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스터리만 쌓여가는 MB ‘논현동 자택’
  • 김지영 기자 (young@sisapress.com)
  • 승인 2011.12.04 0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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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저 옆집 소유자 홍 아무개씨 주소지로 등재된 사실 단독 확인 / 홍씨는 이대통령과 ‘한 다리 건너 사돈지간’인 것으로 밝혀져

이명박 대통령의 논현동 집. 원 안의 건물이 옆집인 29-12번지이다.

이명박 대통령이 퇴임 이후 거주하게 될 사저와 관련된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시사저널>은 지난 10월8일 이대통령의 ‘내곡동 사저’를 특종 보도한 바 있다. 이후 갖가지 의혹과 논란이 불거지면서 청와대는 내곡동 사저 계획을 전면 백지화했다. 그러면서 “이대통령의 서울 논현동 자택을 사저 입지로 추진할 방침이다”라고 밝혔다. 최근 들어 청와대는 사저 부지를 논현동 자택 이외에도 서울 강북이나 경기 지역으로 옮기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했다. 논현동 자택의 경우, 경호 부지 매입 비용이 턱없이 비쌀 뿐 아니라 부지 매입도 힘든 상황이라는 이유에서다. 그럼에도 현재까지 사저 부지로 가장 유력한 곳은 ‘논현동 자택’이다.

그런데 최근 <시사저널>의 취재 과정에서 논현동 자택과 관련해 새로운 의문이 제기되었다. 이대통령의 논현동 자택 바로 옆집 소유자의 주소지가 무슨 영문에서인지 이대통령 자택의 주소지로 등재된 사실이 처음으로 확인된 것이다. 이대통령의 논현동 자택은 29번지와 29-13번지 등 두 필지에 있다. 29번지 토지(6백73.4㎡, 2백4평)와 건물(지하 1층, 지상 2층 주택)은 이대통령 명의로 되어 있다. 29-13번지 토지(3백49.6㎡, 1백6평)는 김윤옥 여사 소유이다. 이 두 필지는 1978년 8월부터 이대통령 부부가 소유하고 있다. 특히 이대통령의 아들 시형씨가 지난 6월15일 김여사의 토지를 담보로 농협으로부터 6억원 정도를 대출받아, 논란이 된 ‘내곡동 사저’ 부지 일부를 매입하는 데 쓴 것으로 확인된 바 있다.

이대통령 자택의 바로 옆집인 논현동 29-12번지의 소유자는 홍 아무개씨(여·42)이다. 그런데 부동산 등기부등본에 따르면, 홍씨의 주소지가 이대통령 자택인 ‘서울 강남구 논현동 29번지’로 명시되어 있는 것이다.

우선 현재 홍씨가 소유하고 있는 29-12번지 토지(3백55.2㎡,1백2평)와 건물(지하 1층, 지상 2층 주택)의 ‘역사’를 들여다보자. 이 부동산은 원래 중견 기업가인 홍준기 삼공개발㈜ 회장 소유였다. 홍회장은 지난 2006년 신라저축은행을 인수하며 저축은행업에도 뛰어들었다. 재계에서는 고 이병철 삼성 회장과 친분이 매우 두터웠던 것으로 알려져 있는 인물이다.

이대통령 셋째 딸도 최근 사저 인근으로 이사

옆집의 원래 소유주였던 홍준기 삼공개발 회장.
홍회장은 29-12번지의 토지를 지난 1988년 7월 매입했고, 1997년 7월 현재의 단독주택을 건축했다. 그리고 지난 5월3일 딸인 홍씨에게 토지와 건물 모두를 증여했다. 그런데 홍회장의 딸 홍씨의 주소지가 바로 이대통령의 자택으로 되어 있는 것이다. 현재 이대통령 자택은 비어 있다. 그리고 그 옆집인 29-12번지에 홍씨 부부와 자녀들이 거주하고 있다. 부친인 홍준기 회장은 다른 곳에 살고 있으며, 홍회장의 부인이자 이 집 주인인 홍씨의 ‘친정어머니’가 가끔 들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런데 무엇보다 이대통령과 옆집 홍준기 회장 집안이 한 다리 건너 사돈지간이라는 점이 눈에 띈다. 이대통령은 슬하에 1남3녀를 두고 있다. 셋째 딸인 수연씨는 조양래 한국타이어 회장의 아들인 현범씨와 지난 2001년 9월 결혼했다. 그런데 조양래 회장의 동생인 조욱래 동성개발 회장의 딸과 홍회장의 아들이 백년가약을 맺으면서 두 집안은 사돈지간이 되었다. 따라서 이대통령과 홍회장도 ‘한 다리’ 건너 사돈인 셈이다. 최근 이대통령의 셋째 딸인 수연씨도 이대통령의 논현동 자택 인근으로 이사 온 것으로 알려졌다.

그렇다면 무슨 사연이 있었기에, 홍씨의 주소지가 이대통령의 자택으로 되어 있는 것일까. 한 부동산 전문가는 “원래 이대통령의 자택 지번(29번지)과 홍씨가 거주하는 지번(29-12번지)이 29번지로 동일한 지번이었을 것이다. 이후 지번이 분할되었는데, 홍씨가 예전 지번을 그대로 주소지에 올려놓은 것이 아니겠는가”라고 추측했다. 하지만 해당 등기부상에서 논현동 29번지가 다른 지번으로 분할된 기록은 없다. 홍준기 회장이 처음 이 토지를 매입했던 1988년 7월 등기부에 등재된 홍회장의 주소지는 서울 용산구 후암동이었고, 1997년 4월 경기도 여주군 북내면으로 이주한 것으로 되어 있다. 그런데 올해 5월3일 홍회장으로부터 증여받은 홍씨는 자신의 주소지를 이대통령 자택으로 등재한 것이다. 공교롭게도 이대통령의 아들 시형씨가 내곡동 부지를 매입한 시점은 홍씨가 증여받은 열흘 후인 5월13일이었다. 

홍씨 “단순한 행정 착오일 뿐” 해명

이에 대해 홍씨는 12월1일 기자와의 전화 통화에서 “(내 주소지에) 뭐가 잘못되어 있었다. 29-12번지인데 12가 빠져 있었다. 단순한 행정적인 착오가 있어서, 몇 주 전에 내가 직접 수정했다. 이대통령 자택과는 전혀 관계가 없으며, 아마 지금은 주소지가 변경되어 있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12월1일 현재까지 홍씨의 주소지는 이대통령 자택으로 되어 있는 것으로 확인되었다. 이에 대해 홍씨는 “아직도 내 주소지가 29번지로 되어 있다는 것이냐”라며 되레 기자에게 반문했다.

29-12번지는 지난 8월25일 한국외환은행 스타타워지점으로부터 4억4천4백6만원의 근저당권이 설정되었다. 당시 집주인 홍씨의 주소지 역시 이대통령 자택이었다. 시중 은행 관계자는 “채무자의 담보물만 확실하다면 등기부등본상 주소지가 잘못 등재되어 있다 해도 대출받는 데는 하등 문제가 없다”라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청와대 관계자는 “29-12번지 소유주의 주소지가 그렇게 된 것은 전산상의 오류일 뿐이다”라는 입장만 밝혔다.

‘내곡동 사저’에 이어 ‘논현동 자택’과 관련해서도 여러 의문이 증폭되고 있다. 최근에는 논현동 자택의 개별 주택 공시 가격이 지난해 35억8천만원에서 올해 19억2천만원으로 1년 동안 반으로 급락해 논란이 일었던 바 있다.

당시에도 청와대는 “단순한 행정 착오였다”라고 해명했지만, 민주당 이용섭 대변인은 “이대통령이 퇴임 후 내곡동 사저로 옮긴 뒤 자녀에게 논현동 자택을 증여하기 위해 공시 가격을 축소했다는 의혹이 제기된다”라고 논평했다. 그런데 이번에도 주소지를 이대통령 자택에 두고 있는 홍씨가 “단순한 행정 착오였다”라고 주장하고 있다.

이래저래 논현동 자택과 관련해서도 갖가지 의혹이 제기될 수 있는 의문들이 잇따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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