을 비롯한 야당이 마냥 웃고 있을 수만도 없는 상황이다. ‘가장 선호하는 정당’을 묻는 질문에서 응답자의 절반 이상인 55.3%가 ‘없다’라고 답했기 때문이다. 반면 2위를 차지한 민주당은 18.6%, 3위인 한나라당은 15.8%에 그쳤다. 대학생들은 여야를 막론하고 기존 정치권에 강한 불신을 나타내고 있다. 이것은 지난 서울시장 선거에서 무소속 박원순 후보가 당선된 것과 궤를 같이한다. 당시 박후보는 “시민은 권력을 이기고, 투표가 낡은 시대를 이겼다. 상식과 원칙이 이겼다”라고 밝힌 바 있다.

기존 정당에 대한 불신과 안원장에 대한 대학생들의 지지는 ‘안철수 신당’의 가능성을 키워주고 있다. 특히 안원장이 지난 11월15일 자신이 보유한 안철수연구소 지분의 절반(1천5백억원 상당)을 기부하겠다는 입장을 밝히면서 안원장에 대한 대선 주자 지지율은 급등했다.

이번 조사에 따르면 대학생들은 어느 때 보다 높은 정치 참여 의지를 가진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을 중심으로 내년에 있을 총선과 대선에서 변화의 바람이 강하게 몰아칠 것으로 보인다. 대학생들이 바라는 것은 ‘새로움’과 ‘소통’이다. 어떤 정치인과 정당이 젊은 층과 소통하면서 미래를 열어나갈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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