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공화당에는 ‘대세론’ 없나
  • 한면택│워싱턴 통신원 ()
  • 승인 2011.12.04 0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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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 후보 경선 앞두고 후보들 순위 엎치락뒤치락…전당대회 마지막 날까지 결과 모를 듯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 맞서 싸울 공화당의 대통령 후보를 선택하는 경선이 개막을 앞두고 있다. 그러나 공화당 후보 경선은 곡절과 파란의 연속으로 한 치 앞도 내다볼 수 없는 안갯속 판도가 계속되고 있다.

2012년 11월6일 미국 대통령 선거에 나설 공화당 대통령 후보를 선택하는 경선전 개막이 한 달여 앞으로 다가왔다. 공화당의 첫 경선 무대는 새해 1월3일 아이오와 코커스(당원 대회)와 1월10일 뉴햄프셔 프라이머리(예비 선거)로 대장정에 돌입한다. 그러나 개막을 앞둔 시점에서도 공화당 대통령 후보 경선 레이스는 선두 주자가 매달 바뀌는 롤러코스터 판세를 보이고 있다.

CNN을 비롯한 미국 언론들의 여론조사 결과, 9월에는 뒤늦게 출사표를 던진 릭 페리 주지사가 32%의 지지율로 1위를 기록했다. 오래 선두를 지켜오던 미트 롬니 전 매사추세츠 주지사는 2위로 밀려났다. 그러나 릭 페리 주지사는 9월 한 달 동안 세 차례 치러진 공화당 경선 주자들의 후보 토론에서 준비 부족을 드러내면서 추락했다.

10월 중순에는 미트 롬니 후보가 26%의 지지율로 다시 선두 자리를 되찾았다. 피자 체인점 CEO를 지낸 유일한 흑인 후보인 허먼 케인 후보는 2위로 급부상했다. 10월 중에는 허먼 케인 후보가 일약 선두를 차지한 여론조사들도 있었다.

하지만 11월에는 다시 선두가 바뀌었다. 케인 후보가 성희롱·성추행 의혹에 휩싸이며 나락의 길로 접어들자 9월과 10월 4위에 머물렀던 뉴트 깅그리치 전 하원의장이 갑자기 급부상해 선두를 차지했다. 깅그리치 전 하원의장은 11월 하순 24%의 지지율로 선두로 올라섰으며, 롬니 후보는 20%로 다시 2위로 내려앉았다. 케인 후보는 3위로, 페리 후보는 4위로 쳐졌다.

지난 11월22일 미국 워싱턴에서 열린 공화당 대선 후보 토론회에 참석한 후보들. 맨 왼쪽부터 릭 센토럼, 론 폴, 릭 페리, 미트 롬니, 허먼 케인, 뉴트 깅그리치, 미셸 바크먼, 존 허츠먼. ⓒ EPA연합

■ 경선 초반에도 ‘곡절과 파란’ 계속될 듯

2012년 새해 1월에는 4개 주에서 공화당 경선이 실시되는데, 현재 상황에서는 승자들도 엎치락뒤치락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전통적으로 경선 무대의 막을 올리는 아이오와 코커스(당원대회)는 새해 1월3일 치러지는데, 뉴트 깅그리치 전 하원의장이 24%의 지지를 얻고 있어 16%에 그치고 있는 미트 롬니 후보를 제치고 첫 승을 거둘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그러나 역시 전통적으로 첫 예비선거로 실시되는 뉴햄프셔 프라이머리(예비선거)에서는 이웃 주인 매사추세츠에서 주지사를 지낸 롬니 후보가 낙승을 거둘 것으로 예고되고 있다. 현재의 뉴햄프셔 주 지지율을 보면 롬니가 36%로 20%의 깅그리치를 여유 있게 따돌리고 있다. 하지만 1월21일 치러지는 사우스캐롤라이나 주의 예비선거에서는 이웃 주인 조지아를 텃밭으로 두고 있는 깅그리치 후보가 다시 승리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사우스캐롤라이나 주에서는 현재 깅그리치 전 의장이 26%의 지지율로 롬니(18%)를 제치고 있다. 결국 경선 초반부터 매번 경선 때마다 승자가 달라질 수 있을 것임을 예고하고 있다.

개막전의 승패를 가를 최대 승부처는 1월31일 예비 선거를 실시하는 플로리다가 될 것으로 보인다. 플로리다는 1월에 실시되는 경선전에서는 가장 많은 50명의 대의원이 걸려 있을 뿐만 아니라 후보 간 치열한 각축전이 벌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플로리다에서 선두를 달리고 있는 후보는 롬니 후보로 25%의 지지를 얻고 있어 14%에 그쳐 3위로 처져 있는 깅그리치를 제치고 있다. 그러나 2위인 케인 후보가 낙마하게 되면 그가 얻어온 24~25%의 지지율이 어디로 향하느냐에 따라 승패가 갈릴 것으로 보인다.

CNN 여론조사 결과 ※ 타 여론조사와 순서 비슷

구분 

1위   

2위   

3위   

4위  

9월11일 

릭 페리(32%)

미트 롬니(21%)

론 폴(13%)

뉴트 깅그리치(7%)

10월16일 

롬니(26%)

허먼 케인(25%)

페리(13%)

깅그리치(8%)

11월20일 

깅그리치(24%)

롬니(20%)

케인(17%)

페리(11%)

2012년 1월 공화당 경선 일정   ※ (   )안은 각 지역 현 지지율

경선 일자 

장소 

배정 대의원 

현재 1위 

현재 2위 

현재 3위 

1월3일 

아이오와(당원)

28명 

깅그리치(24%)

롬니(16%)

케인(16%)

1월10일 

뉴헴프셔(선거)

12명

롬니(36%)

깅그리치(20%)

론폴(13%)

1월21일 

사우스 캐롤라이나 (선거)

25명

깅그리치(26%)

롬니(18%)

케인(17%)

1월31일 

플로리다(선거)

50명

롬니(25%)

케인(24%)

깅그리치(14%)

■ 깅그리치는 ‘준비된 대통령’인가

도덕적 결함을 지녔다는 비판에 시달린 깅그리치 전 하원의장은 CEO 출신들인 롬니와 케인 후보, 페리 주지사 등이 각종 정책과 관련된 지식과 경험 부족을 드러내면서 일약 선두로 부상했다. 한마디로 공화당원들에게 ‘준비된 대통령감’이라는 인상을 각인시키는 데 성공함으로써 11월 들어 선두로 떠오른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깅그리치 전 하원의장은 의정 경험에서 터득한 광범위한 분야의 지식과 경험을 토대로 각 분야의 문제점을 알고 해법을 갖고 있다는 점이 토론 등에서 자연스럽게 드러났다. 여기에 미국 전쟁대학에서 20년간 강의한 경험 덕분에 공화당 경선 후보 가운데 거의 유일하게 외교·안보 현안에 대해서도 꿰뚫고 있고 구체적인 대응책까지 갖추고 있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 잇단 성추문에 케인 몰락

공화당의 대선 후보 경선에서 잇단 성추문으로 추락해온 허먼 케인 후보는 결국 중도 하차할 수밖에 없는 막다른 상황에 몰렸다. 성희롱·성추행 의혹에 시달리다가 이번에는 설상가상으로 13년간 혼외정사를 가졌다는 제3의 여인이 등장하자 케인 후보는 중도 포기를 결심한 것으로 보인다.

케인 후보를 벼랑 끝으로 내몬 주인공은 애틀랜타에 거주하는 사업가로 알려진 진저 화이트라는 여성이다. 그녀는 지난 11월28일 폭스뉴스 애틀랜타 현지 방송과 가진 인터뷰를 통해 “케인과는 1990년대 비즈니스 미팅에서 만난 후 13년간이나 혼외정사 등 부적절한 관계를 가져왔는데, 그가 경선에 나선 8개월 전에 중단되었다”라고 주장했다. 진저 화이트는 “매우 간단한 문제이다. 복잡한 사안이 아니다. 나는 그가 결혼한 사실을 알고 있었고 내가 매우 부적절한 일을 하고 있다는 사실을 인지하고 있었다”라고 토로했다.

이에 대해 허먼 케인 후보는 “나는 이 여인과 도움을 준 친구 사이일 뿐이다. 결코 성적인 관계를 갖지 않았고 잘못된 일을 하지 않았다”라고 의혹을 강하게 일축했다. 하지만 케인 후보는 외교 정책의 기본도 모르는 취약점까지 드러내면서 공화당의 주류인 보수주의자들로부터 버림받게 되자 결국 중도 하차하는 쪽으로 기운 것으로 보인다.

■ 롬니의 한계도 여전히 남아

공화당 대선 후보 경선에서 꾸준하게 선두 주자군에 올랐고 아직도 공화당 후보가 될 가능성이 가장 크다는 미트 롬니 전 매사추세츠 주지사는 여전히 몰몬교도라는 최대의 장벽을 넘어설 수 있을지가 미지수인 것으로 지적받고 있다. 공화당원들의 44%나 차지하고 있는 복음주의 보수주의자들이 과연 몰몬교도인 롬니 후보를 공화당 대통령 후보로 선택할지는 아직도 불투명하기 때문이다. 그 때문인 듯 롬니 후보는  줄곧 경선 레이스에서 선두 주자군에 포함되어 있었지만 20%대의 지지율에 머무르고 있다. 여기에 자신의 선두 자리를 빼앗은 후보를 끌어내리는 데 전력투구해 라이벌이 추락하면 다시 선두를 차지했다가 다른 라이벌에게 선두를 내주는 사태를 반복하고 있다.

■ 경선 레이스 승자가 선출 못 될 수도

이렇게 롤러코스터 경선 레이스가 펼쳐지자 2012년 8월27일부터 플로리다 탬파에서 열리는 전당대회 마지막 날에 공화당 대통령 후보가 결정될지 모른다는 관측까지 나오고 있다. 특히 공화당 대의원들의 반란으로 경선 레이스의 승자가 대통령 후보가 되지 못하는 정치 쿠데타와 같은 사태가 벌어질 수 있다는 시나리오도 제기되고 있다.

공화당의 당규는 경선전에서 특정 후보를 지지해 뽑힌 대의원일지라도 전당대회에서 반드시 지정 후보에게 표를 던지도록 의무화하지는 않고 있어 전당대회에서의 반란이 충분히 가능하다.

예를 들어 몰몬교라는 이유로 거부감이 있는 주 지역에서 일반 선거를 통해 롬니 후보가 승리해 그곳에 배정되어 있는 대의원들을 차지하더라도 그 대의원들이 선거 결과에 불만을 품고 전당대회장에서 다른 후보에게 표를 던져 경선 승자와는 다른 후보를 공화당 대통령 후보로 선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2012년 미국 대통령 선거를 위한 공화당의 경선전은 어느 때보다 예측하기 어렵고, 역사적으로 엄청난 파란을 겪을 가능성도 있는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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