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사비 부풀려서 뒷돈 챙겼나
  • 안성모·조해수·조현주 기자 (asm@sisapress.com)
  • 승인 2011.12.03 2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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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사 주도한 핵심 4인방에 의혹 집중 / 탈세와 배임·횡령 등 혐의점 꼬리 물어

지난해 8월27일 ‘바이블엑스포 2010’이 인천 송도국제도시 센트럴파크에서 개막되어 바벨탑, 솔로몬왕 궁전 등 성경에 나오는 다양한 형태의 구조물이 조명을 받아 빛나고 있다. ⓒ 연합뉴스

‘더바이블엑스포 2010’ 행사를 주도했던 핵심 4인방은 더바이블엑스포조직위원회의 이원진 총괄본부장과 하철환 사무총장 그리고 이 행사의 주관사인 ㈜더바이블엔터테인먼트사의 김종필 회장과 조규민 대표이다. 이들은 바이블엑스포를 “천재(태풍)로 인해 실패한 사업이다”라고 주장한다. 자신들도 피해자일 뿐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피해자들의 주장은 다르다. 그들은 지금 핵심 4인방의 비리 의혹을 열심히 캐고 있다. 그리고 그 의혹은 꼬리에 꼬리를 물고 있다. 사업 실패에 따른 민사상 문제뿐만 아니라 탈세와 배임·횡령 의혹 등 형사상 문제까지 제기되고 있는 상황이다. 피해자들은 바이블엑스포의 실패가 인재, 즉 핵심 4인방 때문이라는 점을 분명히 하고 있다.

가장 핵심적인 사안은 횡령 의혹이다. 피해자들은 공사비를 부풀리는 수법으로 핵심 4인방들이 ‘뒷주머니’를 불렸다고 주장하고 있다. 바이블엑스포의 피해 규모는 최소 1백50억원 정도인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이 가운데 현재 확인되는 투자금만 약 100억원에 이른다. 이것은 바이블엑스포 조직위측에서도 인정하는 금액이다. 그런데 공사비와 운영 자금으로 쓰인 지출 금액에 대해서는 핵심 4인방과 피해자들의 주장이 크게 다르다. 핵심 4인방은 “100억원 전부가 다 지출되었다”라고 밝혔다. 그러나 피해자들은 “실제 쓰인 금액은 최소 15억원에서 최대 30억원밖에 되지 않는다”라고 말하고 있다. 나머지 수십억, 혹은 100억원이 넘는 돈이 모두 사사로이 쓰였다는 것이 피해자들의 주장이다.

더바이블엑스포와 관련한 고소장.ⓒ 시사저널 박은숙

피해자들은 이를 뒷받침하기 위해 더바이블엔터테인먼트사의 새마을금고 상암동월드컵아파트지점 계좌를 제시했다. 이 계좌에 입금된 돈은 약 67억원이다. 그런데 이 중 42억원가량의 돈이 대금을 지불해야 할 공사 업체, 광고 대행 업체, 이벤트 행사 업체 등과 무관한 용도로 쓰인 것으로 나타났다. 사용처가 모호한 ‘현장 진행비’라는 명목으로 인출된 금액이 12억원, 아무 설명 없이 현금 인출된 금액이 24억원에 달했다. 특히 문제가 되는 부분은 이본부장의 아내, 하사무총장과 그의 아내, 조대표 등의 계좌로 7억원이 넘는 돈이 새나갔다는 점이다. 이와 관련해 더바이블엔터테인먼트사의 고위 간부인 이 아무개씨는 “현금 인출금은 밥값 등 현장에서 바로 결제되는 돈이다.

콘텐츠에 집행된 돈도 상당하다. 이본부장이나 하사무총장이 주머니에 넣고 쓴 것이 아니다. 중간에 오해가 생긴 부분은 조대표의 세금 문제로 경리 담당 직원의 개인 통장을 활용했기 때문이다. 자금 사용처에 대해 모든 영수증을 가지고 있다. 다 보여줄 수 있다”라고 해명했다. 하지만 <시사저널> 취재진이 이들에게 관련 자료를 확인하게 해달라고 요구하자, 서로 다른 사람에게 미루면서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횡령의 또 다른 루트로는 행사에 참여한 중국 업체가 의혹을 받고 있다. 더바이블엔터테인먼트사는 중국 사업체인 ‘중국자궁등무유한공사’와 4백20만 달러(한화 약 47억원)에 등을 비롯한 조형물 제작 계약을 맺었다. 피해자들은 이 금액이 뻥튀기 된 것이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이 중국 회사에 이본부장이 지분을 가지고 있고, 이를 통해 자금을 빼돌렸다는 것이다. 더바이블엔터테인먼트사측은 “이본부장이 직접 계약을 한 것은 사실이지만 지분을 가지고 있다는 말은 헛소문이다. 중국에 실제로 건너간 돈은 10억원도 채 안 된다. 오히려 지불하지 못한 부분은 이본부장이 고스란히 떠안아 개인 빚이 되었다”라고 해명했다.

지금도 똑같은 사업이 전국 곳곳에서 추진돼 

지난해 4월 더바이블엔터테인먼트가 조형물 제작을 맡긴 중국 업체 직원들의 입국을 환영하며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기독시민연대
탈세가 의심되는 부분은 관람 티켓과 관련이 있다. 더바이블엔터테인먼트사측은 자금난을 겪으면서 각종 거래에 현금을 대신해 티켓을 사용했다. 일례로 더바이블엔터테인먼트사는 이중 계약으로 피해를 본 업체에 합의 명목으로 5만장(약 7억원 상당)의 티켓을 뿌리기도 했다. 그러나 티켓이 무분별하게 발행되면서 실제로 얼마만큼의 티켓이 누구에게 넘어갔는지 파악조차 되지 않고 있다. 이 때문에 티켓에 부과된 10%의 세금도 아직까지 제대로 집행되지 않고 있다. 하사무총장은 “대금을 지급하지 못한 업체에게 담보성으로 티켓을 지급한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티켓 넘버를 모두 확인해서 발급한 것이고 나중에 실제로 입장하면 돈으로 받으려고 했던 것이다. 태풍을 맞아서 행사장이 무너진 후 행사장을 찾은 사람이 거의 없었기 때문에 전혀 문제 될 것이 없다”라고 해명했다. 하지만 이본부장은 본지의 취재에 응하면서 “태풍 피해로 무너진 이후에도 행사장에 20만명이 찾았다”라고 직접 밝히기도 했다.

이중 계약은 더바이블엔터테인먼트사측도 인정하는 부분이다. 더바이블엔터테인먼트사는 공사 업체에게 수주를 약속하는 대신 선(先)투자금을 요구했다. 예를 들어 10억원 상당의 공사를 하게 해주는 대신 운영 자금 명목으로 3억원을 요구하는 식이었다. 부스를 대여할 때도 권리금 형태로 입점료를 요구해 자금을 끌어모았다. 자금 확충에만 혈안이 되다 보니 이중 계약이 비일비재하게 일어났다. 더바이블엔터테인먼트사 고위 관계자는 “김회장이 투자 유치를 맡았는데 통제할 수가 없었다. 수억 원을 받고 인테리어 공사를 주곤 했는데 이런 것들이 이중 계약이었다”라고 털어놓았다. 이를 확인하기 위해 김회장과 연락을 시도했으나 알려진 전화번호는 모두 불통이었고, 더바이블엔터테인먼트사 관계자도 현재 김회장의 소재를 알지 못했다.

더 큰 문제는 바이블엑스포와 똑같은 사업이 지금도 전국 곳곳에서 추진되고 있다는 점이다. 이본부장은 현재 ‘더바이블엑스포 2013’을 준비 중인 것으로 <시사저널> 취재 결과 밝혀졌다.

이본부장은 “세부 계획은 모두 완성되었으며, 행사 부지와 자금 조달 문제만 남았다. 더바이블엑스포 2010을 하면서 너무 많은 비방에 시달렸다. 그러나 바이블엑스포는 내가 반드시 완수해야 할 사명이라고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강원도 철원에서는 ‘바이블월드’라는 이름으로 이미 구체화되고 있다. 철원군에 따르면 바이블월드는 올 연말까지 고석정 관광지에서 운영된 후 문혜리 일대로 이전될 예정이다. 이본부장, 하사무총장 등 복수의 바이블엑스포 관계자들에 따르면 이 사업은 김회장이 주도해 일부 피해자들과 함께 진행하는 사업이라고 한다. 바이블월드를 주관하는 ㈜바이블월드측은 이를 전면 부인했다.

심지어 바이블엑스포에서 피해를 입었던 사람들도 이와 유사한 사업을 진행 중인 것으로 파악되었다. 바이블엑스포에서 약 10억원의 손실을 입었다는 이 아무개씨는 “바이블엑스포에서 논의되었던 원주 사업을 이어받았다. 그러나 원주가 사업성이 없다고 판단해 충주로 부지를 옮겼다. 현재 50만평의 부지를 확보했고, 사업도 거의 완성 단계이다”라고 밝혔다.

이와 같은 사실이 알려지면서 개신교가 영리 사업에 악용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기독시민연대 정함철 사무총장은 “바이블엑스포가 신종 종교 사기 수법의 교과서가 되고 있다. 교계는 명성을 얻기 위해서, 지자체는 세수 확보를 위해 이런 사업에 뛰어들고 있는데, 이것은 독이 든 성배와 같다. 사업이 실패했을 경우 사업을 주관한 사업자는 교묘하게 빠져나가겠지만 참여한 교계나 지자체의 경우 도덕적 책임뿐만 아니라 최악의 경우 법적 책임을 피하지 못할 것이다”라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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