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능 전화’ 스마트폰 진화는 ‘무궁무진’
  • 김세희 기자 (luxmea@sisapress.com)
  • 승인 2011.12.04 01: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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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렉서블 디스플레이·레이저 키보드·홀로그램 등 구현 기대

LG전자가 개발한 플렉서블 전자 종이. ⓒ LG전자

굉장히 얇은 두께(초박형)에 안 어울린다 싶을 만큼 큰 화면, 기기를 옆으로 눕히고 화면에 있는 키보드를 터치로 끌어내리자 책상 위에 레이저 키보드가 나타난다. 키보드를 줄이고 늘리는 것 역시 두 손가락으로 해결된다. 사용이 끝났다면 책상 위에 그려진 키보드를 가볍게 밀어올린다. 동작과 동시에 키보드는 기기 안으로 빨려 들어간다. 이번에는 동영상을 재생시켜보자. 영상 속에서는 자동차 경주가 벌어지고 있다. 화면으로만 보기에 어째 조금 밋밋하다. 이럴 때에는 두 손으로 화면을 가볍게 터치하면 화면이 공중에서 재생된다. 바로 홀로그램이다.

몇 달 전, 베일에 가려져 있던 아이폰5를 공개한다는 동영상이 유튜브를 통해 급속히 확산되었다. 세계인의 관심을 사로잡았던 이 영상은 애플이 아닌 미국 샌프란시스코에 있는 3D 애니메이션 및 디지털 콘텐츠 기업 아트마 스튜디오가 제작한 것으로 뒤늦게 밝혀졌다. 일종의 콘셉트 영상이었던 것이다. 그런데 영상을 들여다보면 재미있다. 초박형 디자인과 레이저 키보드, 홀로그램 디스플레이까지 그동안 개발설이 돌았던 기술들이 화면으로나마 구현되었다. 똑똑한 ‘스마트폰’보다 조금 더 똑똑해진 일명 ‘스마터폰(smarter phone)’의 단면이 드러난 셈이다.

휘고, 접고, 돌돌 마는 디바이스 곧 ‘상용화’

아이폰5 콘셉트 영상으로 선보인 레이저 키보드와 홀로그램 디스플레이. ⓒ 아트마 스튜디 오동영상 캡처
삼성모바일디스플레이는 2년여 전인 2009년 5월 6.5인치 플렉서블 AMOLED를 개발했다. 플렉서블 AMOLED는 종이처럼 얇으면서 구부러지는 디스플레이를 말한다. 유리 대신 특수 플라스틱 소재를 사용했기 때문에 망치로 내려쳐도 깨질 염려가 없고 머리카락 굵기의 두께로도 만들 수 있다. 이 소재가 스마트폰이나 태블릿PC 등 휴대용 기기에 적용되면 더욱 다양한 응용이 가능하다. 얇고 가벼운 4인치형 플렉서블 AMOLED를 가방에 넣고 다니다가 지하철이나 버스에서 TV나 영화를 보고 싶다면 접어놨던 디스플레이를 꺼내서 펼치기만 하면 된다.

휘어지고 접고 돌돌 말아 다닐 수도 있기 때문에 휴대성은 일차적으로 담보되고 시계형·종이형 등 형태의 변화도 상상하기 나름이다. 더군다나 과거에 시도되었던 플렉서블 디스플레이와는 달리, 접히거나 휘어지는 부분에 이미지 손상이 없기 때문에 색을 구현하는 데에도 문제가 없다. 시계 모양으로 접어 책상 위에 올려놓으면 탁상시계가 되고 마우스 형태로 접으면 마우스가 된다(해당 어플리케이션 실행 시). 공상과학(SF) 영화에서 볼 수 있었던 장면들이 현실로 옮겨지기까지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을 전망이다. 삼성전자는 3분기 실적 발표 컨퍼런스콜을 통해 “플렉서블 디스플레이를 2012년에 상용화할 예정이다. 스마트폰, 태블릿 등 모바일 디바이스에 활용될 것이다”라고 밝혔다.

노키아는 ‘노키아월드 2011’을 통해 이미 콘셉트 폰을 내놓았다. 플렉서블 디스플레이를 활용해 동작 인식을 입힌 노키아의 키네틱은 안팎으로 접고 구부리는 동작을 통해 기능을 실행시킬 수 있다. 예를 들어 키네틱을 양손으로 잡고 비틀면 스마트폰 화면의 사진을 넘길 수 있고 안쪽이나 바깥쪽으로 구부리면 사진 크기를 조절할 수 있다. 

시장조사 업체인 디스플레이뱅크에 따르면 플렉서블 디스플레이 전체 시장은 2010년 약 3천4백만 달러에서 2015년 24억 달러, 2020년에는 약 3백억 달러 규모의 시장을 형성할 것으로 전망된다. 플렉서블 디스플레이가 탑재될 주요 제품은 스마트폰, e북, 태블릿PC 등이 될 것으로 보인다.

영화 <마이너리티 리포트>에서는 톰 크루즈가 공중에 띄워진 스크린을 클릭하는 장면이 나온다. 아이폰5의 모습이라며 떠돌던 동영상에도 레이저 키보드가 등장했다. 허공 또는 지면에 나타난 스크린이나 키보드를 만지면 곧바로 인식이 되어 입력된다. 방법은 다양하다. 휴대전화에 장착된 디지털 카메라가 손가락의 움직임을 잡아내 휴대전화 화면에 글자를 입력시켜주기도 하고 휴대전화에 내장된 적외선 레이저를 이용하기도 한다. 레이저가 만들어낸 홀로그래피 키보드를 두드리면 카메라가 이를 감지해 문자를 입력하는 방식이다.

하지만 상용화시키기에는 아직 기술적 한계가 따른다는 의견도 있다. 삼성경제연구소의 한 연구원은 “관건은 손가락의 입력을 인식하는 것인데 어떤 버튼이 눌렸는지를 정확히 파악하기 위해서는 본체가 되는 기기와 키보드 사이에 거리 정보를 인식할 수 있는 기술을 갖추어야 한다. 손가락 끝에 센서를 부착하지 않는 이상 손가락과 표면에서 반사되는 빛을 섬세하게 읽어낼 줄 알아야 한다. 그런 면에서 아직까지는 현실에서 레이저 키보드(가상 키보드)를 쓸 수 있는 데 한계가 있다”라고 설명했다.

홀로그램·정황 인식 기술 등도 ‘개발 중’

LG전자가 개최한 미래 휴대전화 디자인 공모전에서 수상한 작품들. 플렉서블 디스플레이를 활용한 혁신적인 디자인이 눈길을 끌었다. ⓒ LG전자
아이폰5 동영상에서 마지막에 소개된 것이 홀로그램 디스플레이이다. 영화 <아바타>에서도 홀로그램을 사용하는 장면이 나온다. 판도라 행성의 나비족들은 지도를 홀로그램으로 띄워놓고 작전을 짠다. 현실에서는 스마트 기기에서 재생하는 영상이나 이미지를 허공에 홀로그램 디스플레이로 구현해내게 된다. 본체가 되는 기기의 방향에 따라 홀로그램의 위치가 변하고 크기 역시 조절할 수 있다. 양성진 LG경제연구원 선임연구원은 “3D가 기존의 평평한 화면을 입체적으로 표현했지만 정면의 깊이감일 뿐 측면에서의 깊이를 나타내기는 어려웠다. 홀로그램은 좀 더 완벽한 입체를 보여줄 수 있어 궁극의 3D 기술로 불리기도 한다”라고 설명했다.

마지막 차세대 스마트폰 기술로 각광받는 것은 정황 인식 기술이다. 매트 그로브 퀄컴 총괄부사장은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미래 스마트폰의 핵심 기능 중 하나로 정황 인식을 제시했다. 정황 인식은 기기를 둘러싼 모든 상황을 인식하고 환경에 맞게 반응하도록 하는 기술을 말한다. 정황 인식 기술이 스마트폰에 적용되면 일단 사용자의 움직임을 읽는 것이 가능해진다.

움직임은 휴대전화의 흔들림을 감지해 파악한다. 앉아 있거나 걷거나 혹은 뛰는 것을 파악했다면 각 경우에 따라 휴대전화는 달리 반응한다. 만약 뛸 때 전화가 온다면 휴대전화는 사용자의 정황을 감안해 벨소리를 키우거나 진동을 늘리는 방식으로 사용자에게 알려준다. 휴대전화를 뒤집어 놓았다면 바로 무음 모드로 전환되기도 한다. 또 식당 메뉴판을 사진으로 찍으면 문자로 인식하고, 주변의 소리를 인지해 사용자가 어떤 상황에 처해 있는지 파악할 수 있는 기술도 개발 중에 있다. 퀄컴은 ‘룩-리슨 프로젝트’라는 이름의 정황 인식 기술 개발을 계획하고 내년 상용화를 추진하고 있다. 인공 지능으로 무장한 더 똑똑해진 스마트폰을 이르면 내년에 만나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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